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 사이공본가 분짜 후기
원래 동네에 미스 사이공이 있어서, 종종 쌀국수나 볶음밥을 먹으러 갔었다. 3,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나름 한국화된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더랬다. 특히 베트남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직원으로 뽑는다는 점도 좋고.
근데 노량진에 새로 생긴 전티마이 쌀국수집에 가 봤더니, 원래 미스사이공 창업자였던 전티마이씨가 가맹이 끝나면서 미스사이공 브랜드로 분쟁이 있었고, 결국 전티마이씨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서 나왔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러니까 한창 스토리 팔 때는 온데 붙여놓은 그 노량진 성공신화!는 이제 상관 없는 거지.
그래도 뭐 가성비가 좋아서 꾸준히 잘 되는 가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리모델링에 들어가더니, 그 다음날 바로 사이공본가 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바뀌었다(!) 알아봤더니 미스사이공이 사이공본가로 브랜드 이름을 바꾼 듯 하다.
밖에 새로 생겼다고 풍선도 걸어놓고, 프리미엄 쌀국수 메뉴가 생겼다고 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방문해봤다.
외관으로는 간판이 바뀌고 등이 새로 달린 정도? 별로 달라진 건 없다. 직원들도 그대로고. 하루도 아니고 몇시간? 낮동안에 리모델링이 끝났을 정도니 거의 바뀐게 없다.
사이공 본가 또한 티켓자판기로 주문하고, 번호가 불리면 받아오는 셀프시스템이다. 직원들이 한국어를 잘 하지는 못해서, 이 방법이 아주 유용하다.
소고기 / 닭 쌀국수, 사이공 볶음밥 / 볶음면은 3,900원이고, 그 외 프리미엄 메뉴가 몇 가지 추가되었다. 얼큰쌀국수, 딤섬, 새우볼은 미스사이공과도 겹치는 메뉴지만, 계란후라이가 나오는 숯불볶음밥, 분짜, 사이공봉, 짜조는 새로 생긴 메뉴. 저가 메뉴는 그대로 두고 중저가 메뉴를 늘린 것 같다.
여기에 원래는 12,000원이었지만 6,900원이 되었다는 베트남 3대 특선 메뉴. 소곰창과 양지가 올라가는 후띠에후 / 갈빗대와 양지고기가 들어간 하노이 스타일 쌀국수 프리미엄 /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분보후에 이렇게 2종은 특선메뉴다. 이 세 가지는 주문하면 양파+라임+고수 토핑이 함께 나오는, 좀 더 본격적인 베트남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장에서 먹을 것인지, 포장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메뉴를 고른 후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원래는 입간판으로 홍보하고 있는 프리미엄 쌀국수를 먹어보려고 갔는데, 내가 애정하는 분짜가 있어서 분짜를 시켰다. 가격은 7,900원으로 가장 비싼 메뉴지만,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다. 아, 1,000원을 추가하면 곱배기로 먹을 수 있다.
번호가 불리면 이 표를 가져가서 음식을 가져오면 된다. 기다리는 동안 마실 수 있도록 뜨끈한 쌀국수 국물이 준비되어있다. 물론 파는 쌀국수국물과는 살짝 다른 것이, 이 밑국물에 몇 가지를 더 첨가하면 쌀국수 국물이 되는 것 같다.
분짜를 주문하니 주방이 갑자기 바빠지더니, 조금 시간이 걸려서 메뉴가 나왔다.
쟁반을 꽉 채우는 크기의 커다란 사각접시다. 처음 받은 느낌은 ‘와 진짜 크다’ 분주한 도마소리는 소스에 들어간 당근을 다지는 소리였나보다.
분짜는 클래식한 구성은 아니고, 있는 메뉴를 조합해서 골고루 나오는 느낌이다. 물국수의 면과, 삼등분 한 짜조가 한 개, 숯불고기가 꽤 많이 나오고, 야채는 양상추와 상추, 양파. 그 외 비싼 쌈채소도 미량 섞여있다.
의외로 단 맛이 굉장히 강한 분짜 소스. 당근 다진 것이 꽤 많이 들어가 있고, 고추는 고명인 듯 싶다. 새콤달콤한 맛이지만 달콤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피쉬소스 특유의 거북한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우선은 면이 꽤 붙어 나와서, 소스를 약간 뿌려서 흩트려 놓는다. 당근 고명을 수저로 건져서 얹으면 잘 풀림. 그 다음은 적당히 쌀국수를 집어서 소스에 찍고, 숯불고기와 야채를 한번에 집어 입 안으로. 숯불고기가 의외로 한국적인 맛이 난다. 짜고 달달한 불고기 양념 느낌. 그걸 숯불향도 꽤 잘 살려서 구웠다. 야채는 더운 여름인데도 싱싱해서 사각사각한 느낌이 좋고, 양파의 매운맛이 마지막에 고기의 기름기를 잘 씻어준다.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분짜.
같이 나온 짜조는 베트남식 스프링롤인데, 야채 다진 것이 간간히 들어가있다. 라이스페이퍼로 고기+야채소를 말아 튀겼는데, 튀긴 라이스페이퍼가 의외로 바삭하다기보다는 질깃거리는 식감이 강해서 별로였다. 게다가 속이 무난한 고기소라 약간 느끼한 느낌도 강한 편. 숯불고기 한 점과 같이 먹으면 훨씬 낫다. 소에 고추를 조금 다져서 넣으면 맛있을 거 같다.
종합적으로는 소스만 맛봤을때도 느꼈지만, 고명과 함께 먹어도 소스 단맛이 강한 편이다. 신맛은 적당한데, 단맛이 올라와서 신맛이 덜해질 정도. 간은 고기가 꽤 짭쪼름한 편이기 때문에 잘 조절해 먹어야한다. 쌀국수 양은 적은가? 싶을 정도인데, 고기와 야채가 듬뿍 나오기 때문에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굉장히 배부르다. 고기는 아껴먹다보면 마지막에 고기만 남아있을 정도로 넉넉한 양.
7,900원은 단독으로 볼 때는 절대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워낙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음식 가격대가 높게 책정되어있고 야채+고기+적당한 양의 탄수화물 조합이 흔치 않은 걸 생각하면 꽤 괜찮은 가격인 것 같다. 가끔 한번씩 먹어볼 만 하다. 한국에서 먹어본 분짜 중에서는 2번째로 맛있었다. 첫번째는 이태원 인근의 무슨 베트남음식점이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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