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고기집][종각역 술집] 온달집 종각점에서 닭다리살과 간장마요밥, 심야우동
설 즈음하니 저녁 약속이 많아지는데, 뭐 다들 만나면 저녁이니 술을 마시게 된다. 적당히 괜찮은 분위기와 가격대의 프랜차이즈 술집, 고깃집을 많이 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이날은 퇴근하고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종각역 고기집, 종각역 술집 등으로 어딜 갈까 열심히 찾아보다가 온달집이 있길래 닭다리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종각역 4번 출구에서 쭉 걸어와서, 젊음의 거리 메인 스트리트에서 약간만 걸어가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장이 그렇게 안 커 보이는데, 안쪽이 넓어서 퇴근하고 바로 오면 거의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입구는 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귀여운 네온 거울과 소주 관련 상품들이 가득. 두꺼비 캡슐 뽑기 머신이 엄청나게 시선을 끄는데, 테슬라(테라+참이슬)나 테진아(테라+진로)를 주문하면 주는 코인으로 뽑기를 할 수 있단다. 소맥을 마실 거라면 이 조합으로 마시면 딱 좋겠다.
특이하게 벽을 낀 ㄷ자 모양이어서 가게 바깥에서 보이던 자리 말고도 안쪽에도 자리가 많다. 살짝 어두운 조명에 포차 테이블, 간이의자라 포차 느낌도 나지만 겨울에는 따듯하게 난방을 해 주니 이쪽이 더 좋다. 포차 분위기라고 해도 테이블에 불을 넣는 건 아니라서 실내 공기도 답답하지 않은 게 큰 장점이다.
자리에는 이렇게 큰 비닐팩이 있고, 롱패딩 두 벌 정도는 거뜬하게 들어간다. 포차 스타일 가게라 겉옷과 짐이 거추장스러운데, 짐이 있다면 팩에 넣어서 벽에 기대두면 되니 편하다.
가게 안에 화장실이 있고, 남녀 분리형에 칸도 두 개다. 특히 술집은 화장실이 중요해서 꼭 체크하는 편인데, 컨디션이 괜찮아서 좋더라.
온달집 종각점의 메뉴판. 일단 고기류로는 닭다리살 / 닭똥집 / 꼼장어 / 무뼈닭발의 4종류가 있고, 처음 주문은 2인분부터, 추가 주문은 1인분씩도 가능하다. 두 명이서 온다면 좋아하는 메뉴를 2인분 시키고 사이드 메뉴를 먹는 걸 추천하고, 3명이서 온다면 닭다리살과 꼼장어 중 좋아하는 것을 먼저 2인분 시키고 반쯤 먹고 나서 꼼장어나 닭발, 닭똥집을 1인분 추가해서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4명이서 온다면 2개 2개 섞어서 시켜도 좋겠는데, 4명이서 온다면 닭다리살 2인분에 닭발 1인분을 시키고, 사이드 메뉴를 여러 가지 시키는 게 식사 겸 술 마시기 좋았다. 5명이서 왔을 때는 3인분 / 2인분으로 나누고 치즈떡볶이와 간장마요밥, 식사량에 따라 심야우동까지를 추천하고 싶다.
곁들임 메뉴로는 홍합탕과 오뎅탕, 치즈떡볶이, 아이스 황도, 심야우동과 간장마요밥이 있는데, 이 중 간장마요밥과 심야우동은 그야말로 필수 메뉴고, 치즈떡볶이도 장난 아니다. 메인메뉴는 주로 안주로 먹기 때문에 2명이서 고기 2인분에 심야우동과 간장마요밥을 시키면 식사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고, 3명이라면 고기 3인분에 치즈떡볶이, 간장마요밥을 시키면 좋았다. 떡볶이는 양이 많은 편이라 2명이 왔을 때에는 좀 많더라. 하지만 소주를 먹을 거라면 무조건 심야우동은 시켜줘야 한다.
고기가 전부 익혀서 나오고, 불 향을 입혀 굽느라 다른 가게들에 비해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만약 식사를 안 하고 나와서 배가 고픈 상태라면 사이드 메뉴인 떡볶이나 우동을 고기와 함께 주문하면 떡볶이 or 우동을 먹으면서 기다리다 고기+소주로 넘어가면 되고, 그렇게 배가 고픈 건 아니라면 고기가 나오면 반쯤 먹었을 때 우동과 주먹밥 등을 추가로 주문하면 흐름이 끊기지 않게 딱 좋은 타이밍에 음식이 나온다.
온달집의 주류, 음료 메뉴판. 소주와 맥주, 한라산, 청하, 매화수, 막걸리, 백세주, 복분자, 생맥주에 각종 탄산음료와 토닉, 레몬 슬라이스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면 이것 말고도 톡소다, 청하 스파클링이나 클라우드 드래프트, 복분자+온달집소주+사이다 조합인 복소사, 봄베이 토닉 하이볼과 달달한 피치트리 하이볼까지 더 다양한 주류가 있다. 보통은 고기에 잘 어울리게 소주나 소맥으로 마시는데, 술을 잘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청하 스파클링이나 피치트리 하이볼을 주문해서 같이 먹으면 딱 좋았다. 다음에는 복소사를 한번 주문해 봐야지.
아 여기 꼼장어도 진짜 맛있는데. 어지간한 종각 꼼장어집보다 괜찮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가 꼼장어를 못 먹어서 이번에는 닭다리살 2인분을 주문했다. 닭똥집이나 닭발, 꼼장어는 아무래도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인데, 닭다리살은 거의 호불호가 없는 메뉴라 여러 명이서 만나 먹을 때도 항상 무난한 메뉴라 좋다. 주문을 받으면 일단 깻잎과 치킨무, 마늘과 쌈장, 물을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조금만 가져다주는데 먹다가 중간중간 리필하면 되니 큰 상관은 없다.
그리고 먼저 나온 간장마요밥. 밥 위에 조미김 잔뜩, 마요네즈와 날치알을 올려서 나온다. 비닐장갑을 주니 간장 양념과 마요네즈, 김과 날치알이 잘 섞이게 비벼준 후 한 입 크기로 빚어주면 끝. 나중에 닭다리살이 나오면 같이 먹으면 된다.
주먹밥 만들 때 꿀팁! 이렇게 한 입 크기만큼 떼어서 숟가락으로 눌러가면서 만들면 크기도 비슷하고 동글동글하게 뭉칠 수 있다. 보통 술집에서 주먹밥을 시키면 장갑은 한쪽만 주다 보니 대충 뭉치면 젓가락으로 집다가 다 부서지는데, 이렇게 숟가락으로 눌러가면서 만들면 술 취해서 집어도 안 부서지는 주먹밥이 된다.
닭다리살은 조금 시간이 걸려 나왔다. 사진은 2인분. 시간이 좀 걸리는 건 주방에서 다 익혀 나오는 것이라 그런 걸 수도 있고, 딱 주문이 많을 시간대에 가서 그런 것도 있을 듯. 숯 한두 개를 받치고 호일을 씌운 판을 올려주는데, 뜨겁지는 않지만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하게 버틸 정도는 된다. 처음에 조금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내가 구우면서 굽는 냄새 맡지 않아도 되고 탈지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좀 더 근사하라고 만들어준 주먹밥도 두르고, 생마늘도 조금 익게 불판 가장 따뜻한 부분에 올렸다. 간장마요밥은 한 입 크기 주먹밥으로 만들었더니 딱 15개 나왔고, 불판에 한 바퀴 두를 만큼 나오더라.
잘 구워진 닭다리살은 그냥 먹기엔 조금 짭쪼름하고, 이렇게 날치알 마요네즈 소스를 찍어 먹는다. 불향이 입혀진 매콤한 닭다리살과 톡톡 터지는 날치알과 부드러운 마요네즈 소스가 만나면 짠 기는 조금 줄어들고, 마요네즈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서 그야말로 소주가 당기는 맛.
이렇게 깻잎에 싸 먹으면 맛있다. 날치알 소스를 찍은 닭다리살+생마늘 조합도 알싸하니 맛있고, 치킨무와 주먹밥을 넣으면 씹히는 맛도 더해지고 느끼함도 잡아주는 조합. 간장마요밥과 닭다리살 조합이야 말해 뭐해. 참고로 닭발에 주먹밥을 같이 먹어도 맛있다.
중간중간 모자라는 것은 더 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항상 모자란 날치알 마요네즈 소스와 마늘, 깻잎, 치킨무를 리필받아서 먹었다. 이 정도 먹었을 때 배가 얼마나 부른지를 보고 고기를 추가하거나 사이드 메뉴를 시키면 딱 좋다. 셋이서 왔다면 꼼장어 1인분을 추가하면 좋았겠지만, 이날은 아쉽게도 술을 안 마셨으니 사이드 메뉴인 심야우동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리고 나온 심야우동! 특히 술 마시는 날에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아주 큰 플라스틱 그릇에 국물 가득, 김가루와 대파, 텐가스, 고춧가루가 듬뿍 올려 나온다. 특히 저 가득 넣은 텐가스가 온달집 심야우동의 포인트. 고춧가루가 넉넉히 들어가 매콤한 편이니 매운 것을 못 먹는다면 처음부터 조금만 넣어달라고 요청하거나 섞기 전에 조금 덜어내는 것이 좋겠다.
보들보들한 면발과 뜨끈한 국물. 듬뿍 들어간 대파에서 시원한 맛이, 텐가스에서는 고소한 맛이 나서 속이 싹 풀린다. 매콤한 닭다리살을 먹다가 뜨끈한 국물을 먹어주니 진정한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다. 특히 소주 먹고 나서 이 우동을 시키면 해장이 되어버려서 소주를 더 먹게 되는 마성의 메뉴.
닭다리살 2인분에 간장마요밥, 심야우동까지 싹싹 다 먹었다. 둘이서 식사로 먹기에는 살짝 많이 먹었나 싶긴 한데, 워낙 맛있기도 하고 술배를 안 채우니 사이드를 더 먹게 되는 것도 있고. 우리처럼 고기에 사이드 시켜서 저녁식사하기에도 좋고, 가볍게 이차로 와서 닭다리살이나 꼼장어에 소주 한잔 하기에도 좋다. 종각역 술집, 종각역 고기집을 찾는다면 여기 온달집 종각점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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