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다이닝포레스트 월향 보리굴비 정식 이벤트 후기
트위터에서 엄청나게 핫했던 월향의 보리굴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세트 구매만 가능하고 가격이 99,000원이라 결국 못 사먹은 비운의 음식이다. 맛도 안 본 음식 10만원을 지르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월향에 보리굴비 정식을 시작하면서, 일종의 체험단 느낌으로 정가 25,000원인 보리굴비 정식을 트위터 예약자에 한해서 15,000원에 먹을 수 있는 이벤트를 열길래, 한 번 먹어보고 맛있으면 세트로 사 볼까 해서 예약을 넣었다. 1월까지 이벤트를 연장하셨다고 하니, 나처럼 평소에 월향의 보리굴비가 먹어보고 싶었다면 이 기회에 먹어보는 게 좋겠다.
워낙 우리 엄마가 보리굴비를 좋아하시고, 좋아하시는 만큼 왠만한 보리굴비로는 만족을 모르시는 만큼, 이렇게 유명한 보리굴비가 있다니까 둘이서 한번 먹어보러 가기로 했다. 월향은 명동에도 역삼에도 있는데, 우리는 서초 월향이 비어있어서 서초 월향으로 예약했다.
월향 서초지점
Address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2동 사임당로 157
Opening Hour : 11:30 – 23:00
Tel : 02 3474 9202
Google Maps : https://goo.gl/maps/jXgxrjKmpjFdXvvV9
월향 서초점은 서초 다이닝포레스트에 입점해있다. 강남역에서 가면 좀 멀다. 거의 600m 정도라는데,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접근하는 게 나을 듯 하다. 지하 1층에 6개 외식업체가 입점해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월향. 프리미엄 한식 주점이 컨셉이란다.
아무래도 한 층을 6개 외식업체가 나누어 쓰다보니, 컨셉은 캐주얼한 편이다. 조명과 의자, 테이블은 편한하고 분위기 있는데, 약간 독립적인 걸 선호한다면 다른 지점이 더 낫겠다. 개인적으로는 저 테이블 위 조명이 사진찍기에 아주 불편해서(색 / 위치 모두) 조명에는 조금 불만이다.
메뉴판.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가져왔다.
자리에도 메뉴판이 비치되어 있기는 한데, 이 이미지가 더 화질도 좋고 해서. 우리는 원래 25,000원인 보리굴비 정식을 미리 예약을 하고 왔는데, 와서 보니 식사메뉴는 점심에만 가능해서 조금 응?스러웠다. 앞으로 저녁에도 식사메뉴를 할 예정인건지, 아니면 테스트 이벤트로만 저녁식사가 가능한 지 물어볼 걸 그랬다.
우리는 정식메뉴를 시켰지만, 컨셉이 한식 주점인만큼 안주 메뉴가 다양하다. 듣기로는 두부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 주류 메뉴. 이거 사이트에는 있어서 가져왔는데, 막상 매장 메뉴판에는 아예 주류메뉴가 안 들어있었다. 내가 앉은 좌석만 그런건지, 아니면 따로 주류 메뉴가 있고 요청을 해야만 주는 건지 모르겠다. 막걸리를 먹고 싶기는 했는데, 굳이 불러서까지 주문하고 싶지는 않아서 따로 주문하지는 않았다.
구성에 솥밥이 포함된만큼, 식사가 나오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자리를 안내받고 주문을 하면 기본 반찬과 물을 먼저 가져다 준다. 총 6가지인데, 깍두기와 백김치, 오징어젓, 미역줄기와 애호박볶음, 샐러리 피클.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반찬 구성은 그날그날 약간씩 달라지는 것 같다. 깍두기 / 백김치 / 오징어젓은 고정인 것 같고, 남은 세 가지는 뭐 김이 나온다던가 그런식으로 바뀌는 듯 했다. 반찬 하나하나의 맛은 좋은 편이다. 애호박 볶음도 무르지 않게 잘 볶였고, 김치는 무난한 편. 샐러리 피클은 산미가 좀 강한 편이지만 보리굴비 맛을 가시게 하는 데 좋았다.
2만원 넘는 정식치고는 우리 동네 6천원짜리 순두부 정식같은 반찬이 나와서 당황했다. 15,000원에 먹는다면 보리굴비가 있으니까 밑반찬은 별로 없네 싶은데, 25,000원에 밑반찬이 이렇게 나온다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차돌순두부와 밥, 보리굴비가 나온다. 2인에 작은 솥 하나 정도의 양. 차돌 순두부가 맛있다고 유명하던데, 과연 명성대로였다. 칼칼하면서 약간 무거운 느낌의 순두부찌개. 눌어붙은 달걀까지 긁어먹었다. 차돌 고기도 양에 비해 많이 들어있어서 사이드 메뉴치고는 존재감이 굉장히 컸다. 다음에는 차돌순두부 정식을 먹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반찬 전체 사진을 한 장. 이게 2인분 반찬 끝이었다.
그 다음은 솥밥. 보통 쌈밥집에 쓰는 돌솥은 아니고, 압력솥이다. 밥 양은 솥에 담겼을때는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어 보이지만, 그릇에 덜어내면 공기밥 한개분보다 살짝 많은 편이다. 그래도 많이 먹는 사람에게는 약간 작을 수도 있겠지만, 또 누룽지가 있으니까.
밥을 덜어내고 서빙된 주전자에 있는 물을 부어놓는데, 솥밥에 붓는 물을 미지근한 물을 준다. 아마 추정컨대 누룽지가 뜨끈뜨끈하면 보리굴비의 비린 맛이 올라올까봐서? 그런데 누룽지가 미지근하니까 누룽지를 먹는 맛이 안 나서 아쉬웠다. 펄펄끓는 물은 아니더라도 따끈한 물 정도가 나오면 좋겠다는 정도. 거의 모든 메뉴가 미지근한 온도라서 아쉬웠다.
대망의 보리굴비. 사진으로 잘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다. 서빙 카트에 두 마리를 가져와서 바로 옆에서 다 발라서 상에 올려준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보리굴비가 딱 나오자마자 생선 냄새가 훅 하고 올라왔다. 보리굴비 특유의 약간 꼬릿한 맛있는 냄새 말고, 이거 비린내 나겠네 싶을 냄새였는데, 먹어보니 냄새 안 나고 맛있어서 왜 그런가 싶다. 생선은 생선냄새가, 고기는 고기냄새가 나야 맛있다는 게 내 생각인데, 처음 나왔을 때의 냄새는 좀 심하다 싶었다가 먹으니 또 냄새가 안 나서 당황스럽다. 나름의 비법일까?
한마리를 다 바르면 이렇게 된다. 딱 먹기좋은 사이즈로 찢어주니, 그냥 집어먹으면 된다. 엄마와 우스갯소리로 25,000원 중에 5,000원은 생선 발라주는 값이라고 했을 정도다. 손에 안 묻히고 보리굴비를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메리트있다. 약간 명절에 아랫목에 앉아서 다 깎은 과일 집어먹기만 하는 집안 어르신이 된 느낌.
꼬리쪽과 등쪽에 살이 좀 많이 남아있어서, 결국 내 손이 가기는 했다. 내 것은 내장 냄새가 거의 안 나는 편이어서 등살이 먹을 게 많고 쫀득쫀득하니 최고였는데, 엄마 것은 내장이 약간 별로였던지 등살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마 생선 내장 상태는 복불복이니 등살은 아예 빼는 듯하다.
보리굴비 맛은 소문대로였다. 크기가 크니 먹을 것이 많은데, 뻣뻣하지 않으면서 쫀득한 맛이 제대로 살아있고, 짭짤하지만 입에 짜지는 않은 간까지, 이 정도 보리굴비는 흔하지 않다. 반찬이 마음에 안 들었어도 넘어갈만한 맛이었다.
간간하지만 짜지않고, 꾸득꾸득 쫀득쫀득하면서 질기지 않은 식감까지 밥이 쭉쭉 들어간다. 막 나온 솥밥에 먹어도 맛있고, 누룽지에 먹어도 맛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같이 나온 녹차에 밥을 말아서 보리굴비 한 점 올려 먹는게 가장 맛있다. 희미하게 남은 비린내를 녹차가 잡아주니, 그야말로 찰떡. 근데 약간 아쉽게도 티백 현미녹차 맛이 나던데, 그냥 현미 없는 녹차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건 내가 보리굴비를 주문하거든 한번 해 봐야지.
보리굴비가 맛있어서 남은 누룽지까지 열심히 먹고 나왔다. 계산은 15,000원씩 2명이니 30,000원 계산.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고, 보리굴비를 발라주는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15,000원 가격은 보리굴비 하나 값에 가까우니 저렴하게 먹은 편일거다.
내가 여기서 ‘편일거다’라고 한 건, 보리굴비 맛에 매우 만족했는데도 불구하고 재방문 의사는 없다는 뜻이다.
일단 반찬부터. 반찬 나오자마자 손 안대고 바로 사진부터 찍은 건데, 오징어젓 그릇에 묻은 양념은 좀 닦아서 서빙했으면 좋겠다. 미리 담아놓은건지 바로 담은건지는 모르겠는데, 손님도 많지 않은데 나가기 전에 한번만 확인했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기분이 나쁘다. 이거야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넘어가고.
다음으로는 백김치와 깍두기가 나온다지만 정식에 배추김치가 안 나오는게 조금 이해가 안 간다. 원래 김치는 찬수에 안 넣는 반찬일정도로 기본인데, 6개 중에 2개가 김치인데 배추김치가 없을 이유가 뭘까싶다. 심지어 다른 메뉴에 김치4종이 포함되어 있는 걸 보니 배추김치가 없는 것도 아닐텐데.
전반적으로 반찬 6종 자체가 25,000원짜리 정식 반찬으로는 많이 부실하다. 물론 보리굴비가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는 하는데, 밥과 찌개, 보리굴비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동안 집어먹을 반찬이 없다. 김치와 밥반찬이라서 밥이 나올때까지 물만 먹으면서 기다려야 하는 게 아쉽다.
차라리 반찬 가짓수를 줄여서 배추김치+젓갈 같은 밥반찬+전이나 샐러드 이런 식의 3종 구성이 나을 것 같다.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집어먹을 메뉴가 있고(전이나 샐러드), 밥이 나오면 굴비와 함께 먹을 반찬(김치), 누룽지와 곁들여 먹을 반찬(젓갈) 이렇게. 그러면 오히려 보리굴비에 집중하기 위해 밑반찬을 뺐구나, 하는 느낌이 들 테니까. 15,000원짜리 정식이어도 반찬이 부실하다고 느낄법 한데, 이벤트가 끝나고 25,000원으로 운영될 거라면 반찬은 꼭 바꿔야하겠다.
그리고 순두부찌개. 차돌 순부두는 정말 맛있다. 많은 분들에게 맛보이고 싶어서 구성에 넣었다더니,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다만 이게 보리굴비 정식에 나올 메뉴는 아닌 것 같다. 차돌 순두부의 진한 고기맛과 매운맛, 짠맛이 보리굴비 맛을 압도해서 보리굴비를 먹다가 순두부를 먹으면 보리굴비 맛이 잊힌다. 간도 보리굴비보다 강해서 한번 먹으면 순두부를 계속 먹게 되더라. 내 이전에 갔던 사람들은 국+찌개를 다 받았던데, 국을 내고 찌개를 빼는 게 보리굴비의 맛을 덜 해칠 것 같다.
아직 연습메뉴라 구성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다시 가본 건 아니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후기를 보아하니 내 전에 간 사람들은 국과 찌개를 둘 다 받았고, 나보다 나중에 간 사람들을 보니 전이 메뉴에 추가된 것 같다. 전 추가는 좋은 것 같고, 국과 찌개가 둘 다 나오는 건 국물 비중이 너무 높지 않나 싶긴하다만, 내가 안 먹어본 메뉴니까 그건 패스(내가 간 날 구성이 가짓수가 제일 적어...... 이거야 뭐 테스터니까 어쩔 수 없지. 설마 테스트라서 반찬이 빠진 건 아닐테니까).
전반적으로는 약간.... 보리굴비는 맛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극찬 후기가 이해될 만큼은 아니었다.
‘보리굴비’ 자체는 유명세가 이해 갈 맛이다. 쫀득쫀득하니 말린 정도와 구운 정도, 짭짤한 정도와 큰 크기까지, 게다가 다 구워져 있는 걸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거니 7마리 내외에 99,000원이라는 가격이 납득이 된다. 두번 세번 재구매한다는 후기가 과장은 아닐테다.
구매는 여기서 -> https://smartstore.naver.com/6wol 이제 1마리 / 2마리 / 3마리 구성도 추가되었다.
이벤트 참여해서 잘 먹고 후기가 너무 부정적인가 싶기는 한데, ‘보리굴비’ 정식으로써는 보리굴비 외 구성이 점수를 깎아먹는 느낌이다. SNS맛집에 가서 먹고 느끼는 실망감과도 비슷할까. 이 구성 그대로에 가격이 25,000원이라면 그냥 보리굴비 세트로 시켜서 내손으로 차려서 먹고 내손으로 치우겠다. 아니면 그냥 좀 저렴한 보리굴비 정식을 먹거나.
+ 방학동에 <대문>이라는 인테리어에 신경쓴 한정식집이 있는데, 보리굴비 정식을 시키면 죽, 물김치, 샐러드, 잡채, 연근범벅, 계절요리, 좀 작은 부세굴비, 된장찌개와 반찬 7종 정도가 나온다. 사진이 없네. 이 보리굴비정식이 내가 갔을 당시 (2019년 초) 23,000원.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보리굴비 정식 외에 간장게장 정식도 맛있고, 한식 코스요리도 있다. 물론 이건 보리굴비가 중국산 부세에서 가능한 가격이기도 하고, 보리굴비 사이즈도 월향 것에 비해 작지만, 나머지 모든 구성이 압도적이어서 차라리 여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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