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자재암, 소요산 등산로
소요산에 산 타러 간 건 아니고... 복날 전 주말에 동두천 큰아빠네 갔다가 다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소요산에 능이오리백숙이 맛있는 집(현지인맛집)이 있다는거다. 문제는 예약을 안 해서 식당에 갔더니 오리 나오는 데 한시간 걸린다고. 그래서 이제 입장료도 안 받겠다 자재암까지만 후딱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소요산 주차장이 꽤 넓은 편인데, 동두천에 등록된 차가 아니면 주차료를 받는다. 1호선 소요산역에서 내리면 역에서 주차장까지도 좀 걸리고 주차장 자체가 길어서 산 초입까지만 걸어도 상당히 먼 편. 대중교통으로 온다면 자재암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 한시간이 훨씬 넘게 걸릴 것 같다. 그런데 저 포장마차는 주차장에서 저렇게 대놓고 장사를 하네. 시청에서 철거 안 하나?
원래는 여기서 입장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입장료를 안 받는다. 이 입장료는 자재암이 받는 거였는데 안 받으면 세금으로 보전해주나? 절이 자진해서 안받겠다고 했을 리는 없고. 이제 외지인 입장료도 없어졌으니 다른 지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많이 오겠구나. 다 좋은데 산에서 그놈의 뽕짝 나오는 라디오만 안 틀고 다니시면 좋겠다.
매표소를 지나서 쭉 걸어올라간다. 어쨌든 절까지는 차가 올라가니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있고, 오른쪽에 계곡이 있고 벤치가 간간히 놓여있다.
얼마 전에 비가 와서 계곡 수량이 꽤 많은 편이었다. 약간 습하긴 한데 해가 쨍쨍할 때라 물소리가 시원하다.
나무도 물을 먹어서 엄청나게 푸릇푸릇하다.
주차장에서 한 25분~30분쯤 걸어올라가면 마지막 휴게소와 공중화장실이 나온다. 엄청나게 오래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판이 있는데 여기가 1.5km 지점이라고 써있더라고.
굉장히 최근에 지은 것 같은 안내판이 하나 있고,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이 있다. 이건 오래된 문이네. 일주문이 나왔으니 여기서부터 절이다. 물론 자재암은 돌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나오기는 하지만 기분이 그렇다는 거지. 날씨가 좋으니 얼른 올라갔다 와야겠다.
자재암 진입로와 공양간 건립 공사를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자재며 뭐가 막 쌓여있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산 위로 올라가는 레일도 있더라. 사람도 타나? 그 옆으로 야생생물 보호구역이라는 팻말도 있는데 칡삵이랑 담비가 산다고 한다. 어느 산에 가든 다람쥐와 청설모 이상을 본 적이 없는데 뭐 얘네도 사람 피해 살아서 그렇겠지.
일주문을 넘어 조금 걸어 올라오면 이렇게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갈림길로 약간 올라가면 원효폭포가 있고, 원효대사가 머물렀다는 원효굴도 있다.
비가 많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수량이 꽤 많았다. 포토스팟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 사진찍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 물론 우리도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원효굴... 이라기엔 입구가 너무 넓어서 굴 같은 느낌은 적다. 타일을 쭉 깔고 불단도 해 두고 초도 키고 불전함을 놔서 더 그런 듯.
다시 갈림길로 걸어가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여기서부터 소요산 등산코스가 시작된다.
소요산 등산코스 안내판. 등산코스가 초보자 / 중급자 / 상급자 용으로 나뉘어져있다. 초보자는 자재암으로 올라가서 하백운대만 짝고 내려오는 코스고, 중급자는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를 돌고 자재암으로 내려오는 코스, 상급자 코스는 중급자코스에서 자재암으로 내려가지 않고 공주봉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다. 자재암에서 하백운대 올라가는 코스가 계단이 정말 많고 경사도 가파르고 길이 험해서 상급자 코스로 돌면 4시간 반 정도 걸리는 듯. 나는 가본적 없는데 아빠가 그정도 걸린다고 하시더라.
안내판에 초보자 코스가 따로 있긴 한데 최단코스는 그냥 공주봉에만 딱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쉽고 빠른 코스다. 멀리서 왔다면 큰맘먹고 한 바퀴 도는게 좋겠지만 간단하게 산책할거라면 자재암까지만 가도 충분하고, 가볍게 등산을 하거나 가을에 단풍 구경을 할거라면 그냥 공주봉을 추천한다. 하백운대 코스 딱 한번 가봤나? 그 이후는 가끔 가도 공주봉 외에는 안 간다.
맨 처음 티켓매표소가 있던 자리에서부터 쟀을때 자재암까지가 딱 2km. 주차장에서 시작하면 편도 40~45분정도 걸린다. 길이 험한 것도 아니고 거의 계단이 놓여있어서 우리처럼 밥먹으러 와서 산책할 겸 들리기도 괜찮다.
갈래길부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못 찍었다. 108계단을 올라갔다가 금강문을 지나 계단을 한번 내려오고, 한 10분 정도 올라가면 자재암이 나온다. 주말이라서인지 대웅전 문을 다 열어놓아서 삼존불이 보이길래 사진을 한 장 찍어봤다. 대웅전 앞으로도 청량폭포라는 폭포가 하나 있는데 등산객이며 일반 관광객들이 많아서 사진은 못 찍었음. 이 옆으로 올라가면 삼성각이 있는데 계단이 많길래 올라가진 않았다.
원래 자재암은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암자인데, 암자에서 절이 되었다가 다시 암자가 되고 여러 번 불타고 재건하고 불타고 재건하고를 반복하다 지금 지어진 건물은 6.25 이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뭐 요석공주와 결혼한 다음 수행하는데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어쩌고 하는 스토리도 있고, 요석공주가 설총과 살았다는 궁지도 있다는데 가본 적은 없다. 보물 제 1211호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가 있다는데 따로 박물관이 있는 건 아니라 볼 순 없을...걸...? 잘 모르겠다. 대웅전 안에 사본은 있더라.
대웅전 앞에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 절에서 좋은 것만 얻어먹었는지 털에 광택이 반지르르하다. 이름이 해탈이 극락이 뭐 그럴느낌이네.
대웅전을 지나쳐서 조금 더 가면 물맛이 그렇게 좋다는 원효샘과 나한전이 있다. 나한전 옆으로 나한전 안은 사진을 안 찍었고, 물은 조금 먹었는데 맛이 좋더라. 여기 물로 차를 끓이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물통에 한 통 담아가지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일주문 옆 약수터에서도 약수 한 잔. 코로나 때문에 바가지가 없어졌다. 물맛은 뭐 무난한 편이다. 아저씨들이 들통을 가져와서 담아가시더라.
자재암 부지런히 갔다오면 한시간쯤 되겠지~ 하고 갔는데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배가 고프니 얼른 밥먹으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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