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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동두천 CGV,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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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동두천 4관,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기

 

 

나는 이병헌이 싫다. 뭐 연기를 잘하고 뭐고를 떠나서 로맨틱 성공적밖에 안 떠올라서 이병헌 나오는 건 안 보게 되더라고. 인생드라마라고 그렇게 친구들이 영업하는 미스터 선샤인도 이병헌때문에 못 보겠을 정도인데... 문제는 올여름 개봉한 대작 영화를 거의 다 봤다는 것ㅎ. 동두천에 20년만에 CGV가 오픈했는데 본 영화를 빼면 <엘리멘탈>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뿐이었고 어른들 모시고 효도관람 가는거라 보게 되었다. 

 

 

그래도 뭐 오픈 소식 듣고 열심히 앱을 들락날락하다가 오픈하자마자 토요일 괜찮은 시간대에 예매를 했다. 몰랐는데 경로로 예매하면 모바일 입장권 테두리가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더라? 확인하라는 뜻인가... 동두천 CGV는 주말 기준 1인 16,000원으로 일반 CGV보다 천원 비싼데, 대신 전좌석 리클라이너석으로 운용된다고 해서 기대가 많았다. 굳이 계단을 저 가운데에 넣은 게 좀 아쉽긴 한데...

 

 

영화 시작 30분쯤 와서 종이 입장권도 뽑고, 팝콘도 주문했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발권에도 줄서고 팝콘 주문도 줄 서고 팝콘 받는 데도 줄 섰다. 조금만 더 늦게 왔어도 영화 시작하고 들어갔겠네. 

 

자세한 시설 포스팅은 여기-> 동두천 cgv 후기

 

동두천 cgv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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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CGV는 매점이 그렇게 크지 않고 직원도 3~4명 정도라 꽤 오래기다려야 한다. 이날의 팝콘은 고소한맛 반, 더블치즈 반에 뜨거운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 텀블러는 집에서 말아온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다. 매점에서 파는 건 탄산음료와 에이드 두어종류, 커피, 병음료 정도였던 듯.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도 팔아주면 좋겠다. 팝콘이야 뭐 고소한 맛은 느끼한 향이 덜한 짭짤한 팝콘이고, 더블치즈는 살짝 단 맛이 있는 체다치즈 맛 팝콘이다. 역시 젊은이들 입에는 바질어니언이 제일 맛있다.

 

 

동두천 CGV 4관. 건물은 지은지 오래 된 걸텐데 상영관 공사는 최근에 했나? 시설이 엄청나게 좋다. 지금까지 가 본 모든 영화관 중에 시설이 좋은데? 일단 리클라이너 좌석이다보니 한 자리 한 자리가 큼직큼직하고, 다리 뻗은 사람 사이로 지나다닐 걸 감안해서 열 간격도 상당한데 단차도 좋다. 

 

 

 

복도 처음 좌석인 E6번. 스크린이 큰 편은 아닌데 눈높이가 적당하고 여백이 크지 않게 꽉 찬다. 살짝 내려다보는 스타일인가 싶다가도 리클라이너 시트를 눕히면 시선이 일치되는 정도? 다만 계단 바로 옆이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좀 감안해야한다.

 

A / D / E / F / G열에 골고루 앉아봤는데 A열은 무슨 용아맥 첫줄 뷰고, D열과 E열은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나더라. D열도 살짝 올려다봐야해서 뒷블럭에 앉는 게 좋을듯. E열과 F열은 스크린이 큼직하게 보이고 G열부터는 조금 거리감이 있으니 취향껏 고르면 되겠다. 나는 E열이나 F열이 딱 좋았다.

 

CGV 동두천점이 오픈하고 첫 주말, 프라임 타임이라서인지 4석 빼고 다 나갔는데, 덕분에 관크가 장난아니었다. 의외로 핸드폰 보는 사람은 한명뿐이었는데 좌석 한가운데에 계단이 있어서인지 들락날락거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15세 관람가일텐데 웬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가 한 C열 쯤에서 계속 계단 올라와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다시 나가고를 반복하는데, 그게 재밌어서 그러는지 숙이는 시늉도 없이 웃으면서 계속 계단을 뛰어서 왔다갔다하고 있다. 아니 어린애를 데리고 이런 영화 보러 왔으면 관리를 좀 하던가. 한놈이 그러니 이제 다른 애도 하나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하는데 진짜 짜증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국내 포스터는 1번인데, 솔직히 이렇게 배우 얼굴 박은 포스터로 영화 메인 포스터를 하면 좀 그렇다? 영화 내용이나 분위기에 가장 가까운 건 2번인 외국어 포스터고 가로로 길게 나온 포스터도 괜찮았다. 대신 저 두 포스터를 메인포스터로 했으면 머글 유입이 좀 없긴 하겠네. 영화 자체가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라 평이 좀 갈리는데, 음 역시 디스토피아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열린 결말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즐겁거나 신나거나 볼거리가 많거나 철학적일거라면 확실하게 선악이 나뉘는 영화가 좋아서.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음악. 분위기에 상반되거나 어울리는 음악을 기가막히게 썼다. 특히 황궁아파트 수칙을 설명할 때 깔리는 왈츠나 새해잔치에서 부르는 아파트, 마지막에 다 죽어가는 이병헌 뒤로 깔리는 즐거운 나의 집 같은 것들. 화면 중에서는 영화 제일 처음에 나온 아파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느낌의 설명씬이 좋았다.

 

다만 재난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진 씬이 별로다. 초반부 대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씬들의 CG는 아주 어색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회상씬에 나오는 것들도 굉장히 티가 나는 편이라 좀 눈에 거슬릴 정도. 괜찮은 CG팀은 <더 문>에서 다 데려갔나? 거기에 클리셰적이긴 하지만 초반에는 텐션있던 스토리가 점점 늘어지더니 뒷심이 부족한지 얼렁뚱땅 마무리되는 것도 아쉽다. 솔직히 2시간 넘지 않았어도 될 것 같은데. 그나마 스피드 쿠폰으로 할인받아서 6,000원에 봤으니 3점/5점 정도? 만원 이상 주고 봤으면 2.5점, 정가 주고 볼 거였으면 안 볼란다. 

 

어쩌다보니 올여름 한국영화 4대장을 다 봤는데 내 취향을 반영하면 밀수>>>>>>>비공식작전>>더 문>=콘크리트 유토피아. 내 취향 빼고 영화 자체만 두고 보면 밀수>>>비공식작전>=콘크리트 유토피아>더 문 정도 되려나. 밀수 제외하고는 손익분기점 넘기기 힘들어보인다. 전체적으로 요새 영화가 쓸데없이 긴 감이 있는데, 이건 그냥 유행인건가 아니면 일부러 길게 만드는건가. 솔직히 없어도 될만한 장면 끊고 1시간 반~2시간 내외로 만들면 시간 없는 사람도 더 보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이 상영할 수 있지 않을까? 꼭 두세시간이 필요한 거면 몰라.

 

 

어느날 갑자기 땅이 파도처럼 꿀렁꿀렁거리고 건물들이 폭삭 다 무너질 정도의 대지진이 발생하고, 유일하게 황궁아파트 103동만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당연히 전기고 수도고 다 끊겼고 냉장고에 있던 먹을거리들은 실시간으로 상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자기가 홈플러스에 장보러 가자고 할 때 갔다올걸 하고 후회하는 게 웃겼다.

 

거기에 주위 다 무너진 건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황궁아파트로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박보영네 집에도 아이만이라도 들여보내달라던 모자가 들어오게 된다. 

 

 

당연히 먹을 것이 제일 귀하고, 현금은 안 통해서 시계와 황도 통조림을 바꿀 정도였다. 둘이서 안방에 몰래 숨어서 황도를 나눠먹다가 들켜서 결국 나눠먹게 됨. 아니 근데 뭐 애엄마야 철판 깔고서라도 애기를 살려야한다 하긴 하지만 애기가 좀 눈치가 없는 타입이긴 하더라. 결국 애기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좀 잡도리를 했어야하는데.

 

 

결국 뭐 뻔하지. 칼부림 사건이 한번 나고, 불도 한번 나고 나니 아파트 주민회의를 열어서 외부인을 쫓아내자는 결론이 난다. 이전에 황궁아파트가 집값이 싸고 오래되었다고 근처 드림팰리스를 비롯한 신축에서 많이 업보를 쌓아둔 것도 영향을 줬겠다. 여기서 1층에 난 화재를 솔선수범해서 제압한 이병헌이 주민대표가 됨.

 

이후에는 빈 집을 외부인들에게 개방하겠다고 하면서 아파트 밖으로 불러모으고, 남자들을 차출해서 입구를 막고 쫓아내려니 당연히 유혈사태가 나지. 빈 집을 나눠주겠다지만 집 문은 어떻게 열려는지 생각을 안 했나... 비열한 방법을 써서 외지인을 몰아낸 건 비겁하다 싶지만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이 뭣도 없고 대안도 없으면서 혓바닥만 긴 건 좀 어이없었다. 아니 나가면 죽지 죽는건 아는데 이 상황에서 이분이 누군지 알아! 하면 그게 먹히냐. 결국엔 죽었더만.

 

 

젊은 남자들 위주로 방범대를 꾸리고 식량 조달도 하고 내부에서도 부녀회 위조로 배금이나 의료 활동을 하는 듯. 운 좋게 택배 차를 발견해서 초반에는 (자기들만)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슈퍼 주인을 폭행하고 식량을 약탈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디스토피아물로 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사건이 하나 생기면 급격하게 폭력적으로 넘어가니까 뭐..

 

이 다음부터는 짤은 없다만 대충 예상한대로 흘러간다. 식량이 부족해지니 몰래 사람들을 숨겨주던 집들을 뒤집어엎고 왕따시키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애기가 중간에 나와서 박보영 아는 척 하던 걸 중간에 들켰는데도 안 끌어내길래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그 와중에 외부인을 숨겨준 사람들을 모아두고 잘못했습니다 시키는 게 진짜 징글징글하다. 

 

그 이후로는 처음 등장했을때부터 이병헌이 진짜 김영탁이 아니라는 느낌을 팍팍 내 주더니 진짜 김영탁을 알던 옆집 여자애와 박보영이 손을 잡고 진실을 밝혀내는 그런 스토리. 김영탁이 주민들 손에 쫓겨나려나? 하던 차에 다리 다치고 배급을 적게 받던 아저씨와 내통한 외부인들이 처들어오면서 황궁아파트 주민들도 다 쫒겨나게 된다. 아니 그런데 그럼 처들어오고나서 집에 있던 사람들도 다 쫓겨났을까 좀 궁금하네.

 

결국 뭐 이병헌도 죽고 박보영이 다친 남편 데리고 도망나온건 좋았는데 남편도 죽고. 그나마 다른 착한 사람들이 발견해서 다른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죽은 아랫층 아저씨나 박보영이 생각하던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여서 자기 있을 곳을 잘 찾아갔구나 싶다. 남편이 죽은 것도 이해가 가고... 박보영이 저 살아도 되나요? 하니 다른 여자가 살아있으니까 사는거지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봐요? 하는 씬이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 

 

 

이병헌.. 연기 잘해 잘하는데... 임신한 와이프 두고 20살 어린 애한테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가릴 정도는 아니야... 초반에 화재 진압했을때부터 김영탁이 아니라는 티가 나긴 했는데 진짜 김영탁에게 사기당한 피해자인줄은 몰랐네. 김영탁을 패죽이고 시체는 김치냉장고에 감춘 살인자이긴 했어도 평소에 주도적으로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고 범행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주눅들어있는 상태였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주민 대표 감투를 쓰니 점점 사람 본성이 나온다. 그리고 약간 사이비 교주의 자질이 있어.

 

 

박보영은 어디에 나오든 항상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본 영화에서는 다 비슷비슷한 캐릭터였는데 분명 초췌한 꼴이여도 평소 박보영이 뒤에 비쳐서 연기를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캐릭터같지가 않다.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황궁아파트에서 외부인을 숨겨주는 아랫층 아저씨를 도와주기도 하고 김영탁으로 위장한 이병헌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여자애들도 챙겨주는 등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물인데 그걸 당연시한다는 점에서 너무 그림같은 선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회 스테인드 글라스 씬에서 남편이 죽고 난 다음에 도와주는 사람이 나온게 그동안의 행동을 보상받은 걸로도 느껴진다. 아 너무 기독교적이었음.

 

남편 역은 이름이 아직도 헷갈린다 민성? 맞나? 아니 그런데 끝까지 그냥 봤는데 스탭롤 올라오는 거 보니까 박서준이네? 와 내가 알던 박서준은 저렇게 안 생겼던 것 같은데 깜짝 놀랐다. 그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 자기 머리 세팅해놔서 팬들이 준 머리띠 못 쓰겠다던 영화였나보다. 얘가 그나마 선악에서 갈팡질팡하는 일반시민 역할인가 싶긴 했는데... 뭔가 분량에 비해서 크게 필요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안 들더라. 마지막 순찰 나갔을 때 샤넬 마크 머리핀을 주워와서 죽기 전에 박보영에게 주고 죽는데, 이거 샤넬 ppl인가 협찬인가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임팩트 있던 캐릭터는 부녀회장을 맡은 김선영님. 감투를 부담스러워하던 부녀회장에서 아파트 규칙을 세우고 홍보하고 배급하는 역할을 아주 잘 한다. 특히 저 확성기를 대고 아파트 곳곳을 다니면서 주민 규칙을 소개하던 씬이 정말 좋았는데, 악의없는 악역에 딱이었다. 후반부에 주민대표와 대치하는 씬도 좋았지만 아들이 죽어서 돌아왔을 때 연기도 좋았다. 마지막에 외부인들이 처들어왔을 때 아들 시체를 못 버리고 끌어안고 있었는데 나중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

 

 

김영탁 옆집에 살던 애인데, 바깥에서 겨우겨우 살아서 아파트에 돌아왔다. 이병헌이 나 이전에 본적 있나 하고 협박하던 씬이나 부여회 아줌마들에게 화내는 씬은 좋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인 게 좀 아쉽다. 아니 거기서 밀어버렸다고 그냥 죽었습니다 끝?  

 

 

이름은 모르겠고 집이 엄청나게 멋있게 인테리어가 되어있던 아저씨. 대단하신 분입니다. 나는 저 상황에서 저렇게 못할 듯. 마지막에 자살로  끝난 게 조금 이해가 안 되긴 한데 그래도 의미있는 죽음을 맞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아니 뭐 구구절절 쓰긴 했는데 그냥 <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라 별로 할 말도 없다. 기독교적인 색채가 좀 강하긴 하지만 피폐하고 인간의 본성 선악의 대립 이중성 갈등 뭐 이런 걸 좋아한다면 볼만하겠고, 그냥 팝콘무비로 볼 영화는 아니었다. 최소한 구조대가 뜨는 걸로 끝났으면 좋았겠는데 아무리 더 큰 무리에 합류했어도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끝나니 영 찝찝하고 마음에 안 든다. 후속 드라마도 나오고 한다는데 더 찾아보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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