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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찰랑찰랑 야들야들, 끝내주는 엄마표 도토리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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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야들야들, 끝내주는 엄마표 도토리묵 만들기

 

 

우리 엄마는 도토리묵을 끝내주게 하시는데, 쑤는게 힘들어서 자주 하지는 않으신다. 저번 가을에 아는분에게 국산 도토리가루를 1kg 3만원 주고 사 둔게 있었는데, 드디어 묵을 하신다고 해서 보조를 하면서 레시피를 얻어왔다.

 

 

도토리묵 4 

도토리가루 종이컵 2

 12+1

들기름 2큰술

소금 2작은술

 

양념장

대파 흰부분 반대

다진마늘 1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양조간장 4큰술

통깨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우선 도토리 가루를 물에 풀어 불린다. 국산 도토리 가루를 사용하고, 도토리 가루 1컵당 물 6컵의 비율만 잘 맞춰주면 된다. 중국산 도토리 가루는 속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빻아서 씁쓸하고 떫은 맛이 강하다고 한다. 

 

다른 집들은 한번에 도토리 가루 1,  6컵으로 쑤는 경우가 많던데 우리집은 손이 큰편이기도하고, 주위에 나눠 줄 곳이 있어서 큰 그릇에 넉넉히 하는 편이다. 큰 궁중팬 30cm짜리에 도토리 가루 2컵에 물 12컵을 부어 불렸다. 이게 보통 마트에서 파는 비닐포장된 도토리묵 4모 정도의 양이고, 1모면 4인 가족이 반찬으로 먹을 정도의 양이 나온다. 

 

큰 그릇에 도토리가루를 담고, 물을 6배로 부은 후 잘 저었다가 가라앉힌다. 도토리가루도 전분이기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데, 30분만 기다려도 윗물이 꽤 맑아진다. 1시간쯤 불린 후 떠오른 맑은 윗물을 종이컵으로 세면서 따라낸 후, 따라낸 만큼의 찬물을 붓고 다시 불린다. 이걸 반복하는데, 묵은 도토리 가루일 수록 오래 해주면 좋다. 

 

엄마 어렸을 때에는 아예 장독에 도토리가루를 넣고 물을 하루에 한번씩 갈아주면서 몇일간 불린 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제분기술도 발전했고 도토리도 깨끗해서 3~4시간만 불려도 충분하다. 물을 많이 갈아줄수록 도토리의 떫은 맛이 없어지고 완성된 묵이 투명해진다. 뭐 투명해진다고 해도 청포묵처럼 투명해지는 건 아니고, 색이 깔끔해진다. 보통 우리 집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토리 가루를 불리기 시작해서, 점심 먹고 1~2시쯤 묵을 쑤었다가 다음 날 먹는다. 이러면 5시간 정도 불리는 듯. 

 

 

마지막으로 윗물을 떠낸 다음에는 새로 물을 붓지 않고, 남은 물에 가라앉은 도토리 가루를 잘 풀어서 체에 내린다. 먼지나 가벼운 이물질은 윗물을 떠내면서 버려졌지만 무거운 이물질이나 덜 갈린 도토리 껍질 같은 것은 남아 있으니 체에 거른다. 떠낸 만큼의 물을 나눠 부으면서 3~4번 체에 걸러준다. 

 

이번에는 물 12컵 중 윗물을 5컵 떠냈으니 남아있는 7컵 물에 도토리 가루를 풀어서 체에 내리고,  2컵을 팬에 부은 후 헹궈 체에 부어 내려준다. 다시 큰 볼에 불린 도토리가루와 물을 체에 걸러 옮기고, 다시 팬을 물 1컵으로 헹궈 체에 내린다. 이걸 3~4번쯤 반복해서 모자란 만큼의 물을 부어가며 1:6 비율을 다시 맞춰주면 된다. 

 

 

체에 다 걸렀다면 불에 올리고, 센불로 바닥을 저어가며 끓인다. 코팅팬을 사용한다면 나무주걱이나 실리콘 주걱을 사용하면 되고, 스테인리스 냄비라면 거품기로 하는 것이 편하다. 사진은 큰 수저지만 거품기로 바꿔줬다. 

 

 

가장 센 불로 색이 변하고 전분이 익을 때까지 계속 저으면서 끓인다. 쉬지 않고 한방향으로 저어준다. 뭐 한방향으로 안 저어도 된다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결이 더 좋아지려면 한방향으로 저으라고 하더라. 점점 뜨거워지면 색이 갈색으로 진해지고, 군데군데 먼저 익은 덩어리가 뜨기 시작한다. 이런 덩어리가 많으면 묵이 곱게 안 나오니 쉬지않고 냄비 바닥을 저어주어야 한다.

 

 

 

5분 정도 끓이면 점도가 어느 정도 생기고,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묵의 농도를 보고 물을 추가한다. 만약 파는 묵처럼 단단한 묵을 먹으려면 그대로 하면 되고, 우리 집은 찰랑찰랑~야들야들~한 묵을 좋아해서 물을 1컵 추가했다. 

 

이건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니 조금 단단하고 젓가락으로 충분히 집어질 정도로 단단한 묵이 좋다면 그대로, 야들야들해서 젓가락으로 집어지기는 하지만 잘라질까봐 조심스러운 정도의 굳기를 원한다면 도토리가루 1컵당 차지 않은 물을 반컵 추가해주면 된다. 불을 잠깐 약불로 줄인 후 물을 붓고, 잘 섞이면 다시 불을 센불로 키워서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까지 저으면서 끓인다.

 

 

용암처럼 푹푹 끓는 묵은 아주 뜨거우니 조심해서 계속 저어준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5분정도 끓여줬다면 들기름과 소금을 넣는다. 개인 취향에 따라서 식용유를 넣기도 하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기도 하는데, 참기름은 발연점이 낮아서 별로고, 식용유보다는 들기름을 넣는 게 도토리의 혹시 모를 떫은 맛을 잡는 데 좋다. 기름은 도토리 가루 1컵당 1큰술을 넣으면 된다. 이번에는 도토리 가루가 2컵이니 2큰술을 넣었다. 

 

소금은 넣는 집도 있고 안 넣는 집도 있지만, 아무리 묵을 양념한다고 해도 묵 자체에 약간 간이 되어 있어야 먹을때 양념장이 따로 노는 느낌이 덜하다. 많이 넣어서 짭짤하게 맞출 필요는 없고, 굵게 간 소금을 도토리 가루 1컵당 1작은술 넣으면 된다. 고운 소금을 1작은술 넣으면 너무 많고, 천일염은 너무 굵으니 중간정도 굵기, 코셔솔트, 시판 소금 정도의 굵기 소금으로 1작은술을 넣으면 된다. 고운 소금뿐이라면 1작은술의 70%면 되겠다.

 

 

간을 했으면 묵에 간이 잘 배도록 다시 열심히 젓는다. 끓기 시작한 후에도 센불로 10분 정도 가열을 해서 전분이 완전히 익도록 한다. 이 정도 끓이면 거품기로 저었을 때 살 자국이 나기 시작한다. 떨어진 그대로 쌓여 있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정도의 농도다. 

 

 

이렇게 거품기를 들었을 때 묵이 부드럽게 쌓이지만 금방 풀어지는 정도가 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인다. 인덕션 14단계 중 5단계인데, 가스레인지라면 꺼질듯 말듯한 약불은 아니고 보통 약불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하면 된다.

 

뚜껑을 덮어도 아래는 눋고 있으니 2~3분마다 바닥을 잘 저어 준다. 원래는 약불로 줄이고 계속 서서 저어주어야 하는데, 가마솥 시대와 비교하면 요즘은 주방용품도 잘 나오고, 너무 힘들기도 하니 식탁에 앉아서 소소한 일을 하다가 잠깐잠깐 저어주면 된다. 물론 지켜 서서 계속 저어주면 더 좋다.

 

 

뜸을 오래오래 들이면 들일수록 맛있어지고 찰져져서 우리집은 30분 정도 뜸을 들인다. 이쯤 되면 묵 점도가 상당해서 돌아가면서 저어준다. 군데군데 더 익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뭉친 부분이 없으니 괜찮다.

 

 

뜸을 다 들이고 나면 점도가 더 높아져서 이렇게 묵을 떨어트렸을 때 위로 높게 쌓인다. 약불로 뜸을 들일 때는 그렇게 점도가 많이 높아지지는 않으니 조금 짧게 뜸을 들이더라도 이 정도 점도는 나온다.

 

 

스테인리스나 유리그릇에 묵을 굳히는데, 들기름을 발라서 굳히기도 하지만 그러면 묵 표면에서 기름 냄새가 나고 상하기 쉽다. 바닥이 편편한 그릇에 찬물을 1~2큰술 정도 넣고 바닥에 물기가 골고루 퍼지게 흔들어 준 후 묵을 부어 굳혀도 충분히 잘 떨어진다.

 

실리콘 주걱을 사용해서 냄비에 남은 묵을 전부 싹싹 긁어서 부어주고, 윗면을 평평하게 다듬어준다. 불을 끄고 따로 식히지 않고 바로 부어야 윗면 모양 잡기가 편하다. 

 

 

묵을 다 부었다면 위에 랩이나 식품용 비닐봉지를 밀착해 덮어준다. 이렇게 하면 묵이 식어도 두툼한 껍질이 생기지 않고 끝까지 야들야들하게 먹을 수 있다. 주방에서 많이 쓰는 크린백이나 롤벡은 폴리에틸렌이라 120도까지는 괜찮다고 하니 안심하고 덮어도 된다. 여기까지 도토리 가루를 불리는 시간을 빼고 거의 1시간이 걸린다. 

 

 

 

묵은 충분히 식힌 후 썬다. 적어도 5~7시간은 식혀야하고, 속까지 완전히 굳으려면 12시간은 굳인 후 자르는 게 좋다. 이번에는 저녁에 묵을 먹으려고 5시간쯤 굳힌 후 4등분으로 잘랐는데, 역시 속이 약간 덜 굳었다. 봉지에 담아서 다시 베란다에서 마저 굳히고, 한 모만 썰어 먹었다.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조금 덜 굳어서 단면이 매끄럽지 못한데, 완전히 식혀서 썰면 반질반질하고 쫀득하게 썰린다. 손으로 잡고 흔들어도 흔들리기만 하고 부서지지 않는, 그야말로 젤리 같은 식감이다.

 

대파 흰부분 반대를 다지고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통깨를 한큰술 씩 넣은 후 간장 4큰술과 참기름 1큰술을 넣으면 끝. 청양고추를 약간 다져 넣어도 맛있다. 이 양념에 상추나 쌈야채를 찢어 넣고 무친 후 묵과 먹어도 별미다.

 

 

아니면 이렇게 묵은지를 꽉 짠 후 가늘게 채썰어서 참기름 깨소금 무쳐서 올려 먹는 것도 좋다. 멸치육수에 계란을 풀어서 묵과 이 양념한 김치를 넣어 묵밥으로 먹어도 맛있다. 

 

찰랑찰랑 야들야들하면서 깊은 맛의 도토리묵. 적당히 쑤는 건 금방 하지만 맛있게 작정하고 만들면 오래오래 저어주면서 쑤는 게 힘들다. 그래도 맛은 사먹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맛. 두 모는 각각 다른 집으로 가고 두 모 남겼는데, 만든 날 저녁에 먹고 그 다음날 점심에 먹으니 다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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