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고 찐한 인생 갸또쇼콜라, 커피갸또 만들기
초콜렛이 좀 있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니 초콜렛 케익이 먹고 싶어서 갸또를 만들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만들어 먹은지는 좀 됐고... 신년에 어울리는 포스팅을 찾다가 요놈이 당첨.
요즘은 쫀득하고 많이 꺼지는 갸또를 만들고 위에 가나슈와 생크림으로 장식한 갸또가 유행인데, 나는 그것보다는 약간 촉촉하면서 찐하고 밀도가 높은 갸또쇼콜라에 슈가파우더만 약간 뿌려서 커피와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 레시피는 내 생각보다는 더 올라와서 덜 꾸덕한 게 아쉽다 싶었는데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만든 모든 빵 중 제일 맛있다고 이게 최고라고 바꾸지 말라고 해서 정착하기로 한 레시피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괜찮은 초콜릿만 사용한다면 맛이 보장되는 레시피다.
커피 갸토 쇼콜라
높은 1호틀 1개
커버춰초콜렛 140g
생크림 70g
버터 70g
커피 2g
계란 노른자 3개(55g)
깔루아 20g
설탕 30g
중력분 40g
코코아가루 20g
소금 1/8작은술
계란 흰자 3개(105g)
설탕 70g
슈가파우더 1작은술
우선은 틀. 갸토쇼콜라는 머랭이 들어가고 나중에 꺼지기는 하지만 굽는 동안 꽤 올라오는 케이크여서 높은 틀을 사용한다. 나는 높은 원형틀 1호를 사용했는데, 반드시 유산지를 깔아주어야한다. 유산지를 틀보다 1센치 가량 높게 재단해서 깔아주면 되는데, 시판 재단유산지도 30장에 990원이니 사서 사용하는 게 편하긴 하다. 다음에 한 묶음 사서 사용해야지. 만약 높은 원형틀이 없다면 머핀틀에 나눠서 구워도 괜찮을 것 같고, 모양은 덜 예쁘겠지만 파운드 틀에 구워도 괜찮을 것 같다. 반죽을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유산지 재단이 끝났으면 오븐을 170도로 예열해두고 반죽을 시작한다.
그리고 맛을 좌우하는 초콜렛. 나는 처치 곤란한 휘태커스 커피초콜렛(다크, 50%)가 있어서 이것을 60그램, 아이캄(다크, 61%)를 80그램 사용했다. 총 다크 55% 가량이 될 것 같은데, 적어도 50% 이상은 커버춰 초콜렛을 사용하고 50~65% 내외의 다크 초콜렛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밀크 초콜렛을 사용한다면 레시피에서 커피를 줄이고 설탕을 10g가량 줄이면 될 것 같다. 버튼초콜렛이라면 그대로 사용하고, 판초콜렛이라면 두껍지 않게 썰어서 사용한다.
내열볼에 생크림과 버터, 초콜렛, 인스턴트 커피를 넣고 데우는데, 중탕을 해도 좋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좋다. 전자레인지로 데울 경우는 30초씩 끊어서 1분 30초~2분 정도 데우면 된다. 처음 30초가 지난 후 데워진 생크림에 초콜렛이 잠기게 하고, 30초씩 끊을때마다 한번씩 내열볼을 흔들어서 초콜렛이 타지 않는지 확인하면서 데운다. 2분 데우면 60도보다 좀 뜨거운 편인데, 1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실리콘 주걱을 볼 바닥에 붙여서 저어 덩어리가 없고 매끄럽게 녹았는지 확인한다.
실온의 계란 3개는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노른자에 설탕 30g과 깔루아 20g을 넣고 섞어둔다. 설탕을 넣고 나서는 바로 섞어야 노른자가 뭉치지 않는다. 나는 커피 풍미가 은은하게 풍기는 갸또를 만들 것이라 집에 있는 깔루아를 사용했는데, 럼 1큰술로 대체하거나 바닐라 익스트렉 약간으로 대체해도 된다. 잘 섞은 노른자는 40도가량으로 식은 초콜렛에 넣고 주걱으로 잘 섞어둔다. 데운 초콜렛이 담은 내열볼에 손을 댔을 때 카페 커피처럼 뜨겁다면 계란이 익을 수 있으니 약간 식혀서 넣으면 된다.
노른자를 넣은 후에는 중력분과 코코아 가루를 반드시 체쳐서 넣어준다. 보통 다른 케이크류는 거품기로 덩어리를 풀어준 후 넣어도 되는데, 이 갸또는 초콜렛이 무거워서 덩어리가 남아있으면 안 섞이기 때문에 반드시 체에 한번 쳐서 넣어야 한다. 중력분 대신 박력분을 사용하면 더 좋은데, 중력분을 넣으면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난다. 가루 재료를 넣고 잘 섞으면 꽤 꾸덕꾸덕한 반죽이 되는데, 온도가 떨어지면 초콜렛이 굳기때문에 이 상태에서 온도가 많이 식지 않도록 예열하는 오븐 근처에 두거나 중탕한 물에 담궈서 온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계란 3개 분량의 흰자에 설탕 70g을 넣고 머랭을 친다. 나는 어느 정도 올라오는 갸또를 만들려고 뿔이 부드럽게 휠 정도로 단단하게 휘핑했는데, 만약 푹 꺼지는 갸또로 만들고 싶다면 뿔이 서지 않고 형태가 금방 무너지도록 50~60%만 올리면 된다. 이 경우는 식감이 촉촉하다기보다 꾸덕해진다. 설탕은 나눠서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머랭을 단단하게 올릴거라면 한번에 다 넣고 만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미리 섞어 둔 초콜릿 반죽에 머랭을 넣고 섞는다. 가장 먼저 거품기에 묻은 머랭과 머랭 1/4 정도를 덜어서 뻑뻑한 초콜렛 반죽에 넣고 거품이 꺼지는 걸 신경쓰지말고 섞어서 비중을 낮춰준 후 남은 머랭을 반씩 나눠 넣고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살살 섞어준다. 세게 휘저으면 기껏 올린 머랭이 다 꺼져버리니 힘을 빼고 주걱으로 반죽을 떠올리듯이 섞어준다.
유산지에 주걱에 묻은 반죽을 살짝 묻혀 틀에 고정한 후 반죽을 20센치 정도 위에서 부어 넣는다. 재료비가 많이 드는 케이크이니만큼 볼에 묻은 반죽까지 최대한 싹싹 긁어 넣고 바닥에 두세번 내리쳐서 큰 기포를 빼고 굽는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을 160도로 줄이고, 30분 굽는다. 우리집 오븐은 43리터짜리 꽤 큰 오븐이라 4단 중 위에서 3번째에 그물망+쿠키팬을 올리고 그 위에 올려 컨벡션모드+열선 두개를 다 켜서 구웠는데, 미니오븐이라면 탈 수도 있겠다. 아래에 반드시 철판을 덧대서 굽고, 윗부분이 탈 것 같다면 호일을 올려서 구우면 되겠다.
30분이 지나고 찔러보았을 때 반죽이 약간 묻어나오는 정도가 되면 꺼낸다. 완전히 익히지 않고 속이 약간 덜 익었을 때 빼내서 냉장숙성해야 촉촉하다. 만약 찔러보았을 때 반죽이 많이 묻어나온다면 5분 단위로 더 구워주면 된다. 케이크는 틀이 다 식을때까지 빼지 않고 식힘망에서 식히다가 틀이 다 식으면 분리해서 비닐에 밀봉해서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하면 된다.
냉장숙성이 끝나면 유산지를 제거하고, 슈가파우더로 윗면을 장식하면 끝. 생각한 것보다 덜 예쁘게 꺼져서 조금 아쉽다.
보통 갸토쇼콜라를 1호틀에 구우면 6등분을 하는데, 이건 높이가 꽤 있는 편이라 8등분한다. 따끈하고 진한 아메리카노와 환상의 페어링을 자랑하니 반드시 '따뜻한'커피와 같이 먹어줘야한다.
아랫부분은 브라우니처럼 약간 쫀득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윗부분은 머랭의 힘으로 올라와서 촉촉하면서 초실하다. 전체적으로 진한 다크초콜릿의 맛과 은은하게 깔리는 커피향, 과하지 않은 단 맛이 그야말로 어른의 맛이다. 나눠먹은 지인들이 뽑은 원픽 디저트. 초콜릿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엄마도 한조각을 다 드시고 더 드셨을 정도다. 냉장보관을 길게 할수록 더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니 소분해둘 거라면 냉동보관을 하는 것이 좋겠다. 집에 있는 초콜렛 다 썼는데 이것 때문에 또 사야겠네. 발로나가 아닌데도 이 반응이니 다음에는 발로나 사틸리아누아를 사서 만들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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