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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시네마테크 KOFA,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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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성행(盛行)하는 공상과학영화: 1960년대 국내 개봉 SF 영화 특별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후기

 

 

꽤 길게했던 <시네마테크KOFA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번에는 <성행(盛行)하는 공상과학영화: 1960년대 국내 개봉 SF 영화 특별전> 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기획전 제목인 ‘성행하는 공상과학영화’는 1969년 9월 14일 조선일보 5면에 실린 '성행하는 우주영화'와 9월 20일 동아일보 5면에 실린 '공상과학영화 제작활발'을 섞어 지은 제목이라고. 

 

사실은 이 전 주 주말에 했던 <올드보이> 20주년 특별상영에 가려고 했는데... 두 자리 예매는 커녕 G9번 하나 잡고 이거라도 일단 예매하자 싶어서 약관 동의하고 예매하기 버튼 눌렀는데 튕겼다. 하... 인터넷 예매분은 순식간에 매진되고 취소표를 노려고 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인터넷 예매는 아예 막았고, 현장예매 뛰어서 볼까 말까 꽤 많이 고민했다.

 

일단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자 했는데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생각하니 이 휴일에 이 시간부터 영자원 원정은 너무 힘들다 싶어서 포기하고 잤다. 나중에 트위터 보니 이미 오전 10시 좀 넘어서 50명이 넘었다면서요? 갔어도 내 자리 없을 뻔했네. GV를 못 본게 조금 아쉽다.

 

 

뭐 그래서 이번 기획전 이야기를하자면 60년대 SF영화 특별전인데, 나는 SF를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우주 배경인 건 더더욱 취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전이든 최신작이든 별로 본 게 없다. <인터스텔라>도 <마션>도 안 봤는데 무려 60년대 SF영화라니 보고싶을만한 게 있을까 했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해 준다길래... 이 정도 영화면 교양으로 봐 둬야지 싶어서 열심히 예매해서 다녀왔다.

 

보통은 예매 오픈이 11시니까 10시 57분에 알람을 해 두는데 알람 끄고 나서 공짜커피가 생겨서 그거 얻어먹느라 예매를 까먹고 11시 40분이 다 되어 들어갔더니 그나마 중블인 게 K열이네... 뭐 일단 잡고 나중에 취소표 생기면 옮겨야지 했는데 취소표가 절대 안 나오더라. 전국의 SF 팬들이 다 모이셨나...

 

 

그래서 K열에 처음 앉아봤다. 여기는 K열 10번. 사실 뭐 시네마테크KOFA는 1관이든 2관이든 극사이드만 아니면 어디 앉든지 화면이 다 잘 보여서... 중블 안에서만 앉으면 화면이나 자막에 크게 지장은 없다.

 

평소에는 G열이나 H열에 앉으니까 스크린이 좀 멀리 있기는 한데, 우주영화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렇게 조금 관조적으로 보는 것도 괜찮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제임스 암살>도 이렇게 뒤쪽에서 봤다면 조금 나았겠다 싶었을 정도.

 

벽이나 앞에 앉은 사람들은 예상보다 더 신경쓰이지 않는 편인데 의외로 천장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그리고 굉장히... 목이 아프네. 약간만 눈높이가 높았다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키가 작아서 좀 올려다보느라 그런가? 아니면 150분짜리 영화라 그런가? 보고 나서 좀 힘들었는데 이건 내 컨디션이 별로라 그런 걸 수도 있겠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뭐 워낙 유명한 영화기도 하고, 영자원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SF 특별전이라면 또 SF팬들이 왔을 테니 그야말로 찐 관객들만 온 셈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대적 머글감이 장난아니더라. 덕분에 이렇게 시체관람을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조용하고 쾌적하게 영화를 봤다. 우주 장면에서는 정말 소리가 하나도 안 나는데 관객들도 쥐죽은듯이 봐서 정말 숨소리도 안 나더라. 물론 그 와중에도 핸드폰 보는 사람들은 있었다만 그래도 구석이어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새로 나온 포스터에 적힌  'ONE MOVIE CHANGED ALL MOVIES FOREVER'라는 프레이즈에 걸맞는 영화였다. SF를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아도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 건 지는 알 수 있는데, 이 영화가 1968년 작품이라 미국이 달 착륙을 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후로 나온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영화가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나는 이후 영화를 먼저 보고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다보니 한 장르의 클리셰가 된 원본 작품을 표절작이라고 하는 뉴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 

 

CG가 나오기 전 영화(무려 C언어도 나오기 전이다)라서 약간은 아날로그 감성이 있고 지금 와서 보면 1960년대구나, 하는 장면도 있지만 가장 큰 장벽은 진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 아니 그래 뭐 우주에서 볼 때 인간의 속도라 처음에 화면도 안 뜨고 뼈다귀에서 우주선 가는건 빠르고 뭐고 다 알겠는데요. 2023년에 보기에는 템포가 심하게 느리다. 조금 자르고 조금 배속 해서 150분을 120분으로 만들어줬다면 정말 좋았겠다... 싶은 느낌이 있거든요? 150분 짜리는 감독판 하시고요... 

 

아니면 영자원에서 상영할 때 인터미션 시간에 10분정도라도 쉬었다면 딱 좋았겠다. 150이면 긴 건 아닌데 템포가 느리다보니 한번에 다 보기에는 너무 힘들더라. 친구가 인터미션 뜰 때 나가자고 했을 정도ㅋㅋㅋㅋ 1부 잘 보고 2부에서 엄청 졸다가 인터미션 끝나고는 정신차리고 열심히 봤다.

 

그래서 그 위대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본 소감은... 영자원에서 봤으니 끝까지 본 거지 OTT로 틀었다면 분명히 중간에 껐을거야... 핸드폰 봤을거야... 아니면 적어도 2배속으로 봤을거야...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정말 영화관은 일시정지가 안 되고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핸드폰 안 본거지 중간에 졸리고 지루한 부분들에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음향과 화면이 정말 끝내주는 영화라 처음은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한다 싶은 영화긴 한데, 이거 원래 이렇게 졸린 영화인가? 내가 탄수화물 폭탄을 먹고 바로 영화관에 와서 이렇게 졸린 건가 했는데 검색해보니 원래 불면증 치료제급으로 유명한 영화였구나^^ 나만 그런 줄 알았네.

 

 

슈베르트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깔리는 그 유명한 오프닝.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안 본 사람도 여기서부터 영장류 씬까지는 대충 알지 않을까?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영화관을 쩌렁쩌렁하게 울려서 영화관에서 볼 맛이 나는데, MGM 나오기 전까지 사운드가 좀 많이 커서 귀가 피곤하긴 하더라. 친구는 평소에 음악도 거의 안 듣고 이어폰도 거의 안 써서 그런지 귀를 반쯤 막고 볼 정도였다.

 

 

THE DAWN OF MAN, 인류의 시작. 이런 걸 볼 때마다 영어(를 포함한 라틴어 계열)은 언어가 너무 성중립적이질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놈의 남성어 여성어는 물론이오 MAN을 인류 대명사로 쓰는것부터... 뭐 이건 1968년 영화고 요즘은 MAN -> MANKIND -> HUMNAKIND까지 발전하긴 했다만 이렇게 된 거면 단어가 길어진단 말이지... 그럼 또 짧은 거 쓰자는 놈들이 나와요. 뭐 MAN이 뭐가 어때서 그러냐! 원래 독일어에서 온 인류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고칠 필요 없다! 하는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MAN이고 지금까지 성차별적으로 쓰여왔으면 고쳐야지. 이게 다 남성어 여성어따위로 단어를 구분해서 관사를 붙이는 양놈들 때문이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저 검은 비석같은 건 Monolith모노리스 라고 하는 건데 이 장면에서는 영장류가 모노리스에 접촉한 이후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뭐 외계인이 보낸 지식을 전수하는 무엇인가? 하고 있었는데 후반부에 있는 모노리스는 기능이 또 다르더라고. 영장류 씬이 상당히 긴데 사람이 분장한 티가 굉장히 많이 나서 좀 웃기기도 한다. 그래도 분장에 최선을 다해서 어설픈 CG보다는 좀 낫긴 한데... 보다보면 배속하고 싶어진다. 

 

 

영장류가 이족보행을 하고 도구를 쓰기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뼈를 도구로 사용하고부터 우주선 개발까지는 (비교적) 눈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뜻이라고 한다. 볼 때는 그냥 시간이 지났구만 했는데 심오한 의미가 있었군...

 

 

그리고 저 우주선은 우주기지로 가는 나름 여객선 같은 거였다. 짤로 보니 지구가 그림으로 그린 티가 나긴 하는데 우주선 움직이는게 워낙 대단해서 초반에는 티도 안 난다. 아니 이런 우주선을 어떻게 달에 가기 전에 영화로 내죠 아무리 NASA랑 협력을 했어도 그렇지 진짜 대단하다. 요새 나온 우주영화에도 전혀 안 밀린다. 

 

 

 

펜이 떠 있고 사람이 살짝 사뿐하게 움직이는 것 외에 그렇게 우주선 같은 느낌은 없었는데, 저 그립슈즈 덕분에 발을 붙이고 걸어다니는 것인 듯. 머리를 다 가린 건 아마 기술적인 문제로 구현이 안되어서겠지만.

 

 

 

이렇게 빨아먹는 우주식량도 나오고 

 

 

그립슈즈를 이용해서 180도 돌아서 조종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나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여기였음. 그 전에는 우주라는 실감이 별로 안 났는데 이렇게 움직이는 걸 보니 중력이 없긴 하구나! 싶은 느낌?

 

 

우주선 조종석이 굉장히 현대적이다. 스크린도 여러개고 버튼식이고... 뭐 SF영화를 본 어린이들이 자라서 우주선을 만들게 되면 과거에 봤던 미디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그런가? 

 

 

 

안면인식 / 보이스 인증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장면이나 딸과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 장면을 실제로 만든건지. 하여튼 50년도 전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우주선 인테리어도 굉장히 눈에 띈다. 가구들이며 인테리어며 스크린까지 꽤 모던한 분위기인데 천장이 낮아서 우주선 안이라는 느낌을 내더라. 미국 측 플로이드 박사 외에 세 명이 여자분이 더 나와서 뭐 여기서 달 기지에 전염병이 돈다는게 진짜냐고 떠보는 내용이 나오는데, 말하는거나 이름이 소련계인 것 같네. 그럼 이때도 우주정류장은 다 같이 쓰는건가?

 

 

 

이 뒤 내용은 달 기지에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을 내 두었지만 사실 정체불명의 검은 비석을 발견했다는 거였다. 아까 영장류에게 도구를 쓰는 법을 알려줬던 모노리스와 같은데, 땅에 묻혀있다가 노출되는 순간 전파가 나왔다고 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너무 졸아서 잘 기억이 안 난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배경에서 계속 나오지 우주 배경이지 스토리는 별거 없지 템포는 느리지 자기 너무 좋더라고. 모노리스에 가까이 다가가면 굉장한 소음이 났다는 것만 기억나네.

 

 

 

그리고 갑자기 전환돼서 18개월 후,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달리는 우주인 하나. 처음에 가로로 놓인 그대로 나와서 좀 놀랐다. 이런 걸로 우주인 게 실감나네. 운동하고 있는 프랭크와 뒤이어 나오는 데이빗은 목성으로 향하는 중인데, 저기 미라 같은 관에 목성에 가서 실제로 임무를 할 우주인 3명이 냉동보관되어있다. 나중에 인터뷰하는 걸 들어보면 음식이나 기타 자원을 아끼기 위해 호흡도 최소화하고 뭐 그랬다더라.

 

 

말이 우주인이지 데이빗과 프랭크가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저 가운데 있는 도어락 같은 HAL-9000이라는 컴퓨터가(물론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지만) 조종을 다 한다. 할이라고 부르는데 목소리가 귀여움.

 

 

그래서 우주인들이 하는 일은... BBC와 인터뷰 한 것 보면서 밥먹기. 아까 달 우주선은 액체였는데 이건 고체다. 둘 다 맛없어보이긴 마찬가지인데 적어도 얘는 따뜻하긴 한 것 같더라.

 

 

인공지능과 체스두기. 할이 이겼다. 사실상 알파고와 체스두기 아니야.

 

 

냉동수면중인 동료 그린 그림 자랑하기 같은 것 뿐이고 그냥 목성을 향해 열심히 간다. 목성에 도착하면 냉동한 우주인을 깨워서 임무를 하겠지만 데이브도 프랭크도 딱히 아는 건 없어 보인다.

 

 

이건 그냥 데이빗이 잘생겨서 넣었다. 약간 V 같은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뱀상 미남... 좀 더 잘생긴 킬리언 머피 같네요 뭐 이분이 더 옛날 배우지만. 

 

 

할과 데이빗이 대화하는 중 할이 자꾸 이 임무가 수상하지 않냐는 뉘앙스의 말을 꺼내는데, 그러다 데이빗이 뭐라 하려니 갑자기 우주선 장치 중 하나가 고장났다는 보고를 한다. 꽤 중요한 장치여서 지구 본부에서도 장치를 꺼내와서 수리하라고 해서 저 컬러풀한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을 타고 나가서 장치를 꺼내 온다.

 

 

꺼내온 기판을 수리하는데... 멀쩡한데? 지구 본부에 연락해보면 지구에 있는 HAL-9000은 이상이 없다고 한다고 하고. 아무래도 우주선에 있는 할이 좀 이상한 것 같다. 두 명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주 어색하게 말을 돌리면서 포드로 들어가는데...

 

 

아 거긴 왜 들어가 전면 유리 불안한데 했더니 진짜 할이 독순술을 하잖아 아니 소리 안 들리게 우주선 안에 들어갈 생각은 했으면서 왜 유리창 앞에 앉냐고 불길하게. 그럴거면 아예 대놓고 이야기하지그러냐?

 

무슨 카페베네도 아니고 그 다음이 바로 인터미션인데 어우... 여기서 좀 쉬었다 봤으면 진짜 좋겠다. 영자원에서 지난 <아라비아의 로렌스> 상영 때는 인터미션이 있었는데 4시간짜리가 아니라 그런가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터미션 없이 계속 상영했다. 인터미션도 안 했는데 글자가 없어지고 나서 시작할때처럼 화면 없이 음악만 나오는 건 좀 괴로웠다.

 

 

프랭크는 다시 장치를 돌려놓으러 포드를 타고 출발하는데... 저기요 볼트 폭발 주의 왜 이렇게 크게 잡아주는데요 불길하게스리

 

 

아니나다를까 나간지 얼마 안 되어 창문으로 프랭크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게 보인다. 아마 할이 프랭크가 타고 나간 우주선의 볼트를 폭발시켜서 프랭크를 죽여버린 듯. 호스가 잘린 걸 보면 죽었겠지만 아직 움직이는 걸 봤으니 데이브가 다른 포드를 타고 구하러 나간다.

 

 

그리고 그 동안 할은 냉동시켜두었던 우주인 세 명의 호흡기를 떼버려서 다 죽여버린다. 이럴 줄 알았다 이 인공지능 컴퓨터놈아..!

 

 

프랭크는 뭐 죽었겠지만 데이브는 포드를 타고 가서 시체를 잡아왔다. 이제 우주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는데... 할 이놈이 문을 안 열어주네. 심지어 급하다고 헬멧도 안 쓰고 나가서 유영해서 들어올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못들어갈 줄 아느냐 이놈아. 데이브는 우주선 옆으로 가서 비상문을 열고 고의적으로 볼트 폭발을 일으켜서 우주선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잠깐 숨 참고 저렇게 들어올 수가 있는건가 싶긴 한데 뭐 영화니까. 그런데 사실 이렇게 들어오는 건 할이 봐준거 아닌가... 보니까 우주선에 포드까지 다 할이 조종하는 거더만 비상장치를 못 열게 한다던가 포드를 고장낸다던가...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돌아왔으니 할 이놈이 고장난게 확실하다. 이놈 메모리를 빼버려야지. 지금 와서 데이브 무서워요 하면 멈출 것 같으냐. 그런데 하나하나씩 뽑으니 점점 말이 느려지고 나중에 데이지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좀 불쌍하긴 하더라.

 

할이 작동을 멈추고 나자 갑자기 옆에서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원래대로라면 목성에 도착해서 냉동한 우주인이 깨어났을 때 재생되어야 할 것이었다. 달에서 발견한 모노리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데, 강력한 라디오 주파수를 목성으로 보내는 물체라고. 그러니까 누가 4백만년 전에 달에 모노리스를 묻어두고 그걸 파내면 신호가 오게 해 두었다는 거다. 아마 원숭이에게 모노리스를 보내서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 외계생물체겠지 뭐. 

 

더 설명이 나오려나 했는데 지구에서도 딱히 아는 건 없어보이고, 모노리스를 묻어둔 외계생물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우주인들을 목성에 보낸 듯 하다. 목성에 거의 다 왔는지 여러 위성이 보이던 중 갑자기 위성 사이에 떠다니는 모노리스가 보이는데, 이전에 나왔던 모노리스들처럼 음산한 배경음이 깔리다가 갑자기 우주선이 모노리스에 닿지도 않았는데 화면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수면타임... 처음에는 와 신기하다 하면서 봤는데 화면은 빨리 지나가지 내용은 없지 이제 끝나나 싶다가도 안 끝나고. 괜히 잠 안 올때 우주영상 보면서 자는게 아니구나 하면서 졸다가 깨다가 했다. 모노리스가 데이빗이 탄 우주선을 어디로 이동시킨다는 것만 알면 되지 뭐...

 

 

 

그러더니 갑자기 불란서풍 방 안으로 포드가 이동되었고? 포드 밖의 데이브가 포드를 보니 없어지고, 나이든 데이브가 우주복 데이브를 보니 또 없어지고, 더 나이든 데이브가 나이든 데이브를 보니 없어지고를 반복하다가 모노리스를 보면서 데이브가 죽는다. 이게 뭐야. 그러니까 관찰자 입장에서는 눈 깜짝할사이의 시간인데 그 젊은 데이브가 다 늙어 죽을때까지 관찰했다는거 아니야. 안 미친게 용하네.

 

 

마지막에 데이브가 죽기 직전에 새로운 모노리스가 등장했는데, 다 죽어가는 데이브 한 번, 모노리스 한 번 잡아주더니 데이브가 꽤 큰 태아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그 태아를 지구로 보내주네;;; 그럼 다시 태어난 데이브가 유인원에게 도구를 알려준 모노리스 역할을 한다는건가보다. 

 

그러니까 종합하면 목성보다 더 멀리 사는 지구 문명 이전에 이미 대단한 기술이 있던 외계인이 지구 성장 게임 같은 걸 하고 있다...는 영화였다. 그런데 이제 우주 ASMR을 곁들인...뭐야 이 스토리는... 사실 내가 본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제일 재밌었던건 할의 반란이었는데 그건 뭐 전체에서 얼마 되진 않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보니 배경지식이 있어야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

 

그래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어떤 느낌이냐면... 이 영화 이후에 나온 모든 우주영화의 원본을 본 느낌인데 그게 엄청 지루한... 엄청 느리고 자꾸 딴짓하고 싶어지는... 영화관에서 봤다면 폰딧불이가 정말 많았을텐데 그나마 영자원에서 본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음향과 우주 씬 모두 다 좋은데 차마 두번 볼 엄두는 안 나네. 이거 말고 특별전 다른 영화는 안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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