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가짬뽕 상암점에서 백짬뽕과 볶음짬뽕
비오던 어린이날 에에올 보고 나서 짬뽕을 먹으러 왔다. 상암 인근은 공휴일에 여는 집이 없어서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앞 먹자골목까지 왔는데, 이쪽도 공휴일이라 주로 술집들만 붐비고 시간도 늦어서 먹을 게 없더라. 한바퀴 빙 둘러보다가 그래도 끼니가 될 만한 걸 팔고 열려있는 가게를 찾다보니 짬뽕집이 있길래 짬뽕을 먹기로 했다. 나름 큰길가에 있는 이비가짬뽕 상암점.
내부는 이런 느낌. 주방쪽으로도 좌석이 더 있는데 홀 마감시간에 가까운 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이 앉은 근처에 앉았다. 홀이 크고, 2인석과 4인석이 다양하게 있어서 평일 점심시간에도 대기줄이 많이 길지는 않겠다.
이비가짬뽕 메뉴판. 가장 기본메뉴인 이비가짬뽕과 백짬뽕, 고기짬뽕, 볶음짬뽕, 로제짬뽕 등 여러 종류의 짬뽕과 한우짜장, 한우라이스 같은 식사메뉴, 탕수육, 깐풍새우닭, 고추만두 같은 요리 메뉴도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인데 상암 인근은 워낙 물가가 비싸서... 작은 밥공기는 요청하면 무료로 준다고 하니 굳이 볶음밥을 시키지 않고 짬뽕만 주문해도 되겠다. 우리는 볶음짬뽕이 맛있어보여서 그걸 하나 시키고, 하나는 맵지 않은 것으로 시키려고 백짬뽕과 로제짬뽕 중 고민하다가 백짬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니 백김치와 하얀 단무지, 차가 나왔다. 단무지야 뭐 중식집에서 항상 나오는 것인데, 많이 익지 않고 상큼아삭한 백김치가 맛있었다. 차는 따듯한 자스민 차. 짬뽕국물의 진한 맛을 씻어내주기도 해서 밥 먹으면서 열심히 마셨다.
왼쪽이 백짬뽕, 오른쪽이 볶음짬뽕. 사진을 이렇게 찍었더니 그릇 크기가 감이 안 오는데, 일반 짬뽕 그릇 정도 되는 큼직한 그릇인데 깊이가 꽤 깊다. 가격이 좀 비싼가 싶더니 양이 넉넉한 편. 고명으로는 대파와 칵테일 새우, 메추리알이 올라갔다.
백짬뽕은 백짬뽕이라는 이름치고는 국물이 좀 노란 색이다. 나가사끼짬뽕 같은 느낌? 가느다랗고 잘 익은 면과 목이버섯, 배추, 양파, 굴과 바지락 등 해물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국물은 굉장히 진하고 묵직한 해물맛. 약간 칼칼한 느낌도 있어서 면에 겉돌지 않고 진하게 농축된 맛의 짬뽕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짬뽕 베이스를 많이 끓여두고 덜어서 나오는 것 같은데 야채가 너무 푹 익어서 하루 묵은 짬뽕탕에 사리 넣어 먹는 느낌이라 좀 그랬다. 이건 마감 가까운 때라 그런가?
볶음짬뽕은 고기 베이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것도 해물베이스였다. 중간중간 꽤 큰 사이즈 굴이 보이고, 채썬 고기가 약간 더해진 정도. 고추기름이 들어가서 조금 매콤하고, 불향이 나는데 국물도 촉촉할 정도로는 있어서 다 먹는 동안에도 메마르지 않는 게 좋았다. 숙주와 당근, 청경채 같은 야채와 고명으로 올린 대파 조합이 좋은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들어있는 야채들이 다 푹 물러있었다. 이 정도면 원래 이비가짬뽕은 다 푹 익어서 물러진 야채로 나오는 짬뽕들인가 싶기도 하고? 숙주라도 조금 더 넣었으면 좋았겠다. 처음에는 백짬뽕보다 볶음짬뽕을 맛있게 먹었는데 먹다보니 볶음짬뽕은 점점 더 짜져서 백짬뽕을 더 먹게 되더라.
백짬뽕도 볶음짬뽕도 면을 다 먹고 나서도 양념과 건더기가 많이 남았고, 건더기만 먹기에는 간이 짠 편이라 서비스 밥을 하나만 부탁해 받았다. 일반 공깃밥 사이즈는 아니고 작은 사이즈 공깃밥. 밥이 적당히 찰져서 국물에 말아도 괜찮고 볶음짬뽕 건더기에 비벼먹어도 맛있었다. 짬뽕 자체 양이 많아서 면 다 먹고 마무리 느낌으로 한 숟가락씩 밥 먹는 정도로 먹기에 딱 좋았다.
백짬뽕은 11,000원, 볶음짬뽕은 12,000원이라 총 23,000원. 상암 물가를 생각해도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양으로 승부하는 가게라고 해야겠다. 우리는 공휴일 마감시간에 가서 좀 별로였던 것도 있을 듯. 평일 사람이 많을 시간에 들리면 괜찮을 것 같다. 재방문 의사는 딱히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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