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는 살구주, 살구주 담그는법
아는 집 살구나무에 살구가 열렸다고 해서 따 왔다. 살구가 어찌나 실하게 열렸는지 세 집이 나눠 가져갔는데 무른 걸 제거하고도 이만큼이나 나왔다. 생으로 먹기에는 아직 단단해서 살구주를 담그기로 했다. 살구는 꼭지를 딴 다음 베이킹소다를 크게 1스푼 푼 물에 15분 정도 담궈두었다가 물을 갈아가며 두어 번 헹궈준다. 물기를 바짝 말려야하니 채반 아래에 신문지를 받치고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바짝 말려주면 된다.
담금주를 사용한다면 30도 이상인 것을 준비하는데, 일반 마트에 가면 진로나 처음처럼이 30도(과실주용) / 40도(약재용)가 있고, 아예 과실주용 담금주로 32도나 35도짜리를 구매해도 된다. 담금주가 7~8리터 들어갈 것 같아서 30도짜리 처음처럼 담금소주 5리터와 3.5리터를 해서 총 8.5L를 사 왔다. 30도짜리 1병 40도짜리 1병 섞어서 35도를 만들면 좋은데, 우리 동네에는 40도짜리 담금주가 떨어졌더라.
먼저 병을 소독한다. 전자레인지에 들어가는 작은 꿀병 같은 것이라면 전자레인지에 병이 뜨끈해질 때까지 2~3분 정도 돌려서 식혀주면 되고, 큰 유리병은 가스레인지에 엎어두고 불로 소독한다. 병을 뒤집은 후 불을 약불로 해서 병 전체에 꼈던 김이 다 날아가고 병 바닥까지 뜨끈해질때까지 두었다가 식히면 된다. 병이 완전히 식은 후에 살구를 넣어야 한다.
병이 식는 동안 살구 무게를 쟀다. 따오기는 6키로 정도 따 왔는데, 말랑말랑한 살구는 생으로 먹으려고 한 그릇 정도 덜어서 총 5.5kg에 담금주 8.5L다. 보통 술로 담글 때는 살구 1에 소주 2로 많이 담근다고 하는데, 이건 살구를 사서 담글 때 얘기고 살구가 많다면 당연히 더 많이 넣은 게 더 맛있다. 물론 그러면 술이 적게 나오니 통을 큰 통에 담궈야 하지만. 보통 유리 병의 70% 정도 살구를 채우고 소주를 부으면 살구 1 : 소주 1.5 정도 비율이 된다. 평소에 재서 담그지는 않는 편이라 이번에 재 봤더니 그 정도 비율로 담그게 되는 것 같다.
살구는 4등분해서 씨를 빼고 담궈도 되고, 그냥 통으로 담궈도 된다. 살구 씨에 독성이 있어서 씨를 뺀다 만다 하는데, 씨를 빼서 쪼개 담으면 살구 맛은 잘 우러나지만 아무래도 술이 조금 탁해지는 경향이 있다. 통으로 살구주로 담근 후 100일 전에 살구를 건져내거나, 아예 1년 이상 숙성하면 살구 씨에 있는 독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취향껏 선택하면 되겠다. 우리집은 살구에 칼집을 넣어 통으로 넣고 1년 이상 숙성시키는 편이다(할머니가 그렇게 담그셨다고 했음). 이번에도 큰 통에는 +자로 칼집은 낸 살구를 넣고, 작은 병에 칼집을 내다 씨와 분리된 것들을 골라 넣어 나눠 담궜다.
가장 왼쪽 병에는 씨를 빼고 4등분한 살구가, 나머지 병 두 개에는 십자로 칼집을 넣은 살구가 들었다. 병의 70퍼센트 높이까지 살구를 담은 후 담금주를 병 입구에서 한마디 정도 부족하게 찰랑찰랑하게 부어주면 된다. 설탕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설탕을 넣고 담그면 나중에 마셨을 때 숙취가 심해지기도 하고 담금주 자체가 일반 소주보다 단 맛이 있어서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굳이 달달한 살구주를 먹고싶다면 살구주를 거르고 나서 마실 때 시럽을 넣어 칵테일처럼 마시는 게 좋겠다.
마지막 남은 살구를 다 넣었더니 가운데 꿀병에는 살구가 조금 많이 든 것 같은데, 정 뭐하면 한번 더 우려먹으면 되니 상관없다. 담금주는 8.5리터를 준비했는데 7리터 정도 사용한 것 같다.
병 주둥이를 깨끗하게 닦아준 후 랩을 씌우고 뚜껑을 꽉 닫아준 후 검은 봉지로 빛이 들어가지 않게 꽁꽁 싸매준다. 겉부분에 담근 날짜와 살구주라고 적고 햇빛이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 만약 중간에 살구를 걸러 줄 거라면 90~100일 사이에 살구를 걸러내고 숙성시키면 되고, 1년 넘게 숙성할 것이라면 굳이 빼지 않고 그대로 1년동안 숙성하면 된다. 이건 이제 내년에 먹을 살구주다. 작년에 담근 살구주도 걸러야하는데, 그건 언제 거르지...
+ 저 4등분해서 씨를 발라낸 살구주는 중간에 병을 깨먹어서 다 버렸답니다.... 내 아까운 살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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