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겐로쿠 우동에서 지도리 우동과 고모꾸메시
서울대학교병원에 갔다가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사실 혜화는... 먹을 것이 참 없다.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친구가 겐로쿠 우동이 괜찮다고 한 것이 생각나서 우동을 먹으러 다녀왔다.
위치는 혜화 돌쇠아저씨 가게가 있는 골목 가장 안쪽, 돌쇠아저씨 맞은편에 있다. 식당 밀집지역과는 약간 떨어져있긴 한데,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 옆 골목의 마제소바집이 요즘 핫한지 웨이팅이 길더라.
가게 안은 이런 느낌. 오픈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테이블이 4인석 6개 정도뿐이라 자칫하면 웨이팅이 생기기도 하겠다.
메뉴판. 뜨거운 면은 우동과 소바 두 종류에, 고명에 따라 지도리(닭) / 니꾸(돼지고기) / 키츠네(유부)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차가운 면은 자루우동 / 자루소바 두 가지 뿐. 토핑 추가도 할 수 있고, 사이드로 고모꾸메시(영양밥)이나 이나리(유부초밥), 타코야끼가 있다. 평일 점심시간(11:30~14:30)에는 고모꾸메시나 이나리 1개를 무료제공하니 이왕이면 평일 점심시간에 가는게 좋겠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면 되고, 오류가 나면 직원을 부르면 된다.
사이즈가 일반 / 두곱빼기 / 세곱빼기가 있는데 가격은 전부 같으니 본인의 양에 맞게 고르면 된다. 친구가 강력하게 두곱빼기를 먹으라고 하길래 지도리 우동 두곱빼기에 고모꾸메시를 골랐다. 지도리 우동은 9,000원. 고모꾸메시는 런치 무료 제공이어서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우동이 9천원이면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은데, 이 동네는 워낙 먹을 게 없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 그려려니 싶다.
키오스크 옆에서 음식과 반찬을 셀프로 가져오면 된다. 음식은 번호로 불러주고, 반찬은 단무지와 피클이 있으니 먹을만큼 덜어오면 된다.
내가 주문한 지도리우동 곱빼기가 나왔다. 기본으로 같이 나오는 샐러드가 약간 있고, 런치에 제공되는 고모꾸메시와 단무지, 피클이다.
사진으로는 그렇게 그릇이 커 보이지 않는데, 체감상 24cm 냄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옆 테이블 세곱빼기 그릇을 보니 그건 무슨 세숫대야만하더라. 먹다가 중간에 리필을 해도 되지만, 그러면 국물 양이 적을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두곱빼기나 세곱빼기로 주문하는 게 나을 것 같기는 한데, 워낙 양이 많아서 그냥 일반 사이즈 시켜도 괜찮았을 것 같다.
지도리 우동 고명은 구운 대파와 닭고기다. 닭기름이 살짝 떠 있고, 국물 맛은 가쓰오부시 향기가 살짝 나면서 진득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토핑이 많지는 않아서 넉넉하게 먹으려면 토핑추가를 하는 게 낫겠는데, 우동에 토핑추가 해서 만원 넘길거라면 다른 걸 먹을 것 같다.
탱탱한 우동면과 쫄깃한 닭고기, 구운 파의 향긋한 냄새와 식감이 잘 어울리는 무난한 우동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틀고 먹는 것도 괜찮았지만 역시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에 먹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런치세트로 나온 사이드 메뉴, 고모꾸메시. 달고기 약간과 당근, 우엉, 양파가 든 영양밥이다. 표고버섯 향과 가쓰오부시 향이 은은하게 나고, 슴슴하게 간이 되어있는 일본식 영양밥. 표고향과 가쓰오부시 향 때문에 약간 호불호가 갈릴수는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밥이 약간 나오니 우동이 덜 물리고 좋았다.
친구가 아주 강력하게 추천해서 다녀온 우동집인데, 그냥 무난하게 한끼 먹기 괜찮은 것 같다. 추운 겨울에 대학로에서 우동이 먹고싶다면 다녀오기 괜찮은 곳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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