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가족여행 1일차 - 09. 우여곡절 끝에 짜까탕롱에서 짜까 먹기! 나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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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해서 잠시 쉬고, 샤워도 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어쩌다보니 12시에 밥 먹고 7시 다 되도록 먹은게 커피뿐이어서 다들 배고픈 상태. 조식을 제외하고 하루 2끼 먹는다고 할 때, 한 끼는 조금 비싼 식당에서 먹고, 한 끼는 가볍게 현지식으로 먹기로 계획했어서 쌀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맛집이라고 알려준 포 틴Pho Thin. 호텔에서 걸어서 한블럭 반 정도? 야시장과도 가까워서 가볍게 쌀국수 먹고 야시장으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했다. 날씨만 좋으면 최고일텐데.
매주 금 토 일은 호안끼엠 호수 북쪽부터 동쑤언 시장까지 야시장이 열려서 근방의 도로는 모두 차 없는 거리가 된다. 덕분에 오토바이 하나 없는 도로를 걸을 수 있었는데 비가 와서인지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더라. 차도 없고 오토바이도 없고 사람도 없고. 거기에 포틴이 워낙 호텔에 가까운 데 있어서 금방 도착했다.
Phở Thìn - 1955
Address : 61 Đinh Tiên Hoàng, Lý Thái Tổ, Hoàn Kiếm, Hà Nội
Opening Hour : 6:00 - 13:00, 17:00 - 22:30
Tel : +84 339 253 464
Web Site : http://pho-thin-bo-ho.business.site/
Google maps : https://maps.app.goo.gl/8dTm6
사진은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거다. 낮에 가면 저런 분위기일지도? 다만 우리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두운 저녁에 저길 갔다는 게 문제.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간판이 있고, 골목 안쪽으로 좀 들어가야 식당이 나온다. 낮에 찍은 사진에서도 좀 어두침침해 보이는데, 저길 밤에 간다면(….) 보기에 심히 음침해 보인다. 골목에 들어가기 좀 무서운 그런 느낌? 나는 그런거에 신경쓰는 타입이 아닌데(맛만 있으면 됨), 우리 엄마는 저런거 질색하시는 분이라, 결국 저녁은 다른 데에서 먹기로 했다.
그래서 서브 음식점으로 찍어 놓은 곳 중 저녁식사로 어울리는 짜까를 먹으러 가기로. 짜까는 가물치과의 민물생선인데, 이 생선을 튀겨서 야채, 쌀국수와 곁들여 먹는 음식 이름도 짜까다. 관광객들이 하노이 시내에서 짜까를 먹는 경우 주로 원조 짜까집인 짜까라봉 / 짜까탕롱, 이 두 곳을 주로 가는데, 우리는 굳이 짜까 거리까지 가기도 좀 그렇고, 짜까탕롱이 좀 더 한국인 입에 맞는다는 평을 봐서 짜까탕롱에 가기로 했다.
사실 짜까탕롱을 갈 생각은 없었던 것이, 나와 엄마는 생선을 좋아하지만 아빠와 동생은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이고, 짜까에 곁들여 먹는 채소가 아마 향채를 못 먹는다면 입맛에 안맞을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 ‘한 번 가보고 싶긴 하지만 이번에는 날이 아닌가보다’ 정도 상태로 유보시켜 놓은 가게였다. 그런데 뭐,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지붕과 테이블이 제대로 갖춰진 식당인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는 거 아니겠나. 워낙 하노이에는 노상에 목욕탕 의자 깔아놓고 먹는 음식점이 많으니까.
짜까탕롱으로 가는 길, 호안끼엠 호수 북쪽 광장. 홍대 걷고싶은 거리처럼 사람들이 나와서 공연을 하는 데, 마술 공연이 인기가 있어서 잠깐 구경했다.
CHẢ CÁ THĂNG LONG RESTAURANT
Address : 19 - 21 - 31, Dương Thành, Hoàn Kiếm, Hà Nội
Opening Hour : 11:00 – 21:30
Tel : +84 24 3824 5115
Web Site : http://www.chacathanglong.com/
Googe maps : https://maps.app.goo.gl/4hXZJ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짜까 3인분과 타이거 맥주 1개, 하노이 맥주 1개를 주문했다. 음료와 디저트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는 160,000동인데, 4명 모두 주문해야하는데 내 생각에 우리 집 사람들이 4인분을 먹을 것 같지는 않아서, 단품메뉴로 주문했다. 지금 와서 보니 사이공 맥주랑 하노이 맥주가 같은 값인데 왜 하노이 맥주를 시켰지? 맥주 맛은 타이거>사이공>하노이 순이니 같은 값이면 타이거나 사이공 드세요. 내 취향은 사이공.
주문을 하면 기본적으로 수저와 빈 그릇을 세팅해주고, 후라이팬에 오일을 두르고 짜까 튀긴 것을 얹어서 나온다. 우리나라 고깃집에서 불판 놓듯이 가스를 켜고 팬이 달궈지면 쪽파와 딜(허브)를 넣고 살짝 숨이 죽을 때까지 볶으면 완성.
이렇게 개인 접시에 삶은 분(가는 쌀국수)을 넣고 짜까와 볶은 야채, 사이드로 나온 땅콩과 파채, 고추, 취향에 따라 고수를 올린 후 피쉬소스를 뿌려 먹는다. 직원이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줌. 기본적으로 나오는 땅콩은 더 달라면 더 주고, 고수를 음식에 뿌리지 않고 따로 접시에 담아 주어서 못 먹는 사람들은 알아서 빼고 먹으면 된다는 점이 편하다.
짜까의 맛은 일단 흰살생선이어서 부드럽고 향이 없는데, 살이 두툼한 편이라 씹는 맛이 있다. 민물고기인데도 비린내가 없고, 튀김옷에는 강황을 비롯해서 약간의 가미가 된 것 같긴하지만 특별히 튀는 맛이 나지는 않는다. 짜까만 먹으면 심심한 동태전을 먹는 맛. 여기에 익숙한 쪽파와, 한국에서 흔히 먹지 않는 딜이 들어가 맛에 변주를 준다. 서양 요리에서는 연어같은 생선 요리에 가끔 쓰이는 허브지만,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자생이 안 되는 같으니 익숙하지 않은 허브다. 특유의 향이 있지만 과하지는 않아서, 아 이런 맛이구나 하고 알게 되면 고수처럼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는 것 같다.
국수가 좀 떡져서 나오는게 아쉽지만, 생 파채와 볶은 야채, 짜까를 올리고 피쉬소스를 뿌려 입에 넣으면 오히려 탱탱한 국수였다면 국수만 따로 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 입에 다 넣고 씹으면 처음에는 딜과 쪽파의 향이 훅 올라왔다가 파채의 알싸한 맛과 고추의 매운 맛, 피쉬소스의 짭쪼름한 맛이 나고, 마지막에 볶은 땅콩이 씹히면서 고소하게 마무리가 된다. 땅콩이 없으면 맛이 안 나니, 넉넉하게 넣는 것이 좋다. 고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약간 올려서 먹으면 튀긴 생선을 기름에 볶은 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느끼함을 잡아준다.
소스는 느억맘이라고 부르는 피쉬소스가 기본이지만, 달라고 하면 맘똠이라는 삭힌 새우젓갈을 가져다 준다. 삭힌 새우젓을 갈아서 보라색을 띄는 맘똠은 향과 맛이 무척 강하니, 조금만 넣어서 먹어 보고 입에 맞으면 더 먹을 것. 나는 맘똠 약간과 느억맘 약간을 섞어서 뿌리니 제일 맛있었다.
사진이 3인분이라니 많아보이지 않지만, 저기에 쪽파와 딜이 냉면기로 한 대접 쯤 들어가고 쌀국수가 1인분에 한 접시 씩 나오니 결과적으로는 양이 무척 많아진다. 4인분 시켰으면 절대 다 못 먹었을 듯. 거기에 예상대로 우리 부모님과 동생은 많이 못 먹어서 내가 먹을 양이 많아진 것도 있다. 아빠는 완전 한식파시라 딜 냄새와 피쉬소스도 낯설어하셨고, 엄마는 못먹을 맛은 아니지만 뭔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는 평과 함께 손을 떼셔서, 동생이랑 나는 열심히 먹었는데 애초에 동생이 생선을 좋아하지를 않는지라 결국 나만 잘 먹은 저녁식사였다.
총 짜까 1인분에 120,000동으로 3인분에 360,000동, 타이거 맥주 30,000동 하노이 맥주 30,000동. 총 420,000동으로 한화로는 약 21,000원이다. 싼 가격에 특이한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우리 가족처럼 생선을 싫어하거나 / 고수를 포함한 각종 향채, 허브를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고수가 따로 나오기는 하는 데 식당 자체에서 고수냄새가 나서 별로였다는 평을 적어달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고수를 잘 먹고 생선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매우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일 베트남 음식스럽게 밥을 먹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여서 부모님은 매우 불만족하신 식사였다. 가족여행시에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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