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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의정부 CGV, <밀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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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의정부 3관, <밀수> 후기

 

 

바비와 미션임파서블 본 지 얼마 안 되긴 했는데, <밀수>가 보고 싶긴 했다. 일단 김혜수가 나오니까 믿고 볼 수 있을텐데 염정아 김혜수에 여자들이 다 해먹는 영화라니 봐야지. 마침 딱 문화가 있는 날에 개봉을 해 주시니 퇴근하고 엄마아빠 표까지 예매해서 다 같이 보고왔다. 일단 아름다운 가격 7천원이니까..!

 

 

 

이번 밀수는 CGV 의정부 3관. 티켓 오픈하자마자 예매했는데도 뒷자리는 많이 나갔다. 다들 뒤에서 보는 걸 좋아하나...? 뭐 나야 좋지. 지난번 바비를 F7에서 봤는데 크기는 좋은데 살짝 오른쪽이길래 F4,5,6을 할까 하다가 복도불이 보일 것 같아서 F5,F6,F7을 잡았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 1인 7천원씩 총 21,000원. 와 2D영화 3명치 용포디보다 싸다...! 역시 영화 진흥을 하려면 가격을 내려야해. 솔직히 문화의 날이면 오후 5시부터 상영하는 영화만 할인 할 게 아니라 하루 종일 7천원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5시 이후 영화만 깎아주니까 자꾸 4시 50분 시작 4시 55분 시작 이런놈들을 만들잖아.

 

 

원래는 오랜만에 다같이 영화관에 왔으니 팝콘이나 앤티앤즈 프레즐을 먹을까 했는데 영화 보고 밥 먹을 거기도 하고, 엄마가 영화관 아래 있는 신세계백화점에서 마늘빵을 사가자 하셔서 3층 르봉뺑에서 마늘빵을 샀다. 1줄에 1,300원이던가? 컷팅 요청하면 1줄이 한입 크기로 4~5조각 나온다. 마실 것은 마침 티데이 할인 하는 날이라 신세계백화점 3층에 있는 폴바셋 가서 따뜻한 카페라떼와 아이스 카페라떼에 아이스크림 추가해서 테이크아웃 해 왔다. 신세계백화점 폴바셋은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라떼를 안 파는 게 영 아쉽네.

 

 

문화의 날이라 영화관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종이 티켓 뽑는 데도 줄을 한참 섰다. 의정부 CGV는 새로 걸리는 영화를 일단 3관에 건 다음 영화 반응을 봐서 옮기거나 하는 것 같다. 요새 영화를 개봉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열심히 봐서 그런가 매번 3관에서 보네. 검표하는 입구에서 가까운 건 마음에 든다.

 

 

CGV 의정부 3관 F5번. 나는 짬이 부족하니까 가장 바깥쪽에 앉았는데 F7번보다 내 취향이었다. 스크린 크기 딱 좋고 오른쪽 주시력 기준으로 거의 정중앙으로 느껴지더라고. 대만족이다. 앞으로도 CGV 3관에서 본다면 F5나 F6에서 보면 딱 좋겠다.

 

워낙 여름 기대작이기도 하고 믿고보는 김혜수, 염정아에 문화가 있는 날이다보니 영화관에 사람이 아주 많았다. A열에도 있고 맨 사이드까지 꽉 찼을 정도. 덕분에 관크도 역대급이었다^^ 내 옆으로 처음에는 팝콘 대짜를 사온 젊은 커플이 앉았는데, 앉을때부터 오징어지킴이를 하면서 자리를 바꿔서 남자를 복도쪽으로 보내더니 한참 꽁냥꽁냥하다가 나갔다(?) 그리고 중년 부부가 그 자리에 앉음(??) 여기 자리 맞으세요 물어봤더니 맞단다. 그럼 아까 그 커플은 지네 자리도 아닌 곳에서 연애질만 하다 나간건지...?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을 수도 있는게 영화 보는 내내 대화를 그렇게 하신다. 뭐 어머머머 하고 놀라거나 그런 건 상관없는데 대체 뭔 얘기를 그렇게 하세요... 

 

거기에 폰딧불이는 어찌나 그렇게 많은지 왼쪽 디열 복도에 앉은 놈은 계속 인스타하고 앉았고 아빠 옆에 앉은 아저씨는 카톡이 울리다못해 중간에 전화도 받는다. 한두명이 그렇게 바람을 잡으니 영화 후반부에 가니 핸드폰 꺼내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계속 나옴... 밝기라도 줄이는 성의를 보이던가 나가던가 맨 뒤로 가던가 하라고. 애초에 2시간도 핸드폰을 못 참을거면 영화관에 오지 말라고!!! 집에서 넷플릭스나 봐!!!! 아니면 맨 뒤에 앉으라고 뒤에 다 민폐 끼치지 말고.

 

 

개봉 첫날이라 필름마크 재고가 여유로웠다. 세 명이서 봤으니 필마도 세 개. 이거 다 뭐하지 싶긴 한데 염정아와 김혜수가 끝내주니까 소장용으로 보관해야겠다.

 

 

배경이 1960~70년대인데, 확실히 영화 내내 복고 분위기가 확실히 난다. 김혜수가 연기를 정말정말 잘하고 이걸로 상 많이 받겠네. 기대했던 염정아는 생각보다 주도적인 롤이 아니지만 캐릭터는 정말 괜찮고, 의외로 고민시가 씬스틸러. 김혜수가 연기할 때 목소리를 굉장히 카랑카랑 쨍하게 내고 아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옛날에는 저런 발성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더라. 후반부 보면 차분한 장면에서는 노말하게 나온 걸 보니 춘자 캐릭터 자체가 원래 그렇게 오버하는 모습이 있어서 그런듯?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면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권상사와 장도리 패거리 간의 패싸움 씬. 거의 맨몸인데다 2대 다 상황에서 칼부림이 나는데 생각보다 더 잔인하고 아주 길었다. 이걸 이렇게까지 길게 할 필요가 있나? 씬 하나만 놓고 보면 씬 자체는 괜찮은데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좀 쓸데없이 길고 잔인하다. 권상사의 분량을 챙겨주기 위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어서 좀 짧게 해줘도 되지않았을까 한다.

 

전체적으로 5060세 취향을 아주 잘 맞추면서 젊은 세대들까지 다 재밌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대중영화였다. 사실 내용은 한국영화 브로맨스 영화 클리셰 모음집에 가까워서 대충 어떻게 갈 지 다 예상이 되고, 감독 특징인지 불쾌하게 가슴과 엉덩이를 클로즈업 하는 연출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브로맨스 클리셰를 김혜수와 염정아가 하니까 신선한 느낌이 있고, 불쾌한 남자캐릭터는 다 죽여버리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 뿐. 근래 본 한국영화 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7천원에 봤으니까 4.5/5점 정도? 할인 없이 정가 주고서도 볼만한 영화다. 

 

 

가상의 도시 군천은 원래 해녀들이 자맥질해서 먹고 살던 동네인데 화학공장이 들어선 이후로 전복이고 뭐고 다 죽어서 영 시원치가 않다. 주인공들이 탄 맹룡호도 영 벌이가 시원치않아서 다들 난리인 와중에, 아는 삼촌이 다들 몰래몰래 한다는 밀수 일을 물어오면서 시작한다. 군천에 입항하기 전에 각종 화물선들이 잘 포장한 물건들을 앞바다에 던지면 해녀들이 내려가서 줄을 끊어 올라오는 것. 보통 일본에서 온 전자제품이라던지 통조림 같은 물건들이 들어온다. 

 

 

 

어차피 하던 일인데 품목도 비싼 걸로 바뀌었고, 세금도 안 내고 피도 먹으니 당연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해녀들은 아주 군천 시내를 싹쓸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고, 저렇게 예쁜 옷들도 사 입는다. 춘자와 진숙이가 수트 세트를 사서 아래위로 바꿔 입은 게 정말 천재적이다. 둘의 센스도 보여주면서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도 한번에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면 재미가 없지. 해경이 단속을 나왔는데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고 밀수품을 던지다가 사고가 나서 진숙이 동생과 아버지가 모터에 휘말려 죽는다. 이 영화 내내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 여기더라고. 춘자는 다행히 도망쳤는데 나머지 해녀들은 전부 잡혀서 징역을 산다. 그것도 진숙이는 주범이라 가장 형이 길었는지 형무소 장면도 길게 나오고. 약간 올드하지만 사계절이 지나는 연출이 좋았다.

 

 

하지만 배운게 도둑질이라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도 진숙이며 맹룡호 해녀들은 밀수를 한다. 다만 아버지도 동생도 죽었고 브로커 삼촌도 보이질 않으니 다른 놈들과 일을 해야하는데, 돈도 적게 주면서 대우도 거지같아졌다.

 

 

아니 근데 진숙언니 언니 감방갔다 오는 동안 저러던 놈이 이래 돼서 부하들 깔아놓고 거지같이 굴고있으면 저새끼가 쁘락치 아닙니까? 애초에 맹룡수산이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있던 거일텐데 왜 쟤 명의로 넘어갔대? 쟤는 감방엘 안간거야 아님 갔다 와서 저지랄인거야.

 

 

춘자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여전히 밀수를 하고있다. 서울 명동을 짜하게 쓸고다니다 밀수왕이라는 권상사에게에게 찍혀서 그렇지...  목소리가 굉장히 앵앵거리는 톤인데 엄마 말에 의하면 7080년대 티비에는 원래 저런 목소리들로 말했다고 합디다.

 

권상사와 처음 대면한 장면에서 면도칼로 정수리를 찍혔는데 생각보다 피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좀 당황스러웠다. 진숙이 아빠 죽은 장면도 그렇고 은근 잔인하네? 싶었지만 뒤에 더 잔인한 장면이 나오더라? 위기의 상황에 춘자는 권상사에게 군천 밀수 루트를 알려주면서 목숨을 구명하는데, 어쨌든 서울에서 한가닥 하다 군천에 일 물어 내려온거니 나름 금의환향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군천바닥에는 이미 춘자가 엄사장님을 밀고해서 감빵갔다온거라는 소문이 짜하니 분위기는 영 좋지않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좋아서 파토가 나려나 했는데 진숙이와 같이 일하던 해녀 한 명이 상어에게 물려버려서, 그 수술비도 대 주고 춘자 몫도 떼주는 조건으로 밀수를 시작한다.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어서 권상사가 들여오는 물건은 잘 건져오더라. 남편은 다리 없고 아내는 팔 없고 그 집만 불쌍하다.

 

 

다방레지에서 다방주인으로 전직을 한 대단한 옥분이. 춘자가 옥분이네 다방에서 신세를 지기도 하는데, 잘 보면 밀수품이 쌓여있는 게 보인다.  옆은 군천세관 계장인 이계장인데, 처음 나올 때부터 굉장히 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공무원으로 나온다. 진숙이 아버지와 동생이 죽을 때 단속 나온 것도 이사람. 밀수가 배경인데 강직한 공무원임을 강조한다? 이놈이 뒷돈받아먹는 놈이라는 소리죠. 

 

 

그리고 역시나. 장도리가 이계장에게 금괴 밀수를 일러바치고 단속을 나온거였다. 그 금괴는 이계장의 서울 아파트가 되고 장도리의 깡패짓 밑천이 되고. 아마 진숙이 아버지와 동생이 죽은 건 사고였겠지만 주범으로 감옥에 간 거나 뭐 그런건 고의적이었겠지. 여기서 춘자가 날 그렇게 모르냐 뭐 그런 대사를 하는데... 오 한국 영화에서 그렇게 많이 나온 분위기에 많이 나온 대사지만 이걸 여자 둘이서 하니 새롭다.  

 

 

장도리와 권상사는 둘이서 서로서로 견제를 하고 일에 불만도 쌓여가던 참에 옆에서 살살 찔러가면서 싸우게 유도를 하니 진짜 대놓고 서로를 죽이려든다. 권상사가 묵는 군천 시내 호텔에 장도리가 처들어가면서 한참 결투씬이 이어지는데, 칼 가지고 싸우면서 유혈난무한 장면이 너무 길어서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와 좀 뜨더라. 그 와중에 권상사와 춘자 러브라인도 약간 깔아줘야하고 바쁘네 바빠. 장도리가 몸에 합판 대고 온 장면은 좀 웃겼고 나머지도 필요한 건 알겠는데 좀만 짧았으면 더 좋았겠다.

 

 

춘자는 권상사 묵던 호텔에서 잡혀서 다음번에는 다이아몬드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잡혀오고, 옥분이는 세관 서류 빼돌린거 걸려서 잡혀오고. 진숙이는 왜 왔더라... 아마 장도리가 해녀들이랑 다 같이 끌고왔던 것 같은데. 이계장이 장도리 아지트에 처들어와서 서류 없어진 것도 확인하고 뭐 그런 얘기를 했었던가. 여기서 옥분이의 임기응변과 연기력이 기가막혔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대고 장도리를 속여넘길만하지만 관객들에게 이거 다 연기인 거 아시죠 하는 듯한 연기.

 

 

그래서 그 밀수 다이아몬드 건지겠다고 해녀들을 다 끌고 앞바다까지 나가는데, 아니 무슨 바다 들어가는 데 작업하는 칼도 못 가져가게 한다. 그러더니 슬슬 물건 뜨는 것 같으니 부하들한테 산소통 주고 해녀들을 죽이라고 하는데...

 

 

아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바다 속에서 해녀한테 깝칠 생각을 하지..? 아무리 산소통 있다고 해도 니네는 물에 안 익숙한데...? 결국 해녀언니들이 하나하나 처리해버리고 맹룡호 선박도 닻을 못움직이게 끼워버린다. 이계장이 엽총을 가지고 해녀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좀 아슬하긴 한데 옥분이가 논개작전으로 같이 죽자 씨발새끼야!! 하고 이계장과 물에 뛰어들고 장도리는 진숙이 동생처럼 끊어진 닻줄에 얼굴을 맞고 물에 빠진다. 여기에 아까 해녀를 물었던 상어가 다시 등장하면서 장도리는 상어밥이 된다.

 

다이아몬드는 잘 건져온데다 장도리와 이계장에게는 복수도 하고 진숙이가 아버지에게 맹룡호를 물려받아 선장이 되는 꽉 찬 해피엔딩이다. 거기에 칼 맞고 죽은 줄 알았던 권상사도 살아있고 춘자가 밥에 다이아몬드 올려주는 걸 보니 둘이 잘 되겠다는 복선까지 깔아주니 딱 한국인 취향의 엔딩일세. 

 

 

다방레지에서 몇년만에 마담이 된 옥분이. 와 너 능력 좋다. 저 무당같은 한복은 왜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ㅋㅋㅋ. 정보도 빼 와 서류도 빼와 능력이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같이죽자 씨발놈아가 너무 강력했다. <밀수>에서 김혯 다음으로 강렬한게 고민시더라고.

 

 

해녀 중에 제일 오른쪽에 계시는 저분... 김재화 배우님. 전참시에 세 자매가 다 배우다 뭐 그런걸로 나오셨던 것 같은데, 나한테는 그때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해녀같아보이지가 않아서 아쉬웠다.

 

 

아 그리고 조인성... 감독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멋있는 캐릭터를 주고 최대한 잘생기게 조인성을 찍었더라고... 그런데 너무 그런 디렉이 보여서 좀 거부감이 들었다. 조인성 잘생겼죠 잘생겼는데... 너무 코앞에 들이대시면서 자 이 남자를 봐!!! 조인성이야!!! 잘생겼지!!! 김혜수랑 엮을거야!!! 하면 어우 왜이러세요 그냥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하게 되는거지. 

 

2시간 조금 넘는 러닝타임이 살짝 긴가 싶은 감이 없는 건 아닌데 칼부림씬만 빼고는 그렇게 짧았으면 좋겠다 싶진 않고, 연기가 빠지는 배우도 없고 적당한 신파와 대놓고 넣은 클리셰인데 리딩 캐릭터 둘도 여자, 주요 역을 하는 조연도 여자, 갈등의 원인이 되는 남자 두 명 죽여버리기 덕분에 적당히 참신한 느낌도 주는 좋은 오락영화였다. 시대가 7080이다보니 부모님 모시고 효도영화 하기도 괜찮았고, 수중촬영 씬이 많아서 IMAX로 봤어도 괜찮았겠다. 일단 이번 여름에 개봉한 한국영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에선 밀수가 1등이다. 다음에도 여배우 주연작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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