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파운드 케이크, 호두 번트 케이크 만들기(플라워배터법)
노르딕웨어 번트 틀이 왔으니 개시를 해야지. 뭘 만들까 하다가 엄마가 좋아하시는 호두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번트케이크는 미국식 케이크인데, 틀이 번트 틀이라 번트 케이크고, 대부분 반죽은 파운드 케이크 반죽을 그대로 사용하고 굽는 온도와 시간만 조정하면 된다.
Sabrina Snyder의 Walnut Bundt Cake(https://dinnerthendessert.com/walnut-bundt-cake) 레시피를 베이스로 두고 양을 반배합해서 설탕을 조금 줄이고, 바닐라를 빼고 럼을 넣고, 조금 변형해서 만들었다.
시나몬 넣은 다른 레시피는 여기 -> 호두가 와작와작 씹히는 꼬소한 호두파운드 케이크
호두 번트케이크
(노르딕웨어 6컵 번트팬, 스몰사이즈)
호두 100g
버터 150g
중력분 160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소금 1/4작은술
계란 2개
설탕 120g
우유 120ml
꿀 1큰술(15ml)
럼 1큰술(15ml)
우선 호두부터. 평범하게 마트에서 구매한 미국산 호두를 사용했다. 견과류는 아무래도 베이킹 사이트에서 분태로 사는 것 보다는 통으로 된 것을 구매해서 전처리하고 사용하는 게 좋다.
뜨거운 물을 호두가 충분히 잠기도록 붓고, 10분 이상 불린다. 속껍질 부서진 것이나 부스러진 호두 가루, 기름기가 떠오르면 물을 따라 내고 찬물로 두 번 정도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마른 팬을 달구고 물기를 제거한 호두를 넣어 수분이 날아갈 때가지 5-10분 정도 볶아준다. 불은 중약불로 해서 천천히 볶아야 타지 않고 바삭해진다. 호두를 분질렀을 때 안쪽에 물기가 없을 때까지 볶는다. 나는 중간중간 너무 까만 속껍질은 벗겼다. 다 볶아진 호두는 쟁반에 깔아서 한김 식히고, 분태보다는 조금 작지만 굵게 다졌다.
번트 틀에는 손으로 버터를 얇게 바른 후 밀가루를 뿌려서 준비한다. 버터는 약 3g 정도면 충분히 팬 전체에 얇게 바를 수 있더라. 물론 붓이나 키친타올을 사용한다면 조금 더 들 것 같다. 강력분이 없어서 중력분을 사용했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단지 밀가루를 뿌린 후 쟁반에 뒤집어서 남은 밀가루를 완전히 털어두어야 완성된 케이크에 밀가루 얼룩이 없다. 이렇게 전처리를 했다면 반죽이 될 때까지는 팬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오븐을 170도로 예열하고 반죽을 시작한다. 오랜만에 파운드케이크를 만드는 것이라 안정적이라는 플라워배터법으로 만들어봤는데, 뭐 그게 그건 것 같다. 겨울이라 버터가 덜 물러서 그런 것도 있을 듯.
사진이 없는데, 먼저 계량컵에 실온에 둔 계란 2개와 꿀 15ml, 설탕 120g을 넣어 섞은 후 우유 120ml와 럼 15ml를 넣고 잘 섞어둔다. 럼이 없으면 바닐라 에센스를 1작은술 넣으면 된다. 실내온도가 낮다면 계란을 따뜻한 물에 담궈 두었다가 사용하거나 다 섞은 액체재료를 뜨뜻미지근한 물에 담궈서 온도를 올린다. 한국 파운드 레시피에서 버터 150g을 쓸 때는 보통 계란을 3개 사용하는데(60gx3, 180g) 미국 레시피는 계란을 2개 넣고 우유나 버터밀크, 사워크림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란 3개를 사용하면 우유를 60ml로 줄여 넣으면 되겠다.
실온에서 말랑해진 버터를 가볍게 휘핑한다. 워낙 분량이 작다보니 핸드믹서로 시작했다가 결국 손거품기로 바꿨다. 충분히 손으로 반죽할 수 있는 양이다.호두파운드케이크는 호두 외에 부재료가 없고 심플한 반죽이라 글라스랜드 금색 발효버터를 사용했다. 손으로 약간 저항감 있게 들어가는 정도의 버터를 사용했는데 조금 온도가 낮았던 것 같다. 실내온도를 높이거나 따뜻한 물로 데운 볼을 뒤집어 씌워서 조금 더 저항감이 없을때까지 버터 온도를 올리는 게 좋겠다.
버터를 가볍게 풀어줬다면 분량의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채쳐서 넣는다. 취향에 따라서 시나몬 가루를 약간 넣어도 좋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묵직한 식감을 좋아해서 파운드케이크에는 항상 중력분을 사용하는데, 박력분을 사용해도 된다.
밀가루를 넣은 후에는 버터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이 뽀얗게 느껴질 정도로 휘핑해준다. 핸드믹서로 하다가 양이 너무 적어서 손으로 휘핑했는데, 밀가루가 많고 수분이 없어서 힘이 조금 필요하다. 어차피 수분이 거의 없어서 글루텐이 형성되기 어려우니 힘을 줘서 빡빡 저어줘도 된다.
버터+밀가루 혼합이 색이 밝아지고 약간 부피가 늘어나면 액체 재료를 3번 정도 나눠 넣는다. 처음에는 조금 많이 넣어도 되고, 갈수록 양을 줄인다. 액체가 들어가고 부터는 너무 오래 저으면 안 되지만, 전에 넣은 액체 재료가 다 섞이지 않았는데 액체재료를 더 넣으면 분리가 난다. 확실하게 남는 액체재료가 없도록 저은 후 다음번 액체 재료를 넣어야 한다.
마지막 액체를 넣고 적당히 섞였으면 다져둔 호두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약간 분리가 났다면 많이 섞지 말고 재빨리 섞어서 빨리 굽는 게 낫다. 호두는 분태보다 조금 고운 정도로 다졌는데 이것보다는 굵게 다지는 게 호두 맛이 더 잘 나는 것 같다.
잘 섞였다면 냉장고에 넣었던 팬을 꺼내와서 반죽을 담는다. 반죽 총량이 600g 전후일텐데 6컵 번트팬에 딱 70%정도가 되는 것 같다. 파운드케이크 반죽이다보니 윗면이 부풀어오르는데, 너무 많이 담으면 나중에 뒤집었을 때 안 예쁘기도 하고, 자칫하면 굽다가 토하거나 가운데 구멍이 막힌다. 권장량은 팬의 3/4 정도라고 하더라.
반죽을 다 담았으면 윗면을 평평하게 정리하고, 두세번 내려쳐서 반죽 안의 공기를 빼 준다. 그 다음에 판을 십자로 흔들어서 벽 부분에 반죽이 약간 올라가게 한다. 파운드케이크처럼 틀 끝까지 끌어올릴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하면 윗면이 조금 고르게 나온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컨백션 기능을 킨 상태로 40분 구웠다. 20분쯤 됐을 때 윗부분 덜 터진 곳을 칼로 터 주고 방향을 돌려줬다. 내 오븐은 15년전 쯤 산 위즈웰에서 나온 43L 컨백션 오븐인데, 4단 중 위에서 2번째 단에 그릴망을 올리고, 그 위에 쿠키팬을 깔고 번트팬을 올려 구웠다.
30분쯤 되어서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속이 아직 덜 익었고 윗면 색이 충분히 났길래 팬을 위에서 3번째로 내리고 맨 위에 철제 사각팬을 하나 끼워서 나머지 10분을 구웠다.
40분이 되어서 테스트 해 봤더니 다 익어서 꺼냈다. 원래 위즈웰 오븐은 온도가 세기로 유명해서 20도 낮춘 150도로 구웠는데 이것도 높았는지 구움색이 굉장히 진하게 났다. 다음에는 30도 낮춰서 35분만 구워야겠다. 그래도 터짐이 고르게 났고 태우지 않았으니 성공이다.
번트팬은 바로 뒤집으면 빵이 부드러워서 부서질 수도 있다.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한번 탕 쳐서 쇼트를 주고 식힘망에 번트 틀째로 15분 식힌 후 뒤집는다.
하도 노르딕웨어 틀이 안뒤집어진다, 깔끔하게 안떨어진다, 다 들러붙었다 이런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꼼꼼하게 버터+밀가루칠을 했고 버터가 많은 반죽이라서인지 깔끔하게 딱 떨어졌다. 모양도 너무 예쁘고, 틀에 남은 반죽도 하나 없다. 색만 조금 덜 나왔으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
완전히 식힌 후 랩으로 밀봉했다가 다음 날 먹으면 촉촉하고 풍미 좋은 파운드케이크가 된다.
하지만 굽는 냄새를 40분쯤 맡고 나서 이건 내일 먹어야 한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결국 덜 식었는데 봉긋 올라온 아랫부분을 잘라 먹고, 완전히 식은 다음 1/4를 잘라 먹었다.
이게 6컵 번트팬으로 구운 케이크의 1/4이다. 원래 번트 팬의 오리지널 사이즈는 12컵이고, 조금 예쁜 디자인이다 싶으면 10컵이다. 10컵만 되어도 너무 많을 것 같아서 3컵짜리 번트팬을 사려다가 소재가 좋은 팬을 고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6컵짜리 애니버서리 번트팬을 산 건데, 솔직히 혼자서 반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4인 가족이 먹기에 6컵은 확실히 크지 않다.
단면. 덜 식어서 크럼이 많이 생기기는 했는데, 호두가 듬뿍 들어있으면서 단단 묵직하고, 촉촉하게 잘 나왔다. 숙성이 안 되었을 때는 겉이 약간 바삭하면서 파운드의 단 맛, 호두의 고소한 맛이 강하게 나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먹으면 이만한 디저트가 없다.
반은 남겨두었다가 다음날 먹었다. 확실히 수분이 퍼져서 겉면도 보드라워지고, 버터의 풍미가 전체적으로 살아나서 발효버터 특유의 깊은 맛이 은은하게 난다. 오히려 단 맛도 약간 줄어들어서 맨입에 먹기에도 맛있었다.
나는 하루 숙성해서 먹은 파운드케이크가 더 취향이었는데, 엄마는 굽자마자 겉바속촉일 때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하신다. 이러면 두 개 구워서 하나는 바로 먹고 하나는 나중에 먹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어쨌든 새로 산 노르딕웨어 성능테스트도 확실하게 했고, 처음 사 본 글래스랜드 발효버터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플라워배터법은 처음 해봤는데 그냥 버터에 설탕으로 크림화시켜서 만드는 방법이 더 나은 것 같다. 호두 파운드를 다음번에 만들 때는 시나몬을 3g 정도 추가하고, 호두를 조금 더 굵게 부숴서 넣는 게 우리집 입맛에 더 잘 맞을 것 같다.
아 키친에이드 믹서 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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