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러시아케이크, 메도빅과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익

 

동대문 러시아케이크, 메도빅과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익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중앙아시아 거리가 있는데, 이 곳에 있는 러시아 케이크라는 베이커리가 굉장히 유명하다. 메도빅이라는 러시아식 꿀 케이크가 먹어보고싶어서 언제 갈까 몇달째 간을 보다가 친구와 동대문에서 만난 김에 다녀왔다.

 

 

간판이 굉장히 눈에 잘 띈다. 키릴문자와 영어, 일본어로 러시아 케이크라고 적혀있다. 아니 한국 가게인데 한국어는 안 쓰여있고 카타가나는 굳이...? 왜...? 뭐 다들 알아서 찾아가니까 상관은 없다만.

 

 

 아침 10시에 열어서 저녁 10시까지 영업하는데, 특이하게 저녁 7시부터 모든 남아있는 메뉴를 30% 할인해준다. 음료는 해당이 안 되고, 케이크나 다른 음식류만 할인되는 듯 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종류가 굉장히 많다. 크레페와 파이 같은 식사용 빵도 있는 듯 한데, 오후 2시쯤 방문했더니 크레페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솔드아웃이었다. 피로쉬키가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리고 케이크들. 오늘의 목표였던 메도빅은 오리지날 / 사워크림 이렇게 두 가지 맛이고, 층층이 패스츄리를 쌓은 나폴레옹과 호두케이크, 초코 와플 케이크, 수플레, 산딸기 마스카포네,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익 해서 총 8종류의 케이크가 있다. 마지막 사진의 아웃백 빵처럼 생긴 건 까르또쉬카라는 러시아 전통 과자라고 한다. 하나 먹어보고 싶었는데, 케이크를 두 개 시키키로 해서 스킵했다. 

 

 

음료메뉴. 커피와 녹차, 홍차, 밀크티 정도가 있다. 오 가격이 저렴하네 했더니, 커피머신 없이 부페에 가면 있는 버튼식 기계로 내린 커피에, 티백에 물 부어서 나오는 홍차더라. 뭐 그래도 케이크 두 개나 있으니 음료는 있어야 할 듯해서 커피를 시키기로 했다. 

 

 

메도빅은 오리지널보다 사워크림 맛이 더 깔끔하다고 해서 사워크림 메도빅을 하나, 나는 수플레를, 친구는 페스츄리를 안 좋아해서 뭘 먹을까 하다가 처음 보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이크를 시켰다. 케이크는 모두 5,000원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3천원이어서 총 13,000원이다. 케이크가 조금 비싼가 싶지만, 중앙아시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흔하지는 않으니 그걸 감안하면 꽤 괜찮다.

 

 

가게는 이렇게 작은 테이블이 8개 정도 있는데, 주말 오후 2시쯤 갔더니 우리가 마지막 테이블이었다. 우리 뒤로도 다른 사람들이 왔다가 못 먹고 포장으로 케이크를 사가는 걸 보면, 2~3시는 피해서 오는 게 좋겠다.

 

 

케이크는 바로 냉장고에서 꺼내주는데, 커피는 기계에서 내리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고, 차 류는 밀크티까지 전부 티백으로 나오는 걸 보면 베이커리인데 하도 사람들이 자리 없냐고 물어봐서 테이블을 몇 개 만든 정도일까 싶다(커피가 맛이 없다는 뜻). 원래 러시아는 홍차에 레몬과 설탕을 많이 넣어 먹는다던데, 홍차를 시킬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첫번째 케이크는 사워크림이 들어간 메도빅. 약간 단단하게 구운 팬케이크 사이에 사워크림과 꿀이 들어간 크림을 샌드하고, 시트가 크림의 수분을 흡수해서 말랑말랑해 질 때까지 두면 완성. 워낙 선이 많이 가는 케이크라고 하니 사 먹자.

 

한 입 잘라서 먹으면 시트에서 나는 꿀 향과 사워크림이 들어가 살짝 시큼한 크림 맛이 나고, 마지막에 꿀의 단 맛이 진하게 남는다. 처음 먹을 때는 꿀 들어갔다며 꿀맛이 안 나는데? 싶은데 삼키고 나서야 꿀이 들어갔군 싶다. 맨 위는 시트를 부순 것인데, 전체적으로 밋밋할 수 있는 식감을 보완해준다. 

 

꿀을 좋아하기도 하고 워낙 기대했던 메뉴였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이 주변에서 7시까지 뭐든 하고 놀다가 집에 갈때 한 조각 더 사갈까 싶었을 정도. 홀 케이크가 조금 저렴했다면 홀 케이크로 사고 싶었다.

 

 

메도빅이 너무 맛있어서 커피와 흡입하고 나니 그 다음은 이 녀석이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케익. 머랭과 캐슈넛, 버터크림과 바닐라 스펀지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반 케이크보다 높이가 조금 있는 편이고, 바닐라시트 / 캐슈넛이 들어간 머랭 / 초코무스 / 바닐라 시트가 켜켜이 쌓여 있다. 겉은 약간 분홍빛이 도는 버터크림을 발랐다. 

 

재료를 보고 음 괜찮겠네, 약간 90년대 스타일 케이크인가? 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맛이다. 머랭이 어디 들어간거지 했는데, 바닐라 시트 바로 위에 머랭을 얹어서 구운 것 같다. 달고나처럼 약간 진득하고 간간히 견과류가 씹힌다. 초코무스도 진하고 맛있는데, 바닐라 시트와 버터크림이 좀 별로다. 시트에서 나는 바닐라 향이 조금 과한데 두께가 있다 보니 빵 맛이 강하고, 머랭과 무스가 달다보니 전반적인 맛도 굉장히 단 편이다. 겉부분의 버터크림도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입에서 너무 따로 노는 것 같은 질감. 느끼하면서 달아서 한 두 입 먹으니 잘 못 먹겠더라. 이건 내가 버터크림을 안 좋아해서 그럴수도 있고.

 

물론 둘이 가서 케이크 2개면 조금 많은 것이기도 한데, 솔직히 말해서 메도빅이었다면 나 혼자 두조각도 먹을 수 있었다. 매우 특이한 케이크이긴 한데 그냥 다른 거 드세요. 보통은 나폴레옹을 많이 먹는 것 같았다.

 

케이크 두 개를 해치우고 중앙아시아 거리를 구경하기로 하러 나왔다. 진열장에 있는 호두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보였는데, 다음에는 그것과 메도빅을 먹어보고 싶다. 커피가 좀 별로였으니 오후 7시에 딱 맞춰 가서 케이크를 포장하는 게 가장 베스트일 듯. 동대문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씩은 들려볼 만한 특이한 케이크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