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목포 여행 2일차 - 03. 도로원표와 목포 근대역사관 1관, 방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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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을 하고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뭐 본격적인 일정이라고 해 봐야 목포 근대역사관을 보고, 밥먹고 카페가고 뭐 그런 노는 일정들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뉴에버그린은 갓바위권이라, 목포 구시가지까지는 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로 10분 조금 넘게 걸리고, 요금은 6,700원 나왔다. 버스로 오는 것보다 시간은 훨씬 덜 걸리고 둘이서 나눠 내면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때는 그냥 택시를 타는게 확실히 편하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에 가장 먼저 들릴건데, 택시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도로원표가 있었다. 요즘은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라고 하는 듯.1번국도는 목포에서 시작해서 서울을 지나 신의주까지 가고, 2번국도는 목포에서 부산까지인데, 이 두 국도는 일제시대 때 전쟁물자를 실어 나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앞이 한창 공사중이어서 사진만 한 장 찍고 지나갔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이라는 간판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평화의 소녀상이 보이고, 그 뒤 언덕에 있는 건물이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이다.
현재는 공사중이어서 인쇄된 천막으로 외부가 가려져있다. 원래 이 건물은 1897년 목포 개항 이후 일본의 영사업무를 위해 지어진 구 일본영사관 건물이다. 근대 건축물 중 목포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도 가장 큰, 최초의 근대식 건물이고 건립 당시의 내 외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1900년 12월 일본 영사관으로 지어져 광복 이후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문화원으로 사용하다가 현재는 목포 근대역사관 1관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안으로 들어와서 티켓을 구매한다.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초등학생 500원, 그 이하는 무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에는 휴관한다. 한번 티켓을 구매하면 1관 2관을 다 볼 수 있으니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이다. 따로 티켓을 2장 끊어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1장에 2명이라고 적혀있다. 나중에 2관에 입장할 때 티켓을 확인하니 잘 챙겨두어야 한다. 물론 2관에서 티켓을 끊고 나중에 1관에 와도 된다.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오면 양 옆으로 전시실이 있고, 정면에 화장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그리고 숨겨져서 잘 안보이는데, 화장실 옆으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이 있다! 별도로 요금을 받지 않는 물품보관대인데, 9칸이라 주말에는 경쟁이 치열하겠다. 꽤 큼직해서 배낭 한개와 사이드백 한 개를 넣고 열쇠로 잠구어두고 구경을 하면 된다.
1층은 목포의 역사와 주요 건축물 등 목포라는 도시에 대한 설명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일제강점기 목포가 얼마나 수탈을 당했고, 어떻게 일제에게 대항했는지, 그리고 그 시기 도입된 건축물들과 새로운 문물들이 전시되어있다. 우리는 A관부터 ABCD 순서대로 관람했는데,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으면 촬영도 가능하다.
가장 먼저 A관은 목포의 역사에 관련된 전시가 시작된다. 목포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목포진이 근대 도시 목포로 변하고,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목포라는 도시가 어떻게 확대되어있는지 알려준다.
대영국정부기지비와 목포각국조계비다. 1897년 고종의 칙령으로 목포가 개항되었는데, 그 이후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의 대표들은 서울에서 목포 각국 공동 조계 장정을 인하고 각국의 거류지를 지정했다. 이렇게 지정된 조계 내에 한국인은 거주할 수 없었고, 조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치외법권의 특권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건물 중간중간에 벽난로가 있는데, 광복 이전에 있던 벽난로 9개를 다 복원해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차피 이걸로 난방 할 것도 아닌데 굳이 다 복원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B 구역에는 목포 오거리와 주요 건축물의 미니어쳐가 전시되어있다. 목포는 개항 이후 활발하게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근대 건축물이 세워졌는데, 목포의 중심지인 목포 오거리를 중심으로 동본원사, 호남은행, 조선은행, 일본영사관, 일본인 가옥 등 많은 건물들이 세워졌다. 전날 밤 <유전>이라는 영화를 보고 잤는데 영화 주인공이 미니어쳐 작가였어서 감상이 새로웠다.
원래는 만세운동 함께해요 라는 코너가 있어서 교복 모자, 한복 등 소품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호텔 델루나라는 벽지로 발려있는데, 이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포토존이라기엔 의자만 두 개 있고 딱히 사진을 찍을만하지는 않더라.
2층으로 올라왔다. 꽤 거대한 샹들리에가 있는데, 층고가 서양식으로 높아서 달려있나보다.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꽤 크게 나는 편이라 조금 불안하더라.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목포는 본격적으로 수탈을 당하기 시작했다. 고하도뿐만 아니라 전남 각지에 목화밭이 들어섰고, 나주평야에서 생산된 쌀은 점점 더 많이 일본으로 보내졌다.
벽에 붙어있는 독립가.1983년 정명여학교 선교사 사택 천장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목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형무소, 목포 경찰서등이 있어서 많은 억압을 받았지만 3.1 운동, 4.8만세운동, 부두노동자운동 등 대일항쟁도 치열했다.
목포는 개항 이후 기독교와 천주교, 일본불교인 동본원사 등 외래 종교가 전파되었고, 일본인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심상소학교, 목포여자중학교, 조선인을 위한 문태중학교 등 학교와 목포극장 등 문화시설도 다양하게 설치되었다.다양한 공연활동, 자선음악회, 가극공연, 연극대회, 대중가요 등 문화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이걸 일반 조선인들이 이용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든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 전시가 생각보다 꽤 알찼는데, 20~30분 정도면 충분히 다 구경할 수 있다. 지금은 외벽이 공사중이라 내부만 구경할 수 있는게 조금 아쉽다. 원래 건물이 일본영사관으로 만들어졌고, 일제강점기에도 주요 관공서로 이용되어서 아주 구석구석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 남아있다. 창틀마다 일본 황실의 문양과 욱일승천기 문양이 붙었고, 뭐 창문이 어떻고 하다는데, 이걸 굳이 원형 그대로 보존해서 남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조선총독부처럼 다 없애버리고, 별도의 박물관같은 걸 지어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뭐 최초의 근대식 건물이고 어쩌고 하지만 그 근대건물 우리가 설계해서 지은 것도 아니고 일제가 재료도 수입해서 자기들 써먹으려고 지어둔 건데 관광지 이외에 크게 의미가 있나. 이 건물이 없다고 일제가 목포를 수탈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최소한 아웃테리어에서 제국주의 상징과 황실문양 같은 것들은 싹 제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을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아주 큰 벚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여기가 지대가 높아서인지 해를 제대로 받아서 벚꽃이 화려하게 폈다. 이 아래에 돗자리 깔고 꽃구경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건물 왼쪽으로 돌아들어오면 방공호가 나온다. 태평양전쟁 때 공중에서 가해지는 폭격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시설인데, 대규모 강제동원으로 만들어진 인공 동굴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대형 방공호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목포에서는 유달산과 고하도에 있다고 한다. 취사시설과 공기정화시설까지 마련되어있을 정도라고 하더라. 이 유달산 방공호는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194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총 연장 85미터, 출입문 3개로 구성되어있다. 당시 유달산에 주둔하던 일본군 150사단의 사령부가 유사시에 사용하려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왼쪽으로 방공호 피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피난체험...이라는 게 바람직한 체험인지 모르겠다. 더 좋은 이름이 있지 않을까? 오른쪽으로는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방공호를 만드는 모습을 재현해두었다. 방공호 자체는 크지 않은편이라 한번 훅 둘러보고 나오기 좋다. 크게 볼 것은 없지만 일제가 조선인을 다양한 방법으로 착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방공호 옆으로 대리석으로 된 큰 건물이 있는데, 일제강점기때 목포부청 문서고로 활용하던 건물이라고 한다. 딱히 들어갈 수 있지는 않아서 겉으로만 보고 말았다.
근대역사관 정문 계단쪽에 이렇게 목포 시내 지도가 있는데, 여기에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안내도가 있다. 일본식 가옥이나 일본기독교회, 상가주택, 창고, 등 다양한 건물 위치가 자세하게 번호을 매겨서 적혀있어서 이걸 보고 시내 구경을 하면 되겠다. 우리는 일단 점심을 먹고,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었던 근대역사관 2관에 갔다가 번화로 일본식 가옥부터 해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일단 점심때니까 게살 비빔밥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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