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 뇽즈, 오므라이스 정식과 매콤 로제 돈까스
연남동과 연희동 사이, 동교동 삼거리에서 연희동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골목에 있는 뇽즈. 오므라이스가 맛있다고 유명한 집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뭘 먹을까 하다가 인테리어가 괜찮고 음식도 맛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미리 한줄요약 : 재방문 의사 없음
주말 점심시간이었는데 운이 좋게 웨이팅 없이 들어갔다. 4인 테이블이 5개 정도 되는 작은 가게라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을 꽤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밥 먹는 중간중간에도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단 가게에 들어와서 패드로 리스트 작성을 하고 가게 밖에 벤치에서 기다리는 방식이었다.
커트러리와 물 잔은 미리 세팅되어 있다. 인테리어에 맞게 소품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뇽즈 메뉴판. 실제로는 인쇄된 메뉴판을 주는데 너무 너덜거려서 사진으로는 잘 안 나오길래 네이버 지도에 있는 것을 가져왔다. 크게 오므라이스와 돈가스 두 종류가 있고, 소스에 따라 일반과 로제로 나뉜다. 오므라이스는 베이컨이나 새우, 돈까스, 스테이크를 추가할 수 있고, 돈가스는 곱빼기로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에 식전빵이나 아란치니 같은 앙트레, 수프와 식전빵, 주스가 같이 나오는 세트메뉴가 있다.
우리는 종류별로 하나씩 먹어보자 싶어서 오므라이스 정식 하나와 매콤 로제 돈가스를 주문했다. 오므라이스는 베이컨과 새우 중 토핑을 고를 수 있길래 새우로 고르고, 음료는 주스로. 돈까스는 이탈리안 치즈 돈가스를 먹을지 매콤 로제 돈가스를 주문할지 고민하다가 로제 오므라이스도 있으니 로제가 맛있겠지 싶어서 매콤 로제 돈가스로 주문했다.
주스는 뭐가 나오나 싶었는데 델몬트 콜드 오렌지 주스가 나온다. 컵이 예쁜 것이 나와서 반을 나눴는데, 다 따르고 보니 기본으로 나온 물 잔이 더 작아서 거기에 따르는 게 더 예뻤을 것 같더라. 양이 250ml라 둘이서 살짝 부족하게 나눠먹기에는 딱 좋았다.
맨 먼저 나온 수프와 식전빵. 식전빵은 바게트가 두 조각 나온다. 수프는 크림수프였는데 고기와 야채가 꽤 많이 들어있었다. 양도 넉넉한 편이고 온도감이나 농도도 적당해서 맛있게 먹었다.
수프를 먹고 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메뉴가 나왔다. 파란 접시에 담긴 오므라이스와 나무 접시에 담긴 매콤 로제 돈가스. 오므라이스는 토마토와 파슬리로 장식되어 나오고, 돈가스는 밥과 야채 샐러드, 할라피뇨가 곁들여 나온다.
오므라이스는 고슬고슬한 볶음밥 위에 부드러운 반숙 계란을 올리고, 데미그라스 소스를 부어 나온다. 소스는 단 맛이 꽤 강하고 신 맛이 약한 타입이라 불맛 나는 볶음밥과도 잘 어울렸다. 괜히 오므라이스를 많이 시키는 게 아니구나. 소스는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면 된다고 하니 섞지 말고 떠서 먹으면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겠다.
오므라이스는 세트로 주문해서 토핑을 고를 수 있었는데, 베이컨과 새우 중 새우를 골랐는데 겉으로 보기엔 왜 새우가 없지? 했더니 계란 밑에 들어있었다. 꽤 큼지막하고 통통한 새우가 4마리 들어있어서 둘이서 나눠 먹어도 새우가 적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매콤 로제 돈가스. 일단 여기서 좀 놀란 게... 나는 살면서 돈가스처럼 나이프 쓰는 음식이 나무 식기에 나오는 건 처음 봤다. 코팅이 다 벗겨져서 생나무가 그대로 드러난 그릇 위에 올려진 돈가스와 그 아래로 보이는 저 수많은 칼질자국... 아무리 식기세척기로 닦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벗겨진 거면 그릇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애초에 칼질하는 음식을 왜 나무로 된 접시에 담지?
돈가스 자체는 양도 많고 고기도 두툼하고 바삭바삭하니 맛있었다. 사진으로 보니 돈까스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이는데 두께가 있는 편이라 굉장히 배부르다. 곱빼기를 시키면 두 명이서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 다만 매콤 로제소스가 설명에 적힌 것처럼 신라면 정도는 절대 아니고, 꽤 매워서 거의 불닭볶음면 급으로 맵다. 내가 로제 시키자고 했는데 너무 매워서 친구한테 좀 미안하더라;; 친구 말대로 이탈리안 치즈 돈가스를 시킬걸 그랬네.
오므라이스 정식이 14,000원, 매콤 로제 돈가스가 11,500원. 둘이서 수프에 식전빵, 메인에 주스까지 먹고 25,500원이니 요즘 연남동 물가 생각하면 가성비는 나쁘지 않았다. 오므라이스가 맛있다고 유명한 곳이고 웨이팅 없이 들어간 것도 괜찮았고.
그런데 왜 재방문 의사가 없냐면, 일단 어느 분이 사장님인지는 모르겠다만 주방에서 일하는 두 명이 전부 마스크를 안 쓴다(방문 당시 마스크 해제 전이었음). 뭐 마스크 쓰고 주방에서 일하면 불편하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음식을 하거나 서빙하면서 내내 말을 하는데 마스크를 안 쓴다. 특히 주방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말을 하는데, 이 정도로 말을 많이 하면 조리용 투명 플레이트라도 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주방이 분리되어 있어서 안 들리면 모를까 밥 먹는 내내 뭐라고 대화하는지 다 들리는데... 뭐 일 많은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다른 손님들 있는데 오픈주방에서 손님이 이렇네 저렇네 말하나 싶다. 입장 안 한 사람들이니 당사자들은 못 듣겠지만 이미 앉은 사람들한테는 얘네는 어쩌고 쟤네는 어쩌구 다 들리는데 내 돈 내고 남의 불평 들으면서 밥 먹고 싶진 않다. 뭐 20명이 단체로 와서 돈 안 내고 먹는다는 것도 아니고 인원이 많은 게 싫으면 애초에 4명 이상은 안 받는다고 하면 되고, 웨이팅 리스트 작성을 일일이 안내하기 싫으면 패드를 가게 밖으로 빼 두면 될 텐데. 이제 뭐 우리 나가고 뭔 말을 했을지 무서워서 가겠냐 ㅎ. 아무리 음식이 맛있고 가격이 괜찮아도 이런 식당에 다시 가고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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