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밀과 그 대체품에 대하여 : 콘그릿츠 / 옥수수가루 / 알파옥수수가루 / 마사하리나 / 폴렌타
우선 왜 이 글을 쓰느냐. 엄마가 콘브레드를 좋아하셔서 만들려고 했더니 한국에서 파는 옥수수 가루로는 만들수가 없단다. 꼭 >콘밀<을 사용해야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콘밀을 안 판다. 그럼 비슷한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콘밀에 대해 열심히 알아봐뒀는데 비슷한 것들이 종류도 많고 용도도 다양해서 이왕 알아본 김에 정리도 할 겸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Cornmeal 콘밀은 말린 옥수수를 빻은 것인데, 옥수수 종자에 따라 색이 하얀색 / 노란색 / 기타 다른 색으로 나뉜다. 콘밀을 가장 많이 먹는 미국 남부에서는 화이트 콘밀을 주로 사용하고, 그 외 다른지역이나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노란색 콘밀이 주로 사용되는 듯 하다.
분쇄 정도에 따라 Coarse Grind / Medium Grind / Fine Grind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Find Grind는 일반 밀가루보다 조금 굵은 정도의 굵기고, Medium Grind는 드문드문 굵은 옥수수 입자가 보이는 정도, Coarse Grind는 가루가 아닌 굵게 빻은 옥수수 정도의 굵기다. 주로 빵을 만들때는 Medium Grind나 Find Grind를 사용하고, Coarse Grind는 주로 요리에 사용한다.
남미쪽에서는 가장 가는 굵기인 Fine Grind Cornmeal을 Corn Flou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문제는 영연방권에서 Corn Flour는 옥수수 전분을 말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Corn Starch로 써서 헷갈리지 않는데, 수입식품코너에서 Corn Flour를 본다면 제조국에 따라 옥수수 전분일 확률이 높다. 주로 영국, 호주, 남아시아권(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Corn Flour = Corn Starch인 셈이다. 할랄 마크가 붙어있거나 아랍어, 인도어가 써있으면 옥수수 전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제부터 헷갈리는 것들이 시작되는데, 콘밀의 대체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가장 먼저 국내에서 판매하는 콘그릿츠(Corn Grits) / 옥수수가루(옥분) / 알파 옥수수가루. 이것들도 모두 옥수수로 만든 제품이기는 한데, 모두 조금씩 다르다.
먼저 ‘옥수수 가루‘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파는 알파 옥수수가루. 알파 옥수수가루는 옥수수를 알파화해서 만든 가루인데, 보통 ‘곡류가공품‘ 이라고 적혀있다. 쉽게 말하면 옥수수를 물에 불린 후 한번 쪄서 익힌 후 말려서 가루 낸 것이다. 노란색이 강하고 입자가 아주 고운데, 알파화를 한번 했기 때문에 익힐 때 수분을 훨씬 많이 잡아먹어서 콘밀 대체품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다른 가루류와 비율이 잘 안맞으면 반죽이 완전히 떡진다. 제과류보다는 꽈배기를 만들 때나 피자를 만들 때 덧가루로 사용한다.
Corn Grits콘그릿츠는 Coarse Grind 콘밀처럼 굵게 빻은 것인데, 일반 말린 옥수수가 아니라 호미니(Hominy)를 알파화하고 간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미-백미처럼 옥수수 말린것을 도정해서 거친 껍질과 배아 부분을 떼어내고 익혀서 갈은 것. 주로 잉글리시 머핀 옆에 뿌리거나 프렛츨, 부시맨브레드 등 빵의 토핑으로 많이 사용한다. 브랜드에 따라서 1~5호 정도로 굵기를 다르게 간 것도 있다.
포장은 똑같지만 왼쪽이 5호, 오른쪽이 3호다. 숫자가 높을수록 가늘어져서 7호는 밀가루와 거의 같아진다. 즉 7호쯤 되는 것이 알파 옥수수가루. 보통 토핑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콘그릿츠는 3호고, 중국식품점이나 각종 외국식품을 많이 파는 마트에서 간간히 5호를 구할 수가 있다. 이것도 ‘곡류가공품‘ 이라고 적혀있는데, 결론은 이것도 알파화를 한 옥수수를 도정해서 만든 것이다.
일반 옥수수 가루(옥분)는 콘그릿츠를 곱게 갈고 첨가물을 약간 넣은것인데, 보통 꼬미콘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스콘에 넣거나 콘스틱, 빵집 콘브레드를 만들어먹는데 쓰이기도 한다. 콘밀보다는 입자가 훨씬 곱고, 알파옥수수가루와는 완성품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듯 하다. 그나마 제과에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결론은 한국에서 옥수수 가루, 콘그릿츠 등등 ‘곡류가공품’으로 나오는 것은 미국 레시피에 쓰이는 콘밀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전부 호화시켜서 알파화한 옥수수로 만든 것. 이걸 아주 곱게 빻으면 알파 옥수수가루, 밀가루보다 조금 굵게 빻으면 옥수수가루, 굵게 빻으면 콘그릿츠가 되는 식이다. 굳이 비슷한 정도를 따지자면 콘그릿츠 1~3호는 그릿츠, 4호가 콘밀, 5호가 옥수수가루, 7호가 알파옥수수가루 굵기가 되겠다.
이제부터는 직구하거나 인터넷 주문으로 구할 수 있는 것. 쿠팡직구나 아이허브, 오플닷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옥수수 가루류다.
먼저 오플닷컴이나 아이허브에서 구할 수 있는 Masa Harina마사 하리나. Masa Flour라고도 한다. 주로 남미권에서 많이 사용한다. Masa가 옥수수인지라 옥수수 가루인 것은 맞는데, 이건 옥수수를 알파화해서 만든 것, 즉 우리나라로 치면 알파 옥수수 가루다. 입자는 Find Grind Cornmeal 정도로 밀가루보다 조금 더 굵은 듯하다. 남미 빵인 아레빠나 타말레, 또띠아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콘밀과 대체할 수 없다.
그나마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이 Polenta폴렌타. 이탈리아에서 빵 대신 먹는 것인데, 물이나 스톡에 넣고 끓여서 죽처럼 만들어 먹는 용이다. 굳이 따지자면 콘밀보다는 조금 더 입자가 굵은 편이고, Coarse Grind Cornmeal과 비슷하다. 그나마 콘밀과 가장 비슷해서 폴렌타를 사용하면 콘밀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폴렌타도 다 수입식품이어서, 그럴 바에는 그냥 콘밀을 사는 게 낫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하기 가장 쉬운 제품은 PAN 콘밀. 이건 Pre-cook 제품이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화이트 콘밀인 것 같은데, 후기를 보니 콘브레드를 만들어 먹을수도 있나보더라. 대신 프리쿡 제품이라 수분량을 조절해야할 듯.
세몰리나를 콘밀 대체로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세몰리나는 입자가 굵은 밀이라서 이걸 콘밀과 대체하면 콘브레드가 아닌 그냥 브레드, 빵이 되어버린다. 요리류에서는 대체해도 괜찮겠지만 제과에서는 대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온갖 것을 다 찾아보고 집 주변 수입식품코너도 다 돌아보고 구글링도 열심히 해 본 결과, 콘브레드를 만들거라면 콘밀을 그냥 사서 쓰는 것이 낫다. 폭신폭신한 것을 만들려면 Fine Grind Cornmeal을, 입자감이 살아있는 거친 것을 만들려면 Meduim Grind Cornmeal을 사면 되겠다.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1개만 주문하더라도 무료배송이라서 친구 찬스를 써서 샀다. 그냥 진작에 알아보지 말고 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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