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찰랑한 카스타드 푸딩, 크렘 카라멜 만들기(NO오븐, NO젤라틴)
예전에는 CJ에서 보들보들한 카스타드 푸딩을 팔았는데, 그게 단종되고부터는 맛있는 푸딩도 없고, 사 먹으려면 비싸서 집에서 만들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주로 푸딩이라고 부르는데, Crème Caramel크렘카라멜이나 Flan플란이라고 검색하면 레시피가 다양하게 나온다. 계란과 우유, 설탕, 바닐라만 있으면 되고 계랑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만드는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만들고 나서 최소 4-5시간은 냉장고에 두었다 먹어야 하니 아침 일찍 만들면 저녁에 먹을 수 있고, 아니면 그 다음날 먹어야 하는게 조금 번거롭기는 하다.
크렘 카라멜
(120ml 라메킨 4-5개 분량)
카라멜 소스
설탕 75g(5큰술)
물 30ml(2큰술)
푸딩믹스
계란 3개
설탕 60g(4큰술)
소금 1꼬집
바닐라 에센스 1작은술
우유 400ml
우선은 푸딩 윗부분인 카라멜 소스를 먼저 만든다. 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레스 냄비에 설탕을 넣고 약불로 가열한다. 센불로 설탕을 녹이면 테두리만 녹고 가운데는 잘 안 녹으니, 처음부터 약한불로 시작하는게 좋다.
절대 젓지 말고, 설탕이 시럽처럼 다 녹을때까지 기다린다. 설탕이 녹고 테두리부터 색이 나기 시작하면 실리콘 주걱으로 섞어가며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설탕을 태우면 된다. 냄비의 온도가 있어서 불을 끄고도 더 색이 나니, 불안하다면 어느정도 갈색이 된 후에는 불을 끄고 기다려서 색을 맞춰도 된다. 달고나 냄새가 나면 충분히 쌉싸름하게 태워진 카라멜이다.
원하는 만큼 색이 났으면 뜨거운 물 2큰술을 넣고 얼른 뚜껑을 닫는다. 약간 주르륵 거리는 정도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넣는 것인데, 카라멜이 아주 뜨거워서 사방으로 물이 튀니 뚜껑을 얼른 닫아야 한다. 나는 물을 설탕과 동량으로 4큰술 넣었더니 너무 묽은 느낌이라 2큰술만 넣는 것이 좋겠다.
튀는 소리가 안 나면 뚜껑을 열고, 카라멜을 잘 휘저어준 뒤 푸딩을 담을 용기에 1~2스푼씩 넣는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금방 굳으니 재빨리 부어줘야 한다. 나는 카라멜을 만들 때 물을 많이 넣지 않는 꾸덕한 편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물이 좀 많아서 묽은 시럽처럼 만들어졌다. 푸딩을 몇개 만들건지, 담을 용기를 먼저를 정하고 용기당 설탕 1큰술, 물은 그 반으로 계산해서 카라멜을 만들면 얼추 맞는다.
카라멜 소스를 부었다면 이제 푸딩 믹스를 만들 차례다. 카라멜을 만든 냄비에 우유 400ml를 넣고, 중불에서 가열한다. 냄비에 묻어있는 카라멜을 녹여서 전부 사용하면 설거지하기에 좋다. 우유는 60도 정도의 온도로 맞춰야 하는데, 우유가 데워지면서 김이 약간 올라오고, 믹스커피 표면처럼 작은 기포가 표면에 얇게 깔릴때 불을 끄면 된다. 카페에서 나오는 카페라떼 온도가 60~65도 정도다.
자신이 없다면 그냥 전자레인지에 우유 400ml를 넣고 2분-3분 데우면 비슷한 온도가 된다. 사실 크렘 카라멜은 우유의 온도가 차가워도 모양이 좀 덜 나올 뿐이지 크게 지장은 없는데, 계란이 익으면 아주 큰 문제이니 자신 없으면 그냥 찬 우유를 붓고 조금 더 찌는 게 좋다.
볼에 계란 2개는 전란(흰자+노른자)으로, 1개는 노른자만 넣는다. 즉 계란 2개에 노른자 1개를 추가해서 노른자 3개 분량 + 흰자 2개 분량. 더 리치하게 먹고싶다면 노른자를 1개 더 추가해서 계란 2개+노른자 2개 비율로 만들어도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너무 계란찜같더라. 크렘 카라멜은 전란과 우유를 사용해서 너무 리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흰자 처리하기도 힘드니 적당히 섞는 쪽이 좋았다. 실온에 두었던 계란을 사용하면 제일 좋지만,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계란을 넣는다고 크게 망하지는 않았다. 대신 푸딩 표면이 덜 예쁘게 나오더라.
계란에 설탕, 소금 한꼬집을 넣고 잘 풀어준다. 여기에 바닐라 익스트렉이나 바닐라 빈, 바닐라 페이스트를 넣는데, 계란 비린내를 잡는 데 좋다. 바닐라가 없으면 레몬즙을 1작은술 넣으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해 보지는 않았다. 여기에 말차가루를 넣으면 말차푸딩이 되고, 코코아를 넣으면 초콜릿 푸딩이 된다(이건 안 해봤다). 바닐라 에센스는 대형마트에서 5천원 정도에 50ml를 구매할 수 있는데, 이걸 안 넣고 온도를 잘못 맞추면 계란 비린내가 심하게 나니 꼭 넣는게 좋다. 바닐라가 없다면 커피맛이나 녹차맛으로 바꿔 하는게 더 좋겠다.
계란 믹스가 전부 잘 섞였으면 여기에 데워두었던 우유를 붓는다. 우유에서 김이 안 올라오지만 손으로 만지기에는 뜨겁다 싶은 정도면 되는데, 온도가 높다 싶으면 3~4번 정도 나누어서 붓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정도면 한번에 다 부어도 된다. 거품기로 잘 섞되 거품이 나지 않게 거품기를 볼 바닥에 대고 휘젓는다.
푸딩 믹스가 완성되었으면 반드시 체에 거르는데, 푸딩 그릇에 담기 쉽게 손잡이와 주둥이가 뾰족하게 나 있는 자(Jar)나 계량컵에 담으면 편하다. 거품이나 알끈은 이 단계에서 거의 제거된다. 푸딩 믹스는 총 550ml가 나오는데, 계란에 크기에 따라서 10ml정도는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카라멜 소스를 부어두었던 푸딩용기에 푸딩 믹스를 붓는다. 너무 꽉 채우지 말고 80% 정도만 담는 것이 좋다. 가득 담으면 가열하면서 표면이 갈라지고 덜 고르게 나오는데, 나는 라메킨이 좀 작아서 푸딩 믹스가 남길래 그냥 조금 과하게 넣었다. 푸딩 믹스를 다 부었다면 알루미늄 호일로 푸딩 컵을 감싸서 표면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한다.
큰 후라이팬에 이제 푸딩을 찔 차례. 후라이팬에 푸딩 용기의 1/3~1/2 정도가 잠길 정도로 끓는 물을 붓고, 뚜껑을 닫고 찐다. 원래는 베이킹 디쉬에 넣고 끓는 물을 반쯤 부은 후 오븐에서 150도 40-50분을 구우면 되고, 오븐 없이 할 때는 약한 불에서 50분 정도 중탕으로 찌면 된다. 푸딩 용기의 높이에 따라서 시간을 늘리면 되는데, 보통 도자기 소재인 라메킨을 사용한다면 45분~55분 사이, 높이가 높은 유리 푸딩 그릇이라면 6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 때 불은 약불로, 후라이팬에 든 물이 보글거리지 않아야 한다. 가스레인지라면 가장 작은 화구에서 약불, 인덕션이라면 온도 유지만 되는 3단계 정도로 찌면 된다. 계란은 65도만 넘어도 충분히 익기 때문에 불을 세게 하면 푸딩에 끓는 자국이 뽕뽕 나거나 깨지거나 심하면 분리되기까지 한다. 이러면 그냥 달콤한 계란찜이 되어버린다.
우리집 라메킨은 모던하우스 파스타볼 세트에 있던 라메킨인데, 용량이 100~120ml정도로 조금 작은 편이지만 후라이팬에 꽉 차게 넣었으니 50분을 쪘다. 호일을 벗기고 푸딩을 찔렀을 때 겉이 굳어졌고, 맑은 물이 나온다면 다 쪄진 것이니, 더 큰 용기를 사용하더라도 50분쯤 한번 찔러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호일을 열어서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겉이 굳었다면 얼른 불에서 내린다. 여기서 더 익으면 질감이 너무 단단해진다. 라메킨을 꺼내서 호일을 벗기고 완전히 식힌 후에, 다시 호일을 씌워서 냉장고에 최소 4시간, 보통은 반나절~하루 정도 차갑게 식힌다. 이번 푸딩을 보면 5개 중 1,3번째는 조금 하얗고 물기가 올라왔고, 2,4,5번째는 약간 노랗고 겉에 물기가 거의 없는데, 1,3번이 약간 오버쿡된 것이다.
이렇게 흔들었을때 찰랑찰랑하면서 표면에 물기가 적고, 약간 노르스름하게 쪄진 것이 잘 익은 푸딩이다. 다만 뜨겁게 먹으면 식감이 너무 크리미하고, 속까지 완전히 식어야 탱글탱글해지기 때문에 정말 먹고싶긴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나는 보통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에 만들어두고 다음 날 오후에 먹는다.
먹을 때는 냉장고에서 꺼내서, 뜨거운 물에 아래를 30초 정도 담궜다가 뒤집으면 잘 나온다. 위에 생크림을 올리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푸딩만 딱 먹는 것이 가장 좋더라. 이번에는 카라멜이 너무 묽게 나와서 거의 시럽처럼 되기는 했는데, 적어둔 레시피대로 하면 너무 묽지 않은 카라멜과 쫀득탱탱한 커스터드 푸딩이 적당히 달면서 야들야들하게 넘어간다.
굳기는 이 정도 느낌이다. 연두부와 비슷한 정도로 보드러운데 연두부보다는 쫀득한 느낌. 편의점에서 파는 푸딩보다는 조금 더 야들야들하다. 라메킨 높이가 낮다보니 푸딩도 높이가 조금 낮게 나왔는데, 일본식은 좀 더 지름이 작고 높이가 높은 편이고, 서양식은 지름이 크고 높이가 낮은 편이더라. 아예 케이크만한 사이즈로 만들어서 잘라먹기도 하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다음번에는 조금 더 높은 그릇에 해봐야겠다.
성격이 급한데 귀찮은 건 싫어서 오븐에 안 하고 후라이팬에 익혔는데, 처음에 카스타드가 안 굳길래 조금 불을 세게 했다가 약불로 줄였더니 표면에 약간 기포가 생겼다. 그래도 안쪽은 제대로 기포 없이 보드라운 푸딩. 쌉싸름하게 태운 달고나 느낌의 시럽과 바닐라 향의 보드라운 푸딩이 잘 어울린다. 5개를 만들어서 하루에 하나씩 먹어야지 했는데 엄마아빠도 굉장히 잘 드셔서 이틀만에 끝나버렸다.
일본에 가면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커스터드 푸딩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라 사 먹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파는 것은 꽤 비싼 편이고. 결국은 자급자족하는 수 밖에 없어서 가끔 만드는데, 귀찮기는 하지만 만들 때마다 맛있게 나와서 항상 또 만들게 된다. 예쁜 유리병에 담으면 선물하기도 좋다. 조카들에게 인기만점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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