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음식점 안 가도 되는 새우 팟씨유 만들기
만만하게 가기 좋았던 뭄알로이가 일산으로 이사를 가고 나니 갈만한 태국음식점이 없다. 뭐 맛있는 집이야 이곳저곳 있는데, 태국음식 가격대가 유난히 다른나라 음식에 비해 높은 느낌. 뭐 똠양꿍이나 육수 들어가는 음식을 집에서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팟타이나 팟씨유 같은 볶음쌀국수는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유튜브를 보면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중이다. 이번에 만든 팟씨유도 그 중 하나. 새우를 넉넉히,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넣고 간장과 노추, 설탕으로 간을 했는데 굴소스를 더해도 괜찮을 것 같다.
새우 팟씨유
(1인분)
쌀국수 50g
새우 100g
간장 1큰술
생강술 1큰술
마늘 3알
(또는 다진마늘 1작은술)
후추 약간
양파 1/4개
청경채 1개
알배추 1장
숙주 한줌
계란 1개
소금 약간
노추(혹은 간장) 1큰술
굴소스 1작은술
액젓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땅콩 약간
레몬즙 1큰술
동네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마트에서 쌀국수를 사 왔다. 300g 한 봉지에 1,350원이었다. BUN KHO면 베트남 쌀국수 중 소면처럼 동그랗고 가는 면이긴 한데, 두께가 조금 얇은 편이라 볶아먹기에도, 샐러드에 넣어 비벼먹기도, 국물에 넣어먹기도 좋아서 애용하는 편이다. 보통 분짜에 나오는 쌀국수가 이것. 더 대용량 포장에 가격이 2,900원쯤인 가늘고 납작한 면 HU TIEU KHO도 있고, 볶음쌀국수로만 먹을거라면 3~5mm 내외의 납작한 쌀국수를 골라도 좋다.
그리고 무심코 소면처럼 삶으면 큰일나는 것이... 1인분 정량이 건면 기준 50g이라 저 봉지가 300g 봉지니 1/6 크기가 1인분. 불려서 삶아도 얼마 되지 않는 양인데 또 먹다보면 양이 차기는 하더라. 쌀국수를 따로 불리지 않았다면 끓는 물에 6~8분 충분히 삶은 후 찬물에 헹궈 사용하면 된다.
쌀국수는 다른 건면들보다 단단한 편이라 바로 물에 삶으면 아주 오래 삶아야하고, 오래 삶더라도 속에 심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귀찮더라도 조리하기 적어도 30분 전에 미리 찬물에 담구어서 하얗게 될 때까지 불려서 살짝 삶으면 골고루 익는다. 그나마 오늘 하는 것처럼 삶은 후 살짝 볶은 조리법이라면 괜찮은데, 육수에 넣어 먹을 거라면 반드시 먼저 불린 후 삶아주어야 한다. 당면처럼 회색이었던 면이 새하얗게 변하면 잘 불어난 것이다.
오늘은 집에 있는 냉동 새우를 넉넉히 넣었다. 새우 100g이면 냉동새우 6~7마리 정도인데, 이러면 완성했을 때 와 새우 많이 들었다~ 싶은 느낌이다. 뜨거운 물에 잠깐 넣어 해동한 후 물기를 닦아내고, 간장 1큰술과 굵게 다진 마늘, 후추 약간을 뿌려 밑간한다. 새우 비린내가 걱정된다면 생강술이나 미림을 1큰술 추가해도 된다. 이날 통마늘이 있어서 태국인 유튜버가 하듯이 굵게 다져 넣었는데, 내 입에는 그냥 다진마늘을 사용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더라.
야채는 양파가 필수고, 살짝 단단한 야채라면 어느것이든 잘 어울린다. 양파는 1/4개를 가늘게 채썰고 냉장고에 있던 청경채와 알배추 역시 가늘게 썰어줬다. 버섯이나 당근, 피망, 파프리카, 마늘쫑, 쪽파, 부추, 아삭이 고추 등 어지간한 야채는 다 괜찮았다. 1인분 기준으로 숙주를 제외한 야채 총 양이 크게 한 줌 집힐 정도면 된다. 숙주가 없다면 다른 야채를 조금 늘려 넣는다.
계란은 소금을 한꼬집 정도 넣고 미리 풀어서 준비했다. 이건 유튜브에서 미리 풀어놓길래 따라해 본 건데, 굳이 설거지를 늘리지 말고 팬 옆에 계란을 까 넣고 얼른 스크램블을 하는 게 더 편했다.
쌀국수가 충분히 불었다면 삶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소금을 넣지 말고 바로 면을 넣어 삶는데, 미리 충분히 불렸다면 1분, 불리지 않고 바로 사용한다면 6분을 삶으면 된다. 조금 단단하다 싶을 떄 꺼내서 물에 헹구면 더 단단해지는데, 나중에 면을 한번 더 볶아줄 것이라 너무 많이 익히면 완성했을 때 뚝뚝 끊긴다. 쌀국수 건면을 삶고나서 굳이 헹구지 않는 걸 많이 봤는데, 쌀국수는 삶고나면 특유의 당면같은 냄새가 있어서 찬물에 소면 헹구듯 박박 헹궈주는 게 더 맛이 깔끔했다.
팬에 기름을 한큰술 두르고, 센불로 삶아놓은 면과 노추(또는 간장) 한큰술, 액젓과 굴소스 1작은술, 설탕 1작은술을 넣어 살짝 볶아준다. 면에 간장 색이 골고루 밸 정도만 볶아낸 후 접시에 빼 놓는다.
면을 빼고 미리 재워두었던 새우를 익힌다. 마늘을 굵게 다졌다면 마늘이 익을때까지, 다진마늘을 넣었다면 새우가 분홍색으로 변하고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까지 볶다가 야채를 넣고 가볍게 볶는다. 야채가 아삭한 게 좋다면 양파가 반투명해질 때까지만 볶고, 야채가 잘 익은 것이 좋다면 양파가 투명해질때까지 볶아주면 된다.
원하는 만큼 야채가 익었다면 미리 볶아두었던 면을 넣고 야채와 잘 섞는다. 면에 간이 짭쪼름한 편이라 굳이 야채에는 더 간을 하지 않았는데, 면과 야채를 섞은 후 간이 부족하다면 남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면이 뭉쳐서 잘 풀어지지 않는다면 물을 한큰술 정도 넣은 후 센 불에서 물기를 날려가며 섞어주면 된다.
면과 야채를 한 구석으로 몰아내고 다른쪽에서 계란을 익힌다. 팬이 달궈진 상태에서 바로 계란을 넣고 휘저어서 스크램블을 만드는데, 계란을 조금 바싹 익혀야 먹을 때 지저분하지 않다. 숙주를 넣을 것이라면 계란 스크램블을 다 한 후 면과 야채, 계란을 섞을 때 숙주를 넣어 섞으면 여열로 충분히 익는다.
땅콩을 약간 부숴 올리면 끝. 입맛에 따라 레몬즙이나 식초를 한 큰술 뿌려 먹는다. 매콤한 것이 좋다면 굵게 빻은 고춧가루를 약간 뿌려 먹어도 좋다. 땅콩이나 고춧가루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생략해도 되지만, 식초나 레몬을 꼭 뿌려야 음식점에서 먹는 맛이 난다.
땅콩과 레몬즙을 잘 섞어서 한 입. 면이 동그랗다보니 씹히는 질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짭짤 달달하면서 야채가 아삭아삭 씹히는 괜찮은 볶음쌀국수다. 마늘을 굵게 썰어 넣었더니 청키한 식감이 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이 정도면 태국음식점 안 가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간장+액젓+굴소스를 넣고 만들면 팟씨유, 케찹+액젓+설탕을 넣고 만들면 팟타이가 될 듯 한데, 아직 딱 맞는 비율을 찾진 못해서 쌀국수 산 김에 이것저것 시도해봐야겠다 싶다. 그래도 통통한 새우에 아삭한 야채, 간이 잘 밴 쌀국수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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