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면선 외대점에서 곱창국수와 루로우판
대만 가면 다들 꼭 먹고오는 곱창국수가 있는데, 바로 시먼딩의 아종면선이라는 가게다. 약간 전분기가 있는 가쓰오부시 베이스 국물에 푹 퍼진듯 특이한 식감의 면, 듬뿍 들어간 곱창까지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서 날이 추울때 가끔씩 생각나는 메뉴다. 나도 대만에 여행갔을 때 먹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아 큰 걸로 시킬걸 그랬다 했던 기억이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은 그 아종면선의 한국 분점, 아경면선이 있다는거다. 예전에는 조금 더 많았다는 것 같은데 지금은 이촌동에 하나, 외대앞에 하나 있다. 이촌동은 보통 박물관 갈 때만 가는데 박물관과 은근 멀어서 가본 적이 없고, 마침 외대 근처에 간 김에 들려서 곱창국수를 먹고 왔다.
위치는 딱 외대역과 회기역 중간쯤이다. 외대역에서 내려서 외대 앞 사거리 까지 간 다음 경희대방향 언덕으로 올라가다보면 나온다. 가게가 크지는 않은데 바깥에 곱창국수 파는 집이다, 하는 아웃테리어가 잘 되어있어서 알아보기는 쉽다.
내부는 이런 느낌. 들어가면 정면으로 거대한 현판이 걸린 카운터가 있고, 양 옆으로 바 좌석이 7석 정도 있다. 한둘이서 간단하게 먹고 가거나 포장해가기에 좋은 가게다. 끼니 시간쯤 되니 사람이 은근 많았는데, 아무래도 매장에서 먹는 사람보다 배달포장 주문이 훨씬 많았다.
아경면선 메뉴판. 뭐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곱창국수 / 오징어국수 / 차돌국수 세 가지로 나뉘고, 밥 메뉴는 대만식 돼지고기 덮밥인 루로우판 하나다. 여기에 버블티가 여러가지. 국수와 버블티, 국수와 루로우판, 국수+루로우판+버블티 세트가 있다. 곱창국수와 오징어국수는 중간컵 4,500원 / 큰컵 5,500원, 차돌국수는 700원 비싼 5,200원 / 6,200원이다. 토핑은 추가도 가능하고, 사이즈도 두 가지이니 취향껏 주문하면 될 듯.
카운터에 중간컵과 큰컵 그릇이 있어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루로우판 단품 주문시 미니사이즈 국수가 2,500원이니 밥이 더 좋다면 루로우판 단품+미니국수 8,500원 세트를 해도 될 듯. 곱창국수에 들어가는 야채는 부추와 고수 중 선택이었는데 이제는 고수 없이 부추 유무만 고르게 변경된 것 같다.
뭘 주문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대만의 그 맛은 아니겠지 싶어서 곱창국수 중간컵과 루로우판 미니사이즈가 나오는 루로우 세트 1번을 주문했다. 가격은 7,600원. 그렇게 엄청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이다.
출입문 바로 앞에 냉장고와 밥솥, 단무지가 있다. 물은 냉장고 안에 들어있고 물과 밥, 단무지 모두 셀프. 먹을만큼 가져오고 기다리는 동안 곱창국수 맛있게 먹는 법을 읽고 있으면 된다. 칠리소스를 잘 섞고, 고수/부추는 아래로 밀어넣어 살짝 익힌다음 국물과 같이 스푼으로 떠 먹으면 된다고 한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주문도 얼추 비슷하게 해서 한꺼번에 면을 익혀서인가 비슷비슷한 시간에 음식이 나왔다. 흔히 국그릇으로 사용할만한 그릇에 가득 담긴 곱창국수와 미니사이즈 루로우판. 루로우판은 흔히 생각하는 사각형으로 썬 삼겹살이 아니라 잡채거리처럼 생긴게 조금 특이하다.
우선은 기대하던 곱창국수부터 먹어봐야지. 부추는 국수 맨 아래로 밀어넣고, 칠리 소스를 잘 섞어서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숟가락이 한국 흔한 수저보다 더 크고 동그란 타입이라 곱창과 부추, 국수, 국물까지 한번에 떠진다. 칠리소스를 넣어 살짝 칼칼한 국물과 부들부들한 면발, 쫄깃한 곱창까지. 곱창은 9조각 정도로 많지 않은 편이라 곱창을 좋아한다면 천원 더 내고 추가하는 게 좋겠다.
대만 곱창국수와 비교하면 부들부들한 면발과 쫄깃한 곱창은 비슷한데, 국물 맛이 좀 다르다. 대만 버전은 가쓰오부시 베이스라면 아경면선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멸치 맛이 더 강하고, 대만은 칠리, 마늘, 식초를 다 넣는 반면 아경면선의 칠리소스는 좀 더 고춧가루 맛이 강조된다. 그리고 부추. 의외로 부추 맛이 굉장히 강하게 나는데 별로 안 어울리더라.
국수와 곱창을 다 떠 먹은 다음 냉장고 옆 밥솥에서 밥을 한숟갈 정도 가져다 먹으면 딱 좋다. 굳이 큰컵 시키는 것보다 작은컵에 곱창추가로 시키고 밥 한숟갈 떠다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괜찮겠다.
좀 특이한 스타일의 미니 루로우판. 가늘게 썰어 조린 돼지고기와 조림국물, 대파가 올라가있다. 부위는 삼겹살은 아닌 것 같고 후지인가? 약간 뻣뻣해보였는데 막상 먹으면 굉장히 부드럽다. 루로우판 특유의 팔각 등 향신료 냄새가 강하지 않고, 단맛이 조금 강한 장조림 맛에 가까워서 누구든지 맛있게 먹겠다. 내 입맛에는 좀 단 편이었는데 곱창국수의 살짝 매콤한 국물과 같이 먹으면 밸런스가 괜찮았다.
곱창국수가 작은 사이즈긴 했지만 루로우판도 먹고 밥도 한숟갈 말아먹으니 식사로 충분한 양이었다. 자주 다니는 동네였다면 자주 올 것같은데 외대에 올 일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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