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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후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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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후기 (1)

 

 

 

삼성가에서 고 이건희 회장 명의로 세금 대신 작품을 기증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난 1년동안도 이곳저곳에서 전시를 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모네의 수련을 포함해서 여러 미술관, 박물간의 컬렉션으로 들어간 작품 355점을 새로 전시하기로 했다.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박물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이 같이 출품했다.

 

 

서화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부 전시품이 전시기간 중 교체된다. 고려 수월관음도 / 십장생도 병풍을 4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고려 천수관음보살 / 해학반도 병풍을 7월 1일부터 9월 28일까지 전시한다. 인왕재색도 / 추성부도 / 불국설경 / 화접도는 더 짧은 기간으로 한달마다 교체되니 이러다 한달마다 가서 봐야할지도.

 

 

매일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30분 간격으로 회차를 나누어 운영한다. 각 회차당 100명만 입장 가능하고, 그나마도 인원이 밀리면 대기를 시킨다. 전체 티켓의 70%는 인터파크를 통해 매달 1개월 전 월요일(3월 28일 / 5월 2일 / 5월 30일 / 6월 27일)에 예매할 수 있고, 나머지 30%는 당일권에 한해서 현장발권으로 판매한다. 어휴 예매가 어찌나 어려운지. 결국 예매에는 실패하고 현장발권을 노리기로 했다. 입장료는 만 25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은 5,000원, 만 7세부터 만 25세 미만은 3,000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기준으로 할인하고 있으니 그건 창구에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되겠다.


인터넷 예매는 여기 ->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22003488

 

인터파크 티켓

 

mobileticket.interpark.com

 

나는 오픈런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티켓 줄이 장난이 아니다. 와 이거 전부 현장발권하는 사람이면 12시 넘어서 들어가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고 인터넷 예매자도 티켓 발권을 하려면 줄을 서야해서 이 사람들이 다 현장발권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10시에 오신 분은 티켓 발권에 40분 걸렸다고 하더라.

 

 

그런데 5월 3일에 시작하는 아스테카 전과 통합권으로 티켓을 구매하면 대기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를 해 주길래 당장 통합권 창구로 가서 발권했다. 가격은 성인 7천원 / 청소년 4천원. 만약 이미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 티켓을 구매했다면 아스테카전은 성인 2천원 / 청소년 1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어차피 아스테카전도 올 거였는데 잘 됐다.

 

 

특별전 통합권은 이렇게 티켓이 반반으로 되어있고, 양 옆으로 뜯는 부분이 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에 입장할 때 1/4쪽을 찢어내고, 다음에 아스테카 전에 올 때 다시 티켓을 가져오면 된다. 잊어버리지 않게 잘 보관해야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은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한다. 아스테카를 기획전시실에서 하고 이건희전을 상설전시관 1층에서 할 줄 알았는데 의외다.

 

 

발권대에 가서 티켓을 제출하고, 시간에 맞춰서 들어간다.

 

 

 

처음 입장하면 석인상 두 개가 서 있고, 마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회랑을 따라 전시품이 전시되어있다. 폭이 좁아서 조금 적체되기는 하지만, 정말로 어느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느낌이다.

 

1부는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작품들을 컬렉터의 집처럼 꾸며두었다.

 

권진규, <문>, 1967

 

회랑이 끝나는 지점에 전시된 <문>. 문을 지나 수집가의 집으로, 수집품이 만들어지는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전시되었다고 한다.

 

임옥상, <김씨연대기 II>, 1991

 

권진규, <모자상>, 1960년대

 

초반에는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넓은 공간에 다과상을 놓은 쉴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벤치에 앉아서 쉴 수 있는데, 테이블 위에는 소반과 향로, 찻주전자가 놓여있다.


맞은편에는 작은 정원이 연출되어있는데, 동자석 여러 개가 세워져있다. 원래 동자석은 무덤 주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수호신 기능을 하도록 무덤 앞에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약간 떨어져서 관람하면 좋은데, 인기가 많아서 관람하기가 굉장히 힘든 곳이기도 하다.

 

박수근, <아기 업은 소녀>, 1962

 

일터에 나간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돌보는 소녀. 박수근이 즐겨 그린 소재다. 아무래도 박수근의 작품은 거칠거칠한 질감이 살아있어서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느낌이 잘 안 난다.

 

김환기, <26-I-68>, 1968 / 김환기, <작품>, 1950년대 / 백자 달항아리, 조선 18세기

 

김환기의 작품 두 점과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같이 전시했다. 달과 달무리가 연상되는 <26–I-68>, 작품에 밤하늘의 둥근 달과 이지러진 달항아리, 더 이지러은 달그림자가 그려진 <작품>, 둥그스름한 모양이 보름달 같다고 이름 붙여진 <달항아리>가 나란히 놓여있으니 마치 원래 한 작품인것처럼 자연스럽다. 이 앞에 서서 천천히 감상하려면 벤치라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관람인원이 좀 많긴 하다.

 

정약용, <정효자전> <정부인전>, 1814

 

섹션 밖으로 나오면 정약용이 쓴 <정효자전>과 <정부인전>이 걸려있다. 위가 정효자전, 아래가 정부인전이다. 전라도 강진의 정여주라는 사람이 강진에서 유배중이던 다산 정약용에게 부탁해서 받은 가족 이야기로, <정효자전>은 어린시절부터 효성스러웠던 아들 정관일의 이야기를, <정부인전>에는 홀로 남은 정관일의 부인이 두 아들을 엄히 가르친 마음가짐이 적혀있다. 대중에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인데 해석이 일부만 붙어있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관람경로를 따라오면 유난히 스케일이 큰 구역이 있는데, ㄷ자 모양을 따라 책가도, 책가도 병풍, 목가도가 전시되어있다. 작품이 많아서 구경할 것도 많고, 소품 위주라 찬찬히 살펴봐야 빼놓는 것이 없다.


이렇게 큰 5단, 5칸의 책가도다. 몇몇개는 정말 독특한 것들이라 탐나더라. 나도 언젠가는 내 집에 책가도를 만들 날이 올까?

 

양금, 조선 19세기

 

짐승모양 조각, 조선 19세기

 

주판, 조선 19세기 말 ~ 20세기 초

 

백자 홍유 병, 중국 청

 

짐승모양 조각, 조선 19세기

 

학 매화무늬 연상 / 장생무늬 필통, 조선 19세기

 

정鼎 모양 향로, 중국 청 / 흑유 매병, 중국 송

 

사자모양 촛대 받침, 조선 19세기

 

특히 청나라 홍유 병은.... 어떻게 저런 것을 만들었지? 색이 정말 오묘하다.

 

작가 미상, <책가도 병풍>, 조선 19세기

 

수집하고 싶었던 물건이 잔뜩 그려진 책가도 병풍이다. 실제로 책가도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드니,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 병풍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석류나 석가같은 과일부터 벼루와 연적, 산호나 화로 같은 장식품까지 다양한 것들이 그려져있다.

 

책가도를 만들어 전시한 것이든 책가도 그림 병풍이든 구성요소가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 조그만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자세한 작품 정보를 볼 수 있기는 한데 일일이 전부 눌러보아야 하고, 사람들이 많은데 스크린은 두 개라 오래 기다려야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설명을 봤으면 책가도를 다시 또 보러가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흠이다.

 

 

책가도 병풍의 옆에는 한옥 방 같은 공간에 여러가지 목가구가 놓여있다. 장식장과 등잔받침, 경상, 연상, 약장, 반닫이 등 크기가 다양한 가구를 배치해두어서 정말 사람이 사는 공간처럼 전시해두었다.

 

곽인식, <작품 87-A1>, 1987

 

화지에 색점을 번지게 해서 만든 작품이다. 관점에 따라 색점이 서로 밀치고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조선시대 청화백자 다음에 전시되어있어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회화로 이어지게 만들어준다.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년

 

드디어 대망의 <수련이 있는 연못> 차례다. 수집가의 집을 돌아보고 나오면 마치 후원처럼 떨어진 공간이 나오는데, 어둑하고 분리된 공간에는 <수련이 있는 연못>만이 전시되어있다. 이전에 전시되지 않은 작품인만큼 인기가 아주 많은데, 그래서 관람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옆에는 미디어아트가 틀어져있어서 정원의 낮과 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 준다. 아무래도 최초공개되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전시관람을 하기에는 환경이 좀... 많이 나쁘다. 시끄럽기도 시끄럽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가까이서 볼 수는 없어도 시간을 두고 관람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공간이 좁아서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관람하기 좀 어렵겠다.

 

 

 

 

 

바로 뒤로는 촉감 체험 코너가 있는데, 빈 캔버스와 유화로 모작해 놓은 <수련이 있는 연못>, <백자 달항아리>, <동자석>을 만져볼 수 있다. 달항아리의 울퉁불퉁한 속 부분을 만져볼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예고하는 미디어 아트로 1부가 끝이 났다. 일단 오픈일이기도 하고 아침 이른시간이도 해서 사람이 정말 엄청나게 많았는데, 문제는 아주 매너들이 꽝이다. 내가 지금까지 다녀 본 모든 전시회 중 관크가 가장 심했을 정도. 다들 관람로를 따라 작품을 보고있는데 사진찍으려고 밀치고 들어오고, 줄서서 작품설명 패널 차례를 기다리는데 새치기는 물론이고, 남들도 다 아는 상식선의 설명을 큰 소리로 떠드는 아저씨‘들’까지. 나는 정말 저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되더라. 1부에 사람이 너무 많다면 우선 2부를 먼저 보고, 다시 거슬러와서 1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2부 후기는 여기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후기 (2)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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