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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겨울이면 생각나는 명동교자 칼국수, 명동교자 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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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생각나는 명동교자 칼국수, 명동교자 분점

 

 

 

코로나가 심해지고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니 명동이 아주 난리다. 어지간한 1층 매장들은 다 임대가 붙었고, 포장마차들도 다 없어졌다. 이렇게 한가한 명동 거리라니. 그나마 있던 음식점들도 거의 폐업이 붙었는데, 그래도 명동 터줏대감인 명동교자는 아직 건재하다.

 

 

여기는 명동교자 분점. 본점과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명동역 쪽에서 걸어오면 본점이 가깝고, 을지로 쪽에서 걸어오면 분점이 더 가깝다. 매번 본점만 가다가 더 걷기가 귀찮아서 분점으로 들어왔다.

 

 

2017년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이후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선정되었는지 달려있더라.

 

 

 

항상 직원이 많은 곳이라 응대도 빠른데, 저녁시간이라 자리가 좀 붙은 감은 있더라. 자리에 앉으면 우선 민트 향이 엄청나게 쎈 자일리톨 사탕을 인당 한 개씩 주는데, 명동교자의 시그니쳐인 마늘 김치를 먹고 나서 입가심을 하는 용이다.

 

 

 

메뉴판. 칼국수와 비빔국수, 만두에 계절메뉴인 콩국수(4~10)가 끝이다. 칼국수와 비빔국수는 9,000, 만두와 콩국수는 10,000원이다.  2016년쯤 지금의 가격으로 올렸는데, 그나마도 올해 2월부터 칼국수와 비빔국수가 천원씩 올라 10,000원이 된다길래 얼른 다녀왔다. 

 

주문은 칼국수 두 개. 비빔국수는 너무 무난한 맛이라 같은 값이면 당연히 칼국수가 훨씬 맛있고, 만두는 가격 대비 퀄리티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만두와 같은 소를 사용하는 완탕이 4개 들어있고, 1 1면을 주문하면 면사리와 밥을 주문할 수 있으니 칼국수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

 

 

결제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미리 한다. 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라서인지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더라. 카드를 줬는데 1인분만 결제해서 두 번 결제했다. 그런데 대표자 이름이 외국인 이름이네? 명동교자 팔린건가?

 

 

테이블에는 만두용 간장과 소금, 후추, 식초와 물컵이 있다. 수저는 테이블 안에 들어있는데, 테이블 옆에 수저통이 있는게 아니라 사람이 앉는 쪽에 있는 게 조금 불편하다.

 

 

명동교자의 시그니쳐인 마늘이 정말 많이 들어간 김치.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마늘 냄새가 올라온다. 워낙 소진이 빠르다보니 항상 일정한 맛이 나는데, 칼국수 국물이 워낙 진하고 기름진 편이라 칼국수와 같이 먹기 좋다.

 

 

그리고 칼국수. 끊임없이 조리되는지 결제 되고 바로 나온다. 약간 갈색빛이 도는 국물 위에 조그만 완탕이 4개 올라가 있고, 돼지고기와 양파, 부추, 목이버섯을 볶은 것을 한 국자 정도 얹어 준다. 

 

 

잘 섞어준 뒤 한 젓가락. 야들야들하게 익은 면발과 진한 닭고기 육수, 볶음고명이 잘 어울린다. 누가 이 맛을 짜장면 맛이라고 표현했던데, 고기와 양파가 들어간 볶음이 짜장면 느낌이 나기도 한다.  MSG맛이겠지. 사실 그렇게까지 특별한 맛이거나 너무너무 맛있다 싶지는 않은데, 추억보정도 약간 되고 명동의 터줏대감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계절마다 적어도 한번씩은 오게 되는 것 같다. 먹으면 별거 아닌데 안 먹으면 생각나는 그런 메뉴라고 할까?

 

 

완탕은 이렇게 1작은술 되는 고기소를 밀가루 피로 싸 두었다. 시판 물만두보다 조금 작은 크기인데, 4개나 들어있으니 만두 한 개 정도 양은 되는 것 같다. 고기 소 자체는 평범한 맛인데, 진한 국물과 같이 먹으면 나름대로 별미다.

 

 

호록호록 잘 넘어가는 국수를 다 먹고 나서 밥을 시켰다. 1 1국수를 시켰다면 국수 사리도 리필할 수 있는데, 이날은 충분히 배가 부르기도 하고 밥이 먹고 싶더라. 따로 적혀있는 건 아니지만 달라고 하면 크게 2~3숟갈 정도 되는 조밥을 가져다 준다. 

 

 

고기 고명이 아래로 가라앉아서 밥을 말아 먹으면 남은 고명과 국물이 어우려져서 고깃국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약간 쌀쌀할 때 면을 먹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으면 한국인 취향에 딱 맞는 조합. 이날도 정말 바닥까지 싹싹 다 긁어 먹었다.

 

매번 본점에만 가다가 분점에 굉장히 오랜만에 왔는데, 왜 매번 본점에 갔었는지 알 것 같았다. 원래 명동교자는 아무리 사람이 미어터져도 착석-주문-결제-식사가 착착착 되는 가게였는데, 분명 같은 브랜드에 시스템도 똑같을텐데 훨씬 정신사나운 느낌이더라. 자리 안내를 받을때부터 무전기로 몇번 테이블 배정받고 들어가는데 우리가 배정받은 옆 테이블과 붙은 4인 테이블에 혼자 온 사람이 앉아있기도 하고, 칼국수 두 그릇인데 그 계산을 잘못해서 다시 계산하지를 않나, 옆 테이블에 김치 좀 더 달라는 말을 5분 정도 열댓번을 하고 나서야 갔다주지를 않나.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겨울에는 칼국수, 여름에는 콩국수 먹으러 명동교자에 참 자주 왔는데, 이제 가격이 오를 거라니 조금 부담스럽다. 뭐 콩국수 집이야 이미 12,000원이 넘는 집들도 많지만, 그래도 명동교자는 그런 집들과는 달리 명동에 왔다가 패스트푸드 느낌으로 맛있고 저럼하고 빨리 나오는 맛인데, 칼국수가 만원이 된다니 물가가 정말 미친듯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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