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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영화 82년생 김지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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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후기

 

 

어제 친구와 만나서 맛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좀 놀다가 영화를 보러갔다. 메세나폴리스 2층에 있는 롯데시네마 합정점. 관 4개? 5개?짜리 조그만 영화관이다. 

 

 

롯데시네마 합정점

Address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415-419

Tel : 1544 8855

Web Site : http://www.lottecinema.co.kr

Google Maps :https://goo.gl/maps/esJEh4qe3xyDn9mr7

 

롯데시네마 합정 ·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45

★★★★☆ · 영화관

maps.google.com

 

롯데시네마는 처음 와보나? 거의 CGV와 메가박스만 이용했던 것 같다. 영화관 규모가 작아서 티켓 발권기도 3대뿐인데, 예매 번호 넣으니 별로 확인할 것도 없이 바로 티켓이 나온다. 티켓 발권기는 CGV / 메가박스 / 롯데시네마 중 롯데시네마가 가장 나은듯.

 

 

포스터와 티켓. 저 포스터에 공유 너무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정유미는 무덤덤하면서 체념한 표정이 잘 나타나서 괜찮은데, 공유는 너무 자기연민이 넘치는 표정. 하늘색 코트 입은 단독 포스터가 더 영화와 잘 어울리는데, 물론 공유도 넣어야 해서 골랐겠지만 메인 포스터가 좀 별로다.

 

영화관 입구 바로 앞이 매점이라, 영화관 전체에 팝콘 냄새가 난다. 냄새는 끝내주는데 점심을 늦게먹어서 이번에는 패스. 물 한병만 사서 입장했다.

 

4 / 4 / 2 / 4 / 4 면 그렇게 작은 규모는 아닌데, 스크린이 생각보다는 안 컸다. 뭐 그렇다고 몰입에 방해 될 정도는 아니었고, 조금 작지않나..? 싶을 정도. 대신 온도가 좀 높은 편이라, 영화 다 보고 나니 많이 덥더라.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영화내용은 뭐......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니까. 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이라는 여자의 삶에 대한 영화다. 어려서부터 현재 시점까지, 대부분의 여자들이 일생동안 숨쉬듯 겪는 특별할 것도 없는 사건들이 중첩된다. 이 영화에서 작정하고 울리려고 만든 씬은 하나밖에 없는데, 엄마와 김지영 사이 그 미묘한 관계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장면. 나머지는 그냥 김지영의 하루와, 일생을 건조하게 보여주는 정도. 다른사람이 빙의되는 것 같은 이상행동을 보이던 김지영이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고, 본래 꿈꾸었던 작가로 한 발짝 내딛는 걸로 영화가 끝난다.

 

그야말로 ‘순한 맛’.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좀 더 대중성을 높이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끼워넣은 장치들이 눈에 띈다. 아마 정신분열증으로 보이는 확실한 정신병 증세라던가, 치료를 시작하고 글을 쓰는 김지영이라던가. 결말은 ‘그래서 우리 모두 해피엔딩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인 것까지. 솔직히 이게 남녀갈등이네 어쩌네 논란이 되는 게 더 우습다. 

 

아마 문제는, ‘저건 당연히 성차별적인 행동이다‘ 라고 인식되는 몇 가지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김지영의 삶 전부다. 저 포지션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김지영과 같은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있다면 잠깐 화면에서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앞뒤상황까지 그릴 듯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거다. 

 

 

김지영은 80년대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공무원에, 어머니는 가정주부. 딸 둘 아들 하나인 집의 둘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간접 배경까지 끌어온다면, 어려서부터 서울에서, 자가로 추정되는 꽤 규모가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다. 아버지는 90년대에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 올 정도의 지위에 있었고, IMF가 터졌어도 딸 둘 다 대학을 보냈을 정도로 넉넉하고 나름 깨어있는 집안에서 살았다. 대학을 졸업해서는 대기업으로 추정되는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했고, 결혼해서 퇴직했지만 남편도 대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규모의 회사에서, 승진 적체없이 무난하게 근무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은 주방과 거실이 일직선 규모에, 방이 2개, 화장실, 주방에 이어진 베란다가 있는 구조로 볼 때 18평에서 24평 내외로 보인다. 광명시에서 20평 내외에, 신축인 전세 혹은 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외벌이로 26개월 딸아이를 키우는 데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즉 김지영은 어려서부터 극중 시점까지, 인생의 풍파랄 것도 없는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경상도출신인 남편의 태도와, 김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 주위 사람의 반응 같은 걸 고려하면 아마 가정주부 포지션에서 최상위권 수준. 특히 >80년대생이 무슨 차별을 얼마나 받았냐고 난리냐< 라고 주장하는 일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영화에서는 어렸을 적 – 학창시절 – 회사원 시절 – 현재의 김지영을 골고루 보여주는데, 이 때마다 사회적으로 ‘성차별적이다’ 라고 여겨지는 사건이 한둘씩은 꼭 나타난다. 친할머니가 아들 타령을 한다던지, 집에 오는 버스에서 성추행을 하는 남학생이라던지, 회사에서 막말을 일삼는 이사라던지, 회사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보안요원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 

 

그런데 이런 것 말고. 기껏해야 10살이나 되었을 법한 김지영과 언니 김은영이 엄마를 도와서 상을 차리고 있는 거라던가, 영국에서 출장다녀오면서 아들 만년필만 사오는 아빠라던가,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는 걸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불법촬영물을 돌려보는 남자들이라던가, 자기 딸이 오니 상 좀 봐오라는 시어머니라던가 그런거. 아니면 상 피라는데 당연스럽게 앉아있는 남동생이라던가, 파란 티셔츠가 어디있는지 못 찾는 남편이라던가, 은행에서 받아온 꽃무늬 앞치마를 ‘선물’하는 시어머니라던가, 김팀장님은 너무 쎄~ 타령하는 남자 동기라던가, 아들 구구단 가르치려고 서울대 공대 나왔다는 농담이 오가는 주위  애기엄마들 같은 그런거.

 

남편 밥상 차리고 아기 밥 먹이고 있는 김지영, 아기가 목욕하면서 벽에 물감놀이한 걸 치우는 김지영, 정신과에 갔다가 검사비용을 듣고 그냥 나온 김지영, 거실장 먼지를 닦고 있는 김지영, 아기 장난감을 하나하나 닦으며 정리하는 김지영, 장본 걸 한아름 들고 회사 언니 전화를 받는 김지영, 어린이집 픽업시간에 늦을까 뛰어가는 김지영, 시어머니에게 집에서 자고가시지 그러셨냐는 김지영........

 

이게 무슨 뜻인지 알까. 이걸 구구절절히 설명해야만 알아듣나. 아마 구구절절 설명해도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그 정도도 안하는 사람이 어딨냐 소리밖에 못 들을 그런거다. 결국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죽어도 이해 못할 감정들.

 

그리고 가장 짜증나는 ‘너 하고싶은 거 해’라는 남편. 다정하고 시집살이도 컷트하려고 하고 병원 상담을 가보는 건 어떠냐 온갖 걱정은 다 해주지만 김지영을 늘 ‘쳐다보기만’ 하는 남편. ‘좀 쉬엄쉬엄 해라‘ 라는 말이 얼마나 짜증나는 지 알까. 극중에서 김지영이 ‘나를 걱정해줘서 정말 고맙네’ 비슷한 대사를 보고 한다는 말이 >화났구나< 인 ‘좋은 남편’.

 

이 영화의 결론은 결국, 그렇게 무난한, 안정적인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도 결과는 김지영이 되는 거다. 너의 자아와 비전과 모든 계획은 이 사회에서 의미가 없어. 그리고 해결책은 없음. 현상 인식과 문제 제기까지 어찌저찌 나왔는데 제언이 없는 상황인거지. 

 

1 아이 낳고 퇴직해서 경력단절되고 정신병 걸린 김지영 2 애 낳고 독하게 일해서 마녀 소리 듣지만 일정 이상 승진은 안되는 김팀장 3 결혼 안 하고 일만 하지만 동기들보다 승진 밀리는 동기언니 중 고르시오. 사실 여기에서 뭔 선택을 하겠나. 

 

82년생 김지영은 결국 60년생부터 00년생까지,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래서 아마 밀리언셀러가 되고 해외에서도 열풍이 부는 거겠지. 아마 82년생 김지영은 무난하게 천만 영화 찍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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