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달달한 레몬마들렌 만들기
새로 마들렌 틀을 사왔으니 마들렌을 구워야지. 처음 굽는 건 최대한 심플한 것으로 하려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야채가게에 갔는데 레몬이 한 바구니 천원이길래 사와서 레몬 마들렌을 만들었다. 레몬 제스트를 듬뿍 넣고, 레몬즙도 넣어서 상큼하고 달달한 마들렌을 만들었는데, 처음 써보는 틀이라 반죽 양 조절도 실패, 불조절도 실패해서 영 아쉽다. 다음에는 반죽양을 좀 적게 만들고 온도도 조정해서 성공적인 마들렌을 만들리라.
레몬 마들렌
조가비 12구+미니타르트 틀 2개분
버터 100g
계란 2개
설탕 95g
꿀 10g
중력분 100g
베이킹파우더 3g
소금 1/4작은술
레몬제스트 3g
레몬즙 15g
럼 20g
레몬즙 10g
우선 레몬설탕을 먼저 만들어둔다. 레몬이 작은 것이라 레몬 2개분 제스트를 사용했는데, 약 3g 정도다. 레몬의 껍질 부분만 치즈 그레이터러 갈아내고 설탕에 골고루 버무려둔다. 반죽에 바로 제스트를 넣는 것보다 레몬향이 골고루, 깊게 나는 느낌이다. 레몬 외에 오렌지 같은 제스터 류가 들어간다면 다 설탕에 재웠다 사용하는 게 좋았다. 적어도 30분 이상, 전날 미리 해 두면 가장 좋다.
마들렌 반죽 자체는 어려울 게 없어서... 설탕에 동량의 계란, 밀가루, 버터가 순서대로 들어간다. 계란은 50g짜리라 2개를 사용했는데, 레몬제스트와 버무린 설탕에 넣고 거품기로 설탕이 반쯤 녹을때까지 가볍게 젓는다. 여기서 많이 안 저어야 기공이 많지 않다고도 하는데, 나는 어차피 휴지시키면 거품 다 꺼지니 딱히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표면에 약간 거품이 낄 정도로 저어주는 게 나중에 배꼽이 잘 나오는 듯. 계란과 설탕이 잘 풀렸다면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고 젓는다. 박력분을 사용하면 더 폭식한 느낌이 나는데, 중력분을 사용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나는 파이와 스콘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구움과자는 중력분을 사용하는 게 식감이 더 취향이더라. 사실 파이나 스콘도 박력분이 아니어도 크게 차이는 없더라. 업장에서 팔 것 아니고 내가 먹을 거니까...
밀가루를 다 넣고 뻑뻑하게 섞었다면 버터를 녹여 넣는다. 전자레인지로 녹여도 좋고, 휘낭시에에 들어가는 것처럼 브라운 버터를 만들어 넣어도 된다. 버터 온도는 40도 이상, 60도 이하로 넣어야하는데, 40도 이하라면 반죽에 버터가 겉돌아 굽고 나면 기름이 배어나오고, 60도 이상이라면 베이킹파우더가 미리 반응해버려서 마들렌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다. 이러려고 온도계 산 거지. 겨울에는 50~55도, 여름에는 45~50도 정도로 맞춰서 두 번에 나눠 넣고 잘 섞어준다.
완성된 반죽. 주걱으로 덜 섞인 재료는 없는지 그릇을 잘 훑어주고, 냉장고에서 최소 2시간, 최대 24시간 냉장휴지한다. 뭐 휴지를 안하고 굽거나 30분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충분히 휴지를 해야 팬닝하기도 쉽고 식감도 폭신했다. 마들렌 반죽은 계량만 해 두면 얼마 안 걸리는 쉬운 반죽이라 저녁식사 후에 만들어두고 다음날 아침에 구우면 딱 좋았다. 주말 아침에 막 구워진 마들렌에 커피 한 잔~ 이보다 좋은 게 없다.
휴지가 끝나면 오븐을 200도로 예열하고, 틀에 버터칠을 한다. 번트틀에 사용하는 것처럼 포마드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밀가루를 뿌린 다음 털어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마들렌틀처럼 홈이 많은 것은 철판이형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깔끔하게 좋았다. 버터나 식용유 1 : 전분 0.5를 섞어 사용하는데, 반죽에 들어가는 유지의 종류에 맞춰서 사용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녹인 버터 10g에 전분 1작은술을 넣고 잘 섞어 사용했다.
500원짜리 다이소 김붓을 새로 사서 사용했는데, 이 붓 버터칠에 최고다! 붓을 새로 산 걸 깜빡하고 윗줄은 실리콘 붓으로 바르다 김붓으로 바꿨는데, 훨씬 얇고 고르게 발린다. 혹시 붓이 까끌거려서 기스가 날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도 않고! 철판이형제가 뭉치지 않게 여러번 쓸어주면서 얇게 바른 후 냉장고에서 틀이 차갑도록 잠시 넣어둔다.
10시간 정도 휴지한 마들렌 반죽은 훨씬 되직해졌다. 주걱으로 골고루 섞어서 반죽 위아래를 골고루 섞어준 후 30~32g 팬닝한다. 일회용 짤주머니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고 재사용 짤주머니 빨래하기는 귀찮아서 숟가락과 실리콘 주걱으로 팬닝했는데, 다들 짤주머니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더라^^.... 다음에는 나도 짤주머니로 팬닝해야지.
버터 100g기준으로 레시피를 짰더니 12구를 채우고 미니 타르트틀 1.5개 정도 분량의 반죽이 남았다. 좀 과해보이는 마들렌에서 반죽으로 조금씩 덜어서 미니타르트틀에 70% 정도 팬닝하고, 한 들에 다 안 들어가길래 2단으로 넣고 구웠다. 여기서도 실패가 있었던 게 그냥 미니 타트트 틀은 나중에 구웠어야지 2단으로 구웠다가 둘 다 이도저도 안 되어버렸다. 오븐랙 4단 중 맨 아래에서 구웠는데, 쿠키팬을 빼고 한 칸 올려서 구웠어야 윗불이 골고루 닿았을 것 같다.
200도로 20분 예열한 오븐에 200도 5분, 180도 10분 구웠다. 마들렌은 나오자마자 틀을 가볍게 내리쳐준 후 럼 20g과 레몬즙 10g을 섞은 것을 발라주고, 윗부분에 바른 럼이 마르면 바로 틀에서 꺼내 조개부분도 럼을 발라준다. 신 맛을 싫어한다면 레몬즙은 제외하고 럼만 발라도 된다. 약간 식을 때까지는 틀에 비스듬히 두었다가 살짝 식은 다음 식힘망으로 옮겨준다. 나는 마들렌에 가나슈나 글레이즈 바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럼만 바르는데, 글레이즈가 좋다면 슈가파우더에 레몬즙을 섞어서 마들렌이 완전히 식기 전에 붓으로 발라주면 되겠다.
마들렌 틀을 처음에 가장 아래 렉에 두었다가 배꼽이 나오고 5분 정도 더 지나서 위에서 두번째로 옮겼는데, 그래서인지 윗면 색이 얼룩덜룩하다. 미니 타르트틀은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스테인리스라서 그런지 구움색 차이도 꽤 나는 편이고.. 다음에는 반죽양을 버터 85g으로 맞추고 위에서 세번째 단에 걸어서 윗불아랫불 다 켜고 컨벡션 모드로 200도 예열, 180도 15분 구우면 마들렌 12개에 딱 맞을 것 같다.
예쁜 접시에 담아봤는데... 조가비 모양을 많이 안 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생각보다 각잡힌 모양이 안 나오네. 아무래도 조가비 모양처럼 넓이가 넓고 높이가 낮은 것보다 흔히 쓰는 모양처럼 폭은 좁고 깊이가 깊은 것이 배꼽도 잘 나오고 세워두기에도 좋았다. 나는 가나슈를 채운 마들렌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심플하게 반죽만 넣은 마들렌을 주로 굽는 편인데, 뭘 채우거나 토핑을 얹기에 조가비 모양은 적합하진 않은 것 같다. 거기에 배꼽이 제멋대로라 똑바로 서 있지를 못하는 게 단점. 그래도 나는 조가비 모양 마들렌이 더 좋아서 산 거니 후회하진 않는다!
베이킹파우더로 올라오는 과자다보니 약간 기공이 있긴 하다. 나오자마자 하나 먹어봤는데 막 구워진 마들렌은 뜨겁고 너무 보들보들해서 그렇게 맛있지는 않더라. 식혀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는 듯. 완전히 식기 전에는 스펀지 케익처럼 누르면 탄성이 있고 단 맛과 레몬향, 신맛이 강하지 않은 편인데, 잘 식혀서 먹으면 향긋한 레몬 향과 상큼한 신맛, 적당한 단맛과 묵직하진 않지만 쫀쫀한 식감이 음료와 잘 어울린다. 구울 때 온도조절에 실패해서 구움색이 조금 아쉬울 뿐 맛으로는 진짜 맛있는 마들렌이었다. 비율은 그대로 반죽 양만 줄이고 온도조절 해서 다시 구워봐야지.
다만 매번 파운드 케이크 먹다가 오랜만에 마들렌을 구웠더니 양이 너무 적다. 12구라고 해도 한 개만 먹고 그만 먹자가 안 되니 두 개씩 먹으면 3명이 2번 먹고 끝. 벤츠급 오븐이 아니니 한번에 두 판은 못 구울거고... 다음에는 팬닝 양을 조금 늘려볼까? 이것저것 다른 마들렌들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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