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비노 와인샵에서 와인 사서 홍대맛집, 만세회관에서 만세갈비와 군산김치찌개[홍대갈비][연남동맛집]
부처님께서 내려주신 연휴 전에 친구와 홍대에서 만나서 한 잔 하기로 했다. 평소에는 가볍게 안주 시키고 맥주나 하이볼을 마시는데, 와인과 잘 어울리는 갈비를 판다는 식당이 있대서 돼지갈비에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구매해도 되지만 따로 와인샵에서 사 와도 되고, 연계된 와인샵에서 사 오면 콜키지 프리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와인샵, 치즈비노 와인샵에 먼저 들렸다.
홍대입구역 1번출구로 나와서 첫 골목에서 태국음식점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영업하는데, 가게 앞에 간단한 테이블이 있어서 여기서 와인을 마시고 갈 수도 있다. 요 며칠간은 비가 내렸지만 많이 더워지기 전에 야외에서 간단한 안주에 와인 마시기에도 좋겠다.
내부는 이렇게 양쪽으로 와인 진열대가 있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샴페인, 위스키 약간. 레드와인이 조금 더 많은 것 같고, 치즈와 올리브 같은 간단한 안주도 팔고있다. 보통은 포장해서 가져가지만 바로 마실 사람들을 위해 칠링해둔 와인도 있으니 바로 먹을 것이라면 문의해보는 것도 좋겠다.
VIP 회원은 이것저것 혜택도 있는 모양이고, 5병 이상 구매하면 택배비가 무료다. 야외 테이블은 글라스 차지가 인당 5천원씩, 외부 음식도 반입가능하다. 기네스 생맥과 조니워커 하이볼도 있으니 밥 먹고 간단하게 마시기에는 나쁘지 않다. 일단 이렇게 구매하면 와인이 저렴하니까.
돼지갈비와 같이 먹을 와인을 추천받았다. 나는 안 단 게 좋은데 같이 간 친구가 술을 잘 못해서 조금 단 맛이 있고 도수가 강하지 않고 너무 드라이하지 않은 화이트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루 갯 망고 2021과 프릿츠 리슬링 드라이 2020을 추천해주셨다. 그냥 화이트와인을 마실지 스파클링을 마실지 고민하고 있으니 전날 오픈한 스파클링이 시음이 가능하다고 해서 뻬레 벤뚜라 까바 브뤼 레세르바 NV를 마셔봤다. 드라이하지 않고 탄산이 약간 있으면서 단 맛이 강하지 않은데,친구가 좀 세다고 해서 그럼 조금 더 달달한 그냥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뭘 고를까 고민하다가 루갯 와인은 3주년 이벤트로 구매 시 병당 1,000원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길래 루갯 와인을 골랐다. 이것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추천받은 망고로! 가격은 27,000원이고, 바로 마실 것이면 칠링된 것을 달라고 하면 된다. 보통 와인바 가면 4만원대인데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네.
왔던 길을 돌아가서, 홍대입구역 1번출구 앞 타이 레스토랑 골목에서 동교동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만세회관이 나온다. 1층은 횟집이 있고, 2층이 만세회관. 본점은 성수인데 홍대에 분점을 낸 거고,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홍대 갈비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횟집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만세회관 입구가 나온다. 계단 폭이 넓지 않고 약간 가파른 편이어서 술 마시고 나올 때는 조금 조심해야한다.
만세회관 내부는 이렇다. 굉장히 밝고 모던한 분위기인데, 어떻게 보면 갈비집이라기보단 일식집에 가까운 분위기다. 4인석 테이블이 6개, 2인석 테이블이 3개 정도로 자리도 넉넉한 편이다. 점심에는 식사하러 오기에도 좋고 저녁에 단체모임하기에도 좋겠다.
자리에 앉으면 물과 물컵, 앞접시가 나오고 메뉴판을 가져다 주신다. 테이블마다 모두 테이블 인덕션이 설치되어있는 게 특징. 와 나 이거 실물 처음 본다. 조정 화면은 식탁 끝에 있고, 사실 일반 인덕션과 같은 것이긴 한데 실제로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역시 새로 생긴 곳이라 집기에 신경을 많이 쓰신 듯.
만세회관 홍대점의 메뉴와 와인 리스트. 메인 메뉴는 양념 돼지갈비인 만세갈비와 양념 LA갈비인 라갈비가 있고, 등갈비 김치전골과 군산 김치찌개, 물한골 된장찌개 같은 국물 메뉴도 있다. 사이드 메뉴로 스팸구이와 계란말이, 박대구이 같은 안주로 삼기 좋은 메뉴들이 있고, 와인 외 화요, 일품진로, 조니워커 하이볼과 소주 맥주 별빛청하 등 기타 주류도 다양하게 있는 편이다.
만세갈비는 1인분에 18,000원, 라갈비는 1인분에 56,000원인데 자세히 보면 1인분 무게가 상당하다. 만세갈비는 1인분이 300g, 라갈비는 1인분에 무려 600g이라 100g당 환산하면 만세갈비는 100g에 6,000원, 라갈비는 100g에 9,300원으로 양이 다른 고깃집들보다 훨씬 넉넉하다. 보통 갈비집 가면 둘이서 3인분 먹고 밥에 된장찌개까지 먹는데, 만세회관은 1인분이 정말 1인분이다. 마침 오픈 기념으로 저녁엔 만세갈비 2+1 이벤트를 하고 있길래 만세갈비 2인분을 먹기로 했다. 아, 그리고 만세회관의 갈비 메뉴는 주방에서 미리 다 구워 나온다! 내가 일일이 굽지 않아도 되니 고기 냄새가 배지 않고 음식이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구워주니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는 와인을 미리 사 왔지만, 뭐니뭐니해도 만세회관 메뉴의 하이라이트는 와인리스트다. 아까 다녀온 치즈비노 와인샵도 같이 운영하시기때문에 고깃집인데도 와인 가격이 아주 괜찮다. 치즈비노 와인샵에서 구매한 게 아니라면 병당 만원 콜키지가 있는데, 치즈비노 와인샵에서 구매했다면 콜키지 프리. 리델 잔과 아이스버킷을 제공해준다. 우리는 와인샵 구경도 할 겸 들렸다가 왔는데 매장 자체 와인 가격도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귀찮다면 매장에서 바로 주문해서 먹어도 되겠다.
스파클링은 아까 시음해봤던 뻬레 벤뚜라 까바 브뤼 레세르바와 모엣 샹동이 있는데, 보통 10만원 넘는 모엣샹동이 8만 8천원! 로제와인은 1종, 화이트 와인은 5종으로 종류가 많진 않지만, 가격대가 2~5만원대, 산지가 미국, 뉴질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로 다양한데다 품종도 조금씩 다른 것들이라 취향에 맞는 게 하나쯤은 있을 라인업이다. 아무래도 고깃집이다보니 레드와인이 아주 다양한 편인데, 뭐 나도 와인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니 사장님 추천을 받아 주문하는 게 좋겠다. 무엇보다 가격이 3~5만원대로 와인샵에서 사는 것보다 아주 약간 붙은 정도라 음식점인데 이 가격이면 완전 저렴하다.
방금 전에 치즈비노에서 사 온 루 갯 망고. 칠링된 것을 가져와서 바로 마실 수 있었다. 치즈비노에서 사 왔으니 콜키지는 따로 없고, 리델잔을 준비해서 따라주신다. 요새 와인잔에 반려동물을 비추면 어려진다는 게 유행이라던데, 나는 고양이가 없으니 라벨의 고양이라도 비춰봐야겠다 하고 트라이해봤더니 대 실패.
루 갯 망고 2021은 프랑스산 와인으로 산미가 살짝 있으면서 바디감은 가볍고, 드라이하지 않으면서 과하지 않지만 충분한 정도의 단 맛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었다. 이름은 루 갯 망고지만 망고 맛이 나는 건 아니고, 망고처럼 달달한 느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기와 먹기보다는 크래커에 치즈를 곁들여 먹으면 훨씬 맛있을 듯? 반주로 하기보다 디저트 와인이나 블루치즈, 고다나 에멘탈처럼 약간 꼬릿한 하드치즈 안주 해서 상 차릴 때 꺼내면 좋겠네. 그런데 또 시트러시한 향이 있어서 고기와 먹으면 나름 리프레쉬되고 괜찮았다. 일단 빈 속에 와인 한 잔 마셔주고, 나머지는 아이스 버켓에 담아두었다가 고기가 나오고 나서 곁들여 마셨다.
주방에서 갈비가 미리 다 구워나오는 것이라 메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니, 그 동안 먹으라고 치즈가 제일 먼저 나온다. 인당 두 개씩! 인덕션을 키고 불판을 올려 노릇하게 구워서 먹는다. 순딩순딩한 우유 맛이 나는 치즈가 애피타이저로 딱.
갈비에 곁들여 먹을 반찬들이 나온다. 흑임자 드레싱을 뿌린 양상추 샐러드와 달달한 간장 소스의 양배추 샐러드, 갓 장아찌와 마늘, 쌈장.
구운 치즈에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갈비가 나왔다. 갈빗대 길이에 맞춰 길쭉하게 자른 돼지갈비. 센스있게도 한번에 3인분이 다 나오면 먹는 동안 식으니 먼저 2인분을 가져다 주시고, 나머지 1인분은 잠시 후에 가져다 주시겠다고 했다. 이미 다 익은 갈비지만 불판에 올려 따끈하게 유지해두고 먹으면 막 구운 것과 다름없다.
음식이 다 나왔으니 한 장 찍어야지. 고기를 테이블에서 굽는 게 아니니 환기용 후드도 없고, 테이블에 기름이 튀지도 않고 아주 깔끔하다. 모던한 인테리어가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
같이 먹을 마늘도 올려두고, 드디어 갈비를 먹기 시작한다. 칼집을 깊게 넣어 재운 돼지갈비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안은 촉촉, 겉은 바삭한 맛있는 돼지갈비다. 단 맛이 심하지 않고, 마늘과 생강 맛이 은은하게 나서 돼지고기 잡내 없이 깔끔한 맛. 많이 짜거나 달지 않고 적당한 간이라 맨 입에 먹기에도 부담스럽지않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같이 나온 후추 풍미의 소스에 찍어먹거나, 간장 소스의 양배추 샐러드, 양상추 샐러드, 갓장아찌와 같이 먹어도 맛있다. 소스는 달달한 맛이 강해서 갈비의 풍미를 극한으로 끌어내는 느낌이고, 양상추 샐러드보다는 양배추 샐러드가 슴슴하니 갈비와 잘 어울렸다. 짜지 않은 갓 장아찌는 톡 쏘는 갓 맛을 더해서 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또 다른 포인트를 준다.
갈비 2인분을 거의 다 먹어갈 때 쯤 남은 갈비 1인분을 부탁하고, 밥을 하나 먹어야겠어서 군산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숭덩숭덩 썬 돼지고기와 군산에서 공수했다는 묵은지, 두부와 팽이버섯이 든 김치찌개가 나오고, 밥 한 공기와 밑반찬이 깔린다. 사진엔 없지만 배추김치도 있다. 반찬은 매콤한 오뎅볶음, 시금치 두부무침, 잡채, 맛살 브로콜리 샐러드였는데 모두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가짓수를 늘리기 위한 반찬이 아니라 하나하나 신경쓴 느낌이 났다. 찰지면서 밥알이 살아있는 공깃밥도 아주 좋았다.
고기가 안 익은 김치찌개니 테이블에 미니 버너를 놓고 끓이기 시작한다. 고기 맛이 배어나고 푹 익을 때까지 보글보글 끓인다. 오래 끓일수록 맛있으니까 조금 더 일찍 주문해서 많이 끓이면 더 맛있겠다.
찌개가 끓는동안 나머지 갈비 1인분이 나왔다. 아까 나온 건 2인분이라 1인분 양 가늠이 잘 안 되길래 한장 더 찍었다. 이게 1인분 300g, 익히고 나서 자르면 10조각 정도 된다. 한 조각 크기가 꽤 큼직해서 잘 먹는 사람 둘이서 3인분 먹으면 아주 든든하게 배부르다.
갈비를 조금 집어먹다가 찌개가 다 끓었으니 먹는다. 먼저 두부와 김치를 먼저 떠 먹고, 돼지고기는 좀 더 오래 끓여서 먹는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도 그렇고 찌개도 군산에서 가져온 국내산 묵은지로 만든다고 강조되어있더니 강조할 만 하다. 김치가 짜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적당히 익어 새콤하고 양념이 깔끔하다. 그냥 먹어도 깔끔시원한, 아삭아삭 딱 좋게 익은 김치였는데 이걸 돼지고기 넣고 찌개로 끓이니 국물이 새콤칼칼하니 갈비 먹고 나서 기름진 속을 싹 씻어내준다. 여기에 밥 말아 먹으면 캬~~
만세갈비 2+1인분 해서 36,000원, 군산 김치찌개 10,000원 해서 총 46,000원 나왔다. 와인은 따로 치즈비노에서 27,000원에 사 왔으니, 둘이서 7만원 정도 먹은 듯. 사실은 3인분은 되는 양이지만;;; 배부르게 돼지갈비 먹고 김치찌개에 와인 한 병까지 마신 것 치고는 가격이 훌륭하다. 홍대 갈비집을 찾는다면 강력추천! 다음엔 가서 등갈비 김치전골도 먹어봐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솥도시락 상암DMC점에서 새우돈까스 덮밥 (10) | 2023.06.10 |
---|---|
상암 가정식 맛집, 오늘은 덮밥에서 대패삼겹살덮밥 / 닭갈비덮밥 / 잔치국수 (13) | 2023.06.09 |
서울역에서 경의중앙선 <-> 1호선 환승하기 (9) | 2023.06.08 |
스타벅스 2023 여름 프리퀀시, 팬앤플레이트 / 사이드 테이블 실물 후기 (9) | 2023.05.25 |
구로시장 / 남구로시장 구경하기 (2) (15) | 2023.05.24 |
구로시장 / 남구로시장 구경하기(1) (14) | 2023.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