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이집트 미라전 : 부활을 위한 여정 후기(2), 데이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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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이집트 미라전 : 부활을 위한 여정 후기(1)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이집트 미라전 : 부활을 위한 여정 후기(1), 데이터 주의 별로 할 일 없이 핸드폰을 하고있다가, 네이버 배너로 이집트 미라전을 한다는 광고를 봤다. 예술의전당 서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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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섹션이 끝나고, 세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기 전에 3면짜리 미디어아트가 있다. 신전과 피라미드를 보여주는데, 입구 부근에 아주 조금만 트여있고 3면에 화면이 다 뜨다보니 구경하기는 좀 불편하더라. 내가 볼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사람이 많다면 구경하기 힘들 듯. 3면보다 2면이었다면 보기 더 좋았겠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사유'라는 제목의 섹션이 시작되는데, 초반부에는 사자의 서가, 후반에는 미라와 각종 부장품들이 전시되어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고, 유해한 존재로부터 몸을 지키는 부적과 사후세계의 안내서 역할을 하는 파피루스, 내세에서 노동을 대신할 장식품 등을 부장품으로 삼는 등 내세에서 영생을 얻기 위해 가지각색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사후세계의 안내서 역할을 하는 파피루스, <사자의 서>는 백여장에 달할 정도로 두껍다고 한다.
초반에 있는 전시 패널은 케나의 <사자의 서>를 분석한 영상을 보여준다. 케나와 케나의 부인이 태양신 라를 숭배하는 모습과 죽은 케나가 저승의 왕 오시리스 앞에서 심장의 무게를 재는 심판을 받는 장면, 주문이 케나의 육신과 묘실을 보호하는 장면과 시련을 겪는 모습 등을 자세히 설명해 두었다. 패널 하나마다 길이가 긴 것은 아니지만 연속적이라 사람이 굉장히 몰리는데,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 복도를 지나쳐서 실제 사자의 서가 전시된 전시실에 더 큰 프롬프트로 볼 수 있으니 굳이 여기서 사람들에 부대끼면서 보지는 않아도 되겠다.
네스나크트의 <사자의 서>가 4점, 아세트웨레트의 <사자의 서>가 1점 전시되어있다. 기원전 300년 전의 파피루스가 이렇게 보존되어있는 게 가장 신기한데, 이집트가 사막 기후라 가능한 걸까 싶다. 앞에 케나의 <사자의 서> 패널에서 내용을 보긴 했지만, 이 파피루스는 또 다른 내용인데 설명이 거의 없어서 아쉬웠다. 적어도 어떤 장면인지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하지 않나 싶다. 도슨트로는 네스나크트의 <사자의 서>만 설명이 되어있었는데, 다양한 마법과 의식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네스나크트가 파피루스에 적힌 주문의 힘을 빌어 안전하게 내세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시리스의 심판을 무사히 넘긴다면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이 작은 새 조각상은 바Ba다. 이집트인들은 사후에도 내세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영원한 내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바(Ba,영혼)가 필요했다. 바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머리를 가진 새로 묘사되는데 낮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친구와 가족을 방문할 수 있고, 태양신과 함께 하늘로 이동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바는 태양을 상징하는 금빛 원반을 머리에 쓰고 있고, 신성한 힘을 나타내는 수염도 달려있다. 다만 바는 밤이 되면 바는 죽은 시신으로 돌아와서 주술을 통해 유체와 결합해야 해서 이런 바 조각상을 사자의 관 위에 놓았다고 한다. 아마 길을 잃지 말고 잘 찾아오라는 뜻이 아닐까?
뜬금없이 등장한 탁자. 사후세계에서 살아가려면 망자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야 해서 망자의 가족이 정기적으로 무덤에 공물을 바쳤는데,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공물을 올리거나 그 일을 대신해 줄 신관을 고용했다. 음식물 모형과 공물을 요구하는 장례용 텍스트를 석비나 조각상, 봉헌 탁자에 적고 주문을 외우면 공물이 사자에게 간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 봉헌용 탁자는 제물을 의미하는 이집트 상형문자 모양과 비슷하고, 테이블 위는 마법의 제물로 화려하게 차려져있다. 중앙에는 빵, 고기 가금류, 꽃병과 링 스탠드 위에 올려진 두개의 병이 있다. 배수로와 물을 담을 수 있는 두 개의 대야도 있다. 탁자에 기록된 것을 보면 두 형제의 무덤이 있는 사당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두 사람 모두 율법 관리이자 서기관들의 감독자였다고 한다. 형제들이 함께 묻히거나 한 가족이 유사한 혹은 같은 직업을 공유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는데, 아버지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유물의 특이한 점이라고.
부장품으로 들어갔던 조각상들. 그 중에서 가족의 군상은 후기왕조시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기원전 304~30년 경)에 만들어진 조각상으로, 남성과 그의 아내, 그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이 조각되어있다. 이런 가족상은 신왕국 시대 초기에 유행했고 가족의 대표자를 기리기 위해 신전과 무덤에 모두 안치했는데, 채색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무덤의 사당에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남자의 어머니가 남자의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두 여자가 똑같이 생겼는데, 일반적으로 개인의 삶에서 전성기 때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묘사하는 것이 이집트 미술의 특징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사람이 사후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식과 음료 같은 제물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중왕국시대에는 이렇게 배 모형이나 양조장 모형 같은 소규모 모형을 엘리트 층의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특히 양조장 모형에서는 맥주 제조 과정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곡물자루를 들고 곡식 저장고인 사일로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맥주용 대형 단지를 들고 있는 사람, 막 구워져 나온 빵을 쌓아놓은 것 등등. 이런 모형은 일상의 한 때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사후세계에서도 현실처럼 사용될 수 있어서 음식을 제물로 바치는 것보다 효율적이었다.
샤브티는 죽은 자신을 나타내는 작은 조각상인데, 사후세계에서는 망자를 섬기는 하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몇 개만 넣었는데 나중에는 400개까지 늘어나 일하는 하인들을 관리하는 샤브티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샤브티는 작은 나무 관이나 석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샤브티의 주인은 붕대에 싸인 미라로 표현되고 망자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피의 샤브티를 보면 몸의 앞면에는 샤브티가 자신을 부를 때마다 사후세계에서 제21왕조의 제4파라오인 아메네모페를 섬기겠다고 약속하는 '빛나는 자, 존경받는 아메네모페'에 대한 글이 있고, 양면에는 오시리스의 어머니인 하늘의 신 누트와 관련된 제문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집트 역사가 워낙 길다보니 매장 관습과 의식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특히 시대에 따라 목관이 많이 변화했는데, 왕조시대 초반 장방형이었다가 인형 혹은 미라 형태의 목관이 주류가 되었고, 구석의 장식이 추가되기도 했다. 다만 이집트에서 좋은 품질의 목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워서 목관에 장식을 하는 것은 큰 사치였다고 한다. 윗줄에 있는 유물은 미라에 씌운 마스크와 붕대, 수지, 돌칼 등 도구와 재료이고, 아래쪽에는 신왕국시대에 무덤 장식용으로 유행했던 장례 원추라는 원뿔형 공물이다. 이 장례용 원뿔들에는 무덤 피장자의 이름과 칭호가 적혀있고, 고대의 빵 모양이라고.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이런 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뒀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서 미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큰 건 아니라 가볍게 넘어가나 싶다.
조금 신기했던 남성 미라의 초상. 약간 미화가 있었을 외모에 로마 의복인 흰색 토가를 입고 있다. 이런 채색 초상은 미라 위에 놓였던 것인데, 이 초상은 파이윰 초상화라고 부르는 그리스 로마 스타일로 그려진 초상화다. 원래는 파이윰지역에서 발굴된 판화라 파이윰 초상화라고 불렀으나 파이윰 외에 이집트 중부인 하와라나 아크밈, 이집트 전역의 다른 유적지에서도 발굴된다고. 시신을 감쌀 때 사용했던 수의용 천에 판자를 묶어 고인의 얼굴을 덮는 높이에서 고정하는 식으로 붙였다고 한다.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인근은 그렇게 멀지 않으니 생각보다 더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나보다.
작은 애니메이션 패널이 3개 있는데, 이집트 신화와 신앙의 흥망성쇠 등 쉽게쉽게 설명되어있어서 가볍게 보기 좋았다. 그림이 귀여운데 생각보다 잔인한 부분이 리얼해서 조금 놀랍긴 하더라. 그림은 유아용인데 스토리는 15세 관람가인 느낌이다.
애니메이션이 끝나면 아마 이집트 전에 온 사람들이 가장 기대했을, 미라의 관이 전시된 섹션이 나온다. 가운데에 미라와 카르토나주 관이 있고, 좌우로 빙 둘러 제3중간기부터 후기 왕조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미라 덮개와 외관, 내관이 전시되어있다.다만 관람로가 그렇게 넓지 않고 조명이 이상해서 사진찍기에는 좋지 않다. 관 무늬가 굉장히 섬세한데 조명이 다이렉트로 쏘여서 잘 보기 힘든 것도 조금 아쉽다.
오른쪽 가장 처음에 있는 콘수호테프의 미라 덮개, 외관과 내관. 콘수호테프는 호르엠헤브 장제령에서 금 세공 기술자이지 우아브 신관을 지낸 인물이다. 특이한 거라면 미라 덮개가 있다는 점? 미라 위에 덮은 것이어서인지 옷깃 장식에 그려진 날개 달린 스카라브와 연꽃을 잘 볼 수 있는 등 외관보다 상태가 좋다.
파네시의 외관과 내관. 파네시는 아멘 신의 가수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했던 인물로 양쪽 겨드랑이에는 내장을 보호하는 호루스의 네 아들이 그려져있고 내관에는 여성이 그려져있다. 보통 내관에는 신을 그리니 이것도 신일텐데,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 관의 얼굴 부분은 망자의 영혼인 바가 시신으로 돌아올 때 망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다른 목재를 사용하여 눈에 띄게 한 것이라고 한다. 노란색이었던 콘수호테프의 관과 달리 검은 색인데, 노란색은 태양빛을, 검은 색은 비옥한 토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이트엠헤트라는 여성을 위한 목관. 전시된 것 중 가장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양도 미라 모양에 가까우며 발 받침이 있다. 그림과 히에로글리프도 정밀하게 표현되어있는데, 옷깃 장식의 꽃무늬는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며 뒤쪽 상부에는 사방의 여신 그림이 그려져있다. 이 관이 만들어진 후기왕조시대 멤피스 지역에서는 이런 황백색 관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아멘호테프의 미라 덮개와 외관, 내관. 아멘호테프는 아멘 신과 무트 신의 신관을 지낸 인물이다. 목관의 뚜껑에는 재생을 의미하는 수컷 양 머리를 가진 스카라브와 날개를 펼친 여신 누트가, 목관의 몸체에는 생명과 지배의 상징을 뜻하는 신이 그려져있다. 원래 이런 장식은 무덤 벽화로 그리던 것인데, 제 3중간기에 들어 화려한 무덤을 만들지 않게 되면서 관 위에 그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운데 있던 네헴수의 카르토나주 관. 카르토나주가 뭔가 했는데 아마포, 아교, 회반죽 등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목재 대용품이라고 한다. 목재가 귀해서인지 이런 것으로도 관을 만든 모양이다. 네헴수는 테베에 살았던 주부라고 하는데 뭐 그렇다고 관이 특별히 다른 모양인 건 아니고, 관 흉부에는 재생과 낮과 밤의 순환을 상징하는 양 머리를 가진 매와 그 아래에는 날개 달린 태양이 그려져있다.
관이 많은데 미라는 딱 한 구 있다. 후기왕조시대의 것이라는 하레렘의 미라. 특이하게 보통 미라 하면 떠올리는 모양이 아니라 여러 개의 접힌 아마포 끈으로 고정된 수의에 싸여 있었다. 수의 위에는 가슴부터 허벅지 중간까지 이어지는 구슬 그물이 놓여있는데, 죽은 자를 조금 더 특별하게 세상의 악한 것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 그물 위에는 호루스의 아들 4명, 임세티 / 하피 / 두아무테프 / 퀘베세누프의 모습이 고정되어있는데, 죽은 사람의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장기를 보관하는 카노푸스 단지가 호루스의 아들들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데 그물 위에 얼굴 장식을 올린 게 특이하다.
목관이 끝나면 그 뒤로 다양한 부적이 전시되어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해 부적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생전에는 물론 부장품으로도 사용되어 죽은 이후에도 망자를 지킬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미라를 제작할 때에는 붕대 사이에 다른 종류의 부적 여러개를 넣어 저승에서 만날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힘을 부여했다. 영원성과 안정성을 의미하는 히에로글리프인 제드 및 건강을 상징하는 와제트의 눈,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보호의 힘을 가진 뱀 모양 등 여러 신과 동물, 도구, 상형문자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고 부적의 모양뿐만 아니라 부적의 색깔도 각각 탄생과 생명, 태양, 비옥한 토양을 의미하는 초록색, 노란색, 검은색 등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제 3중간기 이후에는 체내에서 장기를 제거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라를 제작했기 때문에 각각 위 장 폐 간을 보호하는 두아무테프, 퀘베세누프, 하피, 임세티 등 호루스의 네 아들 모습을 본뜬 부적도 등장했다. 개중 특이한 것이라면 역시 아마포로 만든 부적인데, 1년 365일 중 마지막 5일간 세상이 혼란스러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오시리스, 라, 세크메트와 같은 신들이 그려진 아마포 부적을 몸에 지녔다고 한다.
미라를 제작할 때 내장을 담아두는 카노푸스 단지. 고대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사고를 담당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삼장은 시신에 그대로 남겨두고, 뇌는 제거해서 폐기했으며 위, 장, 폐, 간은 카노푸스 단지에 넣어 보관하였다. 보통은 호루스의 네 아들 모양인 경우가 많은데, 사람얼굴을 한 임세티는 간을 보호하고, 개코원숭이 얼굴을 한 하피는 폐를 보호하고, 자칼얼굴을 한 두아무테프는 위를, 퀘베세누프틑 장을 보호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미라 CT스캔. 이전에는 미라 연구를 위해 미라를 해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네덜란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초대 관장 캐스퍼 루벤스가 장래의 기술적 진보를 기대하면서 미라에 대한 해부를 중단했고 그 결과 박물관에서 소장중인 다수의 미라는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1960년대부터는 X선 촬영으로 미라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나 이 방법으로는 미라의 중층구조까지 살펴보는 것은 어려웠고, 이후 컴퓨터 단층 촬영(CT스캔)이 등장하면서 뼈 / 수지 / 조직의 식별까지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세계에서 3번째로 공개한다는 CT촬영 3D영상이 공개되는데, 사람의 미라 세 구와 동물의 미라 한 점을 볼 수 있다.
미라가 전시된 구역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는 미라가 전시되어있고 왼쪽에 큰 패널 한 개와 작은 벽 패널 두 개가 있는데, 이 패널로 중년 여성 미라 / 성명 미상의 여성 미라 / 중년 남성 미라 / 뱀 미라의 CT스캔 자료를 볼 수 있다. 미라의 붕대, 포장 디테일, 피부, 골격, 엑스레이, 내부의 작은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다. 단면도 볼 수 있고, 360도 회전도 가능해서 좀 신기했다.
각 파트별로 볼 수 있는 것이 다르고, 사진 안에 있는 i 마크를 누르면 설명도 자세하게 되어있어서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뱀 미라의 알이나 척추 등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전시된 미라 중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이 여성의 미라다. 40~52세의 중년 여성 미라로 현대에 복원된 흔적이 있다는데, CT 영상을 보면 핀이 잘 보인다. 목 위쪽에 손상이 있으며, 장식적, 주술적 의미를 갖는 작은 판자로 눈과 입이 덮여있다. 치아의 마모가 심한 편인데 이것은 빵과 음식에 포함된 모래를 생전에 지속적으로 씹었기 때문이다. 흉부에서 여섯 점의 부적 목걸이가 확인되었는데 모두 온전하지 않은 상태다. 이시스의 매듭과 네프티스, 이시스, 호루스 세 명의 신, 사자의 부활을 상징하는 제드 기둥 등이 포함되어있으며 가슴 위에는 심장 스카라브가 높여있다. 오른쪽 정강이는 골절된 것으로 보이고, 오른쪽 다리의 위축을 통해서 허리 변형성 관절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대퇴골 상부 선단의 골극은 시신의 주인이 중고도의 관절염을 앓았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두개골 안에는 아마포가 채워져있다. 이런 걸 미라를 해부하거나 붕대를 풀지 않고 알아낼 수 있다는 게 가장 신기하다.
40~52세의 중년 여성 미라가 한 구 더 있다. 제프티호테프와 네시타리토무트의 딸 타디스 혹은 파센호르의 아내 타(네트)카루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두개골에는 암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으며, 치아 부분에서는 결손 및 농양, 중도의 마모가 확인되며 경도의 골감소증을 앓았던 것으로 의심되고, 발에는 관절염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흉강과 복강에는 내장을 감쌌던 것으로 보이는 아마포가 관찰되었고, 부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복강에 토기로 추측되는 인형이 삽입되어있었다. 함께 전시되고 있던 다른 미라인 남성의 미라에도 비슷한 모습이 관찰된다. CT 영상으로 자그마한 인형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걸 인형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덩어리처럼 보이던데;;;;
마지막 미라는 44~54세의 중년 남성 미라로, 붉은색 아마포에 싸여있다(고 하는데 붉은 색 같지는 않다). 복원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금속핀이 박혀있고, 타디스 혹은 타(네트)카루의 미라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미라 형태 인형이 복강에 있다. 경막의 일부가 남겨져있고, 일부분은 손상되었는데 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옆구리에서는 미라 제작과정에서 이루어진 절개의 흔적도 남아있다. 눈구멍과 입에는 아마포가 채워져있으며 시신내부는 수지 등으로 충전되어있다. 시신내부에 장기는 남겨져있다는 게 특이한데, CT 스캔에서 장기도 볼 수 있었다.
이건 센사오스의 미라와 얼굴 복원 모형이다. 이 미라는 CT 스캔 결과는 없었고, 그래도 나름 최신 미라라 기원후 109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미라가 90년대 최초로 스캔을 했던 미라인데, 3D스캔으로 얼굴을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신기했던 동물 미라들. 후기왕조 시대와 로마시대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미라로 만들어졌는데, 특정 신에게 봉헌되는 봉헌물이기도 했고, 신전 방문객들에게 판매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다른 미라들은 그냥 붕대 뭉치로 보이는데, 이 악어 미라는 정말 악어처럼 생겼다. 악어는 사나운 포식자이기도 했지만 다산을 상징하는 악어의 신 소베크의 상징이기도 해서 이 미라는 소베크 신에게 바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여러 층의 파피루스 줄기와 아마포로 감았고 눈과 꼬리를 세세하게 만들어두어서 리얼한데, 아마포와 나무 봉으로 악어 모양을 만든 것이지 안에는 성체 악어의 목비늘 한 조각만 들어있다고 한다. 약간 아쉽네.
카르토나주로 만든 발 덮개와 옷깃 장식. 목재가 귀해서 만든 것이라지만 그냥 보기에는 목재에 색을 입힌 것과 비슷해보인다. 특히 발 덮개는 아래 부분에도 그림이 있는데 거울이 있어서 바닥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항상 이렇게 거울을 대서 다각도로 보게 해 주는데, 이번 전시에서 몇몇 유물은 거울이 필요하겠는데 없어서 아쉬운 것들이 있었다.
목관은 미라를 물리적, 주술적으로 보호하는 의미가 있어 내새에서 사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용품이었다. 다만 이집트에는 좋은 목재가 부족하여 부유한 일부 사람들만이 장식목관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일반적으로는 불규칙한 형상의 목재를 조합하여 못을 박아 만들었다. 얼굴 부분만 고가의 목재를 사용하거나, 남성의 손은 주먹, 여성의 손은 펼친 형태로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 카르토나주로 만든 관도 그런 경우겠지? 이번 전시품을 가져온 네덜란드 국립 고대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 협력하여 목관의 연구와 복원을 진행하고 있는데, 목관 스캔 및 화학 분석을 통해 고대 이집트 화가의 도장 및 사용된 원료 등의 채색 기술, 19세기의 복원 흔적 등이 밝혀졌다고 하더라.
갈대로 만든 펜과 필기용 팔레트. 둘 다 기원전 1500~1000년 경 물건이다. 나는 아직도 저 펜이 어떻게 3천년동안 안 썩고 남아있는지 그게 가장 신기하더라. 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 펜으로 검은색과 빨간색 잉크를 사용해 파피루스에 문자를 기록했고, 오스트라콘이라고 불리는 도자기 편이나 석회암 편에도 글씨를 썼다. 고대 이집트 문자 체계에는 표음문자와 표의 문자가 섞여있어서 기념물의 비문에는 일반적으로 상형문자라고 부르는 히에로글리프가 사용되었고, 일상적으로는 흘림체 형태인 히에라틱(신관문자)가 사용되었는데, 이 히에라틱은 후대에 데모틱(민중문자)로 변화한다고 한다. 문자를 읽고 쓰려면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했던 만큼, 전체이집트 인구의 1% 미만만이 문자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문자 사용은 엘리트층의 특권이었는데, 실제로 문자 사용은 기득권의 권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잉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파피루스야 갈대로 만들거고 펜도 갈대로 만들고, 팔레트는 석재인데 잉크를 뭘로 만들었길래 빨간색과 검은색 두 가지를 만들었는지 정도는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영어로 구글링해봤더니 그을음이나 황토에 물이나 아라비아 고무, 동식물성 기름, 식초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각종 언어로 기록된 파피루스와 양피지. 고대 이집트에는 다양한 문화 및 언어, 종교가 존재했는데, 관이나 파피루스 양피지에 적힌 문자를 통해 그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히에로글리프와 민중문자 외에도 3세기부터 7세기에는 기독교가 확산되며 고대 이집트어 마지막 단계인 콥트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사진이 양피지에 콥트어로 적은 성경인데, 실제로 양피지를 본 게 처음이라 신기했다.
당시 텍스트는 대게 익명으로 적혔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고대 이집트의 서기관이나 화가 등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수기문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 국립 고대박물관 등 아홉개의 박물관에 소장된 제 21왕조 목관 122점을 조사한 결과 고서체 및 장식을 분석하면 총 122점의 관 중 적어도 60퍼센트의 관이 재사용된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마지막에 있던 것은 청동과 나무로 만든 앉아있는 따오기와 따오기의 머리, 발. 따오기는 지혜의 신 토트의 상징이라 많이 나오는 동물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유물이 목재 혹은 석재라 마지막에 금속제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기원전 유물이 대부분이다보니 금속 유물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마무리로 삼기에는 약간 뜬금없는 유물이지 않나...
전시의 마지막은 라가 본인을 소개하는 문구를 적은 히에로글리프였다. 이집트 신화에서 라는 해가 지면 적들과 싸우고 그 적들을 이기면 다시 떠오른다고 하는데, 적을 못 물리치면 그 다음날은 해가 안 뜨는 셈이다. 무슨 신이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나... 신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전시를 자세히 본다면 2시간~2시간 반 정도 걸리고, 설명이나 영상을 세세하게 다 안 보고 유물 위주로 본다면 1시간 반~2시간 걸릴 것 같다. 결국 나는 코인락커 추가금을 냈다는 이야기.
전시가 끝나면 출구는 입구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데, 다시 입구로 돌아오면 이집트전 기념품샵이 있다. 도록과 문구류 정도만 간단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상품이 많아서 구경하기에 좋다.
우선은 이집트전 도록과 교양서, 체험북. 도록은 35,000원인데 올컬러는 아니고, 필요한 유물만 컬러 사진으로 들어갔다. 전시 자체가 설명이 많지 않아서 도록은 전후배경이나 유물 설명이 자세히 적혀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내용이 없어서 약간 실망스럽다. 설명 잘 되어있으면 한 권 사려고 했는데... 교양서야 이집트 문명에 대한 내용이지만 전시와 큰 관련이 있다기보단 배경지식으로 삼을만한 책이라 미리 읽어보고 가는 게 도움이 될 법 하고, 체험북은 어린이용이었는데 초등학생 정도 아이들이 하기 좋아보였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그 외에는 컬러링북과 퍼즐, 볼펜, 연필, 자석 등 흔하게 파는 문구류들. 파라오와 신상 모양이 달려있는 2,500원짜리 볼펜이 아주 인기상품이었다.
이집트산 루파 스펀지와 타올, 규조토 매트와 오일 워머, 인센스 스틱처럼 독특한 상품들도 있었다. 루파 스펀지는 이집트에서 수입한거니까 그렇다 치고, 오일워머와 인센스 스틱은 약간 뜬금없는 조합이다 싶기도 하다. 이집트 풍 향인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념으로 구매할 수도 있겠다.
스티커와 포토카드, 거울, 전자파차단 스티커, 마그넷, 자석 책갈피, 키링, 클리너 같이 약간 저렴하고 젊은 세대를 노린 기념품도 다양했다. 키링도 귀엽더라.
다양한 종류의 엽서와 파일, 마스킹 테이프. 엽서는 뒷면에 글씨를 적을 수 있는 것도 있고 달력 형식인 것도 있었다. 마스킹 테이프는 디자인이 두 가지인데 히에로글리프 문양인 게 예쁘더라. 다이어리를 잘 쓴다면 하나 사고싶었다.
나와 친구는 이 샤브티 모형을 하나씩 샀다. 나와있는 재고가 없길래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다시 채워주더라. 금색이 잘 살아있는 버전과 약간 세월의 흔적이 있는 것 두 종류인데, 약간 세월의 흔적이 있는 게 더 취향이었다. 왼쪽 샤브티는 실수로 미라가 부러진 것이지 실제로는 안 부러진 미라가 들어있으니 관 모양을 보고 취향인 것을 고르면 되겠다. 가격도 5천원이면 그다지 비싼 건 아니라 기념품으로 삼기 딱 좋았다.
이집트 미라전을 한다길래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뭔가 기대했던 것과는 구성이 약간 다른 전시였다. 목관이 아주 많고 미라의 CT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약간 애매했다. 3-4부에 힘을 준 건 이해가 가는데 1-2부가 약간 애매했다. 차라리 2부와 1부의 순서를 바꾸는 게 좋지 않았을까... 가장 큰 단점은 무료 도슨트를 제공해서인지 전시장 내에 해설이 아주 많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바이브에 있던 도슨트가 자세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공부가 되는 전시라기보다 구경하기 위한 전시 느낌이 강했다. 뭐 구경하기 위한 전시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전시를 보다 궁금한 점이 생겨도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는 게 아주 불편했다. 이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왔다면 좀 나았을까?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관 같은 해설을 기대했는데 그건 국립박물관이어서 가능한 것이었나보다. 얼리버드로 구매했다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 사람이 없을 평일이나 3~4시 시간대에 가는 것이 덜 붐빌 것 같고, 주말은 피해서 관람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이 많아서 대기가 어마어마하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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