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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홍대 CGV,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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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홍대 5관,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후기

 

 

지난번에 메가박스로 오즈의 마법사를 보러 갔는데 예고편으로 나온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이 꽤 재밌어보이더라. 그렇다고 딱히 갈 생각은 없었는데... 새벽에 스피드 쿠폰을 잡아서 아 이 가격이면 보러가야지~ 하고 다녀왔다. 마침 딱 내가 시간이 되는 날부터 포스터 증정도 하길래 저녁에 홍대 CGV에 들려서 영화 보고 꽃 사서 돌아왔다.

 

 

보통 홍대에서 영화 보면 CGV는 안 가고 유니클로 건물 위에... 롯데시네마던가를 갔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CGV 연남도 생겨서 그쪽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그말은 이미 예매가 많이 되었다는 뜻이라 하루 전에 예매하기에는 이미 명당이 다 나갔더라고. 그래서 생긴 지 좀 오래된 홍대 CGV로 갔는데 다음에는 미리 예매해서 CGV 연남에도 가봐야겠다. 

 

 

홍대 CGV는 2호선 홍대입구역 1번출구, 슈펜 있는 건물에 있다. 4층에 매표소와 매점이 있고, 그 위 5층, 7층, 9층이 상영관. 조금 일찍 도착했어서 일단 4층에 내려서 지류티켓 발급을 받고 상영관으로 올라갔다.

 

 

홍대 CGV 5관은 9층이라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상영시간 10분 전부터 입장가능한데 조금 일찍 왔더니 막아놨더라고. 그런데 옆에 6관에서 바비 필름을 틀어놨는지 빌리 아일리시 노래가 들리길래 그쪽에 앉아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이쪽에도 화장실이며 벤치가 있어서 굳이 지류티켓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4층 안 들렸다 올라와도 되겠다.

 

 

여기가 홍대 CGV 5관. 응원상영이나 무대인사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의외로 후기가 많이 없다라. F열과 G열 사이에 복도가 있고, 왼쪽 사이드블록 중간쯤과 왼쪽 A열 앞으로 출입구가 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스크린은 꽤 아래로 내려와있는 타입이더라.

 

 

 

여기가 원래 내가 예매한 홍대 CGV 5관 G열 8번. 복도가 있으니 다리 편하게 보겠지 하고 예매한거였는데, 이거 영 단차가 별로다. 그냥 바로 앉으면 앞 F열 좌석이 너무 많이 보이고 그게 딱 스크린 하단부랑 맞닿아있어서 좀 불안불안하더니만 역시나 F열에 사람들이 들어오니 그렇게 키 큰 사람들도 아닌데 머리로 스크린이 다 가려진다. 복도 위로 한 단이 올라와서 G열이 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스크린 가로 길이는 딱 괜찮았는데 스크린이 아예 아래에 매달려있어서 내 키가 뭐 180이다 이런 게 아니라면 스크린 하단부는 무조건 앞열 사람들 머리에 가려질 듯.

 

에휴 다음번에는 F열앉든 H열 앉든 해야겠다 하고 영화를 보는데 문제는 머리로 자막이 가려진다;;; 아니 한국영화면 그냥 보겠는데 자막이 가려지면;;; 뭔소린지 어떻게 알아. 거기에 분명 상영 전 판매좌석 봤을 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 포스터 업자들인지 실관람객은 별로 없길래 화면 어두울 때 얼른 한줄 뒤인 H열 7번으로 메뚜기 해서 봤다. 비매너인거 알긴 하는데 원래도 팔린 자리는 아니어서 남의 자리는 아니니까...

 

H열에 앉으면 살짝 스크린이 멀어지기도 하고, 약간 중심보다 윗부분을 보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스크린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있는데 최소한 자막이 안보이지는 않는다. 좀 멀찍이서 보는 걸 좋아한다면 차라리 H열이나 I열에 앉는 게 낫겠다.

 

 

쿠키는 따로 없고, 스탭롤 뒤로 베니스 경치가 나와서 볼 건 많은 편이다. 사람들이 다 나가길래 F열 7번에 한번 앉아봤는데 여기가 제일 명당이네. 뒤에서 걷어찰 사람도 없고 앞좌석과 간격이 그렇게 좁은 것도 아닌데 스크린은 잘 보인다. 다시 온다면 절대로 복도석에는 앉지 않으리라.

 

 

다시 4층으로 돌아와서 포스터를 받아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투썸플레이스가 있는데, 그 맞은편에 카운터와 매점이 있다.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어서 매점에서 직원 불러다가 포스터 받았네. 그냥 일반 A3포스터가 아니라 약간 그 반투명 카드 같은 재질이라 이미지로 보는 것보다 얼굴이 잘 보이는 포스터더라.

 

 

이제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이야기(당연히 스포일러 있음). 한국 공식 포스터는 가장 첫번째인 파란색 포스터인데, 저거 별로 안 예쁘다. 오른쪽 금색톤 포스터가 추리물 영화 포스터 느낌은 더 강하게 나고, 아이맥스 전용 포스터가 가장 톤도 괜찮고 분위기도 얼추 맞는 듯. 아니 그런데 포스터 세 가지 다 역할도 없는 곤돌리에레는 다 들어있네. 딱히 곤돌라가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개인적으로는 셜록홈즈 / 탐정 포와로+미스마플 / 괴도 뤼팽 중에서는 뤼팽이 가장 취향인데, 옛날에 뤼팽 전집이랑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이라지만 아마 전집은 아니었을 듯)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뤼팽은 중간중간 프랑스뽕이 너무 심하고 셜록홈즈를 까는 게 영 작품 뒤에 작가가 보여서 그만뒀었고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은 너무 많아서 중간하차했던 것 같다. 아마 유명한 작품만 골라 읽은 듯.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뭐 어쨌든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면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의 원작이 기억이 안 난다는 소리다. 원전은 <할로윈 파티>라는 작품이라는데, 찾아보니 각색만 좀 한 수준이 아니라 새로 쓴 수준이라고 하더라고? 할로윈 파티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영화 보러 갔는데 '에르큘 포와로라고 하는 탐정이 나오는 추리물'이라는 것만 알고 보면 충분했다.

 

스토리 면에서는 등장인물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주연인 포와로 외에 이름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당히  골고루 서사를 나누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103분짜리 영화니 길진 않은데 중간중간 좀 지루한 부분이 있어서 아 이거 끝나고 뭐 먹지... 하는 다른 생각이 들 정도여서 속도감이 약간 아쉽더라. 마지막 범인은 뭐 중반부부터 예상이 가능한데, 범인보다는 포와로가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이유가 더 임팩트가 있다. 문제는 개연성이 좀 떨어져서;;; 아마 영화로 만들면서 시간제한이 생겨서 그런 듯.

 

 

 

실제 영화 분위기는 이런 느낌에 가깝다. 대부분의 화면이 아주 어두운 편이라 OTT로 보기에는 잘 안 보일 듯. 미묘하게 어두움에 차이가 있는 장면이 많고, 와이드샷이나 광각으로 잡은 화면도 많아서 영화관에서 보는 게 제일 좋은 영화관용 영화다. 

 

아 그리고 사운드. 생각보다 더 효과음이 강한 편이다. 돌비에서 봤다면 더 호러물 느낌이 났을 듯. 빗소리나 꽝 하는 효과음 등등이 꽤 임팩트가 있다.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편이라 좀 무섭긴 한데 그래도 음향은 영화관을 따라 올 수가 없다. 사실 소리로 놀래키는 것보단 중간중간 점프 스케어(갑툭튀)가 좀 더 무서웠다. 여름에 봤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긴 한데 영화 배경이 할로윈 날이니 어쩔 수 없지.

 

연기는 다들 무난했는데, 영매 역으로 나온 양자경이 돋보였다. CG는 살짝 아쉽고. 그 외 티나페이나 이름은 기억 안나는 영매의 조수 역 중 누나인 배우도 좋았고, 포와로의 보디가드로 나온 남자 배우가 이태리어를 하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배경이 베니스니까) 이왕이면 그것도 번역을 해 줬다면 더 좋았겠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클래식한 추리영화다. 약간의 스릴러, 호러 분위기를 곁들여서 텐션을 좀 주긴 했지만 적당한 반전과 적당한 유도를 곁들여서 깔끔하게 끝난다. 이게 지금 포와로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인데 아마 4번째까지는 무난하게 나올 듯.

 

 

그 전편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배경이 이탈리아 베니스로 시작한다. 제목이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이니까 당연히 배경이 베니스긴 한데, 이 탐정 벨기에 사람이고 작가는 영국사람이라 보통 영국이 배경이었으니까... 덕분에 베니스 구경하기 좋다.

 

 

명성이 자자한 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은퇴해서 베니스에 와 있는데, 하도 사건 해결을 해 달라는 사람들이 집 앞에 줄을 서고 밖에 나오기만 해도 따라다녀서 전직 경찰이 경호원으로 붙을 지경이다. 아니 근데 경호원이 너무 격한거 아닌가...?

 

아 그리고 저 다리 미션임파서블에서 가브리엘이 그레이스 / 일사랑 싸우던 그 다리 아닌가? 저기가 베니스의 상징적인 다리인가보네... 베니스에 가 봤어야 알지.

 

 

 

그렇게 베니스에서 호박이나 키우고 사과나 사면서 해피 은퇴 라이프를 보내는 중에, 오랜 친구인 본인은아니라고하지만 소설가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찾아와서 꽤 유명한 심령술사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트릭을 알아내기 위해 교령회에 참석했었는데 트릭을 발견하지 못해서 포와로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아리아드네가 처음 집으로 찾아왔을 때 옥상에서 차를 마시는데, 포와로가 생긴 것과 다르게 오 초코초코초콜렛을 먹어볼까~ 뭐 이런 대사를 한 게 기억이 난다. 포와로는 단 걸 좋아하는 탐정이구만.

 

 

결국 포와로를 꼬시는 데 성공해서 할로윈 날 열리는 교령회에 가기로 했다. 수녀님들이 인솔하는 걸 보면 고아원이려나? 하여튼 아이들이 다들 분장을 하고 한 저택(Palazzo)에 놀러간다. 그림자 놀이도 하고 뭐 이런저런 놀이도 하는데 분위기가 꽤 음산하니 무섭다. 저 해골 그림이 돌아가는 장식은 좀 탐나더라.

 

 

할로윈 파티 중간에 곤돌라를 타고 온 영매. 저 가면은 처음 보고 일본 노 가면과 비슷하다 싶었는데 눈 밑에 눈물이 그려진 걸 보니 베네치아 사육제에 쓰는 그 가면인갑다. 어휴 난 또 양놈들이 또 와패니즘짓을 하나 했네.

 

 

 

우리 포와로 탐정은 당연히 그 유명하다는 영매, 조이스 레이놀즈(양자경)를 안 믿는데, 사회성없는 사람처럼 초면에 엄청나게 길~~게 난 당신을 안 믿는다 당신같은 사기꾼 많이 봤다 하는 소리를 한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떨어지는 샹들리에. 소리가 정말 커서 깜짝 놀라게 된다. 

 

 

이 교령회(séance)는 로웨나 드레이크라는 유명 성악가가 죽은 딸, 알리시아 드레이크의 혼령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연 것이다. 참석자가 꽤 다양한데, 영매와 조수, 알리시아의 엄마와 로웨나와 전남친 막심, 가정부인 올가 스미노프, 집안 주치의인 페리에와 그 아들 레오폴드, 탐정 포와로와 경호원(이름이 너무 어렵다), 소설가 아리아드네까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굿 할때 이렇게 쓸데없는 사람들을 앉히진 않지 않나... 그나저나 séance라는 단어 처음 들어봤다. 교령회라고 해서 뭔가 했는데 강령술이네.

 

Listening이라는 대사를 '들린다' 라고 번역했는데 이것보다 듣고있다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중개자로써 귀신의 말을 듣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역할이니까 귀신에게 내가 너의 말을 듣고있다는 느낌으로.

 

 

 

양자경 연기야 뭐 언제나 그랬듯이 대단하다. 타자기를 치는 건 굴뚝에 숨어있던 조수 한 명이 원격조정하는 거고 뭐 이런 건 포와로가 밝혀내긴 하는데, 저 의자 빙빙 돌면서 접신한 것 같은 몸놀림은 사실 설명이 안 되지 않았나? 포와로의 말처럼 완전한 사기꾼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영적인 게 있기는 한 사람 같았다. 그런데 이제 쇼맨십을 곁들여서 돈을 버는 능력이 있는 거지.

 

교령회의 결과는 알리시아의 혼령이 있고, 본인이 살해당했다고 말한다는 것. 사실 알리시아의 죽음에도 나름의 비화가 있는데, 할로윈 파티 때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준 것 처럼 원래 고아원이었던 팔라쪼에 사는 귀신들이 흑사병 유행 때 자기들을 가둬서 죽인 의사와 간호사에게 복수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알리시아 드레이크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귀신의 소리를 들었는데, 결국 자기 방이 있는 3층 창가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게 귀신들의 소행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알리시아의 혼령이 자기가 살해당했다는 말을 한 거다.

 

 

포와로에게 조수를 들키기는 했지만 알리시아의 목소리 비슷한 것을 내기도 했고, 다음날 한번 더 교령회를 하기로 했는데, 자정 쯤 레이놀즈가 죽어버린다. 그것도 로비에 있는 조각상에 꽂혀서;;; 죽어버리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가 못 뜬다. 결국 포와로가 나서서 이 중에 범인이 있다! 라는 김전일 같은 대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경찰서에 에르큘 포와로가 이 사건을 맡는다고 전하라는 대사에서 오... 아니 탐정물은 좀 이런 건방진 인물들이 인기인가?

 

하여튼 뭐 아리아드네를 조수로 삼아서 한 명씩 면담을 하는데, 다시는 탐정일을 안 한다던 포와로가 열심히 범인 추적에 나서니 아리아드네가 하는 말이 좀 그렇다. 시체를 보니 살아나다니 천상 탐정이다 뭐 이런 느낌으로 한 말인 건 알겠는데 사이코패스같아.

 

 

 

음악실에 있던 로웨나 드레이크와 올가 스미노프. 음악실은 방음이 잘 되는 곳이고, 둘 다 자정 좀 전부터 음악실에 있었다고 한다. 서로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고는 있지만 올가는 수녀원 출신이라 애초에 교령회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알리시아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다.

 

 

알리시아의 전남친. 요리사인데, 지금은 알리시아보다 더 부자인 여자친구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내 줬다고 한다. 로웨나는 원수보듯이 하지만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온 것.

 

 

닥터 페리에와 그 아들 레오폴드. 닥터 페리에는 전쟁 후 PTSD를 겪고 있고, 아들인 레오폴드는 알리시아처럼 귀신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페리에가 분노조절을 못하거나 발작할 기미가 보일 때 약을 챙기기도 하고 애들과는 같이 안 노는 등 애늙은이같은 면모가 있다.

 

 

레이놀즈의 조수인 데스데모나와 니콜라우스. 둘 다 로마니 난민인데, 레이놀즈 밑에서 돈을 모아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이제 레이놀즈의 트릭이 밝혀졌으니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꼽힌다

 

 

 

그 와중에 포와로는 자꾸 귀신을 보고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혼자만 있는 좁은 화장실 거울에서 귀신을 보기도 하고, 다른 방에서 할로윈 파티 후 집에 안 간 애를 찾았나 했는데 얘도 귀신이었다. 무려 어린 알리시아를 본 것. 이쯤되니 레이놀즈를 사기꾼이라고 단호하게 몰아세우던 포와로도 정말 이 팔라쪼에 귀신이 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니 근데 처음 귀신 나올 때 진짜 놀랐다.

 

그러던 와중 막심과 싸움을 벌여서 약 먹여서 방음실에 눕혀두었던 닥터 페리에가 죽는다. 분명 음악실 문도 잠그고 키는 포와로에게 맡겼는데 어떻게 죽냐. 처음에 의심한 조수 두 명은 묶어놨었으니 아니고. 이제 다시 또 새로운 용의자를 찾을 차례다.

 

 

그리고 여기서 꽤 놀랐던 반전이 나오는데, 포와로의 경호원과 아드리아네 올리버가 공모해서 포와로를 이 판에 끌어들였다는 것. 아리아드네는 승승장구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작들은 영 신통치가 못했는데, 신작에 이용하려고 죽은 알리시아의 시체를 건진 경찰관을 꼬셔서 포와로에게 이 사건을 맡기게 끌어들인 거였다. 어쩐지 아까 포와로가 사건을 맡는다니까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뭐 이런저런건 넘어가고 알리시아와 레이놀즈, 닥터 페리에를 죽인 범인은 로웨나 드레이크였다. 옥상 정원에 꽃을 키워서 독성이 있는 꿀을 만들었는데, 그 꿀을 먹으면 환각증세가 나타나는 것. 포와로가 귀신을 보고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로웨나가 벽장에 넣어둔 꿀을 타 마셔서 그런 거였다. 전남친과 결혼해서 자기 품을 떠나려는 딸에게 꿀을 먹여서 환각, 환청을 듣게 하고 본인에게만 의지하게 만든 것.

 

알리시아는 로웨나가 자리를 비웠을 때 알리시아가 발작하자 올가가 그 꿀을 듬뿍 먹여서 죽었는데 로웨나는 시체를 발코니에서 떨어트려서 팔라쪼의 저주로 둔갑시켰다. 이걸 안 누군가에게 익명으로 돈을 계속 뜯겨왔는데 그 후보로 자신의 별명을 적어 보낸 레이놀즈와 알리시아를 돌봤던 닥터 페리에를 의심해서 둘을 죽이려고 교령회를 연 거였다. 트릭을 들킨 다음 옥상으로 도망간 로웨나는 꾸며낸 알리시아의 사인처럼 운하에 빠져 죽는데, 마치 알리시아의 유령이 잡아 빠트린 것처럼 연출된다. 오컬트적인 요소를 좀 남겨두려고 한건가.

 

그래서 하룻밤 사이에 셋이나 죽었네. 비가 그치고 아침이 되어 경찰이 왔다. 로웨나는 자살인 걸로 처리하고, 닥터 페리에의 아들 레오폴드는 올가 부부가 입양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레오폴드가 로웨나를 협박해서 돈을 뜯은 범인이더라? 아빠 수첩을 훔쳐봐서 범행을 알아내고선 로웨나 돈을 받아서 부자가 먹고살았던 것. 자기들 생계에 쓰고 남은 돈은 잘 모아두었고, 그걸로 세인트루이스에 가고싶다던 레이놀즈의 두 조수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리고 포와로는 다시 탐정 일을 시작하면서 끝.

 

아니 엔딩이 왜 이래??? 다 좋다 이거야. 엄마가 범인인 건 닥터 페리에를 재운 음악실 키를 굳이 포와로에게 줄 때부터 알아봤다만 상속자도 없을 판에 굳이 그걸 자살로 처리할 건 뭐고 어린애가 협박해서 이탈리아 제일의 프리마돈나가 집 빼고 재산이 없을 정도로 돈을 뜯었는데 그건 또 넘어가네? 그걸로 조수들 도와주면 끝이냐? 최소한 그러지말아라라던가 뭔가 레오폴드에게 후속조치가 있었어야하는 거 아닌가? 지 잘못으로 아빠 죽은걸로 퉁치나?

 

뭐 엔딩이 별로 맘에 안들긴 하는데 적당한 오컬트 느낌과 반전도 있고 추리도 빠질 게 없어서 괜찮았다. 비 오는 날 밤에 보면 진짜 분위기에 딱일 것 같네. 정가 주고 보기에는 약간 아쉬워서 문화가 있는 날에 보면 괜찮겠다. 나는 오랜만에 아가사 크리스티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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