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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비장의 해파리 냉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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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해파리 냉채 만들기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해파리 냉채. 우리 엄마가 나와 내 동생 백일잔치, 돌잔치, 집들이때면 빼놓지 않고 만드시던 메뉴인데, 막상 엄마는 손이 많이 안 간다고 잘 안 만드시고 그 레시피를 배워 내가 먹고싶을 때 가끔 만들고는 한다. 지금까지 먹어본 사람 중 리필을 안 한 사람이 없는 비장의 레시피다.

 

해파리는 불리고 데치고 밑간해야하고, 야채는 일일이 곱게 채썰어야 하니 바로 뚝딱해서 만드는 메뉴는 아니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편이라 잔치 메뉴로는 제격이다. 혹시 만들어 먹을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먹기 하루 전에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둘 것.

 

 

해파리 냉채

 

해파리 350g

크래미 70g

파프리카 1/2개

오이 1개

 

해파리 밑간 양념

양조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고운소금 1/2작은술

 

겨자소스

연겨자 1큰술

양조간장 1큰술

꿀 1큰술

양조식초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고운소금 약간

 

 

 

 

우선 염장 해파리를 사 온다. 소스가 들어있는 냉채용 해파리 말고, 소금에 버무려져 있거나 팩에 담겨있는 것을 산다. 냉동이라면 하루 전에 냉장고에 넣어 해동하면 된다. 보통 대형마트에는 350g짜리 팩이 5천원정도일거고, 식자재 마트 같은 경우 1kg 포장이 만원정도일거다. 이마트에서 350g팩이 4,980원이었는데, 집 앞 슈퍼에서 1kg에 9,500원이길래 1kg을 사와서 만들었다. 1kg은 위 레시피를 3배합하면 된다.

 

해파리는 밑간을 해서 냉장보관하면 5일 정도는 먹을 수 있다. 해파리 350g은 2~3명이서 밥반찬으로 먹을 정도의 양이고, 해파리 1kg면 4인 가족이서 메인으로 두 번 정도, 손님상이라면 10~12명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염장 해파리는 소금에 버무려져 있으니 일단 찬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을 털어낸다. 볼에 씻어낸 해파리를 담고 물을 가득 채워 소금기를 빼내는데, 중간에 한번씩 물을 바꿔준다. 적어도 1시간 이상, 3시간 정도는 소금기를 빼줘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1시간만 불려야한다면 물을 3-4번은 바꿔주면 된다. 물에 담겨 나온 해파리는 조금 덜 걸리지만, 소금에 버무려져 있는 것이라면 정말 많이 담궈두어야 한다.

 

해파리에서 소금기가 어느정도 가시면 물에 한번 더 헹궈 물기를 꽉 짜 둔다. 그 다음에 한 번 데쳐서 비린내를 날려야 하는데, 절대 냄비에 넣어 데치면 안 된다. 끓는 물에 넣고 시금치 데치듯이 데치면 해파리가 완전히 오그라든다.

 

 

 

냄비에 물 1리터를 넣고 팔팔 끓으면 불을 끈다. 여기에 찬물 한컵(200ml)을 부어서 온도를 낮춘 후 물기를 짜낸 해파리를 넣고 젓가락으로 풀어지게 한두번 휘저으면 해파리 비린내가 훅 올라온다. 해파리 굵기가 쪼그라들었다 싶으면 바로 찬물에 헹궈 꽉 짜 준다. 이렇게 너무 뜨겁지 않은 물에 살짝만 데쳐야 꼬들꼬들하고 적당한 굵기의 해파리를 먹을 수 있다 .

 

 

데쳐낸 해파리는 너무 길면 가위로 한 번 자르고 밑간을 한다. 내열볼에 양조식초 3큰술, 설탕 1큰술, 고운소금 1/2작은술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뚜껑 없이 1분 돌리면 초대리가 된다. 레시피는 계량수저 기준이라, 밥수저로 계량한다면 양조식초는 4큰술, 설탕은 너무 소복하지 않게 1큰술 넣으면 된다. 해파리 밑간은 너무 시고 짜지만 않으면 겨자소스로 간 조절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식초, 설탕, 소금 조금을 섞어서 너무 간이 세지 않게 맞추면 된다.

 

 

초대리가 식으면 데쳐서 물기를 뺀 해파리에 붓고 냉장고에서 숙성한다. 최소 3시간은 숙성해두어야 맛이 들고, 일주일까지는 괜찮았다. 내 경우 해파리 냉채를 하면 전날 점심먹고 해파리를 물에 담구어두고, 저녁 식사 하고 해파리를 데쳐 밑간해서 다음날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다.

 

 

냉장숙성한 해파리. 원래는 금요일 밤에 해 두고 토요일 점심에 먹으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일요일 밤에 먹게 되었다. 사진은 숙성한 지 40시간 정도 된 상태다. 하나 집어먹으면 꼬득꼬득하면서 새콤하게 밑간이 잘 배어들었다. 이제 야채와 게맛살을 썰어서 곁들이면 끝이다.

 

 

우선은 겨자소스를 만든다(사진은 3배합). 양조간장 1큰술에 연겨자 1큰술만 먼저 넣고 작은 거품기로 연겨자를 잘 푼다. 겨자분이 있다면 그걸 발효해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지만, 손님 치를 일이 많지 않다면 겨자분이 없는 집이 더 많으니 연겨자를 사용해도 된다. 다만 연겨자는 덩어리 지기가 쉬워서 아주 잘 섞어야 한다. 액체가 많으면 잘 풀리지 않으니 간장 1큰술만 먼저 넣어서 겨자를 잘 풀어두고 나머지 재료를 넣어 섞는다. 사진도 간장이 많아서 섞기 어려웠다.

 

겨자가 잘 풀렸으면 꿀 1큰술과 양조식초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을 넣고 섞는다. 다 섞은 후에는 고운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해파리에도 새콤달콤하게 간이 되어 있으니 맛을 봤을 때 신맛과 단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겉절이 양념 정도로 짭조름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맛살은 결대로 잘게 찢는다. 김밥이나 꼬치에 넣는 그 맛살 말고, 크래비, 크라비, 스노우킹 같은 조금 비싼 맛살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번에는 노브랜드에서 사온 크라비를 사용했다. 150g에 5개가 들었는데, 해파리가 350g이라면 2~3개 정도 넣으면 된다. 1kg을 다 한다면 150g짜리 두 봉지는 사용해야 한다.

 

야채는 검지손가락 정도 길이로 잘게 채썬다. 오이는 돌려깎기를 하든 씨를 도려내든 씨 부분은 빼서 채썰고, 상태에 따라서 소금에 살짝 절인다. 싱싱한 오이라면 채썰어서 바로 버무려 먹으면 되고, 사온지 조금 되었거나 상태가 안 좋아서 수분이 많이 나오는 오이라면 소금 1작은술, 설탕 1작은술을 넣어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꽉 짜서 올린다. 파프리카는 원래 과육 두께가 있으니 얇게 채썬다. 오이와 파프리카 정도로 야채 종류는 심플하게 하고, 취향에 따라 야채 양을 가감하면 된다. 우리 집은 냉채에 야채가 많은 걸 좋아해서 넉넉하게 넣었다.

 

새우나 오징어, 지단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지단은 별로 안 어울렸고, 오징어보다는 맛살이 맛이 더 나았다. 손님상에 올린다면 새우 몇 개를 데쳐서 반으로 갈라 고명으로 올려도 좋다. 나는 대하를 살짝 데쳐 반 갈라 올렸다. 새우가 크다보니 보기에는 조금 덜 예쁘지만 맛은 있었다.

 

큰 접시에 찢은 맛살과 채썬 야채를 빙 둘러 담고, 가운데에 해파리를 소복하게 올린다. 사진은 해파리 500g, 파프리카 색별로 1/2개, 씨 뺀 오이 3개 정도의 분량이다. 오이는 절여서 짜면 얼마 되지 않아서 양을 많이 했다. 겨자소스를 만들어서 따로 담아 내고, 사진 찍으라고 이 채로 상에 올렸다가 잘 섞어 먹으면 된다. 겨자소스는 한번에 다 넣지 말고 우선 70% 정도 넣어 간을 보고 가감하면 된다.

 

 

 

간이 잘 밴 꼬들꼬들한 해파리와 매콤알싸한 겨자 소스, 아삭아삭한 야채와 게맛살이 합쳐지니 근사한 메인 메뉴다. 해파리 손질에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그것만 미리 해 두면 야채만 썰어 곁들이면 되니 당일에는 금방 하는 것 같다. 맛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맛에 비해 비주얼이 좋아서 손님상에도 생일상에도, 그냥 땡길때도 참 좋은 해파리 냉채다.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서 꼭 한 번씩 해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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