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두부 맛집, 할매손두부에서 매콤순두부정식과 콩국수
사보이시티 건물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끔 가는데, 안쪽으로 할매손두부라는 가게가 잘 보인다. 항상 한번쯤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정식이 특히 괜찮다고 하더라고? 비는 안 오지만 두부가 당기길래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가 봤다.
호오... 콩과 두부, 두유의 효능이 적힌 안내판이 벽에 걸려있는 걸 보니 맛집일 확률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사실 뭐든지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고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건은 아니지만 가끔은 콩단백질로 고기를 대체하는 것도 괜찮지.
내부는 이런 느낌인데, 가운데 4인석 서너개가 쭉 붙어있고 양 옆으로 4인석 테이블이 놓여있다. 점심시간에는 일행과 다 같이 맞춰오면 괜찮을 것 같고, 저녁에는 그렇게 붐비는 편은 아니었다.
할매손두부 메뉴판. 각종 순두부찌개가 있고, 단품 메뉴에 2천원을 추가하면 정식을 먹을 수 있다. 보쌈과 전골, 전병 같은 메뉴도 있어서 저녁에 술 한잔 하기에도 괜찮다. 짜글이는 2인분부터 가능한 게 좀 아쉽네. 일단 정식이 괜찮다는 말도 들었고, 처음 왔으니 가장 클래식한 메뉴를 먹어보자! 하고 매콤 순두부 정식을 시켰다. 정식이 만원이면 상암에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네.
찌개가 나오기 전에 기본 밑반찬이 깔린다. 반찬은 그날따라 조금씩 바뀔거고, 무려 두부김치가 기본 반찬으로 나온다! 여기에 정식을 시키면 보쌈고기 세 점과 무말랭이가 추가 반찬으로 나오는데, 와 이럼 정식 먹어야지. 그것도 내가 보쌈 고기 마지막이어서 내 다음에 온 사람들은 정식을 못 시켰다. 빨리 와야겠네.
밥 상태도 괜찮다. 공깃밥 양은 일반적인 가게보다 살짝 적은 느낌인데 두부가 든든하다보니 같이 먹었을 때 적은 느낌은 아니었다.
반찬을 먹으면서 찌개를 기다린다. 일단 두부 자체가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씹는 식감도 있는데, 콩 비린내는 없으면서 고소한 맛이 진하게 난다. 볶음김치는 김치냄새와 신 맛이 강한 편이라 한쪽만 김치를 올려먹고 나머지는 두부 자체만 먹었다. 두부 진짜 맛있네...
정식에 같이 나오는 보쌈은 살짝 달게 무친 무말랭이와 같이 먹는다. 색이 아주 예쁘게 빨간 것 치고 맵지는 않은데, 오독한 식감과 적당히 매콤달콤한 양념이 보쌈고기와 잘 어울린다. 고기는 부드럽고 비계는 쫄깃한데 냄새도 안 나고 보쌈고기 정말 맛있더라. 다음에도 찌개 메뉴 시킬거면 꼭 정식으로 먹어야지.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다.
반찬을 먹고있으니 금새 순두부찌개가 나온다. 뚝배기에 나와서 펄펄 끓으니 한 김 식혀 먹어야 데지않는다. 그 동안 반찬으로 나온 두부 먹고 있으면 딱이다.
흔히 생각한 순두부찌개 비주얼과는 약간 다른 느낌인데, 고추기름이 많지 않고 국물이 많은 약간 탕스러운 느낌이 난다. 두부가 직접 만든 것이라 그런지 훨씬 큼직하기도 하고. 매콤순두부인데 고추기름이 빨간 게 생각보다 더 맵겠는데? 싶었다만 실제로 먹으니 칼칼한 맛이 나는 정도고 그렇게 맵지는 않았다. 그냥 무난한 순두부찌개랑 비슷한 매운맛. 두부는 정말 야들야들하고 뜨겁고 맛있다. 진한 콩맛은 아무래도 모두부가 더 나은 편이지만 이것도 부드럽고 맛있다.
매콤순두부찌개를 먹고있는데 두 테이블이나 콩국수를 시켜 먹길래 두 번째 왔을 때는 콩국수를 시켰다. 아무래도 찌개를 먹을때보다는 반찬이 단촐하게 나오는데, 그래도 두부김치는 주신다. 열무김치는 무난한 맛이었는데 두부가 진짜 너무 맛있어서 콩국수 나오기 전에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다 먹고 핸드폰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두부 더 드릴까요? 하고 물어봐주셔서 리필도 받아 먹었다.
그리고 대망의 콩국수. 고명이 하나도 없고 콩국이 그득 나오는 스타일이다. 집에서 먹을때는 맑은 콩국에 오이채를 듬뿍 얹어 먹는 걸 좋아하지만 요새는 물가가 비싸서 그런지 가게에서 사 먹을 때는 콩국이 진하고 고명이 없는 스타일이 더 좋다. 그래도 좀 허전한 느낌이 있어서 깨 정도는 있었어도 좋지 않을까요...
국물 농도는 이 정도. 엄청나게 꾸덕한 정도는 아니지만 떠먹었을 때 적당히 농도가 있고, 면에도 묻을 정도는 된다. 이미 간이 되어 나와서 따로 간할 필요 없이 바로 먹으면 된다. 진한 콩 맛이 나지만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고 발란스가 딱 좋다.
면은 찰지게 삶은 소면이다. 가게에 따라 중면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집에서도 원래 소면을 넣어먹어서인지 아주 취향에 잘 맞았다. 씹으면 찹찹 소리가 날 정도로 찰진 소면에 진한 콩국물 조합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집에서 만들어서 안 거른 것만큼 진한 콩물은 아니지만 콩 맛이 진하게 나면서 면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숨도 안 쉬고 열심히 먹었다.
콩물을 완전 바닥까지 닥닥 긁어먹었다. 많이 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콩물이 너무 맛있어서 끝까지 다 먹게 되더라. 진짜 맛있게 먹었네. 괜히 다들 콩국수를 시키던 게 아니었다. 날이 추우면 찌개 먹고 날이 더우면 콩국수 먹으면 되겠다. 콩국수도 정식으로 주문 되나? 정식으로 된다면 정식으로 시키는 것도 괜찮겠다.
현금결제하면 엿이 서비스라고 한다. 잣엿 호두엿 호박엿이라... 두부집과 엿은 무슨 조합인지 모르겠네. 다음엔 한번 현금결제하고 먹어볼까. 가게 밖에는 콩비지가 놓여있는데 필요하면 가져가서 요리해먹으라고 레시피까지 적혀있었다. 하 집이 먼 게 아쉽네. 가져가서 전을 부치거나 찌개 끓이면 맛있겠다.
매콤순두부정식은 10,000원, 콩국수는 9,000원. 콩국수도 맛있긴 한데 순두부찌개 정식이 더 든든한 식사인 것 같기는 하다. 점심으로 먹기에는 콩국수도 좋지만 저녁식사로 먹기에는 살짝 허하긴 해서 저녁이라면 정식을 주문하는 게 낫겠다. 매콤 순두부찌개도 맛있었지만 두부 맛이 양념에 묻히는 것 같아서 다음에 오면 들깨순두부 정식으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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