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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의정부 CGV, <바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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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의정부 3관, <바비> 후기(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비>가 드디어 개봉했다. 마고 로비를 좋아하기도 하고 예고편부터 아주 기대가 컸던지라 조금이라도 빨리 보자 싶던 차에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대란이 일어났고, 메가박스까지 원정은 못 가도 CGV 필름마크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목요일 저녁 늦게라도 보자, 하고 혼자 <바비>를 보고왔다. 다만 포스팅이 늦었을 뿐.

 

 

아니 무슨 개봉 첫 주인데 영화를 이딴 시간에 걸어주는지? 하루에 4번 상영인데 오전 8시 10시 오후 8시반 11시 이지랄이야. 게다가 평일 오후 늦게인데 2D 영화가 14,000원이라니 말세가 따로 없다. 직원도 없고 청소도 엉성한데 영화값만 계속 오르니 영화관이 안되는거지. 딱 2D 조조는 7-8천원, 일반 시간대 만원 정도만 해야 이것저것 보겠구만 조조가 만원, 일반관은 만오천원에 특별관은 2만원을 넘어 3만원을 향해 가고 있으니 다들 OTT 올라오면 보자 하게된다. 뭐 어쨌든 나는 쿠폰을 써서 만원에 예매했다.

 

 

의정부 CGV에 왔더니 평일 저녁에는 의외로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IMAX 도장 옆에 미션임파서블 판넬이 있어서 한 장. 미션임파서블을 볼지말지 좀 고민이긴 하다(결국 세번이나 봤다). 

 

 

 

의정부 CGV 3관 F7. 한 줄이 14석이라 정가운데 중 왼쪽인 7번 자리를 고른거였는데, 1/2번 자리 옆으로 입장통로가 있다보니 F6, F7번 자리가 정중앙이었던거였다. 주시력이 오른쪽이다보니 F7은 좀 오른쪽인 느낌? 다음에는 F5나 F6 정도에 앉으면 오른쪽 주시력 기준으로 정중앙일 것 같다.

 

탑건 매버릭을 G열에서 봤었던가 그래서 F열에 앉은거였는데 스크린 크기는 약간 여백이 있는 정도였고, 목도 편안했다. 영화 끝나고 E열에 앉아보니 화면은 가로가 아이맥스 급으로 꽉 차는 건 좋은데 올려다봐야해서 F열이 가장 나은 듯. 다음에는 F6이나 F7에 앉아야지.

 

일단 사람이 없었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혼자 온 여자들 내지는 친구들이 같이 온 여자들이어서 관크 없이 쾌적했다. 일단 냄새나는 사람도 없었고 사람이 적고 이 시간에 영화 보러 올 사람들이면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폰딧불이도 거의 없었다. 대신 음식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핫도그가 그렇게 냄새나고 쩝쩝 소리나는 음식인지 처음 알았네... 나는 팝콘 말고는 사가지고 들어가지 말아야겠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 본 건데 상영관에 사람이 많으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재밌게 볼 수 있는 건 좋지만 관크가 심하면 진짜 돌겠고, 나는 좀 예민한 편이구나...  핸드폰 못 보게 하고 음식 못 갖고 들어가게 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최고다. 

 

 

그렇게 받은 필름마크(완전예쁨)와 바비 포티. 핑크색이 좀 날아간 것 같지만 예쁘다. 

 

 

친구가 자기 바비 안 봤다고 같이 보자고 하는데 마침 CGV에서 아이디 쿠폰을 줘서 2차를 뛰었다. 이번에는 CGV 의정부 5관이고, 주말 오후 2D라 1인 15,000원, 2인 30,000원인데 2D영화 7,000원 할인쿠폰을 써서 2인 14,000원 결제했다.

 

친구가 일정이 바빠서 계속 날짜를 바꾸고 시간도 바꾸고 하다가 겨우 전날 밤에 날짜를 픽스했는데 그나마도 C열 잡았다가 상영 전에 몇번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서 영화 시작하기 한두시간 전쯤 G열 입성에 성공했다. 예매 고생했고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봤다고 친구가 거하게 밥을 샀으므로 영화는 내가 샀다.

 

 

여기가 의정부 CGV 5관 G열 9번. 친구가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열심히 뛰어왔는데도 영화 시작시간까지 도착을 못해서 입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광고 틀어주는 10분이 다 끝나갈 때쯤 친구가 막 뛰어와서 들어갔다. 다행히 딱 파라마운트 픽쳐스 로고 뜰 때 들어가서 바비 영화 시작하기 전에 앉았네. 보통은 광고할 때 스크린을 찍어두는데 늦게 들어가서 스크린은 스탭롤 올라갈 때 겨우 한 장 찍었다.

 

의정부 5관은 I열까지 있는 상영관이라 G열이면 스크린이 꽤 멀겠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스크린이 커서인지 스크린이 높게 달려서인지 G열도 스크린이 꽤 큼직하게 보였다. H열에 앉아보니 이쪽은 좀 스크린이 멀었는데 E열이면 올려봐야할 것 같고, 다음에는 F열에 한번 앉아봐야겠다. G9는 가운데에 가까워보였고 G8은 살짝 왼쪽이었으니 9/10/11번 자리가 좋겠다. 

 

 

이건 2주차 특전이었던 바비 엽서와 포티. 엽서는 A4사이즈라 꽤 큰데 문을 열면 이렇게 바비가 첫 등장할 때 착장의 마고로비와 flat feet일때 착장, 영화에선 안 입은 샤넬 트위드 착장이 든 클로젯이 나온다. 후반부에 나왔던 엄청 큰 샤넬목걸이와 분홍 원피스 착장이어도 좋았을텐데. A4크기라 꽤 크긴 한데 예쁘네. 포티도 한 장 더 뽑았는데 바비랜드 배경이 알록달록해서 아주 예쁘게 나왔다.

 

 

이제 14억달러를 넘게 팔았다는 전 세계 히트작 <바비>. 솔직히 바비 혼자 있는 포스터가 더 예쁘다. 해외에는 바비 신드롬급이던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다. 일단 바비인형을 갖고 놀던 문화권이 아닌 것도 있고, 관람객이 많을래야 많을 수가 없는 상영시간에나 영화를 걸어줘서... 아니 대체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배급을 왜 그따위로 했는지? 평일은 조조 8시 10시 아니면 저녁 아주 늦은 시간이고 주말 프라임 타임에는 첫 2주에만 겨우 걸어주는데 그것도 큰 관은 아니고 작은 관에서나 볼 수 있었다. 마케팅을 좀 잘 하던지 관 배정에 힘을 쓰던지 했어야지 애초에 한국에서 성적을 잘 낼 생각이 별로 없어보였다.

 

그 외 흥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따지자면 영화가 예고편으로 나온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과 아주 순한 맛 페미니즘을 소재로 하는데 연출이 좀 계몽적이라는 것? 페미영화라고 보러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기본적인 소리만 해서 성에 안 차겠지만 고작 이것도 못버티고 영화보다 나간다는 후기들이 있는 걸 보면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듯. 

 

특히 후반부 아메리카 페레라의 아주 긴 모놀로그는 성차별적인 현실을 아주 대놓고 지적하는데 이게 너무 직접적이고 계몽적이라 취향이 아닌 사람이 있고 이렇게까지 대놓고 말하는 게 필요했다는 사람도 있고 말이 많다. 대놓고 말하는 연출이 마음에 든 건 아니지만 이렇게 연출하지 않았다면 백퍼센트 휴머니즘 어쩌구 하면서 회피할테니 직접적으로 말하기가 필요했다는 건 이해가 간다.

 

 

<바비> 개봉 전에 트위터에서 알티를 엄청 받았던 이 영화로 드러난 그레타 거윅이 싫어하는 것들 목록인데, 정말 이게 딱 맞다. 처음과 끝이 Men이라 두 번 들어간게 포인트. 이 리스트에 있는 그레타 거윅이 싫어하는 것들을 아주 대놓고 비웃어서 통쾌할정도다. 기대한 이상으로 비웃어줘서 속이 다 시원하네.

 

 

내가 바비를 본 건 마고로비 때문도 있고, 사실 이전까지 나온 그레타 거윅 영화가 그다지 내 취향인 건 아니라 이 문구가 가장 강력했다. 바비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도 싫어했던 사람에게도 이 영화는 당신을 위한 영화입니다! 라는 광고 문구를 붙인다면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구나.

 

사실 한국에서 바비인형이 그렇게 메이저한 완구는 아니지않나? 나도 어려서 온도가 변하면 머리 색이 변하는 인형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걸 갖고놀기보다는 자전거 타고 쏘다니면서 개구리나 잡고 놀았다. 요즘도 콩순이 뭐 그런게 있나? 그냥 우리나라는 어릴 때 사람 인형을 많이 갖고놀지는 않는 듯.

 

<바비> 예고편을 보고 예상한 내용은 어쩌다가 발이 평평해지게 된 바비가 인간 세상에 나가서 다시 완벽한 바비인형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바비 남자친구의 신세한탄 약간+바비월드로 돌아오는 해피엔딩 뭐 이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내 예상보다 굉장히 충격적인 스토리였다. 개봉 전에 시사회도 일부만 진행하고 엠바고를 걸었다길래 그렇게 영화에 자신이 없나? 했는데 이건 스포일러를 안 하고선 평론이 안 될테니 그럴수밖에 없었겠다 싶다. 

 

개인적인 불만은 라이언 고슬링이 맡은 켄 분량이 너무 많다. 특히 후반부 켄의 싸움 씬이 굉장히 긴데 켄들이 검은 옷에 분홍색 양말 신고 나와서 단체 군무 하다가 갑자기 화해하는 그 씬을 좀 짧게 하고 차라리 초반부 바비들의 디스코 파티 씬을 좀 더 넣어줬으면 좋았겠다. 거기에 바비들이 헌법 개정을 무효화하고 드림하우스를 되찾고 나서 켄 나오는 씬은 정말 꼴보기싫어... 의도한 거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바비들한테 노출 많은 옷 입혀놓고 맥주 시다바리나 시키면서 착취한 주제에 사실은 그러기 싫었어 찡찡대는 걸 바비가 다 받아주고 자기가 먼저 사과하는것까지 내가 봐야겠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유익한 영화였다. 특히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이 많이 보면 좋겠네. 이런저런 레퍼런스가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은데 내가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서 알아보지 못 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는 게 아쉽다. 기껏해야 <오즈의 마법사><매트릭스><스페스 오디세이><사랑은 비를 타고><대부><그리스>이정도밖에 못알아봐서... 타임즈 기사와 버라이어티에서 한 그레타 거윅 인터뷰에 레퍼런스한 영화를 언급해 둔 게 있던데 30편이 넘더라고. 언제 다 보고 알아보지...? 그냥 블루레이 낼 때 그레타 거윅이랑 마고 로비가 아주아주 길고 자세한 코멘터리를 해 주면 좋겠다.

 

레퍼런스는 여기 ->https://time.com/6295889

 

An Exhaustive List of (Almost) Every Single Reference in the Barbie Movie

Greta Gerwig drew inspiration from unlikely sources such as Grease, Top Gun, and Sylvester Stallone when dreaming up the film.

time.com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인원이 도구를 쓰기 시작했던 그 장면을 바비인형으로 바꾸었다. 바비의 첫등장이 모노리스와 비유되다니. 이전까지 아기인형만 있던 아이들이 성인 여성 모양의 인형을 갖게 된 게 물론 대단한 진보이긴 하다만 이걸 이렇게 비유하다니 와 역시 대기업의 PR은 다르구나.

 

바비를 알게 된 아이들이 아기 인형을 때려부시기 전에, 대단한 대사가 나오는데, '항상 인형은 아이인형이었고 잠깐은 재밌었죠. 엄마에게 물어보세요.' 여기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다. Ask your mother라닠ㅋㅋㅋㅋ. 이런 류 조크가 안 맞는다면 뒷부분 개그씬도 취향이 아닐 확률이 높긴 하겠다.

 

 

잠깐 마텔사에서 준비한 바비 PR을 보고 가시겠습니다. 수영복 입은 바비로 시작해서 각종 직업을 가진 바비가 나오기 시작했고, Because Barbie can be anything, women can be anything이라 바비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기여했어요~ 바비 덕분에 세상에서 성차별이 없어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답니다~~

 

그렇겠냐... 마텔 PR을 너무 열심히 하는데? 하고 보고있었는데 '적어도 바비들은 그렇게 생각해요' 가 포인트였다. 아무래도 백인 여성으로 시작되었던 바비인만큼 요새 트렌드에 어떻게 맞추려나 싶었는데 초반에 다양한 인종을 많이 보여주고 대신 뒤에서는 전형적인 바비 위주로 진행하는 거더라. 

 

 

 

바비랜드. 핑크 페인트가 일시적으로 공급 중단이 될 만큼 썼다더니 정말 어디든 핑크핑크하다. 장난감 같은 느낌도 굉장히 잘 살렸는데, 그럼 해리포터 스튜디오처럼 바비랜드 스튜디오도 나오려나? 그럼 좋겠다. 물론 직원도 다 바비여야 함.

 

 

 

바비랜드는 이름 그대로 바비들이 다 한다. 주연으로 나오는 전형적인 바비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보이지만 잘 보면 미화원도 바비가, 공사장도 바비가 일하고 심지어 바비랜드의 러시모어산에도 바비 얼굴이 있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장면에도 굉장히 세심한 셋팅이 드러난다. 흑인 대통령 바비까지야 흔하게 할 수 있는 설정이라지만 당연히 모두 바비인 보좌관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의수를 단 바비가 섞여있고, 변호사 바비 옆에는 휠체어를 탄 바비가 있다. 어린 아이들 중에서도 휠체어를 타거나 의수를 단 아이들이 있을텐데 그런 아이들이 보면 좋아하겠다. 

 

 

대통령 바비는 바비들끼리 서로를 칭찬하고 안아주라고 하고, 변호사 바비는 법정에서 내 감정표현으로 전문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어 노벨상 수상식에서는 노벨 수상자가 된 바비는 겸손의 말 없이 나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글로 쓰니 길어보이지만 정말 스치듯이 지나가는 장면들인데 아니 진도가 너무 빠른데? 솔직히 바비가 페미니즘 영화여봤자 마텔은 바비를 팔아야하고 다들 최대치로 예쁘게 만들어진 바비인형인데 뭐 얼마나 대단한 페미니즘 얘기를 하겠어 싶었다만 이건 다 아는 내용이지? 그냥 한번 읽고 넘어가자? 하는 식으로 진도를 빼버리니 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노벨상 시상식에서 눈에 띈 건 성비다. 당연히 바비가 바비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이고 노벨상 후보들도 전부 바비인데 관객석에도 보면 바비 9명에 켄 1명이 될까말까하다. 정말 백인 남자들이 드글드글하게 나오는 영화에 박수치는 여캐 1 포지션을 켄이 담당한다는 것이 꽤 의미있는 점이다. 

 

 

 

노벨상 수상까지 구경한 후 해변에 가는데, 바비들끼리 하이 바비~ 하고 인사 하는 씬은 예고편에서 봤다시피 아주 생기있고 귀엽다. 두아 리파아 머메이드 바비로 특별출연을 했는데, 머리 색만 다른 두아리파 셋이 올라와서 하이 바비~ 하이 바비s~ 바이 바비~ 바이 바비s~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이 귀여웠다. 나중에 나오는 머메이드 바비가 가운데 빨간머리뿐이라 아쉬울 지경이네.

 

 

바비들이 이렇게 바쁘게 직업 갖고 일하는동안 켄은 바비랜드에서 뭐하냐고요? 바비들 배구할 때 치어리딩이나 해라. 시무리우가 예전에 솔직히 여자들이랑은 같이 비치발리볼하기 싫다 어쩌구 웅앵웅 했었다면서요? 쌤통이다 이놈아 너는 배구하지말고 숏팬츠 입고 응원이나 해라.

 

 

다른 켄인 라이언 고슬링은 바비에게 매력어필을 하겠답시고 바다에 서핑보드 뛰어가다 부상입기(...)를 하는 정도인가. 많이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전형적인 바비에게 억지로 더 부축받는 게 꼴보기싫다. 신입생에게 추근대는 복학생 보는 것 같음.

 

 

다친 와중에도 바비에게 찝적거리던 켄에게 우리 댄스파티 할거니까 놀러와~ 하고선 저녁에 바비들끼리 댄스파티를 한다. 두아리파 노래가 신나기도 하고 바비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데 좀 더 길게 넣어줬다면 더 좋았겠다. 뒤에 켄 댄스브레이크를 줄이고 바비 댄스파티나 좀 길게 넣어주지. 이때도 휠체어 탄 바비가 나오는데 휠체어 타고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춤을 잘 추는 게 인상깊었다. 앨런은 춤 엄청 못 추더라.

 

 

바비답지 않은 죽는다는 생각 해 본적 있어? 하는 물음에 싸해진 분위기와 마고로비의 은형같은 표정도 대단했지만, 이 장면 뒤에 어찌저찌 수습하고 나서도 찜찜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 대단했다. 와 저걸 어떻게 연기하지? 싶었을 정도라 짧게 지나간 게 아쉬웠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이후 천장에서 떨어지고 찬물로 샤워하고 토스트는 다 타서 나오는데다 발 아치도 무너지고 무려 셀룰라이트가 생긴(!) 바비는 이 모든 것들을 고치려고 이상한 바비의 집으로 향하는데, 바비랜드 주거지에 사는 다른 바비들과 달리 이상한 바비는 산 중턱에 있는 집에 살고 있었다.

 

계단을 한참 걸어올라가면서 바비가 '내 발이 이렇게 생겼었다면 절대 하이힐을 안 신었을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바비는 '인형이니까' 예뻐보이는 힐을 신겨 둔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발 아치가 하이힐에 맞춰져있어서 저 엄청나게 불편한 신발을 신어도 지금까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는 게 되잖아? 발이 평평해진 지금에야 그 불편함을 알게 된 거고.

 

 

뭐 어쨌든 전형적인 바비가 저렇게 우울하고 셀룰라이트도 생기고 한 건 리얼 월드와 바비랜드 사이 장벽에 구멍이 나서란다. 아니 그런데 이상한 바비는 그걸 어떻게 알았지... 어쨌든 이상한 바비는 전형적인 바비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것(하이힐)과 세상의 진실을 깨닫는 것(버켄스탁) 중 전형적인 바비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하이힐을 고르지만, 이 선택은 처음부터 버켄스탁을 골라야만 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매트릭스에서도 그렇지만 한번 고르면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지.

 

 

그렇게 바비는 현실세계와 바비랜드 사이 장막을 고치기 위해 현세계로 여행을 떠나는데, 환송 파티에서 '모든 여자아이들이 바비에게 고마워할 것'이라는 건 앞에서 말했다시피 바비들이 성차별을 모두 없앴다고 생각하고 있을테니 그렇다 치고 목표가 장벽을 고쳐서 '셀룰라이트 없애고 발 아치 되돌리기'였다는 게 꽤 인상깊었다. 바비랜드에서 바비는 아무런 문제도 불평도 없었고 죽음에 대한 생각보다 외적으로 보이는 문제가 생긴 게 더 크게 와닿나보다. 물론 '전형적인 바비'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

 

 

바비랜드에서 현실세계로 가려면 스포츠를 시작으로 각종 탈것을 바꿔타며 가야하는데, 이 씬에서 부르는 신나는 노래가 마음에 든다. 영화 보자마자 찾아봤더니 Indigo Girls의 Closer to Fine이라는 곡이었는데, 바비 앨범에 든 것보다 인디고 걸즈가 옛날에 녹음한 버전이 더 좋다. 열심히 노래부르고 있는데 뒤에서 켄이 나오는 건 좀 호러였지만... 이때 켄을 내리게 했어야 해.

 

 

바비랜드에서 리얼월드로 나가는 장면. 이때 한번, 뒤에서 바비가 글로리아와 사샤를 데리고 올 때 한번, 마텔 임원들이 바비랜드로 올 때 한번 해서 총 세번 나오는 장면인데 바비 영화에 나온 연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CG를 쓰지않고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찍었다는데 배경 그림과 움직이는 배경 사이 이질감이 적당히 자연스러워서 좋더라.

 

 

스노모빌을 타고 바비랜드에서 LA 바닷가로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했는데, 현란한 핑크색이었던 바비랜드에서는 평범해보였던 옷차림이 LA에서는 엄청나게 눈에 띈다. 바비는 도착한 그 순간부터 즉시 비우호적인 시선을 알아채는데, 켄은 반대로 임파워링되는 게 꼴보기싫다만 페미닌 에너지를 받기 위해 간 공사 현장에서 나도 켄도 성기가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바비와 달리 나는 다 있다고 변명하는 건 좀 우습기도 하다.

 

 

성희롱범에게 한방 먹이고서 한번, 옷을 훔치고서 또 한번 경찰서에 가는데 두번 다 경찰서에 가서도 성희롱을 당한다. 일부러 손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이 옷이 더 잘 어울린다던가. 그 와중에 켄은 뇌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도 짜증나고 바비는 점점 체념해가는 것 같아서 그것도 짜증난다.

 

 

이상한 바비는 본인을 갖고 놀던 사람을 만나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저 넓은 LA에서 어떻게 찾을건데...? 하고 있었는데 바비가 명상을 하더니 자기와 같이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음 일단 저 여자애가 아닐 것 같긴 한데 바비는 저 여자애일거라고 생각하는군. 공명 끝에 눈물을 흘리는 바비가 꽤 신기했는데, 지금까지 변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던 바비가 눈물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게 일종의 시작으로 보였다. 어찌보면 좀 더 인간에 가까워진 걸수도.

 

바로 다음에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서 아름다우세요, 했을 때 할머니가 나도 알아요 라고 대답한 장면은 영화 초반에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말했던 바비를 생각나게 한다. 바비랜드에는 나이 든 바비가 없으니 할머니는 현실 세계에서 와서 처음 봤을 텐데 교감이 잘 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걸 바비도 알고 있을까? 

 

 

 

버스정류장에서 자기와 노는 여자아이과 교감하다가 학교를 알아내고, 그 학교에 찾아가지만 막상 사샤에게는 바비가 필요없다. 바비는 아이들이 자기를 사랑하고 고마워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5살 이후로는 가지고 논 적도 없는, 등장한 이후로 여성들에게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고(You’ve been making women feel bad about themselves since you were invented) 페미니즘 운동을 50년쯤 뒤로 후퇴시킨 파시스트라는 말을 들었으니 충격받을만은 하다.

 

바비인형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적대상화를 아예 대놓고 지적해서 앞에서 지적했으니까 이제 됐지? 그건 넘어가고~ 다음 이야기를 합시다 로 이어졌으니 마텔 입장에서 꽤 성공적인 디펜스였는데 사실 금발에 특별한 직업이 없는(물론 최초의 바비는 패션모델이었다지만)전형적인 바비를 마고로비가 연기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예쁜 바비들과 바비랜드를 보여주는 이상 이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바비가 이렇게 사샤에게 까이는 동안 켄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갖는 특권에 흠뻑 취했다. 가부장제뽕에 취한 켄이 회사에서 가부장제는 사실 잘 작동하고 있고 단지 더 잘 숨기게 되었을 뿐이라는 대답을 들은 이후 정말 그림에 그린듯한 남성우월주의자가 되는 게 얼마나 빠른지. 이래서 인셀들을 모이게 두면 안된다.

 

 

뭐 바비와 켄이 경찰에 두번씩이나 간데다 머그샷까지 찍었는데 소문이 안 날리가 없다. 바비 이전에도 리얼 월드로 나왔던 인형이 있었던 덕분에 경찰서에서 마텔로 연락이 가는데, 이 전화를 받은 앨런은 아주 비장하게 회의실로 올라가서 못 들어간다는 비서 글로리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회의 중에 난입한다. 

 

 

 

그렇게 나타난 마텔 사 임원회의. 뭐 소녀들에게 꿈을 파네 어쩌네 하지만 남자들만 가득하다. 그래도 CEO는 핑크 넥타이라도 했네. 바비가 현실세계에 왔다는 걸 재앙이라고 표현하면서 다시 저 인형을 박스에 넣어야한다고 하지만 뭐 일단 바비를 잡는것부터 문제지. 앞에서 마텔 PR을 해 준건 뒤에서 마텔 사 임원들을 웃음거리로 삼기 위함이었다! 하는 느낌으로 비꼬기 시작한다. 앨런의 보고를 귓속말로 전하는 장면이 최고였음.

 

 

사샤의 폭언을 듣고 울고있던 바비는 마텔까지 오게되는데, 마텔 역시도 바비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물 마시는 것에도 비웃음을 당하고,박스에나 들어가 이 못된 계집애야(Get in the box, you Jezebel)이라는 말이나 듣는다. 박스에 들어가면 바로 바비랜드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오랜만에 박스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바비지만, 인형을 고정하는 끈으로 손목을 묶으려는 찰나 머리 좀 손보겠다는 말로 빠져나와 도망친다. 이때 바비의 손목을 조이는 끈이 어찌나 공포스러운지.

 

그건 그거고 CEO도 남자 COO도 남자 뭐도 남자여서 바비가 women in charge는 없냐 하니 마텔에는 지난 역사동안 여성임원 한 명이 있었고 어... 십몇년 전에도 한명 있었고 나는 엄마의 아들이고 여자 이모의 조카고 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이고 내 친구 중 한명은 유대인이라고! 라고 개소리를 늘어놓는 건 진짜 우스웠다.

 

 

도망치는 중간에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한 가정집 주방으로 이어지고, 차 한잔을 대접받는다. 이미 물을 마시면서 비웃음당한 바비는 차를 받고, 마시는 데도 머뭇거린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아요, 보통은 완벽한데라고 변명하는 바비의 말에 내 생각엔 지금이 딱 좋은데라고 위로해준 할머니는 바비에게 도망칠 길을 알려주기도 한다. 뒤에 나오지만 이 할머니는 바비의 발명가 루스 핸들러인데, I think you are just right이라는 말이 바비에게도 위안이 되었겠지만 이걸 보는 나에게도 위안이 된다.

 

 

뭐 그래서 바비는 무사히 1층까지 내려왔다만, 바비를 잡으러 온 마텔 임원진들도 같이 내려왔다. 경찰에서 온 전화를 받던 ㅁ자 파티션 오피스 사이를 뛰어다니는데 저렇게 뛰어다니는데도 못잡는 게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이 다음에 바비는 가뿐히 뛰어넘은 출입구에 카드를 찍느라고 못 잡는 거라던지 바쁜 와중에도 조수석에 앉겠다고 고집하는 걸 보면 점점 더 웃긴다.

 

 

사샤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마텔로 가는 바비를 보고 찾아온 사샤의 엄마 글로리아. 둘이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를 알아본다는 건 사실 진부한 클리셰다만 꽤 감동적이다. 바비가 차에 탈 때 인형처럼 다리를 쭉 뻗어 타는 건 귀엽고. 사샤가 실물사이즈 바비에 식겁하면서 You are like an idea!라고 하니까 바비가 바로 A great idea라고 하는 거 귀엽더라. 아빠는 어쩌고 바비랜드에 가! 할 때 아빠는 듀오링고나 하고 있는 건 좀 웃긴다. 글로리아는 꽤 과격한 드라이빙 스킬을 선보이면서 마텔사 임원들을 따돌리고, 바비랜드로 가기 위해 베니스 비치로 향한다.

 

 

 

시작은 롤러블레이드로, 바비와 켄이 왔던 것과 반대로 탈것을 타고 건너가면 핑크 컨버터블을 타고 바비랜드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씬마다 옷이 바뀌니 검은 색 일색이었던 사샤 옷도 바비랜드에 맞게 핑크로 바뀌었네. 표정도 더 신나보인다. 문제는 바비랜드에서 바비는 변호사도 대통령도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했던 말과 다르게 해변에서 바비들이 맥주나 나르고 응원이나 하고 있다는 건데... 어째 불길하다.

 

 

그리고 역시나 이새끼가 먼저 와서 남의 집을 까뒤집고 바비랜드를 망치고 있었다. 가부장제를 들고 들어와서 바비들의 집을 빼앗고 오만데 말을 걸어두고 바비들은 짧은 옷 입고 맥주나 나르면서 켄의 뒤치닥거리나 하게 만들었다. 바비랜드를 켄덤으로 바꾸고 바비의 드림하우스를 동의어 반복인 켄의 모도죠까사하우스로 만들었는데, 아무리 가부장제가 켄들 좋은 거라지만 바비들이 이렇게 빨리 세뇌가 된다고? 이상한 바비가 말한대로 현실세계와 바비랜드의 경계가 무너져서 그런가.

 

 

그리고서 한다는 말이 바비한테 자기 long-term long-distance low-commitment casual girlfriend나 하란다. 뭐? 매일 밤이 남자들 밤인 건 바비한테 즐겁지가 않겠지? 야 바비들이 걸즈나잇 할 때는 자기들끼리 놀고 켄을 안 끼워주잖아 그럼 너희도 보이즈 나잇 하면 니들끼리 놀던가 니들은 바비 벗겨서 술시중 들게하는데 보이즈나잇이냐? 개소리한다. 이젠 바비 집에 있던 옷을 던지면서 쫓아내기까지 하는데, 광고처럼 옷이 촥- 펼쳐지면서 옷 이름과 생산연도까지 뜨는 게 웃겼다. 중간 광고타임 같은 느낌이네.

 

 

 

그래서 전형적인 바비는 모자와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어떤 추진력 있는 바비가 와서 이 상황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게 다 글로리아가 완벽했던 나를 죽을 생각이 들게 하고 셀룰라이트가 생기게 해서다 하는 투정을 부리고, 결국 사샤와 글로리아도 떠난다. 바비가 다 때려치고 누워버리니 막간 광고로 우울증에 걸린 바비가 나오는데 이게 진짜 웃기다. 우울증에 걸린 바비! 하루에 7시간씩 인스타그램을 보고 BBC에서 한 오만과 편견을 재탕하면서 누워있어요! 뭐 이런 거였는데ㅋㅋㅋㅋ.

 

 

 

글로리아와 사샤는 핑크 컨버터블을 타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몰래 앨런이 따라왔다. 그 와중에 켄들은 바비랜드를 켄덤으로 바꾼 거로도 모자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담을 쌓고 있었고... 옆으로는 벽돌을 쌓을 줄 몰라서 위로만 쌓고있긴 하다. 현실세계로 넘어가다가 켄들에게 잡혀서 앨런이 켄들을 때리는 동안 갑자기 마음을 다잡은 글로리아는 바비랜드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이제 켄덤이 되어가는 바비랜드에는 못 갈테니 중심지에서 떨어진 이상한 바비의 집으로 향한다. 다행이 세뇌에 걸리지 않은 바비와 켄들은 다 여기 모여 있네. 슈가대디 켄이 진짜 말도 안되게 웃겼는데.

 

 

정신을 차린 전형적인 바비는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고 더이상 예쁘지도 않아! 하고 한탄하는데 나레이터가 불쑥 등장해서 제작자들에게 알림 : 마고로비는 이런 대사를 하기에 적합한 배우가 아님 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다들 빵터졌다. 뭐 마고로비도 제작진이긴 한데요ㅋㅋㅋ 가끔 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단말이지.

 

 

이 다음 장면에서 그 대단한 글로리아의 모놀로그가 나온다. 저 긴 대사가 그 내용인데... 여자로 살면서 받는 이중잣대에 대한 한탄이 주된 내용이다. 여자들한테 왜 이리 바라는 게 많고 서로 상충되는데 대체 어쩌라는거냐. 여기가 아마 제일 불호인 지점으로 꼽힐걸? 왜냐면 맞는 말이지만 듣기 싫은 말이라. 뭐 이 글로리아의 신세한탄 덕분에 노벨상 탄 바비의 세뇌가 풀렸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더블프레셔를 들으면 세뇌가 풀리는 걸 알았으니, 이제 얼른 바비들을 구하러 가야지.

 

 

 

이 핑크 트럭에 바비를 한명씩 데리고 들어와서 글로리아가 세뇌를 푼다. 다들 핑크 수트를 입고 스파이처럼 바비를 한 명씩 끌어오는 게 웃기네. 그리고 아니 강아지 인형은 분명 이상한 바비 집에서 볼 때는 그렇게 안 커 보였는데 이렇게 차에 태우니 엄청나게 크네. 골든 리트리버처럼 생기긴 했는데 진짜 송아지만한 인형인가?

 

 

 

순조롭게 바비들의 세뇌를 풀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은 속된 말로 켄들이 나대게 만드는 거다. 세뇌를 푼 바비들을 예쁘게 꾸며서 켄 근처에 두고 어머 나는 돈관리도 못하고 노트북도 못하고 대부도 안 봤고 이건 어떻게 하는거지~~~? 하면 아주 다 넘어온다. 이게 반복되면서 스포츠 분야로 가서 단체로 let us show you라는 대사를 외치다니 정말 '켄스플레인'이 제대로다. 

 

 

마지막 작전은 켄들 분열시키기. 바비가 예쁘게 꾸미고 켄에게 가서 long-term long-distance low-commitment casual girlfriend를 하겠다고 하는 거다. 와 진짜 책임없이 꿀빨고싶어하네. 바비는 이 상황에서도 켄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글로리아의 말대로 켄은 바비의 집을 빼앗고 친구들을 세뇌하고 법을 바꿔서 바비들을 이등시민으로 전락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예쁘게 꾸미는데는 샤넬에서 협찬을 했는지 샤넬 마크가 큼지막하게 달린 하트 가방으로도 모자라서 옷도 샤넬이고 목걸이도 샤넬이다. 저렇게 과한 목걸이를 달았는데도 목걸이에 안 밀리네. 처음 봤을 때는 가운데 큰 보석만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목걸이도 샤넬 마크더라고. 켄이 꾸준히 하남자여서 웃기긴 한데 솔직히 저렇게 이쁜 바비가 와서 나 네 여자친구 할래 하면 안넘어가기가 쉽진 않을거야...

 

 

 

여자친구가 된 기념으로 기타치면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지가 뺏은 바비의 드림하우스에 들어갔는데... 같은 노래를 4시간씩 불러제끼고 '바닷가에서 모닥불 피우고 바비에게 노래불러주기'를 모든 켄들이 하는 중에 노래 가사도 널 주저앉힐거야~~~ 뭐 이런걸 부르고 있다 ewwww... 같은 노래를 4시간씩 부르는 켄들이 다 바닷가에 모인 것도 웃기긴 했지만 바비가 핸드폰 좀 본다고 바로 멘탈 흔들리는 꼴도 볼만하다. 덕분에 질투작전은 대성공인가? 

 

 

그렇게 서로를 경계하게 된 켄들은 아침에 해수욕장에서 만나서 싸운다. 아니 근데 자세히 보면 진짜 웃김. 핑크핑크한 해변에 각종 나시와 반바지 입은 켄들이 온갖 폼은 다 잡아놓고 풍선 던지고 싸움... 백조 보트에서 내리는 라이언 고슬링이나 리본돌리기 하고 있는 시무리우나 진짜 헛웃음 나온다. 그와중에 켄이 확대되니 이놈들이 가부장제 도입한 이후로는 그루밍도 제대로 안해서 수염 나 있고 제모도 안했더라? 

 

 

 

아니 그럼 얼른 싸우고 끝날것이지 갑자기 사랑은 비를타고 분위기 세트장에서 지들끼리 노래하고 춤추고 지랄인지...?

 

아 이 뒤로 영화 끝까지 써놨던 글이 날아갔다 기억도 안나고 진짜 다시 쓰기싫다. 이래서 영화 후기는 미리미리 써야하는데. 여러분 블로그 글 임시저장을 누르기 전에 맨 끝까지 다 로딩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임시저장을 누르세요 안그러면 저처럼 뒷부분 로딩 안 된 상태로 덮어씌워지니까...

 

어쨌든 켄이 꼴보기 싫다는 말을 썼었던 것 같네. 뭐 이것도 의도된 연출이라지만 그래도 켄은 궁금하지 않으니 좀 줄이고 디스코바비나 늘려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는 이야기 하기, '예쁘게' 보이기, 주인공의 관심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게 다른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하는 게 딱 저 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켄들이 지들끼리 싸우고 춤추고 하는 동안 바비들은 투표장에 가서 개헌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투표장에 못 나오게 하는 게 선거전략이라는 거지. 예고편에서 대통령 바비가 Okay ladies~ Let's do this할 때는 뭔가 재밌게 노나보다 했는데 엄청나게 심각한 장면이었다.

 

 

켄들은 뒤늦게 선거가 있었다는 걸 깨닫고 바비랜드로 들어오지만 이미 바비들이 모죠됴죠까사하우스를 철거하고 싹 소독까지 다 한 상태다. 바비들이 다 제정신을 차린 걸 아니까 켄 중에서도 자기 파트너인 바비와 누구마음대로 다시 잘 해보겠다는 애들이 나오고요?  이렇게 어찌저찌 애매하게 마무리되나 하던 참에 전형적인 켄은 지 집도 아닌 바비의 드림하우스로 도망치는데 전형적인 바비가 또 그걸 따라가서 달래준다.

 

아니 쟤는 니 집에 처들어와서 너 옷 다 집어던지고 니 친구들한테 미니스커트 입혀서 술시중이나 들게하고 발마사지나 시키던 놈이라니까? 나는 항상 바비와 켄이니 그냥 켄이 아니었네 사실은 가부장제랑 말이랑 아무 상관없다는 걸 알고부턴 흥미가 떨어졌어 어쩌고 웅앵웅을 왜 들어주고 앉아있어. 뭐 니 친구 앨런은 켄이랑 옷을 같이 입을 수 있는 앨런이에요! 하고 등장했지만 저스트 앨런으로 잘 살잖아 지 인생 지가 살아야지 왜 남을 학대하고 착취하면서 지 인생 불쌍타고 징징대냐.

 

켄이 현실세계의 여성포지션이다 하는 해석도 있는데 저런 걸 보면 일부는 공감하지만 일부는 공감하지 못하겠다. 뭐 바비가 달래는 것도 들어보니 진짜로 켄을 생각해서 달래는 건 아니고 아 적당히 달래서 앞으로 따로따로 살자 하는 느낌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I am kenough를 켄분하다 라고 번역했던데 트위터에서는 켄찮다로 많이 쓰더라. 아마 enough가 갖는 만족의 의미때문에 켄분하다가 된 것 같긴 한데 켄이가 만족하든말든 상관없이 괜찮은 상태인 걸 말하는 거니 켄찮다가 더 나은 것 같음.  

 

 

이 씬이 케너프 전인지 후인지 좀 헷갈리네. 바비랜드에 온 마텔 CEO가 Call me mother라고 했을 때 단호하게 노땡큐하는 장면도 웃겼지만, 대통령 바비가 모든 바비를 대표해서 이상한 바비에게 사과하고 내각에 스카웃하는 장면이 좋았다. 전형적인 바비 외에도 바비들이 어딘가 고장나면 이상한 바비에게 가서 고쳤으면서 이상한 바비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말이야.

 

그런데 이상한 바비에게 사과하고 나서도 이상한 바비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이름을 바꾸기에는 weird 자체가 이상한 바비의 아이덴티티인데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그런 뜻에서 이상한 바비의 스핀오프를 만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함.

 

글로리아가 마텔 임원들에게 평범한 바비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처음에는 거절당하지만 옆에 CFO인지가 잘팔릴 것 같은데요? 하니 평범한 바비를 만들기로 한 것도 조금 아쉬웠다. 아니 그래 뭐 평범한 바비까지는 괜찮은데 이왕이면 본인과 다른 여자들이 디자인 부서에 가겠다던가 임원진에 여자를 뽑으라던가 하는 급진적인 발전까지는 어려웠을까?

 

그 뒤에 대법관 중 한 명은 켄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당하고, 겨우 하급심 심판 한 자리를 얻었는데도 기뻐하는 켄들과 언젠가 현실세계의 여성들처럼 바비랜드의 켄들도 권력과 영향력을 갖는 날이 오겠지요~ 하는 나레이션이 막타를 제대로 꽂았다. 저기요 여자분들 님들 정신차리세요 하고 후드려패네 아주.

 

 

이제 더이상 완벽하지 않은 전형적인 바비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가 남았는데 이전 마텔 본사에서 바비를 도와주었던 할머니가 다시 등장한다. 바비를 만든 사업가, 루스 핸들러. 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바비는 인간이 되고싶어한다.

 

뭐 나는 인간이 되려고 한다고 굳이 루스 핸들러의 허락을 받으려는 게 이미 바비가 인간이 된 증거라고 생각하지만 바비 생각엔 아직도 자기는 루스 핸들러의 피조물이니 그럴수도 있지. 이런저런 이야기보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 what was i made for와 같이 여러 여성들의 영상이 나오는 게 더 좋았다.

 

 

인간이 된 바비는 더이상 하이힐이 아니라 버켄스탁을 신고, 글로리아와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산부인과에 다녀온다. 처음에는 마텔에 출근하나 하고 있어서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초반에 I do not have genitals라고 했던 바비가 이제 산부인과 검진을 받게 되었으니 꽉 닫힌 인간엔딩이라고 치면 깔끔한 엔딩이긴 하다.

 

마텔에서 앞으로 바비며 켄을 열심히 팔겠다는 야심이 느껴지긴 했다만, 이런저런 여러가지 상품을 팔겠다는 야심이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그레타 거윅과 마고로비가 마텔 PR 외에도 볼 게 많은 영화를 만들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일단 여배우들이 아주 많이 나오고 바비와 글로리아 둘이 다 주요 스토리를 이끌어간다는 게 좋았고 켄들이 별볼일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여러모로 약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정도는 대기업 IP니 어쩔 수 없지.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에 가까워서 고전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나중에 또 보면 또 다르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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