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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의정부 CGV, <더 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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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의정부 3관, <더 문> 후기

 

 

나는 SF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우주영화도 별로라 볼 마음이 없었는데 엄마가 아주 기대하고 계시더라고요... 주말에 너와 같이 보러 갈 테니 예매를 해놓거라, 하시길래 강제관람을 하게됐다. 아빠랑 가시랬더니 아빠는 같이 영화관 가면 재미가 없다고. 평가가 영 별로길래 하 정가로 보긴 좀 아까운데 싶던 차에 CGV 스피드쿠폰을 잡아서 한자리는 스피드 쿠폰을 쓰고, 한 자리는 선물받은 영화관람권을 써서 보고왔다. 

 

 

의정부 CGV 3관. 대부분 개봉하고 얼마 안 된 영화는 3관에 걸었다가 예매율 봐서 더 큰 1관으로 가던지 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 밀수 볼 때도 F열에 앉았는데 화면 크기도 적당히 꽉 차고 E열은 목아플 것 같아서 똑같은 자리인 F5, F6으로 예매. 주말 2D는 15,000원이었는데 한 자리는 스피드 쿠폰을 써서 5,000원 결제하고, 남은 한자리는 카카오 선물하기 예매권을 써서 결제했다. 이러면 둘이 2만원인 셈인데 그냥 CGV IMAX 할인쿠폰 써서 아이맥스 볼 걸 그랬나 하고 잠깐 후회하긴 했다.

 

 

의정부 CGV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밀수를 밀더니 개봉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더 문 포스터가 곳곳에 있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꽤 많았는데 영화 10분 전부터 입장을 시작하길래 티켓 뽑고 조금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의정부 CGV 3관 F5열. F6열보다는 살짝 왼쪽이긴 한데 나는 주시력이 오른쪽이라 딱 괜찮았다. 목이 편하게 앉았을 때 시선이 스크린 중앙에 얼추 맞는 편이고, 스크린 옆 공백이 없는 건 아니지만 E열에 앉으면 너무 올려다보게 되어서 여기가 딱이다. 키가 작으면 F열, 키가 크면 G열에 앉으면 될 듯?

 

딱 영화 개봉한 주말, 프라임 시간대라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80% 이상 팔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왔다갔다하는 사람도 아주 많고, 핸드폰 하는 사람도 많고... 앞에는 나이드신 분 3분이 오셨는데 영화보는 중간중간 뭔 얘기를 그렇게 하시더라. 오른쪽에 애플워치 밝기 최대로 해놨으면서 자꾸 만지는 젊은 남자하고 왼쪽 블럭에 뭐 그리 핸드폰을 계속 만지는지 모르겠는 아줌마만 빼면 좋았다. 카톡하다가 중간에 나갈거면 그냥 맨 뒷자리 앉던가요. 그래도 깜짝 놀라거나 웃는 장면에서 다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잘 봤다. 주말 풀관에서 이정도면 양호하지 뭐.

 

 

메인포스터는 도경수랑 설경구가 크게 나온 포스터인 것 같은데 그건 별로고, 이 두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가져왔다. <신과 함께> 를 만든 김용화 감독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그놈의 K-신파를 못 잃은 영화. CJ감성이라고도 하는 한국 신파 영화를 싫어한다면 혹평이 나올수밖에 없는 아주 클리셰적인 스토리인데, 우주 장면은 CG도 잘 되어있고 긴박감도 괜찮아서 우주영화를 좋아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인터스텔라도 안 봤을 정도로 우주 영화를 안 좋아하고 신파도 싫은데 무난하게 잘 보고 나왔다. 우주영화를 좋아한다면 아이맥스로 보면 좋겠고, 4D로 봐도 꽤 박진감 있겠다. CGV에서 뿌리는 쿠폰 써서 본다면 종합적으로 3.5/5점 정도...? 물론 정가가 아니어서 이 점수지 15,000원 주고 봤으면 2.5~3.0점이다. 

 

 

2029년 지난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가 발사하다가 폭발한 이후 차기 유인 달 탐사선인 우리호가 출발한다. 모과남 김래원에 이이경, 도경수 이렇게 세 명이 우주인으로 선발되었는데, 김래원은 뱃속에 있는 딸아이 이름을 달에서 짓겠습니다 하고 이이경은 아들이 준 우주인 고릴라 인형을 자랑하는 것이 딱 사망플래그다. 처음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시작한 건 좋았는데 대원 소개 할 때부터 아 진짜 이 CJ감성 오글거려서 못보겠네 언제끝나...이거 예전에 그 시나리오 유출로 엎어진 <귀환>이랑 스토리 똑같은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발사대에서 폭발한 나래호와 달리 우리호는 순조롭게 달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이러면 한국영화가 아니지. 태양풍 영항으로 통신이 두절되고 외부활동 하지 말라는데 우주선 고친다고 나간 두 명이 달에 도착도 못했는데 죽는다. 오 이 스피디한 전개...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하나는 연료 샌 게 폭발해서 죽고 하나는 반사판에 부딪혀서 죽었는데 안에 남아있는 놈은 막내라 우주선 조작을 못한대(?) 조종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얘는 할줄 아는 게 거의 없다는거 아니야... 그런데 우주센터에서는 탐사선을 고치는 걸 우선하겠다는데 우주선에 있는 놈이 달착륙하겠다고 우기고 있으니... 너네 우주인 뽑는 걸 애초에 잘못 뽑았다. 

 

 

 

와 그래도 어찌저찌 이래저래 해서 착륙에 성공했다! 물론 그 와중에 장관이 처들어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질 않나 쫓겨난 전임 센터장을 끌고오질않나 이런저런 사태가 있긴 했는데 달착륙 했음 됐지 뭐. 달에 태극기도 꽂고 드론으로 달에서 걷는 비디오도 찍고 간지나는 차를 타고 시료 채취를 하러 나간다. 달 뒷면 크레이터에 가서 얼음을 캐 오는 게 목표라는데 영하 160도라는 거기에 꼭 그 차를 끌고 멀리까지 가야할까...? 너 혼자라 너 죽으면 끝인데 그냥 드론 보내면 안되고...? 

 

 

혹시나는 역시나라 시련이 닥칩니다. 갑자기 달에 유성우가 꽂히기 시작하고요. 얼음 채취에는 성공했는데 이 유성우를 피해 우주선으로 돌아가야한다. 일단 우주 씬과 달에서 씬은 다 괜찮다. 박진감도 있고 CG도 아주 신경써서 어색하지도 않고, 도경수가 좀 눈알요정같긴 한데 우주인들 연기도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서 드론의 도움까지 받아서 어찌저찌 우리호로 돌아온 황선우. 아 역시 한국영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죠~ 보장된 해피엔딩이라 쫄려도 참을만하다~ 하고 보고있는데 이륙에 성공해서 탐사선에 도킹까지 한 우리호가 유성우를 직통으로 맞아서 박살이 나고 다시 달 뒷면으로 추락해버린다. 와 진짜 깜짝놀랐잖아. 하긴 여기서 끝나면 영화가 너무 금방 끝나기는 하지. 

 

 

아마 이 장면은 아닌것같은데 사진이 없어서... 우리호가 이륙하는 동안 우주복에 줄 4개를 달아서 매달려있는데, 도킹 진행중이라는 표시가 뜨자마자 황선우가 헬멧을 벗는다. 아니 야 우리호 내부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헬멧 쓰고 있으라고 뭐가 급하다고 벌써 헬멧을 벗어... 얼굴 잘 보이라고 그러나? 하자마자 박살나는 우리호와 헬멧을 못 써어 개고생하는 황선우를 보고 그럴 줄 알았다 이놈아 싶다.

 

그래서 이 뒤로는 뭐 뻔하죠 달에 혼자있는 우주인 황선우를 구해옵시다! 하는 프로젝트. 전 본부장을 데려왔는데 그 본부장 전 와이프는 나사 2인자라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 어쩌고 저쩌고. 좀 신박한거라면 이전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자살한 황선우 아빠와 전 본부장이 같이 일했었는데 결함이 있다는 걸 알고도 보낸거였다 뭐 그정도...? 나머지는 흔한 한국식 신파다. 그런데 이제 우주를 곁들인.

 

 

마 도경수 니 연기 잘하네... 처음에는 어우 눈알요정;; 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낫더라. 워낙에 감정기복이 있는 캐릭터이기도 한 것 같고 극한상황이라 좀 더 감정적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엄마는 도경수를 스윙에 나온 걔 라고 하시는데 스윙보다 더 연기가 낫다고 하신다. 아마 앞으로는 더문 나온 걔로 불릴 듯. 더문 인터뷰인가에서 김희애를 제작발표회때 처음봤다 하는 걸 보고 그게 말이 되나? 라고 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니 아니 김희애 볼 일이 없었겠네 ㅋㅋㅋㅋ. 우주인 씬일때는 다 그린스크린 내지는 우주선 세트였을 거 아녀. 

 

 

설경구... 연기는 당연히 잘 하는데, 이 김재국 캐릭터가 쓰레기다. 처음에는 나래호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소백산에서 산악대장하는 권력싸움에 밀린 불행한 천재인 줄 알았고 탐사선도 후딱 고치겠다 지시도 잘 하고 나사에 있는 전부인에게까지 도움을 얻어낸 능력자! 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뭐임...? 황선우 아빠가 나래호 출발 전에 엔진 결함 보고했는데도 덮고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자백했는데 이러면 깜빵 가셔야죠 뭘 그걸 감동으로 포장하고있어... 결국 죽은 황선우 아빠만 독박쓴건데 황선우는 또 돌아와서 그걸 찾아가네.

 

 

김희애는 비중은 얼마 없는데 영어로 연기하는 게 워낙 임팩트 있고, 나사 부센터장이라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기는 하다. 그런데 제니퍼는 나사 부센터장까지 올라간 한국인 출신 미국인인데 그렇게 기밀을 빼돌리면 이제 나사에 있는 남은 한국인 내지는 한국계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요 진짜... 중간에 나오던 백악관 라인 백인놈 인종차별 쩌네 외국 출신이라고 꼽주냐 했는데 실제로 기밀유출을 해버리는 바람에 하 씨 저놈이 맞는말 한 거였네 되잖아. 연기는 잘 해! 잘 하는데 님은 미국인인데 자기 아는 사람 아들 살리는 거 돕자고 전남편에게 기밀유출하는 게 말이 됩니까. 엔딩에서 징계까지 받았으면서 얼레벌레 국적을 넘어서 우주인의 연대 웅앵웅하면서 센터장 되는 엔딩이 제일 개연성 없고 웃긴다.

 

 

작중에 이름 한두번 정도 나왔는데 기억도 안나는 소백산 산악대원. 김희애 다음으로 비중있는 여자 캐릭터인데 진짜 2023년에 여자 캐릭터라고는 이렇게밖에 못쓰겠냐. 얘가 하는 거라고는 커피 시다하기 웃기 박수치기 결과나왔다고 김재국 부르기 황선우랑 교신하면서 어그로끌기... 나는 너나나나 부모 없이 고생많았다 하길래 그 뒤에 뭔 서사라도 나올까 싶었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나마 유튜브에 자막 달아서 황선우 살아있음! 올린 거라도 일을 해서 다행이다. 아니 그런데 젊고 예쁜 여자 캐릭터라면 이런 역할을 줘야지! 하는 게 투명하게 비춰서 정말 별로다. 

 

일단 더 문은 여자 캐릭터들이 진짜 다 별로고, 여러모로 <밀수>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김희애는 그래도 중요인물에 여배우 하나는 있어야지 나사에서 기밀을 빼와야하는데 김재국이란 연이 있으면서 기밀을 유출해줄만 하려면 전부인은 되어야겠지? 하면서 넣은 느낌이고 아이캔디로 젊은 여배우도 하나 있어야지 우주인으로는 못 넣겠고 산악대원 삼아서 전 센터장 돕는 역할 시켜야겠다~ 그리고 이러면 너무 남초니까 우주센터에 여자 몇 명 넣으면 되겠지 한 느낌? 어차피 초반에서 죽을거 우주인에 여자를 넣는다던가 대통령이라도 여자로 할 생각조차 안 해 봤겠더라고.

 

그나마 우주센터에 배경으로 나오는 여자들이 좀 있는데 10명중 2명? 3명 정도 비중이다. 그래도 시스템 고! 하는 대사는 몇 명 줬더라? 제일 어이없던 건 이틀 안에 이거이거이거 고쳐와 나는 시스템 손볼테니까 할 때 여자 딱 한 명 있는데 블라우스에 치마정장 힐 신고 있다. 다른 남자들은 티에 편한 바지 입고있구만 딱 한명 있는 여자 연구원은 풀메이크업에 블라우스에 스카프 매고 딱 붙는 치마 입고 서있음ㅋㅋㅋㅋ. 야 진짜 한국 영화 잘 안 보는 이유가 있었다.

 

 

현임 센터장은 하는 게 뭐냐? 어쨌든 우리호 프로젝트 총책임자인데 전임 센터장 불러왔다고 그리고 과기부 장관... 문과에 외교부 보내달랬는데 과기부 꽂아서 마음에 안들면 그냥 아랫사람들 말을 들어 좀 나대지말고... 연기 너무 잘해서 짜증났다.

 

아 그리고 제일 어이없었던 장면. 황선우 구출 실패하고 본부장이 다시 소백산 돌아가서 땅 파고 있다가 119에 사기쳐서 소방헬기 불렀을 때 달 간다니까 더 문~ 했던 장면 진짜진짜 어이없다. 설마 그러겠어 했는데 진짜 저러네 와...

 

이 영화에서 남은 건 달 CG뿐이다. CG비는 정말 많이 들었겠다 싶고 우주 영화 좋아한다면 IMAX에서 눈뽕 채우기도 괜찮을 듯. 달 장면에서는 4DX도 괜찮을 것 같은데 효과있을만한 장면이 정말 짧아서... 그나마 달에서 했던 씬들은 볼 거라도 있고 긴장감이라도 있지 나머지는 전형적인 한국형 신파라 이걸로 대체 어떻게 손익분기를 넘기려고 했지? 영화값을 생각하면 이런 신파극을 잘 보지는 않을텐데. 결국 손익분기 못 넘기는 했다만 감독이 이걸로 대중 탓을 했다는 게 웃길 정도였다.

 

엄마는 재밌으셨다는 걸 보면 신파 좋아하거나 어른들 입맛에는 괜찮을 수도 있겠고... 개인적으로는 선물받은 CGV 관람권이 좀 아까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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