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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동대문 메가박스, <오즈의 마법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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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동대문 7관, <오즈의 마법사> 후기

 

 

<오즈의 마법사>가 재개봉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영화사에서도 의미있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를 아주 좋아해서 영자원에서 상영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던 참이라 냉큼 예매해서 다녀왔다. 보통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상영 시작일부터 증정인데 재인쇄때문에 토요일부터 증정이라길래 토요일 첫타임으로 예매해서 다녀왔다.

 

 

<오즈의 마법사>는 '워너필소' 라는 기획전으로 재개봉했는데, 모든 메가박스에 다 걸린 건 아니라 상영관이 많지가 않다. 집에서는 옥정 메가박스가 제일 가까운데 거긴 안 걸어주고, 그 다음 가까운 건 민락동에 있는 메가박스인데 거긴 차 없이 가기가 너무 귀찮아... 그냥 대중교통으로 금방 가는 동대문 메가박스 가자 해서 오랜만에 동대문 메가박스로 예매했다. 워낙 오티 업자가 많이 오기로 유명해서 이미 자리가 많이 차 있었는데, 그래도 중블에 자리가 몇 개 있어서 F열 I열 중 고민하다가 I열은 너무 멀 것 같아서 F열로. 7관은 관람 후기가 많이 없어서 고민 많이 했다.

 

메가박스 컴포트관 후기는 -> 동대문 메가박스 컴포트관, <크루엘라> 후기(스포 없음)

 

동대문 메가박스 컴포트관, <크루엘라> 후기(스포 없음)

동대문 메가박스 컴포트관, 후기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작년 3월에 라미란 주연의 를 보고 나서 처음이니 거의 1년 반 만이다. 코로나때문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기도 하고 취식

chordq0539.tistory.com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 1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나오는 굿모닝시티 건물에 동대문 메가박스가 있는데, 나는 그냥 1호선 타고 동대문에서 내려서 걸어왔다. 동대문역 8번 출구로 나와서 한 5분?10분? 정도 걸으면 금방이라 환승 안 해도 되고, 중간에 메가커피 들려서 커피도 살 겸.

 

 

굿모닝시티 왼쪽 구석 문으로 들어오면 엘리베이터 세 대가 있는데, 가운데는 고장이었고 빨리 오는 걸 타고 9층에서 내리면 메가박스가 있다. 상가 대부분이 비어있고 음식점 몇 개 외에는 뭐가 없어서 좀 음침하다. 메가박스 자체도 오래된 곳이기도 하고. 한 2년만에 온 것 같은데 여전하네.

 

 

오리지널 티켓을 받을면 지류티켓을 뽑아서 카운터로 가면 된다.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포토카드 인쇄 기계가 3대 있는데 여기서 티켓을 뽑고, 매점 옆 카운터에 가서 지류티켓을 보이면 증정품을 준다. 첫 영화 상영 20분 전부터 증정 시작이라길래 증정 시작하고 30분쯤 지났을 때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꽤 많더라. 

 

 

영화 상영 전후 상관 없이 당일 티켓을 지참하면 주는데, 증정품을 받으면 교환이나 환불 불가 도장을 찍어준다. 아 그리고 메가박스는 예매한 티켓 자리 홀딩하고 관람권으로 재결제하는 거 안 해 준다더라. 앱에 등록된 건 안 되고 등록 안 된 것만 가능하다고. 메가박스 앱에서 산 관람권 이용할거라면 새벽에 얼른 취소하고 재예매해서 가는 게 좋겠다.

 

 

<오즈의 마법사> 오리지널 티켓과 워너필소 이벤트로 증정하는 엽서. 메가박스 오티는 처음 받아봤는데 비닐 포장 없이 바로 오티만 주는거였네? 금박이 엄청나게 화려해서 은색, 금색, 푸른색, 흰색으로 반사되는데 굉장히 예쁘다. 내가 오티 받고 10분쯤 지나서 소진되었으니 동대문에서 오티 받으려면 오픈런 하는 게 좋겠네. 

 

 

동대문 메가박스 7관 I열 10번. F9번과 여기 중 고민하다 F열로 갔지만 미련이 남아서 한번 앉아봤다. K열까지 있는 영화관이라 I열이면 꽤 뒤인데, 확실히 스크린을 좀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다. 스크린 상부에 시선이 일치되는 느낌? 대신 뒤로 더 간 만큼 스크린이 조금 덜 부담스럽고 가로가 한눈에 더 잘 들어오긴 한다. 

 

 

 

여기가 내가 실제로 본 7관 F열 9번. 이 정도면 앞열 중 최전선 느낌으로 조금 올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G열이나 H열에 앉으면 딱 시선 일치가 될 듯. 실제 스크린 느낌은 가로 길이는 첫번째 사진처럼 내 시야각의 한도에 스크린 가로가 걸리는 느낌이고, 중블인데도 정가운데가 아니라서 그런지 두번째 사진처럼 약간 스크린이 휘어지는 느낌이 있다. 가로가 25석이고 중블 중 9번이면 절대 사이드 좌석은 아닌데 굉장히 많이 휘어서 무슨 커브드스크린 같은 느낌? 게다가 <오즈의 마법사>는 옛날 영화라 4:3 비율(1.33: 1)이다보니 스크린 반 이상이 마스킹이라 더 사이드석 느낌이었다.

 

동대문 메가박스는 화면이 어둡다는 평이 있었는데, 의외로 스크린 밝기는 괜찮았다. 가로 마스킹때문에 잘 보여서 그런가^^;; 음향도 뭐 무난했고. 그런데 <오즈의 마법사>처럼 스크린 반도 안 쓸 비율의 영화라면 좀 다른 관에 걸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어떻게 된 영화가 예고편 틀어줄 때보다 가로 길이가 더 적게 나와. 이 정도면 사이드석에서는 영화를 제대로 못 봤겠다. 아예 사이드석 안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오리지널 티켓때문에 예매한 업자들이 많았는지 실관람객은 예매좌석의 반 정도인 것 같더라고. 중블 명당도 중간중간 비어있어서 아니 어차피 안 볼거면 사이드석이나 맨 앞줄 잡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가박스 동대문 7관에 간다면 최대한 G~H열, 넉넉잡아도 F~I열 안에서 최대한 가운데인 11, 12, 13번 자리에 앉는 게 좋겠다. F열은 스크린 가로가 너무 꽉 차는데다 좀 목이 아프고 I열은 너무 내려다보는 느낌이더라고. 다음에 동대문 메가박스에 또 간다면 G열이나 H열 11, 12, 13번 자리를 고르겠지만 그냥 나중에는 귀찮아도 버스타고 민락 메가박스 가련다. 컴포트관이면 몰라 일반관은 너무 노후된 느낌이다.

 

 

이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이거 무려 1939년 영화다. 이걸 한국영상자료원 아니면 어디서 걸어주냐 존버한다 했는데 메가박스에서 재개봉을 해주네. 오리지널 티켓 때문에 실관람 안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토요일 오전에 영화 보러, 그것도 이렇게 오래된 영화를 보러 오는 실관람객은 영화를 좋아하거나 오즈 시리즈를 좋아하거나 <오즈의 마법사> 영화를 좋아하거나 하는 사람들이라 관람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어우 그런데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가서 마시면서 보는데도 좀 졸렵더라.

 

일단 나는 오즈 시리즈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이전에 보긴 했다만 내 취향이 아니었다. 본 지 10년정도 되지 않았나...? 이걸 영화관에서 해준다니 봐야지 하고 다녀온 거긴 한데 보고 나서 한번 더 깨달았다. <오즈의 마법사> 영화는 각색이 너무 심해서 마음에 안 듬. 일단 러닝타임이 2시간이면서 자른 부분이 너무 많고 추가한 부분들이 마음에 안 든다.

 

뭐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루비 슬리퍼이긴 한데 그건 루비 버전도 유니크하니까 넘어간다 치고, 농장 일꾼들이나 미스 걸치를 오즈 사람들만 시키기에는 출연료가 너무 아까웠나 캔자스 농장에도 많이 나온다. 굳이 앞부분에 그렇게 기타등등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요? 도로시가 오즈에 처음 갔을 때 글린다가 나온 것 까지는 그래 각색할 수 있다지만 글린다는 '깊은 지혜와 연륜이 느껴지지만  젊고 긴 빨간머리에 파란 눈을 하고 흰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공식 아닌가요. 왜 갑자기 금발에 쥬쥬 드레스를 입고 별 마술봉을 든 마녀가 나오지?

 

옛날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본 거지만 못된 마법사만이 흉측하게 생겼어요(only bad witches are ugly) 하는 대사는 대놓고 외모지상주의라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고, 반면에 먼치킨 씬에 나오는 작은 배우들이 모두 왜소증 환자라는 건 대단했다. 그런데 뭐 하는 걸 봐서는 CG기술이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라 그냥 왜소증 배우들을 쓴 거에 가깝기는 하겠다.

 

 

도로시는 캔자스 농장을 운영하는 삼촌숙모네에 얹혀 살고있다원작 1권에서는 농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농장 장면이 꽤 길게 나온다. 소와 돼지, 닭, 병아리가 많고 일꾼을 셋이나 쓰는 꽤 큰 농장인 듯. 토토때문에 미스 걸치에게 혼나고 돌아온 도로시가 칭얼거리지만 다들 일하기 바쁘다. 몰랐는데 이 농장일꾼 셋이 나중에 허수아비 / 양철나무꾼 / 사자로 나오는 배우들이더라.

 

 

그 유명한 Over the rainbow 씬. 주디 갈란드가 노래를 잘 부르긴 잘 부르지만 가사 잘 들어보면 꽤 중2병같은 가사다. 노래만 떼어서 보면 그래도 괜찮다 할 만 한데 너 방금 전에 남의 정원에 강아지 풀어서 집주인 물린 사고 치고 온거면서;; 무지개 너머를 찾으면 어쩌냐.

 

 

미스걸치가 경찰서장의 허가증까지 받아서 토토를 잡으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마치 미스 걸치를 괴팍한 노처녀가 심술을 부려서 개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묘사하는데, 남의 집 정원에 개 풀어서 집주인이 물린 게 더 큰일 아닌가? 한국에서도 남의 정원에 개 풀어서 집주인 물면 광견병 위험 있어서 안락사 대상일텐데;;

 

도로시 너도 미스 걸치한테 잘못했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해야지 삼촌숙모한테 토토는 착한 개에요 하면 그게 소용이 있냐;; 심지어 말하는 거 들어보면 한두번 그런 것도 아닌데. 소설 원작보다 도로시가 더 꼴통이네. 앤 숙모도 애 교육을 잘 시킬 생각을 해야지 자기네 개한테 물려서 온 사람한테 돈 좀 있다고 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더라.

 

 

바구니 한쪽을 안 닫아놓은 미스 걸치 덕분에 탈출한 토토는 다시 도로시에게 돌아오는데, 이 기회에 도로시는 토토를 데리고 가출해버린다. 그리고 만난 마블 교수. 유럽의 왕족들에게 인정받고 어쩌구~ 하는데 터번 쓰고 수정구슬 들여다보면서 사기치는 사기꾼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이 아저씨가 오즈더라고?

 

요새 세상이 흉흉해서 아니 쟤는 어쩌자고 겁도 없이 누군지도 모르는 아저씨 마차에 따라들어가냐 했는데 아저씨가 나름 된 사람이라 가출청소년을 집에 보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도로시는 엠 아줌마가 도로시를 찾으면서 울고있다는 말에 가출을 포기하고 농장으로 돌아가는데...

 

 

엄청난 허리케인이 오고있다. 그런데 CG가 없을 시절이라그런지 토네이도가 굉장히 인공적이더라. 그런데 도로시야 토네이토가 농장에 저렇게 가까이 가면 다른 곳으로 피해야하지 않겠니. 일꾼이고 헨리삼촌이고 엠 아줌마고 다 지하실로 피했는데 도로시는 농장으로 돌아와서 엠 아줌마를 찾고있다. 

 

 

지하실 문은 못 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집이 토네이도에 휩쓸렸다. 아니 그거야 뭐 그렇다고 치는데 토네이도 안에서 노 젓는 할아버지에 뜨개질 하는 할머니에 자전거 타는 미스 걸치까지 나오는 건 뭐야ㅋㅋㅋ 심지어 미스 걸치는 빗자루 탄 마녀로 바뀌기까지 한다.

 

 

집이 어딘가에 착륙하고, 밖이 조용해져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짜잔. 여기는 오즈입니다. 그 유명한 흑백영화가 컬러영화로 바뀌는 장면이다. 

 

 

아 그런데 세트가 약간 롯데월드 재질이다. 저게 최선이었던건지 아니면 일부러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저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네. 아 그리고 도로시 왜 금발 아니냐 도로시가 금발이어야지. 물론 주디 갈란드도 예쁘긴 한데 도로시의 금발은 나름 중요한 요소 아닌가? 하긴 뭐 은구두도 루비 슬리퍼로 만들었으니까 뭐.

 

 

여기가 어디지 하고있을 때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난 글린다. 처음에 분홍색 방울 같은 게 스크린 윗부분에 보이길래 오류인 줄 알았는데 점점 커지더니 글린다가 나오더라. 아 원래는 글린다 아니라고요. 원전에서는 동쪽마녀에게 힘을 빼앗겼던 진짜 마녀 할머니였던가 북쪽마녀던가. 영화에서는 글린다가 북쪽마녀로 나오는데, 동쪽 마녀가 죽었다고 호다닥 와서는 먼치킨들에게 고생많았어요 이 아가씨가 여러분의 구원자입니다 하는 게 말이 되냐 그럴거면 진작에 동쪽마녀랑 붙어서 먼치킨들의 구원자가 되던가;;

 

 

 

어쨌든 먼치킨랜드는 사악한 동쪽 마녀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었어서 도로시를 먼치킨랜드의 구원자로 삼는다. 흥겨운 Ding Dong! The Witch Is Dead가 나오는데, 이건 피식민지국 출신에게는 뭐 빼놓을 수 없는 노래지. 동쪽의 사악한 마녀가 진짜 죽었나...? 하다가 진짜 죽었다! 하고 아주 마차에 꽃에 춤까지 추면서 나와서 기뻐한다.

 

보면서 저때는 CG도 없었는데 어떻게 먼치킨들과 도로시 키 차이를 냈을까 했는데 그냥 전국에 있는 왜소증 배우를 다 캐스팅한 거였다. 의외로 PC한 부분이 있네.

 

 

그러던 중 사악한 동쪽 마녀의 언니, 사악한 서쪽 마녀가 등장한다. 동쪽마녀의 루비 슬리퍼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글린다가 이걸 도로시에게 신겨버렸네. 자의로 벗는 게 아니면 가져갈 수 없어서 서쪽마녀가 분개한다.

 

근데 Glinda the good witch잖아 그러면서 살인자에게 피해자 신발 뺏어서 주는 건 별로... 착하지 않은데요. 따지자면 언니인 서쪽마녀가 상속인인데 동생이 죽어서 왔더니 친분도 없는 동쪽마녀가 내 동생 죽인 애한테 내 동생의 개쩌는 아이템을 넘긴건데... 각색을 했더니 글린다의 선함이 아예 없어져버리네. 원래 글린다는 독재자 롤인데도 good witch라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서 용인가능한 게 아니었나.

 

 

어쨌든 루비 슬리퍼를 당장 빼앗을 순 없으니 서쪽마녀는 두고보자 하고 퇴장한다. 불길이 팍 이는 게 등장같이 강렬한 퇴장이네 아이구 깜짝이야. 

 

 

도로시는 그건 됐고 저는 캔자스에 돌아가고싶어요! 상태라 위대하신 마법사 오즈를 찾아 에메랄드 시티로 가기로 한다. 방법은 노란 벽돌길을 따라서 가는 것. 먼치킨들의 성대한 배웅을 받으면서 노란 벽돌길을 따라서 간다. 이때와 이 뒤로 중간중간 We're off to See the Wizard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나는 오즈의 마법사 영화에서 이 노래가 제일 좋더라.

 

 

방금 전 먼치킨랜드의 경계나 이 장면처럼 원경은 그림처리한 장면이 꽤 나오는데, 그림 티가 꽤 나는데도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다. 괜히 저렴하게 CG를 쓰는 것보다 이렇게 클래식하게 가는 게 훨씬 좋네. <바비>에 나오는 바비랜드<->리얼월드 간 이동 씬도 그런 느낌이라 좋았다.

 

 

에메랄드 시티로 가면서 만난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는 두뇌를,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보러 가기로 한다. 분장이 약간 호러인데... 뭐 옛날 영화니 어쩔 수 없지. 유독성 물질도 있고 해서 배우들이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주디에게 못되먹은 짓도 많이 했으니 뭐 불쌍하지도 않더라.

 

 

중간중간에 인상깊었던 것들. 하지만 어떤 사람들도 생각 없이 많은 말을 하지 않나요? 하는 허수아비와 사과를 땄다고 성질나서 사과를 따서 던지는 나무, 양철나무꾼을 발견했을 때 다시 한번 나타났던 서쪽마녀. 허수아비에게 불을 던지고 일향을 협박하더니 그냥 가버렸다. 특히 사과나무는 오즈시리즈 다른 책에 나온 도시락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나도 그 도시락 나무 보고싶다는 생각을 엄청 했었는데.

 

 

우여곡절끝에 에메랄드 시티에 다 와 간다. 아마 영화 시간상 문제로 기타 여정에서 발생한 이벤트는 다 생략한 듯. 솔직히 이 장면에서 저 옆으로 돌아가면 노란 벽돌길이 다시 나와야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뭐 일단은 꽃밭을 건너 간다. 아마 이것까지자 서쪽마녀의 마법이었을까? 생물인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가 마법에 걸려 꽃밭에서 잠들어버리고, 무생물인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이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를 들고 나오지만 겁쟁이 사자는 너무 무거워서 중간에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글린다가 뿌려준 마법의 눈으로 기적깥이 깨어나서 꽃밭을 나온다. 그 와중에 허수아비라 심지가 없어서 똑바로 못 걷는 게 너무 웃기네. 이 눈이 석면으로 만든 거였다던데. 요새야 발암물질이라 안 쓰지만 저때는 진짜 모르고 썼겠지. 사실 눈을 석면으로 만들었다는 건 나중에 영화 끝나고 찾아봤을 때 얘기고, 막상 영화 볼 때는 대사에 터졌다. 요즘같이 이상기후가 심한 시기에 보니까 좀 더 위협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했는데 성문이 닫혀있다. 벨을 눌러서 사람을 불렀더니 팻말 안 읽냐고 뭐라고 하네. 아니 그런데 뭔 팻말이요? 했더니 이제 와서 벨 고장났으니 노크하시오 팻말을 다는 아저씨ㅋㅋㅋ. 그나마도 성문을 안 열어준다는 걸 내가 그 사악한 동쪽마녀를 죽인 도로시다! 해서 들어가게 된다.

 

 

오랜 여행길에 지쳤으니 일단 오즈를 만나기 전에 때빼고 광내고 한 다음 마차를 타고 시가지 행진을 하면서 오즈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좀 아쉬운건 원래 에메랄드 시티에 와서 옷 갈아입으면 초록으로 입어야하는데 그게 좀 아쉽네. 뭐 체크무늬 원피스는 시그니처라고 쳐도 리본 정도는 바꿔달아도 되잖아. 허수아비나 양철나무꾼이나 사자도 그렇고. 아 그리고 색이 바뀌는 말도 웃겼는데 나름 기술력으로 최선을 다했더라고.

 

 

그렇게 노력 끝에 만난 오즈는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 하는 피씨방 재질... 롯데월드 신밧드의 모험 느낌... 원작처럼 한 명씩 나가서 볼 때마다 다른 얼굴로 나오지는 않고 사악한 서쪽마녀의 빗자루를 빼앗아오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고 한다. 사실 나가 죽으라는 뜻으로 말한 게 아닐지.

 

 

 

도로시와 일행은 서쪽마녀의 숲으로 향하지만 과연 마녀가 이걸 모를까요? 마법구슬로 다 보고 있다가 루비 슬리퍼를 신은 도로시를 납치해오라고 시킨다. 사실 서쪽마녀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날개달린 원숭이인데 진짜 원숭이를 분장시킨건지 잘 안 보여주더라. 

 

 

날개원숭이는 습격에 성공해서 도로시와 토토를 마녀의 성으로 데려오는데, 이때 마녀가 재치를 발휘해서 도로시의 루비 슬리퍼 한 짝을 벗기는 데 성공한다. 강제로 벗기는 건 안 되지만 실수로 벗겨진 걸 가져가는 건 된다고. 그럼 천장에 매달아서 신발 떨어질때까지 흔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마녀의 방에 갖힌 도로시가 울자 마녀의 수정구슬에서 엠 아줌마를 보여주는데, 도로시가 어디있는지 찾으면서 걱정하고 있다. 도로시가 이 모습을 보면서 꽤 슬퍼하는데, 얘도 마녀의 수정구슬을 쓰는 걸 보면 마녀의 자질이 있는 거지. 그렇다고 남이 보고 싶다는 것도 냉큼 보여주다니 수정구슬이 지조가 없네.

 

 

뭐 어쨌든 도로시가 갖혀있는동안 토토가 탈출해서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데리고 마녀의 성에 처들어온다. 마녀의 하수인으로 변장하기도 하고 군인들과 싸우기도 하는데, 여기서 겁쟁이 사자 보면 이미 겁쟁이가 아닌 걸 확실히 보여준다.

 

 

뭐 그 뒤로는 다들 아는대로다. 서쪽마녀가 허수아비를 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하니 도로시가 불을 끄려고 물을 뿌렸고, 마녀는 물에 녹는 재질(...)이어서 녹아 죽는다. 이때 효과가 꽤 리얼하게 진짜 녹는것처럼 없어지더라. 아마 연극장치처럼 지하로 내려가는 장치같은 거겠지? 그런데 마녀가 물에 녹는다는 설정은 뭐 마녀사냥에서 온 설정인가? 왜 물에 약한 걸지 아직도 궁금하다.

 

마녀가 죽었더니 서쪽마녀의 하수인들도 바로 태세전환을 해서 우리들의 구원자 도로시님 만세! 하고 있다. 거 아무리 그래도 반응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마치 지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괴롭힘만 당한 사람들인 양... 뭐 어쨌든 마녀가 죽어서 그 빗자루를 가지고 에메랄드 시티에 돌아갔더니 오즈 이놈이 딴소리를 하기 시작하네?  

 

 

그리고 우리의 토토가 맹활약을 해서 오즈의 정체를 밝혀낸다. 사실 이 할아버지는 캔자스 출신의 미국인으로 Oscar Zoroaster Phadrig Isaac Norman Henkle Emmannuel Ambroise Diggs라는 긴 이름을 가졌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앞의 오스카 조로아스터를 줄여서 OZ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도로시가 토네이도를 타고 오즈에 왔듯이 오즈는 열기구를 타고 오즈에 왔는데 이름도 OZ겠다 마법사인 척 하면서 눌러앉은거였다.

 

 

정체를 들키고 나서 뇌 / 용기 / 심장을 못 얻을 허수아비, 사자, 양철나무꾼이 실망하자 박사학위와 훈장, 심장 모양 시계를 주면서 마치 뇌와 용기, 심장을 주는것처럼 말하는데, 괜히 사기꾼인 걸 안 들키고 버틴게 아니라 말빨이 아주 좋다. 뭐 본인들이 만족했으니 되었다.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도로시의 소원은 오즈가 처음 오즈로 올 때 탔던 열기구를 타고 가는 걸로 들어주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위대한 마법사 오즈인척을 하면서 열기구를 타는데, 도로시와 토토까지 다 타고 나서 토토가 갑자기 도망쳐버려서 도로시는 못 타고 열기구가 출발해버린다. 

 

그런데 뭐 사실 저 열기구가 캔자스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거고, 토토가 한 활약을 보면 지금 내린 걸 잘 한 걸수도 있다. 어차피 도로시가 돌아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기도 하고.

 

 

그 방법은 다시 나타난 글린다가 가르쳐주는데, 슬리퍼 뒷축을 세 번 부딫히면서 간절하게 바라는 것. 그런데 오즈 세계관에서 마법 물건은 오즈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으니 이 루비 슬리퍼는 결국 사라졌겠지?

 

 

그렇게 열심히 소원을 빌어서 캔자스로 돌아온 도로시. 그런데 연출이 약간 아시발꿈 같은 느낌으로 되어있어서 이 영화 한 편만 봐서는 오즈가 진짜인지 아니면 토네이도때문에 기절했던 도로시가 꿈을 꾼 건지 알 수 없게 되어있다.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오즈, 사악한 서쪽마녀까지 다 원래 캔자스 농장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라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듯.

 

분명 예전에 <오즈의 마법사>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안 봤나? 아니면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 나는 거였나?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각색이 굉장히 심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가 미화된정도로 각색이 된 거였네. 각색된 내용이 내 취향이 아닌데 비율이 4:3이라 마스킹이 너무 넓기까지 해서 약간 돈아까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고전영화는 그냥 영자원에서만 봐야지 일반 재개봉으로는 못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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