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 후기(아주 김)
10월 2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전을 하고있는데, 외규장각 반환 10주년 기념전을 11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이왕 가는 거 한번에 두 개 다 보고 오자! 해서 친구와 11월 1일에 박물관을 다녀왔다. 합스부르크 전시는 가격이 워낙 비싸서 미리 얼리버드 예매를 해 두고, 의궤전은 별도로 인터넷 예매가 없는 것 같아서 박물관에서 현장예매를 하기로 했다.
친구와 오픈시간인 10시에 가자! 하고 10시 15분쯤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매표소 줄이 엄청나게 길다. 지난 이건희전때는 사전예매 줄 따로, 통합권 줄 따로, 현장매표 줄 따로여서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싶었는데 이번에는 줄이 사전예매 / 현장예매 이렇게 두 줄이고, 사전예매는 창구 2개, 현장예매는 창구 1개라 줄이 긴 거였다.
외규장각 의궤전 티켓 가격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티켓 가격은
두 가지 티켓을 동시에 구매하면 통합권 할인이 들어가서 성인 20,000원 / 청소년 16,500원 / 어린이 11,500원이다.
20인 이상일 경우 단체할인이 약간 들어가고, 문화누리카드나 예술인패스, 멜론 VIP / 기타 공연 관람자 할인도 있다. 사전예매를 한 사람은 사전예매한 내역을 보여주면서 의궤전 티켓을 추가로 결제하면 되고, 할인이나 기타 이유로 현장예매를 하는 사람은 통합권을 구매하거나 합스부르크전 / 의궤전으로 따로 구매할 수 있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합스부르크 전 티켓을 끊을 때 입장시간을 고르지 않던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더 몰리는 느낌이었다. 현장예매도 입장시간대를 정하지 않고 하루 판매량만 정해 두고 판매했다고 하더라. 점심께에는 이미 합스부르크 전 현장판매가 매진되었을 정도니 현장예매를 할 거라면 일찍 와서 줄을 서는 것이 좋겠다.
얼리버드를 포함한 할인을 받는다면 통합권 할인은 받을 수 없어서 의궤전 5,000원을 결제하고 티켓을 받았다. 같이 간 친구는 예술인 할인을 받았는데, 이것도 통합권은 할인을 안 해줘서 합스부르크전 티켓과 의궤전 티켓을 따로 끊으면서 각각 50% 할인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티켓을 따로따로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합권으로 디자인을 하고, 합스부르크전과 의궤전 중 해당 전시를 인쇄해서 나오는 것이었다. 티켓 디자인이 똑같아서 헷갈릴 수 있으니 낼 때 잘 살펴보고 내야한다.
합스부르크 전시는 바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단은 의궤전을 먼저 보러 왔다. 상설전시관 1층 안쪽에 있는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를 하는데, 이렇게 복도에서도 잘 보이게 포스터를 붙여 두었다.
의궤전은 월 / 화 / 수 / 목 / 금 / 일요일은 10시부터 18시까지, 수 / 토요일은 10시부터 21시까지 관람 가능한데, 상설관 정기휴실일인 11월 7일과 신정, 설날 당일에는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2022년 11월 1일에 시작해서 23년 3월 19일까지인데, 외규장각 의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연구에 헌신하다 2011년 11월 23일 타계하신 고 박병선 박사님을 기리면서 추모기간인 2022년 11월 21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은 무료로 전시장을 개방한다고 하니 티켓값이 부담스럽다면 이 시기에 가면 좋겠다. 물론 의궤전은 티켓이 비싸지 않은 편이니 사람이 없을 때 가는 게 더 보기 편하기는 하다.
이번 전시는 입구에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시작한다. 외규장각 건물이 지어지는 동영상인데, 이렇게 글씨 써 있는 부분을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다 들어갔다.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내고 전시 감상을 시작한다. 티켓부스 왼쪽으로 강화도와 외규장각에 관한 동영상과 고 박병선 박사님에 관한 짧은 동영상이 있는데, 길지 않아서 먼저 보고 전시를 감상하면 도움이 된다. 강화도에 있던 외규장각 의궤를 병인양요때 프랑스가 약탈했고, 고 박병선 박사님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할 당시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해서 수많은 노력 끝에 2011년 대여 형식으로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영구 대여는 아니고 5년마다 대여를 갱신해야한다는데, 직지처럼 프랑스인이 구매한 문화재를 기증받은 것도 아니고 전쟁 중 약탈해간 문화재, 그것도 정부문서를 반환하라는데 대여가 말이 되나 싶다. 외교부는 이런 것도 일 좀 해라 싶기도 한데 지금 하는 꼴 봐서는....
전시 초반은 의궤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다른 문헌들과 비교해서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조선왕조의궤는 국가행사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책으로, 여러권을 제작해서 1부는 왕에게 올리고(어람용), 나머지(분상용)는 관련 업무를 관청이나 국가기록물을 보관하는 사고에 보관했다. 왕이 열람을 마친 어람용 의궤는 후대의 왕들이 꺼내보면서 예법에 맞는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규장각이나 외규장각에 보관했는데,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던 의궤, '외규장각 의궤'가 이번 전시의 중심이다.
외규장각에는 의궤 외에도 다른 여러 물품들이 보관되어있었는데, 외규장각의 관리대장인 <외규장각형지안>을 보면 외규장각의 내부 구조와 물품의 보관상태가 나와있다고 한다. 물론 외규장각 의궤 297책을 포함한 의궤가 430여권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 외에도 왕실의 위상을 상징하는 옥책, 금보 , 교명 등 의물과 선왕의 글씨, 국가 사업으로 간행한 서책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 옆으로는 당시 외규장각에 보관되고 있었던 어보, 명나라 숭정황제의 글씨 탑본 등이 전시되어있다. 탁본이 아니라 탑본인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둘 다 같은 말이더라.
의궤는 한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3권, 많게는 9권까지도 만드는데, 이 중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는 당연히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 표지는 문양을 넣은 초록색 비단을, 표제와 책지도 고급 종이와 비단을 사용했으며 표지와 책지를 묶을 때 쓰는 금속인 변철에도 다양한 문양을 새겨 만들었다. 분상용 의궤는 관원들이 자주 보아야하니 일반적인 책보다는 격이 높게 만들었지만 튼튼한 삼베를 사용하고 화려한 장식은 생략해서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다.
바로 옆에는 어람용 의궤를 복원 제작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두었다. 내지용 한지와 표지용 비단을 제작하고, 내지에 의궤 그림을 윤곽선을 인쇄한 후 안료로 채색해 복원한다. 갑자기 의궤 그림의 윤곽선을 따는 데 디지털 도구가 등장해서 놀랐는데, 하긴 손으로 그리는 것보다 디지털로 복사하는 게 똑같을 테니 이해가 간다.
그 다음 코너에서는 본격적으로 의궤가 전시되어있다. 대부분은 눕혀져있어서 어떤 내용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중간중간 펼쳐쳐있는 의궤를 볼 수 있다.
영조의 맏손자 의소세손(1750-1752)를 왕세손으로 책봉한 과정을 기록한 의소세손책례도감의궤, 장례과정을 기록한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 의소세손묘소도감의궤가 전시되어있다. 의소세손은 사도세자의 첫 아들로 영조의 큰 사랑을 받아 태어나자마자 원손으로 불리다 다음 해 왕세손으로 책봉되었는데, 얼마 살지 못하고 3세로 죽었다. 조선왕조에서 왕세손의 장례는 이때가 처음이었기때문에 모든 의식절차가 새로 마련되었는데, 장례 복식과 물품등의 격식을 왕세자보다 낮게, 세자빈보다는 높게 설정하고 자세히 기록했다. 특히 외소세손예장도감의궤는 분상용이 남아있지 않은 유일본이자 조선시대 세손의 장례 기록으로, 발인행렬을 그린 반차도가 다른 반차도에 비해 자세하게 그려져있다고 한다.
의궤하면 왕실 행사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왕릉을 이전하거나 큰 건축공사가 있을 때도 기록을 남겼다. 궁궐이나 종묘, 왕실 사당을 새로 짓거나 수리한 일을 기록한 의궤를 영건의궤라고 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영건의궤는 특별한 건물이거나 규모가 아주 컸던 것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의 서궐영건도감의궤는 순조 29년(1829년)에 발생한 경희궁(서궐) 대화재 이후 1830년부터 1831년까지 서궐을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주요 전각의 그림 도형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져있고, 창호의 수량과 모양까지 적혀있을 정도로 세세하다고 한다.
저자 미상의 서궐 도안. 12장의 종이를 이어붙여 지금의 경희궁 전경을 그린 초본이다. 서궐영건도감의궤에 적힌 묘사와 그림과 비교해볼 때 건물배치와 모양이 약간 다른 것으로 볼 때 이 서궐도안은 경희궁 화재가 일어나기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아있는 경희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심하게 훼손되어서 경희궁에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는 이 서궐도감이 유일하다고 한다.
의궤는 단순히 글로만 적힌 것이 아니라 마치 사진처럼 세세하게 그림을 그려두었다. 특정한 행사 장면이나 건물 구조, 행사때 사용한 물건의 형태 등을 그린 것을 도설이라고 하는데, 특히 왕실 장례와 관련된 의궤에는 도설이 많이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사진은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의 장례에 관해 기록한 현목수빈장례도감의궤인데, 바로 옆에 전시된 산자우리, 종자우리, 향로, 향합, 촛대 등이 아주 세세하게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 이렇게 스크린 체험코너가 있는데, 중간중간 의자도 놓여있어서 스크린을 편하게 볼 수 있다. 총 예 / 의례 / 의궤 이렇게 세 가지 섹션이 있는데 예와 의례에는 스크린이 두개씩 있고, 의궤 섹션에는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가장 첫 코너에는 의궤에 그려진 사신도를 설명하는 스크린이 있다. 왕과 왕비가 죽으면 왕릉에 묻기 전 찬궁이라는 집 모양 틀에 관을 보관하는데, 그 찬궁 사방 벽에 사신도를 그려서 혼령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현재 의궤 중에서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 것은 총 18권인데, 시대에 따라 조금씩 모습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에 보면 1631년부터 1849년까지, 총 18개의 사신도를 전부 볼 수 있는데, 연도를 누르면 해당 연도에 그려진 사신도를 볼 수 있다. 화면 윗쪽에 연도와 의궤 제목이 나오는데, 연도는 바뀌어도 의궤 이름은 계속 선조목릉천장산릉도감의궤여서 한 의궤에 이게 다 그려진건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실수로 의궤 이름을 안 바꾼 건지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효종국장도감의궤에 실린 발인반차도를 볼 수 있는데, 효종의 관을 실은 상여가 영릉까지 이동하는 행렬을 그린 그림이다. 원래 그림은 꽤 긴 편이라 옆에 있는 이미지카드를 올리면 발인반차도에 그려진 내용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오른쪽에 놓인 이미지 카드를 패널에 올리면 해당 그림이 이동하면서 설명이 나온다. 왕이 타는 가마인 소련이나 관리, 궁인, 군인 등에 대한 설명을 볼 수있다. 이렇게 최첨단(?) 참여식 미디어아트가 있어서 좀 놀랐다.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할 듯.
마지막은 정조의 왕릉에 묻었던 명기와 효종의 상시호 옥책이 있다. 망자가 저승에서 사용하도록 그릇이나 장신구, 기물이나 노비, 가축 등을 작게 만들어 넣는 부장품을 명기라고 하고, 옥책은 왕이 죽은 후 신하들이 시호와 묘호를 정하면 그 내용을 옥에 새겨 책처럼 만든 것이다. 효종의 시호는 선문장무 신성현인, 묘호는 효종인데, 효종국장도감의궤 발인반차도에 나오는 시책요어어 실린 시책이 바로 이것이다.
전시실 양 옆으로 이렇게 길게 미디어아트가 나온다. 아마 의궤에 그려진 그림과 기물, 관인들의 이름으로 만든 것인 듯. 요새 특별전 미디어아트는 아예 따로 섹션을 마련해서 대형으로 걸어놓은 것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 좋았다.
숙종 22년 왕세자였던 경종과 단의왕후가 되는 세자빈 심씨의 혼례 과정을 담은 의궤다. 세자빈으로 간택된 심씨는 바로 별궁으로 옮겨갔고, 한달쯤 후 왕세자가 신부를 맞이하는 친영의례를 거행했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적 사회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유교적 혼인의례인 친영례를 도입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신랑이 신부의 집에서 혼례를 올리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랑이 신부를 직접 맞이하는 친영례는 쉽게 보급되지 못했다. 그래서 조선 왕실은 앞장서서 왕실 혼례에 친영례를 도입했고, 시간이 지나18세기 이후에는 신부 집에서 혼례를 올리고 신부와 돌아오는 의례가 민간에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왕조의 위상과 정통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의식 중 하나인 책례. 왕실을 이어가고 나라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중요한 의례로, 공식적인 왕위 후계자가 생겼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의식이다. 왕세자는 궁궐 한 가운데인 정전에서 대례복을 입고 왕위 후계자임을 상징하는 죽책, 교명, 옥인 등을 왕에게 받음으로서 여러 왕자 중 한 사람에서 정통성있는 한 명의 후계자로 지위가 격상된다. 사진은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한 과정을 담은 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와 책봉 때 받은 옥인과 죽책, 책례 과정을 그린 그림이다. 문효세자는 정조와 후궁 의빈 성씨 사이에서 태어나 만 22개월만에 왕세자로 책봉되었는데, 2년뒤인 5세 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니 그러면 저 과정을 2살짜리가 어떻게 진행했지...?
그 외에도 세조의 어진을 모사할 때 펴낸 세조영정모사도감의궤, 숙종 때 단종을 복위시키면서 복위절차와 종묘 봉안 과정을 기록한 단종정순왕후복위부묘도감의궤, 숙종떄 일어난 환국과정에서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보사공신의 호칭과 각종 은전을 내리는 과정을 기록한 보사녹훈도감의궤 등 다양한 의궤가 전시되어있었다. 이런 것까지 다 의궤로 만들었군 싶다가도, 역시 매뉴얼은 자세하게 있을수록 좋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별전시관 마지막 섹션은 혜경궁을 위한 진표리 및 진찬 개최와 관련된 유물들이다. 1809년(기사년) 음력 1월 22일,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이 궁으로 들어온 지 60년을 맞이한 것을 기념해 왕실 잔치를 열었다. 혜경궁의 자애로움에 보답하고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새 옷감을 진상하는 진표리 의례와 왕실 친인척을 모은 축하잔치, 진찬을 열었는데 이 과정을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제작하여 기록해두었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전시된 모란도 병풍은 당시 사용된 것은 아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사한 것을 전시했다. <진표리도>에 그려진 것처럼 각 폭마다 따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전체 화면을 하나로 연결해서 그린 드문 방식을 사용했다. 모란이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모란 병풍은 왕실 경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고 한다. 모란도 병풍 양 옆으로 준화가 있는데, 궁중에서 공간을 화려하고 장엄하게 꾸미기 위해 사용한 조화 장식이다. 주로 왕의 어좌 양 옆에 배치해서 국왕의 위엄과 권위를 돋보이게 하는데 사용한다. 비단과 종이로 만든 복사꽃 나무에 봉황, 공작 등 새와 나비, 잠자리 등을 배치한 이 준화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 속 도설을 바탕을 재현한 것이다.
왕실 연회에 사용되는 악기들이 반대편에 전시되어있다. 진표리 행사때는 피리, 대금, 퉁소 등 죽관악기가 중심인 헌가가, 진찬행사때에는 헌가와 가야금, 거문고, 아쟁 같은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등가를 같이 연주했다고 한다. 특히 헌가에는 건고, 삭고, 응고 같은 대형 북이 포함되어있었다고. 편경과 편종은 국사시간에 많이 보던 것이지만 응고와 견고, 축, 어는 보기 드문 것들이었다. 이번 전시 악기 중 축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국립국악원이 소장하고 있는 20세기 제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가까이서 유리 없이 구경할 수 있다.
악기 앞에는 이렇게 기사진표리진찬의궤의 복제품이 진열되어있다. 진표리와 진찬이 끝나고 순조 때 편찬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총 3부를 만들었는데 현재는 영국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어람용 1권만 남아있다고 한다. 원래는 외규장각에 있었지만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했다가 영국국립도서관이 파리에서 구매해서 영국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하여간 프랑스 놈들이 문제다. 이것은 영국국립도서관의 협조를 받아 국립중앙박물관이 원형에 가깝게 복제한 것이라고. 지금까지 전시에서 본 것처럼 행사와 관련된 내용, 담당자 명단, 사용한 물품 목록과 도설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전시 첫날이라 아주 쌩쌩한 상태였는데 손을 많이 타면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연구용 사본 더 있겠지...?
악기까지 다 보고 나면 옆으로 검은 커튼이 쳐진 곳이 있는데, 기사진표리진찬의궤의 내용과 도설을 활용해서 3D영상을 만들어두었다. 빈백이 6개정도 배치되어있어서 앉아서 구경하기 좋다.
보통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를 하면 들어온 입구로 다시 나가게 되는데, 이번 의궤전은 특이하게 상설전시관 조선관으로 이어진다. 나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대례의궤와 대한제국 황제의 인장이 전시되어있는데, 의궤전 내용과 이어져서 이렇게 배치를 한 것 같다.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했는데,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국제가 바뀌었지만 의궤 제작은 계속되었다. 이제 어람용 의궤는 황제의 상징인 황색비단으로, 황태자에게 올리는 의궤는 붉은 비단으로 표지를 삼았을 뿐 대례의궤에 즉위식 과정과 사용된 물건, 과정 등을 세세하게 기록한 것은 똑같았다.
전시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기사진표리진찬의궤의 도설을 기반으로 복원한 조선시대 여령의 복식이다. 의궤가 돌아오고나서 10년간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의궤를 통해서 당시에 있었던 의례 방식뿐만 아니라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도 복원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 대단하다. 앞으로도 조선왕조의궤를 사용해서 다양하게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데 또 어떤 것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출구가 상설전시관 조선관으로 이어져있어서 다른 전시관까지 전부 구경한 후 집에 가기 전에 상품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랬더니 조명이 많이 꺼져서 사진이 조금 어둡다. 도록이 얼마나 하려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전시도록이 아직 제작중이라서 11월 21일 월요일 이후로 판매한다고 한다. 의궤 전시 도록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전시를 좀 늦게 보러 가는 것이 좋겠다. 내신 다른 상품들은 많이 준비되어있는 편이라 간단한 기념품을 사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실생활 소품.스카프와 키링, 머그, 유리잔, 찻잔세트, 안경닦이와 달력 등. 가격은 그렇게 비싼 정도는 아니다.
내년도 달력과 스티커, 엽서, 편지봉투, 부채, 연필, 노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문구류도 다양하다.
동백 찻잔과 인센스 홀더, 각종 오브제들. 귀여운 것들이 많았는데 역시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라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이었다.
사실 정조화성 원행반차도와 훈민정음 언해본이 기록된 미니병풍이 탐났는데, 그건 160만원이라;;; 꿩대신 닭으로 이 능행도 미니병풍도 괜찮은 것 같다. 얇은 도록이 있으면 샀을텐데 아직 도록이 안 나온 것이 조금 아쉬웠다.
사실 의궤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이왕 가는 김에 전시 한다니까 가서 보자! 하고 다녀온 전시였는데 구성이 정말 괜찮았다. 근래에 본 특별전 중 제일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전시인 듯. 과하지 않은 미디어아트와 적당한 체험공간, 꼼꼼한 설명까지. 의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어도 잘 보고 나올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기간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간다면 꼭 보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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