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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동두천 CGV, <거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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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동두천, <거미집> 후기

 

 

 

문화의 날이 돌아왔으니 영화를 봐야지. 보통은 혼자 스피드 쿠폰 잡아서 그때그때 가까운 극장 가서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추석연휴 바로 전이기도 하고 새로 개봉하는 <거미집>이 엄마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문화의 날 맞춰서 엄마와 영화를 보고 왔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17~21시 시작하는 영화는 7,000원에 볼 수 있는데, 동두천 CGV는 전부 리클라이너관이라 천원 비싼 8,000원씩이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 <거미집>, <천박사 퇴마연구소>, <1947 보스톤> 이렇게 연달아 영화가 개봉하는데 <거미집>은 배급에서 밀렸는지 제일 작은 관인 3관에서 개봉했다. 오픈한지 꽤 돼서 3관 후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C열은 좀 앞이라는 말 말고 자리 후기가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중간인 D열로 골랐는데 과연 어떨지.

 

 

지난번에 동두천 CGV 생기자마자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러 왔었는데 그때 시설이 굉장히 마음에 드셨는지 동두천으로 가자 하셔서 동두천 CGV에 예매를 했다. 어차피 가까운 의정부 CGV도 걸어서 못 가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냥 천원 더 내고 리클라이너에서 편하게 보는 게 좋지. 아직까지 주차비가 무료라 엄마는 차 가져오시고, 나는 퇴근하면서 동두천으로 와서 만났다. 동두천 중앙역에 내려서 걸어오니까 10분 조금 넘게 걸리더라. 

 

 

시간이 조금 늦은 시간대라서인지 명절 연휴 바로 전 저녁이라서인지 문화의 날 치고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지난번에 잘 못 찍었던 티켓박스랑 매점도 다시 한 장. 

 

 

그래도 종이입장권이 좋으니까 입장권도 뽑고, 지난번에 영화보고 받은 오픈기념 팝콘 콤보 할인 쿠폰을 쓰려고 매점에 갔다.그런데 팝콘 작은거에 음료 한 잔 짜리는 이름이 '싱글세트'라 쿠폰이 안 먹힌다네. 팝콘 큰 걸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대고 탄산음료는 싫어서 그냥 커피만 주문했다. 아니 근데 무슨 영화관 커피는 자동머신으로 내려주면서 3,500원이나 하네. 

 

 

동두천 CGV는 5층에 매표소와 매점이 있고, 상영관 4개는 모두 6층에 있는데 이렇게 에스컬레이터 앞을 막아두고 있다가 영화 상영 10분 전에 직원이 표를 확인하고 올려보내준다. 조금 일찍 들어가고 그런 거 없음. 그런 것 치고 5층에 앉아있을 곳이 적어서 불편하긴 하다. 나중에 가게들이 좀 더 들어오면 나으려나.

 

 

6층으로 올라오면 바로 상영관이 있는 건 아니고 반 바퀴 돌아가면 이렇게 상영관이 나온다. 제일 큰 4관은 옆에 따로 있고 1~3관은 1관 맞은편에 2관과 3관이 붙어있는데, 어차피 다른 관은 다른 영화가 상영중이다보니 직원들도 3관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하고 만다.

 

 

여기가 동두천 CGV 3관이다. 입장 시작하자마자 들어왔는데도 뒤에 사람들이 막 들어와서 급하게 찍었더니 옆이 많이 잘렸네. 오른쪽 앞에서 입장해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고,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아래 좌석이 A열이다. A~F열해서 6줄, 총 51석짜리인 작은 상영관인데 리클라이너 좌석은 한 자리 크기가 넉넉하다보니 상영관 자체가 그렇게 작은 느낌은 아니다. 한 100석짜리 일반관과 비슷한 느낌?

 

 

자리 오른쪽에 있는 버튼으로 보기 편하게 리클라이너 각도도 맞추고, 영화 보는 동안 마실 커피도 세팅해두고.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그래도 한달 넘게 운영하는 동안 좀 움직였다고 그러는지 리클라이너 각도를 바꿀때마자 인조가죽이 서로 부딛히면서 굉장히 거슬리는 소리가 난다. 영화 중간에 각도 바꾸면 좀 눈치가 보이더라. 우리자리만 그런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그러는 것 같던데 좀 기름칠을 하던지 뭘 좀 해야 할 듯. 그래도 반쯤 드러누워서 볼 수도 있고 양반다리로 앉을 수도 있어서 일반 영화관보다 좋긴 좋다.

 

매점에서 사 온 커피는 커피는 with 라바짜라고 써있는데 맛은 로스팅이 강하고 무난한 바디감의 한국사람 스타일 아메리카노다. 그런데 카페인이 많은지 영화보고와서 잠이 안오더라.

 

 

동두천 CGV 3관 시야. 내가 앉았던 D5는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스크린 크기도 딱 좋게 큼직하고 사이드나 위아래 모두 왜곡 없이 화면 크게 보는 게 좋은 사람에게 최고의 자리다. 단점은 딱 하나인데 아주 밝은 복도 대피로 안내등이 D열 복도에 있다는 것. 리클라이너를 살짝 눕혀서 팔걸이에 손을 올리면 가려지기는 하는데 좀 불편하긴 하다. 다음에는 D4나 D6에 앉거나 그냥 좀 멀더라도 E5번으로 갈 듯.  

 

 

스크린 올라갈때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갔길래 다른 자리에도 앉아봤다. 여긴 C열 4번. C열은 스크린을 좀 올려다보는 자리긴 하지만 리클라이너를 눕히면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스크린은 아닌데, 대신 왼쪽 블럭 가장 오른쪽인 4번 자리인데도 의외로 스크린 왜곡이 좀 있어서 사이드좌석 느낌이 난다. 동두천 CGV는 4관도 그렇고 스크린 정중앙에 자리 대신 복도가 있어서 아쉽다.

 

 

여긴 E열 5번.다른 열 5번자리와 다르게 딱 이 자리만 왼쪽블럭에 붙어있다. 예매할 때 좌석배치도를 보니 너무 관종석일 것 같아서 D열로 온 거였는데 단차가 있다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튀지않고, 스크린이 살짝 멀긴 하지만 앞뒤좌석이 없고 스크린 중앙에 가까워서 꽤 명당석이다. 스크린이 꽉 차게 보는 게 좋다 하는 게 아니라면 이 좌석이 제일 명당이다.

 

그 외 A / B열은 스크린을 굉장히 올려다봐야하고, 맨 뒤인 F열은 똑바로 앉았을때는 나쁘지 않지만 리클라이너를 전부 다 눕히면 다리가 올라와서 스크린을 가릴 것 같다. 뭐 C~F열, 3~7번 좌석 사이에서 취향에 맞게 앉으면 될 듯. 

 

문화의 날에 영화를 보러 오면 항상 관객이 많으니 어느 정도 관크는 예상하고 보기는 하는데 이날은 관크가 좀 대단했다. 어떤 커플이 들어왔는데 향수를 어찌나 뿌렸는지 바로 옆이 아닌데도 향수냄새가 나고, C4번에 앉은 아저씨는 초반부터 핸드폰 시계를 보기 시작하더니 중반부터는 아예 인터넷 기사같은 걸 읽고있다. 아니 영화를 왜 보러 온 거지.

 

여기에 영화보면서 중요한 장면에 전화받아서 한참 통화하는 아저씨와 가족끼리 영화 내용이 이렇네 저렇네를 상영중에 하는 E열에 앉은 사람들까지... 통화는 나가서 받고 이야기는 영화 끝나고 하라고요. 소규모 좌석이다보니 전화소리 이야기소리가 아주 잘 들리는 게 진짜 개짜증났다. 다 같이 놀라고 웃는 건 영화보는 재미고 그래 영화 이야기 물어보는 것 까지는 그럴수 있다. 내가 뭐 시체관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뒷사람 눈뽕맞게 내내 핸드폰하거나 전화통화할 거면 나가라고. 이게 큰 바람이냐?

 

 

이렇게 엄청난 관크에도 불구하고 <거미집>은 재미있었다. 김지운 감독 작품이라고 하지만 감독을 보고 간 건 아니고 송강호 나오면 망하지는 않겠지+예고편이 재미있네?+문화의 날 할인 때문에 본 영화인데 아주 만족스럽다. 문화의 날이라 8천원 주고 봤는데 정가로 15,000원 주고 봤어도 볼만한 영화다. 1번 포스터가 메인 포스터인데 이런분위기라기보단 아래 두 개 포스터가 좀 더 어울리네.

 

다들 영화를 좋아한다 하면 명절이기도 하고 가족끼리 봐도 괜찮겠지만 베드씬 찍는 장면이 있다. 공사한 장면도 보여주고 남자만 상체노출 한 상태로 베드씬 찍는 장면이 짧게 나오는데 수위가 좀 있는 편. 15세 관람가긴 한데 요새는 다 애들 데리고 영화보러오더라고. 뭐 베드씬 수위도 있지만 극중극 내용이 좀 자극적이고 유혈이 난무하는 막장극이라 초등학생은 안 보는 게 좋고 중학생도 좀...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에게는 올해 본 한국영화중엔 제일 재밌었는데 소재 특성상 약간 호불호가 갈리기는 할 것 같다. 위 짤같은 개그를 좋아하거나 후시녹음시대 흑백고전영화 / 기괴한 스릴러 / 괴수물 / 막장치정극을 좋아한다 하면 괜찮겠다. 나는 엄마 모시고 보러간 거였는데, 엄마도 아주 좋아하셨지만 아빠는 안 좋아하실 것 같아서 효도영화로 삼기에는 살짝 애매한 편. 70년대 초가 배경이고 극중극 <거미집>도 고전영화 분위기라 젊어서 영화 좋아하셨던 분들은 좋아할 듯?

 

극중극 <거미집>은 막장치정극 전문 감독이 만들어서인지 도파민이 팡팡 터지고 엄청나게 재미있다.진짜로 흑백영화 <거미집> 찍은거 더 있을 텐데 그것만 어떻게 모아서 상영해주면 안될까요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 주인공은 송강호가 연기한 감독 김열이지만 극중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은 전부 여자고, 재촬영하는 스토리도 주연배우가 더 적극적인 신여성으로 바뀐다. 감독을 돕는 스튜디오 후계자도 촬영지연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도 여자. 물론 문공부나 촬영스태프들은 남초긴 한데 대사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들이나 배우를 보조하는 스태프들이나 영화사 직원으로 여배우를 많이 넣어서 밸런스를 맞춰줬다. 

 

<밀수>도 훌륭한 여성주연영화였지만 <거미집>은 여성 배우들을 주조연엑스트라 상관없이많이 넣어서 양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쓸데없이 성적대상화되지 않고 그냥 현실적인 배경 느낌으로 딱 봤을때 좀 신경 쓴 티가 난다. 최근 봤던 <더 문>이나 <비공식작전>과는 달리 화면에 비치는 성비가 얼추 5:5가 되고, 주연은 남자지만 조연 대부분을 여자로 하고 대사도 많아서 훨씬 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아 그리고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예에술을 하는 영화감독이 주인공인데도 자기연민이 흘러넘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소설이든 영화든 보통 유명하지않은 남자영화감독이 나오면 자기연민이 흘러넘쳐서 괴로운데 <거미집>의 김열은 평단에서 무시받을만 한 치정극 전문 감독이고 그 평가가 부당한 게 아니라는 걸 계속 보여줘서 좋았다.

 

이하 <거미집> 내용 스포 있음

 

 

 

영화는 영화감독 김열이 미리 찍은 작품 <거미집>을 다시 찍어야겠다는 강박을 갖게 되면서 시작한다. 꿈에서도 새로운 엔딩이 아른아른거리다못해 다시 찍지 않으면 평생 부끄러워하리라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결국 영화를 다시 찍기로 한다. 초반에 나오는 재촬영 전 <거미집> 촬영씬을 보면 치정복수극으로 보이는데, 흑백화면과 후시녹음인 영화라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이 난다.

 

 

결국 김열은 <거미집>을 다시 찍겠다고 나서는데, 스튜디오 여유도 이틀밖에 없는데다 가장 큰 문제는 문공부의 검열을 새로 받아야 한다는 거다. 신성필림 대표인 백회장에게 가서 어떻게 우리 백회장님 빽을 좀 써 보자고 하는데 이거 잘못하면 싹 다 끌려갈 판이라 다들 반대한다. 백회장은 출장가면서 김부장과 미도와 상의한다음 보고하라고 하는데...

 

아니 그런데 우리 백회장님 너무 마음에 든다. 육영수 머리에 화려한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데 첫 대사가 '남편 죽은지가 언젠데 아직도 사모님이야 백회장이라고 불러' 라니. 김열이 엔딩을 다시 찍으면 걸작이 나올 것 같다고 하자 '걸작은 무슨 걸장이야 그냥 찍던 거나 찍으세요'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미도의 첫 등장은 교회인데, 이것도 스튜디오겠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세트장과 감독을 소개시켜주고있다. 대체 얘가 누구인데 얘한테 설명을 하라는건가 했는데 일본유학을 다녀온 전 대표의 딸, 그러니까 백회장의 시조카이자 신성필림의 후계자다. 김열은 미도에게 바뀐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재촬영을 하자고 꼬드기는데, 미도는 새로 바뀐 대본에 푹 빠져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초반에 굉장히 기독교적인 속죄 이미지가 계속 나오는데 다 보고 나니 왜 그랬는지 알겠다. 

 

 

 

백회장은 일본 출장을 갔고 미도의 오케이가 떨어졌으니 얼른 <거미집> 재촬영을 시작한다. 초반의 이미지로는 그냥저냥 하는 감독인 줄 알았는데 화려한 배우진이나 스태프 등이나 돈 많은 감독님 등의 언급이 나오는 걸 봐서는 김열도 맨날 똑같은 치정극만 찍는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꽤 성공한 감독인 듯 싶다. 임성한의 영화감독 버전이 아닐까.

 

사실 본인보다 조감독 능력이 훨씬 좋아보이는데, 배우들에게 일단 하루만 재촬영하면 된다고 꼬셔와서 이틀 걸린다고 한다던가, 한유림이 뻗댈 때 달래는거나 후반부 문공부를 설득할 아이디어를 낸다던가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다 한다.

 

 

바뀐 대본을 본 배우들의 반응이 심상치않다. 솔직히 미도 외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반응인 듯. 주인공인 이민자(임수정)의 스토리가 완전히 바뀐 수준인데, 민자를 좀 더 신여성으로 만들고 여성 캐릭터 간 갈등을 영화의 메인으로 가져오는 듯 싶다. 그건 그렇고 임수정 저 립라인 딴 것 보고 진짜ㅋㅋㅋ 찐이다 싶다. 정말 배경인 70년대 초 같네.

 

 

 

그래서 새로 찍은 <거미집>의 내용은 이렇다.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오여사와 그 아들 강호세, 그리고 호세와 결혼할 예정인,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신여성' 민자. 모두 배우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결혼 전에 봉제공장을 보여주면서 며느리를 잡기 시작하는 오여사와 만만치 않아보이는 민자 사이를 보니 고부갈등이 메인 소재인가 싶다가, 새로 들어온 직원 한유림(정수정)과 호세가 눈이 맞는다. 오 불륜물인가?

 

 

예스 그렇습니다. 여공들을 불러모아 성당에서 찬양을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양쪽 다 끼부리는 게 장난이 아니다. 특히 한유림이 '사장님 손이 고우셔서 오르간 소리도 고운가봐요' 하고 눈을 깜빡깜빡이는 장면이 백미다. 와 진짜 소리지를 뻔.

 

 

결국 한유림은 호세를 꼬시는 데 성공한 것 같은데...여기서 베드신이 한 번 나오고 호세는 본부인에게 간다. 한유림이 혼자 잘 때 거미가 나오니 야단법석을 부리는데 그 소리를 듣고 민자가 '이 야문 것 같으니라고!' 하면서 뛰쳐올라간다. 아니 막장극이라더니 진짜 막장극이네 본부인은 1층에 첩은 2층에 살아;;; 그것도 시엄마랑 같이;;; 이때 한유림 얼굴 위로 거미가 지나가는데 <거미집>촬영장에서는 실제 거미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당연히 한유림은 질색을 하지만 뭐 감독이 법이니.

 

의외로 한유림 마스크가 극중극 <거미집>에서는 그렇게 떠다니지 않더라. 크리스탈 얼굴이 꽤 도회적이고 본 필모 중 연기를 잘했다 싶은 건 없어서 <거미집>에서도 꽤 튀겠구나 싶었는데 흑백화면+후시녹음+서울사투리 느낌의 옛날말투를 하니 굉장히 잘 어울린다. 연기력도 좀 는 것 같고.

 

 

다들 시간 맞춰 와서 열심히 촬영하는데 자기는 드라마 찍으러 가야한다고 불만이 많은 한유림. 무려 김열이 어린 다방 직원을 발굴해서 예명도 지어주고 자기 작품에 넣어 스타로 만들어줬는데 한창 라이징이라 스타병에 걸렸나. 자기는 피 알레르기가 있네 얼른 가야하네 협조적이지가 못하다. 결국 우리 감독님이 대작을 만드시려는데 이게 뻗댄다고 미도에게 뺨도 맞고 머리채도 잡히고. 넌 누구냐고 하는데 보통 자기 찍는 영화 스튜디오 후계자 정도 되면 얼굴 알 만 하지 않나...

 

게다가 한유림은 무려 유부남인 강호세와 불륜중이고 임신까지 했다는 막장 비화가 펼쳐진다. 강호세는 아주 우리 유림이 홀몸도 아닌데 고생한다고 야단이고 감독님 좀 잘 좀 봐달라고 하네. 나중에 밝혀지기를 호세 애도 아니었다. 아니 극중극인 영화만 막장인게 아니라 실제 세트장도 막장이네. 

 

 

한번 뺀찌맞은 수정본으로 재촬영을 하고있다는 소문이 나자 문공부에서 박주사가 시찰을 나온다. 반체제적이고 퇴폐적인 시나리오라 허가 못 내준다는데도 찍다가 걸렸으니 난리도 아니지. 그나마 미도랑은 이미 아는 사이인지 얼른 사무실로 올라가 술을 마구마구 먹인 후, 아무도 방해할 수 없게 스튜디오를 폐쇄하고 비협조적인 한유림을 미도가 대역을 뛰면서까지 재촬영을 강행한다

 

 

<거미집>은 새로 열심히 찍고 있는데, 한유림이 낳은 아이를 빼앗고 민자도 내쫓길 위험에 쳐했다가 호세가 납치당해서 돈 요구를 받고 뭐 흔한 막장극 내용이 이어진다. 이제부터 슬슬 각색된 파트인 것 같은게, 민자와 유림이 손을 잡는 장면. 꽤 흔한 본부인-첩 간 갈등에서 가문과 며느리(들)의 대립구도가 된다. 그 뒤로 한참 넘어가서 민자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왠 사진을 내밀면서 이 여자를 기억하냐는 씬이 있길래 그래 출생의 비밀이 나올 때가 되었지 했는데, 생각보다 더 막장이면서 코믹한 연출이 웃긴다.

 

오여사가 애만 빼앗고 내쫓은 첩의 딸이 민자라고 밝히니 그럼 내 아내가 내 이복동생인가 하고 절규하는 호세, 민자가 난 강회장 자식이 아니라고 하자 몇십년동안 말도 못하고 누워있다가 갑자기 등장해서 너는 내 딸이다 외치는 강회장도 웃기지만 내 딸 팔에는 북두칠성 모양 점 7개가 있다! 하니 민자 팔뚝을 까서 안세도 확실히 북두칠성 모양인뎈ㅋㅋ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점을 세고 다시 절규하는 호세까지 정말 웃겨서 상영관 사람들과 다 같이 웃었다.

 

솔직히 이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단에서 김감독이 밉보였나 싶었는데 그런 평가 들을만 하더만. 어지간한 막장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도파민 장난 아니네.

 

 

아니 근데 나는 미도가 한유림 대타를 하겠다길래 연기를 잘 할 줄 알았다. 일본 유학파라는 설명만 나오고 전공이 뭔지는 말을 안 하길래 일본에 연기유학을 갔다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미도가 한유림 대역 연기를 하는데 정말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가 없다. 발연기를 하는 연기하는 전여빈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감탄스러울정도다. 발연기로 남좌드를 믿는게 아니어쒀! 하는 데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크리스탈을 연기 천재로 보이게 하는 발연기라니.

 

어쨌든 그렇게 어떻게라도 촬영을 하려는 중에 폐쇄한 스튜디오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백회장님 되시겠다. 분명 안된다고 했는데도 문공부 허가도 없이 결말 바꾸고 찍다 걸렸으니 당연히 백회장이 온 순간부터 재촬영은 정지다. 

 

 

 

스튜디오 주인인 백회장이 와서 난 돈 못준다 감독한테 받아라 하니 재촬영은 당연히 멈추고, 걸작을 만들겠다는데 나를 방해하다니 하면서 김열은 스튜디오 2층에 있는 자기 작업실에 가서 집기를 부수고 지랄발광을 한다. <거미집>이 좋은게 이런 장면에서 대단한 예술을 하는 나를 몰라주는 더러운 세상! 이라고 하지 않고 김열이 얼마나 찌질한 놈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환각이지만 스승이던 신상호 감독(이름 이게 맞나)이 작업실에 나타나는데, 나는 정우성인 줄 몰라봤다;;; 영화 끝나고 엄마가 그거 정우성 아니었냐 하시는데 뭐 정우성이 여기 왜나와 했는데 지금 스틸컷보니 정우성이네.

 

그런데 이 신감독 아주...굉장히 대상화되어 나온다. 그 왜 중국영화같은 데 보면 극한의 꾸밈과 미친 미모를 가진 선녀가 나타나서 기연을 주고 사라지는 느낌으로 물화된 느낌인데 결국은 감독 머리속의 환상이고 니 맘대로 해라 같은 결론이 된 걸 보면 그냥 합리화한 게 아닌가 싶다. 여기서도 CG가 좀 어색한데 굳이 그렇게 불길에 휩싸이며 퇴장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갑자기 영화 장르가 달라지는 느낌이네.

 

 

문공부 박주사와 사냥꾼을 묶어서 어디 구석에 처박아두고 재촬영을 시작한데다 문공부에서 다시 시찰을 나온다고까지 하니 이걸 어떻게 넘길지가 문제다. 백회장과 김열, 조감독과 카메라 감독 등등이 모여서 이걸 어떻게 넘길지 회의를 하는데, 조감독에게서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나온다. 바뀐 시나리오가 퇴폐적이고 반체제적이라 안 되는 거라면 <거미집>을 반공영화로 만들기 위해 바꾸는 거라고 해보자고. 조감독이 진짜 천재인 듯.

 

얼마 후에 문공부에서 나온 최국장에게 내용을 이렇게 바꾸려고 합니다, 하니 이게 또 잘 통한다. 집을 태우는 게 공산주의를 몰아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어쩌구 하니까 아 그래 이게 빨갱이들을 싹 태워버린다 뭐 그런 내용인가? 하고 알아서 듣고싶은 대로 알아듣더라고. 영화찍는 걸 구경할 때 백회장이 술을 가져오자 어 이거 좋은술인데 하는 장면도 그렇고 배우분이 전두환 닮아서 완전 블랙코미디였다.

 

 

그렇게 문공부 최국장과 백회장까지 다 앉혀놓고 다들 잘 모른다는 마지막 플랑세캉스를 찍는다. 그놈의 플랑세캉스 말만 많고 뭔지는 잘 안 알려줘서 영화 끝나고 찾아봤더니 plan sequence라고 쓰고 한 씬을 한 쇼트에 담은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기승전결이 다 들어가는 롱테이크 같은 거인 듯?

 

극중극 <거미집>의 경우는 마지막에 불을 질러야하고, 다음 작품 찍을 영화 스태프들도 이미 와 있는 상황이라 정말 한번에 다 찍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 한 씬을 찍는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데 스토리도 한국인 맞춤취향 막장극이지만 딱 한번만 찍을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이 있어서 굉장히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신은 뭐냐면 오여사와 민자의 복수씬이라고 해야하나? 오여사는 누워있는 남편에게 휘발유를 뿌려서 집을 불태우고 방을 나오는데 민자가 황금두꺼비로 오여사를 때려눕히고, 오여사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앗아 2층 금고로 가는데 뒤늦게 유림이가 오여사를 발견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누워서 찍고 서서 찍고 방에서 거실로 장소가 바뀌고 배우를 마네킹으로 바꾸고 스턴트하는 대역으로 바꾸고 진짜 불을 붙이고 등등 배우들이 무대소품을 움직이는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저거 아무리 후시녹음이라지만 저렇게 악을 쓰면서 찍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재밌었다.

 

 

문제는 미도가 술에 취한 박주사와 사냥꾼을 이 세트 2층에 숨겨놨다는 것. 아 진짜로 불을 질를건데 거기에 숨겨두면 어떡하니;;; 차라리 어디 건물 밖에다 묶어놨어야지. 불은 났지 둘 다 술에는 취해서 묶어뒀지 앞에서는 최주사가 앉아서 보고있지. 문공부 공무원이 촬영시찰 나와서 습격당했다가 죽으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세트장 뒤로 돌아가서 2층에 숨긴 박주사와 사냥꾼을 꺼내오려고 하지만 결국 1층 천장이 먼저 무너져버리고, 박주사는 머리에 불이 붙기까지 한다. 이거 진짜 웃긴 코미디 영화라니까? 거 박주사가 왜 저기서 저러고 나와? 하지만 다들 세트장 불 끄기가 바쁘다보니 허둥지둥하다가 촬영 종료가 되고 끝난다.

 

 

촬영이 다 끝난 스튜디오에 앉은 김열을 좀 보여주다가 극중극 <거미집> 후반부, 플랑세캉스로 찍은 부분과 그 이후 내용을 보여주는데 완전 고전 기괴호러영화다. 금고를 열러 간 민자를 칼 맞고 쓰러진 호세가 습격해서 죽음의 위기에 처했는데 뒤따라 올라온 유림이 민자를 구해주고, 열쇠는 나에게 있는데 돈을 어떻게 반으로 나누겠냐고 욕심을 부리다 민자와 유림도 싸움이 난다. 결국 몸싸움 끝에 유림이가 이기고 그 대단하다는 금고를 여는데...!

 

금고에 쌓인 현금이며 채권이며 금괴 사이로 갑자기 왕거미가 등장한다(?) 그 왕거미가 유림이 얼굴 붙어서 떼어내려고 난리를 치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유림이도 죽는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막장극을 해 두고 나는 거미가 싫어가 마지막 대사라니. 초반에 잠깐 등장했던 공장의 주임언니가 연락 없는 회장님 집에 찾아왔다가 거미줄에 칭칭매여 거꾸로 천장에 매달린 5명을 발견하고 영화가 끝난다. 아니 한국식 막장고부갈등영화에서 왜 갑자기 CG없던 시절의 B급 괴수물이 된 건데ㅋㅋㅋㅋㅋ

 

화면이 까맣게 변하면서 <거미집> 끝 인가가 나오는데 이거 영화가 끝난 게 아니고 극중극이 끝난겁니다. 좀 기다리면 김열과 배우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까만 화면이 꽤 오래 나와서인지 내 앞줄 사람들은 나가버렸다. 스탭롤 올라가야 끝나는 겁니다 나가지 마세요... 완전 중요한 내용 나온다고.

 

이 뒤로 신감독이 죽은 날 백회장과 김열만 알던 비하인드가 나온다. 극중극 <거미집>의 마지막 씬처럼 신감독의 유작도 실제로 불을 내고 찍었는데 신감독이 탈출을 못할 것 같자 조감독이던 김열은 작업실에서 신감독이 써 둔 시나리오를, 백회장은 금고에 있었던 금과 현물을 빼돌리다 서로를 발견한 것. 결국 평단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던 김열의 데뷔작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썼어 하던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신감독이 쓴 거였던 거다.

 

 

김지운 감독 전작을 본 게 뭐였지? 제일 유명한게 놈놈놈인가? 근데 뭐 난 그걸 안봐서 김지운의 송강호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벙하면서 유쾌한데 어딘가 소진된 느낌과 비겁한 면모가 있는 캐릭터에 굉장히 잘 어울렸다. 역시 송강호야 싶긴 한데 뭐 김열은 정가는 캐릭터는 아니어서 그냥 김열이 별거 아닌 놈으로 묘사된 게 좋았다. 김열 나오는 씬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거미집> 촬영이 끝나고 Wednesday's Child 노래가 깔리는 장면.

 

<거미집>은 꽤 성공적으로 흥행할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궁금한 건 과연 그 수정한 후반부가 정말 김열의 아이디어였을까 하는 거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평이 좋았던 데뷔작 시나리오는 신감독 걸 가져다 쓴 거고, 신감독이 죽기 직전에 찍던 씬도 불 지르고 찍는 플랑세캉스였던가? 이건 확실하지가 않으니까 패스. 스승이 쓰던 작업실을 그대로 쓰고 스승님 집에 얹혀 살면서 스승님 밑에 있을때나 쓸만했지 자기 예술은 못한다는 평가나 받으니 결국 자기 계획대로 먼저 썼던 시나리오를 신감독 느낌으로 바꿔서 만든 게 아닐까. 신감독은 천재고 김열은 결코 그를 넘어설 수 없는 시나리오 도둑에 불과하다로 끝나는 게 더 내 취향이라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미도는 진짜 엄청나게 유니크한 캐릭터였다. 일단 저 시대에 신성필림 후계자야. 다른 사람들은 다 못 알아본 극중극 <거미집> 수정원고를 알아보고 김열을 지지할 정도로 열정적이지만 그 열정에 비해 허술한 부분도 많아서 박주사에게 술을 미친듯이 먹여 재운다거나 발연기를 해서라도 촬영을 한다던가 하는 사고를 친다. 물론 제일 큰 사고는 박주사와 사냥꾼을 불 지를 세트 2층에 숨긴거지만.

 

처음에는 신선하다 싶다가 점점 하는 게 왜 저러냐 싶었는데 영화 끝나고 생각해보니 굉장히 드문 캐릭터였다. 주인공의 의자와 목표를 혼자만 알아보고 돕는, 열정 넘치지만 의욕이 앞서서 오히려 일을 망친다거나 실수를 하는 정신사납지만 비중있는 조연 캐릭터가 젊은 여성에게 주어졌다고. 그런데 전여빈이 연기를 엄청나게 해서 캐릭터의 단점이 잘 드러나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박해진다. 

 

전여빈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지 몰랐는데... 정말 미도 그 자체다. 약간 급한 성격과 걸작을 보고 벅차오르는 감성, 영화 촬영 중 주연배우 싸다귀를 날리는 과감함과 발연기까지 어떻게 이런... 이런 배우가 있을 수 있지. <죄 많은 소녀>로 상 많이 받았던데 나중에 시간날 때 찾아봐야겠다.

 

 

민자는 굉장히 특이한데, <거미집>의 주연배우인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극중극 이외의 서사가 없다. 맨 초반에 인사할 때와 난 캐릭터가 처음부터 싹 바뀌네 하는 말 외에는 그냥 충실히 거미집의 민자를 연기할 뿐 다른 배우 같이 극본에 불만을 표한다거나 사생활이 나온다거나 하지 않는다. 정말 그냥 극본대로의 민자만 나오는데 김열과 따로 친분이 없어서 그러는걸까? 김열 시점으로 보는 중이라? 

 

그건그거고 임수정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임수정 하면 떠오르는 필모 하면 <장화, 홍련>인데 이건 너무 예전에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인가 이건 안 봤고 해서 SK2 광고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는 몰랐네. 배우인 이민자도 극중극 <거미집>의 민자도 진짜 대단하다.

 

 

크리스탈은 진짜정말 의외로 흑백화면을 훨씬 더 잘 받는다. 원채 화려한 이목구비아 컬러일때는 2023년 느낌이 나면서 좀 튀는데, 극중극 <거미집>에서는 도회적인 이목구비가 오히려 약간 인외적인 느낌이 나서 잘 어울린다. 거기에 후시녹음, 70년대 초반의 야시랑거리는 발성, 고전영화 특유의 약간 오버하는 톤이 합쳐지니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 이걸 정수정이 아니면 누가 하겠냐 싶을 정도.

 

 

바뀐 시나리오 <거미집> 후반부에서 민자와 유림이가 주는 텐션이 진짜 어마어마했는데, 특히 2층에서 민자에게 달려드는 호세를 유림이가 가격하고 열쇠는 나한테 있는데 돈을 어떻게 나누려고 하는 장면이 최고였다. 나는 솔직히 농이오 한 다음에 둘이 돈 빼돌려서 해피라이프를 보내는 엔딩을 기대했는데 괴수물 엔딩이 나 버렸지만... 아 극중극 거미집 한번 더 보고싶다.

 

 

우리 백회장님. 꼬라지가 그게 뭐야 등등 권력자의 대사가 정말 잘 어울린다. 보통 가난한 집 착한 엄마로 많이 나오시는 분 아니었나? 이런 역도 굉장히 잘 어울리시더라.

 

백회장은 남편이 죽고 신성필림 대표가 되었는데, 이 집안 족보가 좀 이해가 안 간다. 미도가 백회장 시조카인데 미래의 신성필림 후계자고, 죽은 아버지가 전 신성필림 대표라고 하잖아? 그럼 백회장 남편이 신성필림 대표가 아닌거고. 후반부 신감독 죽은 날 금괴 챙기는 걸 보면 신감독 부인인가? 그럼 남편 죽은지가 언젠데 사모님이야도 이해가 간다 했는데.

 

아니 근데 맨 처음에 김열이 죽은 신감독 부인 집에 계속 얹혀산다고 나오면서 신감독 부인을 잠깐 보여준 거 아니었나? 내가 잘못 본건가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백회장이 신감독 첩인거 아니겠냔다. 아니 그럼 본부인 두고 첩이 영화스튜디오를 물려받는 개족보인거야? 차라리 미도가 신감독 딸인게 덜 막장이겠네. 근데 그러면 전공 뭐하는지 이런 걸 모르는 건 아닐테니 김열 집 나오는 장면에서 잘못 본 거고 신성필름 운영하던 신감독 형, 그 딸 미도, 신감독, 신감독 부인 백회장이 맞나보다.

 

 

오여사님은 사실 못된 시어머니역을 너무 잘 하신 것 외에 그렇게 큰 비중은 없다는 점에서 민자와 비슷하긴 하다. 그런데 민자는 극중극 밖 비중이 아예 없다시피 한 데 비해 오여사는 배우로 나올 때 분량도 좀 있는 정도? 그리고 작품 내에서의 이미지와 작품 밖 이미지가 굉장히 달라서 배우 중 대선배 느낌이 잘 나긴 한다.

 

강호세 역이 오정세 배우인가... 호세가 진짜 미친놈인데 그걸 너무 능청하게 잘 연기한다. 마누라 두고 유림이와 바람피우면서 와이프도 좋고 유림이도 좋고 할 때는 진짜 와 이런 바람둥이가 다 있네 싶었는데 유림이 애가 자기 애가 아닌걸 알고서도 신경쓰는 모습이나 불 낸 마지막 촬영때 유림아아 하면서 (다른사람이긴 했지만) 얼른 담요로 감싸서 나오는 걸 보면진짜 이상한 놈이다. 마지막에 촬영 다 끝나고 나갈 때 부인이 데리러 온다는데 그건 못 봤네.

 

 

영화 촬영장에 엑스트라와 스태프들이 굉장히 많아서 조연배우들이 아주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스탭롤을 잘 안 봐서 배역 이름을 모르겠지만 김열 바로 옆에 붙어다니는 비서같은 분과 신성필림 스튜디오 직원으로 나왔던 약간 퉁명스러운 직원 역 하신 분 이 두 분이 엄청나게 눈에 박혔다.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좀 더 비중 큰 역할로 보게되면 좋겠네. 

 

저 형사역 전문이라 메소드 연기한다는 배우는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문공부 쁘락치가 들어온건가 싶었는데 뭐 유림이와 호세, 미도 사이 삼각관계? 이런 거나 수첩에 쓰다가 극중극 <거미집> 등장하지도 않고 어느 순간 없어지고, 영화 촬영 다 끝난 이후 신감독 죽은 날 회상하기 잠깐 전과 엑스트라들이 버스 타고 이동할 때 나오고 끝이다. 이런 캐릭터 없이도 충분히 산만한 영화인데 대체 왜 있는 캐릭터인지 모르겠네. 차라리 이 캐릭터다 빼고 12분 줄여서 2시간 안으로 맞추는 게 더 나았겠다. 

 

 

영화는 맨 초반에 김열의 집을 보여준 것 외에는 모두 신성필림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데, 세트장이 굉장하다. 김열의 집과 스튜디오 작업실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서재 같은 느낌이고, 스튜디오 분장실이나 거미집 오여사네 집 1층, 2층 세트장은 이국적인 화려함이 있다. 나중에 메이킹 필름 나오면 재밌겠네.

 

내가 기대한 건 70년대 초반, 괴짜 감독의 얼렁뚱땅 영화 다시찍기였는데 실제로 보니 스승빨로 데뷔한 막장극 전문감독 알고보니 역시나 스승만한 제자 없었다 같은 느낌에 가깝다. 극중극도 재밌지만 극 외 시츄에이션도 너무 웃겨서 재밌게 보고 나왔고, 다들 호불호 안 갈리고 재밌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평가가 갈리는 게 의외다. 손익분기 200만명이라길래 그정도는 가뿐히 넘겠지 밀수만큼 나올 것 같은데 하고 나왔는데... 아 이거 잘 되야 또 이런 작품 나오는데;;; 시간 나면 김지운 감독 다른 영화를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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