한국영상자료원 2022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놉> 후기
아무래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옛날 영화가 많은 편인데, 이번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프로그램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첫 상영작 혹은 첫상영 된 복원작 중 평론가,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전문기자가 꼽은 영화 19편을 골라 2022년 12월 13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상영해준다고 한다. 근처에 상영관이 없어서 못 봤던 영화도 있고, 영화관에서 내리고 나서 재밌다는 소리를 들었던 영화들도 있고 한데 가까이 살았으면 정말 매일매일 출석했을 것 같다. <노스맨>이 보고싶은데 수요일은 안 되고, 주말상영은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이브라 못 갈 것 같고, 영자원 근처 사는 친구를 꼬셔서 <놉>을 보기로 했다.
리스트 전체는 여기 -> https://www.kmdb.or.kr/db/list/detail/21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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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2일 전에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하고 갔다. 띄어앉기를 없애면서 전좌석을 운영해서 그런지 1인 2매로 돌아왔더라. 평일이라 예매자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12시에 맞춰 들어갔더니 원하던 자리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지난번 E / H / J열에 앉아보고 G와 I가 궁금해서 고민하다가 I열 가운데로 두 자리 예매했다. 다음에 G열에 앉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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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은 다 좋은데 위치가 너무 외지다. 대중교통도 버스 아니면 경의중앙선인데 경의중앙선이 제때 와야 말이지. 동대문쪽에만 있었어도 훨씬 자주 갈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답은 내가 상암으로 이사가는 수밖에 없네. 이날도 지금 우리 좀비는 전시를 하는 중이어서 따로 전시를 보지는 않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영화 시작하기 30분 전쯤 시네마테크 KOFA로 내려갔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미리 가서 티켓을 뽑아둘까 했는데 현장예매 오픈전이라 그런지 무인발권기로 예약 내역 조회가 안 되더라.
이번에는 I열 정가운데인 10번과 11번. 원래 11번 12번을 잡았다가 자막이 어떨 지 모르겠어서 12번을 가운데 왼쪽인 10번으로 바꿨다. 11번이 가운데라 10번이나 12번이나 그놈이 그놈이긴 할 듯. 15시 30분부터 상영하는 영화이니 3시 10분부터 입장을 시작한다. 무인발권기는 반응이 좀 느려서 티켓을 뽑을거라면 약간 여유를 두고 도착하는 게 좋겠다.
티켓 발권기 옆, 정수기 앞에 스탬프 3개가 있었다. 처음에는 시네마테크와 KOFA 마크, 노스페라투였다가 노스페라투가 없어지고 KOFA마크 남자버전이 생겼다. 스탬프는 있는데 찍을 종이가 없고, 티켓에는 찍기 싫어서 가방을 미친듯이 뒤져서 뒷면이 백지인 영수증을 겨우 찾아서 찍었다. 다이어리에 붙이면 예쁠 듯. 특히 직사각형 스탬프가 예쁘다. 다들 여러 번씩 찍어가더라.
여기는 I열 11번. J보다 그렇게 가까운 느낌은 안 드는데 H보다는 조금 먼 느낌이 든다. 대신 고개가 조금 편한 느낌인가? 자꾸 의자에서 미끄러지는 것 말고는 전혀 불만 없는 자리였다. 다음번에는 G열에 앉아봐야지. 이날 친구 앞에 키가 아주 큰 분이 앉았는데, 단차가 있긴 해도 앞에 너무 큰 사람이 앉아서 자막이 안 보였다고 하더라. 안그래도 큰데 중간중간 앞으로 숙이시면 뒤에서는 더 안보이지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외화 세로자막이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닌 것 같다.
상영관에 사람이 탑건처럼 가득 찬 건 아니었고, 그래도 가운데열과 사이드 일부까지는 가득 찬 걸 보면 꽤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강렬한 반딧불이가 두 명. 내 옆으로 세번째쯤 앉은 사람은 스마트워치로 자꾸 뭘 보던데 동그랗고 환해서 엄청 잘 보인다. 영화 볼 때는 제발 좀 풀어서 가방에 넣어 놓으면 좋겠다. 그리고 G8에 앉은 아저씨가 대박이었는데, 영화 중간에 대놓고 핸드폰을 꺼내서 카카오톡을 한다. 영화 화면이 밝아질 때도 잘 보이는데, 영화상 밤이라 화면이 어두울때도 계~~속 카톡중이다. 심지어 정가운데 앞쪽이라 그 뒤로는 핸드폰 하는 게 다 보였을 걸? 그렇게 핸드폰 하고 싶으시면 다른 사람들 안 보이게 아예 맨 뒷자리에 앉으면 좋겠다. 드디어 핸드폰을 집어넣길래 어우 진짜 그럴거면 나가던가 싶었는데, 나중에 또 핸드폰을 꺼내더라. 영화 스크린에 퇴관조치될 수 있습니다 라고 써 있던데 제발 저 아저씨 좀 퇴관시켜주세요 하는 생각만 엄청 들었다.
<놉>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나는 공포영화를 못 보는 편이라 미리 이 영화를 본 공포영화 잘 보는 친구에게 물어보고 보러왔다. 장르는 호러는 아니고 스릴러? 비슷한데, 갑툭튀가 없다길래 안심하고 보러갔고, 실제로는 그냥 SF영화에 가깝지 않나 싶다. 깜짝 놀랄만한 장면은 두 번 있었는데 공포물의 갑툭튀는 아니어서 크게 주의할 건 없을 것 같다. 하긴 12세 관람가니까.
영화 내용은 한줄로 요약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말을 대여하는 사업을 하는 집안의 흑인 남매가 말을 잡아먹는 외계생물을 물리치는 내용인데, 대충 어떻게 진행될 지는 예측이 다 된다. UFO인 줄 알았던 게 생물이라는 것 정도만 예상과 다르지만 이건 원래도 알고 본 거라 크게 임팩트가 와닿진 않았다. 중간에 점프스케어 장면이 두 장면 있었는데, 가장 놀란 장면은 OJ의 차로 말 조각상이 떨어진 장면이었고, 더 심리적으로 쫄리는 장면은 제프의 아이들이 목장에 들어와 장난을 치던 장면이었다. 말 조각상이 조수석에 꽂히는 장면이야 헉 하고 끝나는데 목장에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건 귀신 안나온다면서..! 하면서 친구 손을 붙들고 봤다.
사실 스토리는 별거 없고, 영화 내내 나오는 비유들이 마음에 든다. 문제는 포스팅 쓰는 내내
약간 이런 느낌이다. OJ는 오즈에서, 동생인 엠은 에메랄드 시티에서 따온 것이고, 진재킷이 사람을 잡아 먹을 때 소용돌이를 치면서 올라가는 거라던가.. 뭐 이런 것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가져왔고.. 진재킷이나 고디가 시선에 반응하는 것에서 그 뭐 다들 알죠? 감독의 의도 같은거? 시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생물체로 만들어서 관객들이 시선이 주는 권력이 갖는 공포감을 좀 더 본능적으로 느끼게 만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진 재킷 디자인이 귀엽다. 처음에 UFO처럼 생겼을 때도 오 동글동글하니 귀엽네 싶었는데, 공중해파리처럼 생긴 펼쳐진 완전체 모양도 마음에 들더라. 그리고 속도도 엄청 빠르고... 이름을 한국어로 진 재킷이라고 적으니 이름도 귀여운데, 이거 영어로 JEAN JACKET이니까 이름이 청자켓인거잖아. 중간에 한번 그 생각이 드니 이름이 웃기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뭐 원래 진 재킷은 말 이름이었으니 그런가? 싶다가도 아니 말 이름으로도 청자켓은 좀 이상한 것 같다.
주인공인 OJ역을 맡은 다니엘 칼루야가 연기를 잘 하는데.. OJ는 약간 자폐가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처음 촬영장에서 적응 못하고 말과 멀뚱하게 서 있는 거며 진재킷이 나타나서 난리가 나는 그 와중에 말 밥주러 가야한다고 하는 거라던가... 인생에 있는 게 목장과 말 뿐인 느낌? 후반부에 크게 활약하는 에메랄드는 인생 굉장히 긍정적으로 사시는군요 싶다. 마지막까지 오프라 샷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야망 넘치는 여캐로 선해할 수 있지않을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진 재킷을 죽이고 기뻐하는 장면이 좋았다. 그리고 엔젤은 약간 아이캔디 느낌이고 존재감이 없어서 좋았다. 금발백인남자는 다른 영화에도 많지만 이쁜금발백인아이캔디남캐는 귀하지요. 남의 집 CCTV를 보고 있는 점이라던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시키는 것만 할 줄 안다는 점이 서사를 더 안 줘서 좋았다.
좀 어이없는 건 촬영감독 할아버지. 기껏 아이맥스 카메라로 끝내주는 장면을 찍어두고 나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 어쩌구 하더니 진재킷에게 먹히는 장면을 촬영하겠다고 다른 카메라를 들고 잡아먹혀버린다. 아니 그런데 결국 촬영감독도 죽고 카메라는 녹고. 진재킷이 난리를 쳐서 먼저 찍어놨던 카메라도 날아갔다. 그럼 남은 건 마지막에 에메랄드가 찍은 사진 한장이 다인데, 오프라 샷이 남긴 했다만 그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썰을 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 에메랄드라면 잘 할 것 같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SF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다 보고 나와서 밥 먹고 할 말이 참 많았다는 얘기다. <노스맨>이 보고싶은데 다음 상영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라... 못 볼 것 같아서 아쉽다. 내년에는 뭐 할지 프로그램 보고 가보던지 해야겠다. 영상자료원은 여성주연영화 특선 좀 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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