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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한국영상자료원 8월 디렉터스 초이스 <특급 비밀> GV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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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8월 디렉터스 초이스, 디렉터스 초이스 : ZAZ, 패러디의 은밀한 매력 <특급 비밀 > 현장예매+GV 후기(2)

 

 

영자원 현장예매와 시네마테크 1관 좌석 포스팅은 여기 -> 한국영상자료원 현장예매, 8월 디렉터스 초이스 <특급 비밀> 후기(1)

 

한국영상자료원 현장예매, 8월 디렉터스 초이스 <특급 비밀> 후기(1)

한국영상자료원 8월 디렉터스 초이스, 특급 비밀 현장예매+GV 후기(1) 8월 28일 일요일, 상암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 다녀왔다. 사실 상암은 좀 멀어서 갈 일이 없는 동네인데, 26일 금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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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6일 금요일 오후에 영자원에서 특급비밀 상영을 했는데, 타임라인에 후기가 엄청나게 뜨더라. 뭐 대충 너무 웃기고 큰화면으로 보니까 더 좋고 콘서트 온 것 같고 등등. 딱 날씨도 좋을 때라 영자원에서 영화 보고 따릉이 타고 한강 가서 놀면 되겠다! 싶어서 일요일 GV에 현장예매를 해서 다녀왔다.

 

특급 비밀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일단 내가 영화에 대해 알고 간 거라곤 1) 80년대 코미디 영화다 2) 탑건에 나온 아이스맨 배우 발 킬머(잘생김)가 남자주인공이다 3) 스토리가 이해가 안 가지만 엄청 웃기다 이렇게 세 가지였다. , VOD OTT에 올라오지 않아서 볼 곳이 없다는 것도. 예스24에서 DVD를 싸게 판다고 하더라. 궁금하긴 했지만 DVD까지 사서 볼 생각은 없었으니 딱 좋지 하고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웃겨서 상영 내내 다 같이 웃으면서 잘 봤다. 

 

 

냉전 시기 동독은 나토 소속 잠수함을 핵무기로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를 감추기 위해 주최된 문화 축제에 미국 락스타, 닉 리버스가 초청된다. 닉은 우연히 레지스탕스 일원인 힐러리를 구해주고 대신 감옥에 갇히게 되고, 탈옥을 시도하다가 힐러리의 아버지이지 핵무기 개발자인 플레망 박사를 만나게 된다. 총살의 위기에 처한 닉은 다행히 사형 집행이 미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는데, 공연이 끝나고 힐러리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다. 닉과 힐러리는 레지스탕스 일행에 합류하는데, 여기서 어린 힐러리와 같이 무인도에 조난당했던 나이젤을 만난다. 닉과 힐러리는 레지스탕스와 힘을 합쳐 플레망 박사를 구출하는데 성공하지만, 나이젤의 배신으로 힐러리가 납치되고 만다. 나이젤을 쫓아간 닉은 무사히 힐러리를 구출하고, 닉과 힐러리, 플레망 박사는 미국으로 떠난다.

 

뭐 대충 요약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보면 멀쩡한 영화같은데, 실제로 보면...

 

 (*구글줍)

 

잘생김

 

 

웃김

 

 

잘생김

 

 

춤을 잘 춤

 

 

웃김

 

 

잘생김

 

 

웃김

 

 

웃김

 

 

계속 웃김

 

 

잘생김

 

 

춤을 잘 춤

 

 

다시 웃김

 

뭐 이런 내용이다. 특히 쉬지 않고 쏟아지는 개그씬이 미칠 것 같다. 레지스탕스 일원들을 소개할때 이름들이 슈발리에 / 몽타주 / 데탕트 / 아방가르드 / 데자뷰 한 다음 데자뷰‘가 “우리 전에 만난 적 없나?”라고 물어봤을 때 모든 관객들이 빵 터졌는데, 이어지는 소개가 크로와상 / 수플레 / 에스카르고 / 초콜릿무스여서 끅끅거리면서 웃었다. 영화가 끝나고 THE END가 나오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웃기다. 개그코드가 맞다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다. 나는 특급 비밀을 워낙 재밌게 봐서 지금 DVD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다. 

 

전편에도 적긴 했지만 나는 N6번 자리에 앉았는데, 살짝 먼 감이 있었지만 불이 꺼지고 나니 스크린이 그렇게 작은 것 같지는 않았다. 체감상 포디영화관 뒷열보다는 더 크게 느껴졌다. 좌석을 고를때는 최대한 중블에 가깝게, D열만 넘었다면 최대한 앞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시네마테크KOFA 1관 좌석별 시야는 여기 -> 수색역에서 한국영상자료원 가는법, 시네마테크 KOFA 1관 좌석 시야

 

수색역에서 한국영상자료원 가는법, 시네마테크 KOFA 1관 좌석 시야

수색역에서 한국영상자료원 가는법, 시네마테크 KOFA 1관 A / C / E / G / H / I / J / S / L / N열 좌석 시야 분명 몇번 더 갈 것 같아서 이번에 두 번 연속 다녀온 김에 수색역에서 영자원 가는 법과 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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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잠시 후에 GV가 시작됐다. ZAZ, 패러디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제목으로 김홍준 영자원 원장과 주성철 평론가가 나왔는데, 초반에는 패러디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오픈채팅방으로 질문을 받아서 답변하는 방식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영화가 1시간 30분 정도였으니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린 셈이다. 

 

GV 녹음도 있지만 그걸 전부 타이핑해서 올릴것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고, 기억에 남는 부분 위주로 정리해두려고 한다. 우선 시작할 때 발 킬머 팬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은데 질문 많이 해 달라고 한 게 웃겼다. 이 날 한양아트시네마에서 <히트>를 상영했는데, 여기도 발킬머가 나와서 GV 중간에 같이 택시타고 가라고 한 것도.

 

가장 먼저 특급비밀을 이번 디렉터스 초이스에서 상영하게 된 이유. 영상자료원장님이 새로 취임한 이후 시작한 여러 사업 중 하나가 이 디렉터스 초이스인데, 영상자료원 자체 인지도를 높이기도 하고, 영자원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을 높여서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5월 말에 ‘오즈와 벤더스‘라는 이름으로 빔 벤더스의 <도쿄가>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를 가지고 정성일 평론가님 강의와 영자원장님 GV가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고, 3개월에 한 번 정도씩 디렉터스 초이스를 하자 싶어 8월달쯤에 재밌고 가볍지만 시네필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할 만한 영화를 찾던 중 <탑건 2>가 개봉을 했다.

 

어느 트위터리안이 ‘<탑건 1>을 예전에 본 기억이 있어서 <탑건 2>를 보러 갔는데,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예전에 봤던 건 <탑건 1>이 아니라 <못말리는 비행사>였더라‘ 라고 적은 것을 보고 <못말리는 비행사>를 상영하기로 하고, 다른 한 편을 고르는데 <못말리는 비행사>의 감독인 ZAZ(주커-에이브럼스-주커)의 다른 작품 중 8090년대 한국에서 비디오로는 들어왔지만 몇년 전 서울아트 시네마에서 한번 튼 것 말고 극장 개봉은 하지 않았던 <특급 비밀> GV로 하기로 3개월 전쯤 결정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3개월동안... 뭐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기획 당시에는 GV 80년대 비디오 영화 세대들을 모아서 라떼는 말이야~를 할 예정이였는데, 아이돌 신곡 발표회에 와 있는지 독립서점 굿즈 파는 곳인지 헷갈릴 만큼 관객 구성이 달라져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ZAZ 사단의 영화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데이빗 주커  제리 주커 형제와 짐 에이브럼스의 성 첫글자를 따라 ZAZ 사단이라고 하는데,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켄터키 프라이드 시어터‘를 차리고 코믹한 패러디 공연들을 하다가 인기를 끌어 <켄터키 프라이드 무비>의 각본을 쓰면서 본격적인 패러디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감독 데뷔작인 <에어플레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웃기겠다는 영화인데(웨이브 개별구매 가능), 이 영화가 성공하면서 8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의 전성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후 ZAZ사단은 약간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가장 어린 제리 주커는 <사랑과 영혼>의 연출을 맡거나 <카멜롯의 전설> 같은 작품을 만들게 된다. <사랑과 영혼>헤서 흑인 영매가 등장하는 것이나 귀신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당시에는 이해가 어려운 장면들이었는데, <에어플레인>이나 <특급 비밀> 처럼 이미 영화적인 고정관념을 깬 영화들을 만들어 본 사람이어서 <사랑과 영혼>도 연출할 수 있었다.

 

짐 에이브럼스는 <못말리는 비행사>, <못말리는 람보> 등을 연출한다. 진지한 작품도 해보고 싶어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데이빗 주커가 마지막까지 ZAZ사단의 정체성을 가지고 갔는데, <특급 비밀>에 나온 스킷서핑(스키트 사격+서핑)처럼 <베이스켓볼>(야구+농구)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무서운 영화>시리즈의 3편과 4편을 연출하면서 패러디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간다. 

 

80년대 미국의 영화 문화는 극장에서 비디오 대여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는데, 미국 전역에는 극장주가 혼자 경영하면서 흥미로운 영화를 다양하게 상영하는 독립극장이 굉장히 많았다. 이래서 <록키호러픽쳐쇼> <특급 비밀>같은 영화가 만들어 질 수도 있었던 것. 이런 작은 개인 운영 영화관이 여전히 남아있으면서도 비디오 대여점이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현찰이 들어오기 때문에 마피아들이 돈세탁을 위해 비디오 대여 체인을 시작했다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사람들이 워낙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다. 패러디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레퍼런스를 알아야 되고, 레퍼런스를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가 굉장히 다른데 이 당시 관객들은 영화를 많이 봤으니 패러디 영화가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

 

1984년에 만들어진 <특급 비밀>의 경우도 코미디 영화를 보고 싶긴 한데, 돈주고 극장에 가서 보기에는 좀 아깝고 비디오로 보자 싶은 평범한 관객들을 타깃으로 만든 저예산 상업영화다. 1980년대 미국은 70년대 진보적이었던 분위기가 레이건이 당선되면서 보수적으로 변해가던 시기였고, 우파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다보니 2030 젊은 세대는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패러디 영화는 평범한 미국 일반 시민들의 수준에서는 웃음거리가 되고, 지식인들에게는 레퍼런스를 알아볼 수 있는 나름 지적유희이자 스트레스를 해소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보면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도 하고, 지금에서 보면 일명 빻았다고 하는 부분도 눈에 띄게 된다.

 

이 다음부터는 영화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자세한 영화 비하인드는 트위터의 단님(@daniiD21)님의 특급 비밀 블루레이 코멘터리 타래를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s://twitter.com/daniid21/status/1563534121246216198?s=21&t=sY-lu_ovzIoPBT5Wt-iPNQ)

 

트위터에서 즐기는 단

“[특급비밀] 블레 감독+프로듀서 코멘터리 타래”

twitter.com

 

영화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니 아직 동독과 서독이 나뉘어 있을 때다. 전체적으로 GV 관객 연령대를 엄청 낮게 잡았는지 옛날에는 독일이 동독 서독으로 나뉘어있었다는 설명부터 시작한다. 영화가 1984년에 개봉했으니 촬영 당시만해도 소련이 멀쩡했고, 동독이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잘 나가고 있을 때다. 다만 여성 선수들을 어렸을 때부터 호르몬 주사를 맞춰 남성화시킨 스포츠 스캔들이 있는데, 영화 안에서 닉 리버스가 동독에 도착했을 때 우락부락한 남장여자들이 동독 여성 스포츠팀이 환영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분명 냉전시대인데도 동독 사람들을 나치로 묘사하고 있는데,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동독 군인들과 싸우고 있고, 복장도 나치와 유사하다. 실제 동독이 그렇다기 보다는 미국인 관객들이 생각하는 동독 이미지는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나치와 냉전시대 동독이 섞인 것에 가깝다는 점에서 미국 대중을 비웃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처음에 나오는 스파이는 무려 오마 샤리프인데, 이런 코미디 영화에 나왔다는 점이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경제적인 사정이 안 좋아서 나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일원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이름들이 슈발리에 / 몽타주 / 데탕트 / 아방가르드 / 데자뷰, 크로와상 / 수플레 / 에스카르고 / 초콜릿 무스인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흑인 캐릭터 이름을 초콜릿 무스로 지으면 인종차별 뉴스가 엄청 크게 날 일이다. 영자원장님은 이 영화를 미국 극장에서 봤다고 했는데, 요새는 뭔지 다 아니까 영화 볼 때 큰 웃음이 나왔지만 그때는 수플레나 쇼콜라 무스가 뭔지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수준이 높아진 걸 체감했다고 한다.

 

<특급 비밀> 이야기를 할 때 엘비스 프레슬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ZAZ사단과 발 킬머가 엘비스의 팬이기도 했고, 주인공 이름인 닉 리버스도 엘비스가 출연한 <러빙 유>의 ‘딕 리버스’에서 가져 온데다가 영화 중 배경이나 복장, 노래 같은 것도 엘비스가 출연한 작품이나 무대에서 그대로 가져오거나 오마주 한 것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엘비스는 서독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엘비스 프레슬리가 동독에 넘어가서 공연을 한다면?‘ 하는 아이디어를 스토리에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ZAZ 사단은 굉장히 민주당 지지자인데, 영화 후반부에 힐러리가 배우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다 같이 싸워야 해 하는 대사를 하는 것이나 <에어플레인>에서 비행기에 타자마자 레이건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 속이 안좋아요하는 대사 등 정치적인 메세지를 꽤 많이 넣었다. 

 

오픈카톡으로 받은 질문 중 ‘사회풍자적인 메세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패러디 양식을 차용한 것인지 그 반대인지 선후관계 /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면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 장르에서 순수하게 웃음을 유발하고자 하는 장면과 의도적으로 메세지를 넣은 장면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결론이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든 장면이라고 해도 시대와 관객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는 다를 수 있고, 정치적인 장르인 패러디 / 풍자는 메세지가 앞으로 나서면 특정 이데올로기 혹은 확증편향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단순히 웃음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도 관객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ZAZ사단은 영화의 매 컷을 그냥 넘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이번 <특급 비밀>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많이 들어있다. 초반 기차 장면에서 아무 이유 없이 닉 리버스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후반부에 비행기를 타려고 할 때 뒷쪽으로는 비행기에 다트를 던지는 레지스탕트들이 그렇다. 고정관념을 깨부수려는 시도도 흔히 보이는데, 기차가 움직이는 줄 았았는데 검문소가 이동하는 장면이나 돋보기를 들여다보던 서점 주인이 눈이 돋보기로 확대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튼 눈이거나 하는 씬이 그렇다.

 

영화 이론적인 것이라면 딥포커스의 패러디로 전화기와 군인들에 동시에 나오다 전화를 받으니 전화기가 큰 장면이 나오거나, 스웨덴 서점 장면에서 책을 꽂아넣는 장면을 역재생으로 만든 것이 특징적이다. 지금은 전혀 쓰지 않지만 80년대 장르 영화에서는 흔하게 쓰던 것이었는데, 책을 떨어트리면서 찍은 장면을 거꾸로 돌려서 책을 던져 꽂아넣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 장면은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운드도 같이 거꾸로 돌려서 외국어같은 느낌을 준 것이라고한다.

 

과연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했는가? <에어플레인> 감독의 신작이라고 홍보를 많이 했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손익분기점은 넘기고 제작비2배 정도 벌기는 했는데 기대한 것 만큼의 성공은 아니었다고. 재미있어보이는 패러디 씬을 구상하고 스토리 수습이 안 되어서 새로 작가를 뽑아 플롯을 만들다보니 전체적으로 정신없고 톤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극장에서보다는 비디오로 본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특급 비밀>에서 해보고 싶은 걸 다 했는데 이게 대중픽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서 이후 <총알탄 사나이>를 만들었는데, 이후로는 쭉 그냥 웃기는 대중영화를 만들게 된다. 

 

초반에 스파이와 대치하던 남자가 터널에 부딪히지만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터널이 부서지는 장면이나 중반부에 레지스탕스의 거처를 찾아 갈 때 마차를 타고 가는데, 노래를 부는 게 마부가 아닌 말이 었던 장면 같은 코믹한 장면들이 이후 <총알탄 사나이>에서 문을 발로 걷어찼는데 문이 열리지 않고 구멍이 뚫리면서 발만 들어가는 장면이라던지, 고르바초프의 머리에 있는 점을 수건으로 닦는 장면 등 그 당시에나 가능했던 코미디 장면들이 그렇다.

 

70년대 80년대에 히트했거나 많이 만들어진 장르영화들이 패러디의 대상이 됐는데, <007 시리즈>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들, 2차세계대전 영화들, <푸른 산호초(블루 라군)> 등이 레퍼런스라고 한다. 그런데 뭐 별로 아는 게 없어서 그렇군… 하고 넘어갔다. 

 

마지막 질문은 ‘80년대 시네필 문화에 대한 회고와 미국과 ‘미국 영화’에 대한 태도, 80년대 영화와 추억이 2020년대에 추억소환이라고 칭찬받는 데에 대한 소회‘를 묻는 것이었다. 대학생이나 지식인층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럽의 예술문화를 선호하고 미국의 대중문화나 3S정책에 대한 반감이 크긴 했지만, 미국의 대중문화를 몰래 찾아보는 양가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영자원장님이 3S에서 스크린을 기억을 못하셨음.

 

질문의 뒷부분은 뭐 탑건 이야기인데, 1986 <탑건 1>의 후속으로 나온 <탑건 2> 내용이 결국 미군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내용이다. 

 

<007 시리즈>에서도 옛날에는 구 소련을 연상시키는 적이, 이제는 세계를 정복하려는 사기업의 CEO들 같은 새로운 적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방식 자체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리우드의 지배력,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이런 영화의 존재 자체가 문제시 될 수 있고 이런 지적에 공감은 하지만 과거의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지금 현재의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노력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이었다. 어쨌든 그래도 할리우드가 이것저것 새롭게 고민을 하고 큰 틀에서는 바뀌고 있다고..

 

관객의 변화가 이런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하는 지적이 있었는데, 탑건으로 치자면 <탑건 1> 개봉 당시에는 근 40년 전 냉전시대 국가간의 갈등이나 인종 차별 같은 것들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이고, 그런 것들이 어쨌든 문제라고 지적되는 2022년에는 그런 지적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업적인 성공을 위하여 할리우드와 영화산업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변해서 할리우드도 변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물론 세계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가 대세기는 하지만)OTT가 보편화되면서 다른 나라 컨텐츠들을 볼 수 있게 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가령 최근 히트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한국사회가 자폐인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지적할 수 있다는 것. 즉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이 이제는 쌍방향적으로 소통하게 변화한 셈이다. 결국에는 시대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만. 80년대 작품을 당시 변혁의 논리로 보던 지식인 입장에서 보는것과 2020년대에서 보는건 다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80년대 비디오 문화에 관한 책 홍보를 했는데 비매품이라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pdf로 받아 볼 수 있다고 홍보를 하셨다. 근데 찾아봤는데 못찾았다 ㅋㅋㅋㅋㅋ.

 


 

이걸로 GV는 끝. 뭐 중간중간 다른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충 중요한 내용은 다 적은 것 같다. 이것저것 모르던 걸 많이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에어플레인(1980) / 무서운 영화 3(2003) / 무서운 영화 4(2006) / 사랑과 영혼(1990) / 러빙유(1957) / 엘비스(2022) 정도를 챙겨보면 될 듯. 아 그런데 개인적으로 엘비스 프레슬리는 리젠트 머리도 구렛나룻도 반짝이 점프수트도 다 괜찮은데 얼굴이 너무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나가있어~! 하던 개그맨이랑 똑같아서 잘 못 보겠다....

 

영상자료원에서 지금은 1950년대 SF 몬스터 특별전도 하고 9월 프로그래머의 초이스도 할 예정인데다 곧 홍콩영화 특별전도 있다고 하니 흥미가 있다면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상암에 좀 가까이 살았다면 자주 갔을 것 같은데 너무 가기 힘들어서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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