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보름나물 6가지와 보름밥
오늘은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집은 딱히 명절을 제외한 절기를 챙기지는 않는데, 유일하게 꼭 챙기는 절기가 정월 대보름이다. 오곡밥에 묵은 나물 여러 종류를 해서 먹고, 주위와 나눠 먹기도 한다. 집에 있는 묵은 나물을 다 꺼내서 최대한 종류를 많이 맞춘다. 보름 나물은 대보름 전날에 먹는 것이니, 주말에 미리 밑준비를 다 해서 삶아서 밑간을 해두고 월요일 저녁에 볶고 양념을 해서 완성했다.
이번 보름나물은 6가지. 토란대를 더 할까 했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나중에 육개장에 넣기로 하고, 집에 많은 나물들 위주로 준비했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하는 건 아니고, 나는 냄비를 나르거나 간을 보거나 하는 보조만 했다.
밥은 팥을 넣은 찰밥. 우리집에서는 오곡밥이 영 인기가 없고, 그래도 대보름이니까 찰밥을 먹어야지 하니 팥을 넣은 찹쌀밥으로 타협을 한다. 나는 오곡밥도 괜찮은데. 물을 조금 적게 해서 많이 질지 않고 고슬고슬하지만 쫀득하게 했더니 나물과 잘 어울렸다.
1년에 딱 한번 쓰는 보름나물 그릇에 올해의 나물을 담았다. 고사리부터 시계방향으로 시래기, 가지, 호박고지, 지칭개와 다래순이다. 지칭개와 다래순은 말린 것을 조금 얻어서 양이 적은 편인데, 하루 맛보기에는 괜찮다. 미리 전날 밑간을 해두었고, 다시마 육수와 들기름을 조금씩 사용해서 기름이 과하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나게 했다.
고사리는 제주도 고사리가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확실히 국산 고사리는 중국산과 비교가 안 되는 맛이다. 한번 불리고 삶은 후에, 들기름과 조선간장을 넣어 하루 밑간을 하고 다시마 육수를 넣어 볶았다.
이건 시래기. 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무청을 삶아서 말린 것을 선물받았는데, 한번 삶아서 말린 것이라 그런지 색이 새파란 색이다. 시래기 맛이 나기는 하는데 색이 너무 파래서 시래기 같지가 않다. 베이킹소다를 1/2작은술 정도 넣고 삶아서 껍질을 조금 손보고, 역시 조선간장과 들기름에 재워두었다가 육수를 넣고 볶았다. 고춧가루를 아주 조금 넣어서 끝이 느끼하지 않게 만들었다. 맛은 있는데 색이 너무 파래서 그냥 삶지 않고 말린 시래기를 사먹는게 나을 것 같다.
이건 말린 가지나물. 내가 가지를 좋아해서 많이 만들었다. 여름에 가지를 잘라서 말렸다가 물에 불리고 빡빡 헹궈서 삶은 후 밑간해두었다 볶았다. 이건 조선간장 말고 양조간장도 조금 넣고, 마늘을 적게 넣어야 맛있다. 그런데 보관을 잘못한건지 덜 불린건지 끝맛이 아주 약간 새콤?한 맛이 난다. 상한 것 같지는 않은데 덜 울궜나보다. 좋아하는 나물인데 맛이 아쉽다.
왼쪽은 다래순, 오른쪽은 지칭개. 고모가 직접 딴 것이라고 보내주셨다. 다래순은 뭔지 알겠는데 지칭개는 뭔지 모르겠어서 찾아봐싸더니 산이며 들에서 자주 본 풀이다. 건강에 좋다고 직접 따서 보내주신 것이니 맛있게 볶아봤는데, 개인적으로 지칭개는 된장국에 넣는 것이 더 맛이 나은 것 같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호박고지. 애호박이 쌀 때 사서 썰어 말리는데, 이번에는 늙은 애호박을 씨를 도려내고 말린 것이라 모양이 일반적인 호박고지와는 조금 다르다. 다 고만고만한 나물이라 호박고지에는 제육볶음용으로 사 둔 전지를 작게 잘라서 같이 볶았다. 돼지고기가 들어갔으니 생강술을 1작은술정도 넣어 볶으니 냄새도 안 나고 잘 어울렸다.
저녁을 찰밥에 나물로 맛있게 먹고, 컬링 한일전을 보면서 땅콩과 호두도 깨 먹었다. 보름나물도 먹고 부럼도 먹고, 원래는 자면 안되지만 그래도 사람이 잠은 자야지. 보름 풍속 중 두 가지 했으니 하나쯤 안해도 괜찮을 것 같다.
주말 낮부터 건나물 꺼내서 불리고 물 갈아주고 데치고 다시 불리고 밑간하고, 또 월요일 저녁에 일일이 볶으니 둘이서 해도 꽤 한참이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 온가족이 맛있게 먹었으니 올 한해도 건강하게 보내면 좋겠다. 남은 나물로는 비빔밥 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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