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3박4일 나혼자여행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10. 쇼라이안 쇼라이 코스, 하루 한끼 비싼 밥
이전 편은 여기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09. 아라시야마 쇼라이안 찾아가기
아주 근사한 방을 받았다. 방 바깥에는 큰 다다미방이 있고, 좌식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는데, 솔직히 거기에 앉을 줄 알았다가 개별 룸을 받아서 놀랐다. 4인용 테이블을 혼자 독점하려니 약간 과한 느낌이긴 하다만 좋긴 좋다.
특히 이 바깥 풍경이 어마어마하다. 밑으로는 강이 흐르고 산 중턱이라 나무가 울창한데다, 목조 건물의 창살까지 어우러져서 말 그대로 사치스러운 경치다. 쇼라이안을 찾아가면서는 왜 이런곳에 지어놨나 했는데 이 경치를 위해서였나보다.
미리 예약을 하고 와서 자리에 기본 세팅이 되어있다. 물수건과 오늘의 메뉴, 수저. 저 조그만 버너가 달린 냄비는 유도후가 들어있다. 두부를 건져먹는 작은 건지개도 놓여 있고. 아니 근데 좀 궁금한 건 젓가락과 티스푼은 가로로 놓으면서 건지개는 왜 세로로 놓는 건가 싶다.
쇼라이안은 예약할 때미리 메뉴를 골라야하는데, 런치는 쇼요 / 쇼라이 / 쇼후 이렇게 세 가지 코스가 있다. 나는 쇼후는 튀김에 미니 스테이크까지 나와서 점심으로 먹기엔 양이 너무 많고, 쇼요를 먹기에는 이왕 가는 거 쿄요리까지 있는 걸 먹자 싶어서 쇼라이로 예약했고, 자리에 쇼라이 메뉴가 적힌 종이가 있다. 지금와서 생각하는건데 어차피 예약까지 해서 먹는 거 그냥 쇼후 먹을걸 그랬다.
영어로 적혀있으니 어째 느낌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번역에는 한계가 있지 싶어서 일본어 메뉴판을 가져왔다.
先付
八寸盛り
創作の一品
季節の京料理
湯豆腐
揚げ出し豆腐
ご飯/香の物
デザート
전채 / 핫슨모리 / 창작요리와 계절 쿄요리 / 유도후 / 아게다시 도후와 밥, 야채절임 / 디저트 순서다. 가이세키와도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다 두부 요리라는 점이 다를까.
음료 메뉴판. 일본어로 된 기본 음료 메뉴판은 테이블 위에 있고, 외국인 용 영어 메뉴판을 하나 더 가져다주었다.
이 포스팅은 내가 기억하기위해 기록하는 것이기도 해서, 이번 포스팅은 아주아주 길고 상세하고 주관적일 예정이다. 평소 길이대로 나누자면 3편은 나올텐데, 그래도 코스를 먹었는데 포스팅을 자르는 건 좀 그래서 아주 긴 글이 되었다.
자리에 안내받고 좀 기다리면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은 先付.
식전주로 매실주가 나오고, 두부와 미야코지마산 유키시오(소금)가 함께 나온다. 매실주는 잔이 작은 편이라 두 모금 정도 되는데, 도수는 높지 않고 단 맛이 강한 편이다.
반면에 두부는 보기보다 촉감이 강한 편이다. 두부 자체가 약간 결이 느껴지고, 끝맛이 약간 떫게 올라오는 편이다. 콩의 고소함이 강한 편은 아니라서 두부의 질감에 집중하게 된다. 곁들여 나온 유키시오는 미야코지마 산이라고 하던데, 미야코지마면 오키나와 아닌가..? 소금이 유명한가보죠..? 전분과 질감이 비슷할 정도로 고운 소금이라 입안에서 바로 녹아버려서 두부에 살짝 뿌려 먹으면 두부 자체에 간이 된 것처럼 먹을 수 있다. 위에 올려진건 오미자였나.
같이 나온 따뜻한 녹차. 진하고 꽤 뜨거운 편인데, 더운 여름인데도 식사 중간중간 마시기 좋았다.
사키즈케를 먹고 나면 유도후가 든 작은 냄비 아래 버너에 불을 붙여준다. 아직은 안 데워진 상태고 이따가 먹으면 된단다. 사이즈가 딱 좋은 소형 뚝배기라 좀 탐나더라.
그 다음 차례로 나온 八寸盛り. 사방 8촌(八寸, 약 24cm) 짜리 삼나무로 만든 벽이 낮은 나무 통을 핫슨八寸 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 그릇에 여러가지 요리를 담아 내놓는 것이 핫슨모리八寸盛り다. 가이세키에도 핫슨모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담는 그릇은 그다지 의미가 없고,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는 의미로 쓰이는 듯 하다. 대부분은 작은 사이즈의 안주류에 가까운 것들이 나온다.
쇼라이 코스에서 나온 핫슨모리는 전자에 더 가까운데, 작은 나무 상자 안에 여러가지 음식들이 들어 있는 모양새다. 구성 요리는 가벼운 전채~안주류에 가깝고. 그 말이 무슨 뜻인고 하면 술을 시킬수밖에 없는 구성이라는 뜻이다. 핑계 분명 맥주를 마시면 더 마시고 싶어질 거니까 한 잔만 마시자 싶어서 고구마 소주인 야마네코를 온더락으로 부탁했다. 주류는 조금 가격이 센 편이다. 야마네코는 한 잔에 700엔.
내용물이 잘 안 보이는 듯해서 항공샷. 정말 다양한 것들이 들었다. 가니쉬를 제외하고도 13가지나 된다. 왼쪽 위부터 그릇에 담긴 것 3개, 대나무 잎에 올려진 게 5개, 조개껍질에 든 1개와 나머지 4가지 해서 총 3가지다. 뭔지 알고 먹어야 더 맛있으니 내가 모르는 게 있다면 종업원에게 다 물어봐서 적어두었다. 일일이 쓰니 너무 길어서 접은글 처리해두었다.
첫번째 투명한 그릇에 담긴 건 타케노코, 죽순이라는데, 삶은 죽순이라기엔 좀 더 물렁한 질감이어서 잘못 들은 걸 수도 있겠다. 작은 정방형의 죽순을 삶아서 잎채류를 간 소스에 버무렸다. 특별히 향이나 간이 강한 건 아니고, 적당히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두번째는 두부 샐러드. 으깬 두부와 파프리카, 쑥갓이 들었다. 너무 묽지 않고 보들보들한 식감이 야채의 아삭함을 잘 모아준다. 다만 내가 쑥갓을 싫어하는데다가, 샐러드가 단 맛이 강한 타입이라 입맛에 그렇게 맞지는 않았다.
세번째는 모찌리도후. 위에 와사비를 조금 올리고, 가츠오+쇼유 베이스의 슴슴한 국물에 담궈져 나왔다. 이거 맛있다. 콩의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나는데, 저 쫀득한 식감은 어떻게 내는 걸까. 첫 맛은 국물의 가츠오 향이 강하지만 씹다 보면 두부의 은은한 맛이 올라오고, 마지막에 톡 쏘는 와사비 향과 매운맛이 느끼할 수 도 있는 끝맛을 잡아준다.
이제 두번째 줄. 첫번째는 단단한 두부인가? 했는데 크림치즈였다! 사각형으로 썬 크림치즈 위에 래디쉬 한 조각과 와사비에 버무린 무언가. 와사비노세라고 했고 맛도 와사비 맛이 났으니 와사비인가보다 한다. 크림치즈가 굉장히 쫀쫀한데, 위에 올려진 래디쉬도 아삭아삭한 맛이 도드라진다.
두번째는 데친 죽순. 그릇 사이 장식용인가 싶긴한데 뭐 먹을 수 있는거니까 먹었다. 다 아는 그 데친 죽순 맛.
세번째는 카모야끼. 구운 오리 가슴살을 겨자를 살짝 발라 대나무 꼬치에 꽂은 것 같다. 겨자가 많이 발리진 않았어도 매콤한 맛은 잘 난다. 이름은 오리 구이인데 살이 굉장히 뻑뻑해서 구웠다기보다는 삶은 것 같은 식감이다.
그 다음은 시소잎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데, 검은깨로 만든 묵(?). 정체를 모르겠으니 묵이라고 썼는데, 나마후에 더 가까운 질감이다. 깨의 고소한 맛이 강한데, 다른 부재료는 모양을 잡을 정도로만 들어간 듯 검은깨 함량이 아주 높다. 위에 올린 노란 소스는 달달한 맛이라 오히려 고소한 맛을 죽이는 느낌이었다.
그 옆은 김+치즈+햄으로 당근채와 적채, 두부 덩어리를 만 마끼. 야채가 따로 간이 안 된 생야채인데도 꽤 좋은 생햄이라 짭쪼름한 맛이 야채+두부와 잘 어우러진다. 다만 마지막에 치즈+김 맛이 강하게 남는 게 좀 아쉽다. 안에 든 두부는 연두부처럼 부드러워서 전반적으로 연두부 샐러드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 줄은 좀 더 헤비한 것들이다. 조개 껍질에 들어있는 꼴뚜기와 작은 양파절임, 소라마메. 소라마메가 뭔가 했더니 잠두콩이었다. 꼴뚜기는 살짝 삶아서 초절임 한 것인데, 처음 먹었을때는 조금 신맛이 강하다 싶은데 신 맛이 내장의 비릿함을 잡아줘서 끝맛이 훨씬 나았다. 양파 절임은 양파를 특이하게 잘랐는데, 입가심용으로 좋았고. 소라마메는 처음 먹어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식감이 살아 있었다. 맛은 그냥 콩맛.
그 옆에 있는 작은 초록색 덩어리는 나마후. 뭐라고 해야 하지. 밀기울 떡? 말랑하지만 탄력있는 식감이다. 약간 단 맛이 느껴지는데, 특별히 맛이 있는건 아니다.
그 옆에 검은 소스가 올라간 건 가지를 쪄서 위에 아마즈를 올린 것이다. 가지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마즈의 달달하고 짭짤한 맛과 적당히 익은 가지의 식감, 위에 올린 깨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렸다. 아마즈는 원래 단 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식초 맛이 굉장히 약했던 듯.
아나고 한 점. 칼집을 내서 삶은 아나고에 소금을 조금 뿌렸다. 너무 차갑지 않고 시원한 정도에 살의 탱탱한 질감과 은은한 단맛이 잘 느껴진다.
그 아래 새우는 미니초밥인가 했는데, 살짝 새콤한 초새우로 짭짤한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 것이었다. 핫슨모리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요리가 슴슴하고 신맛과 단맛을 강조한 편이었는데, 드디어 짭짤한 맛이 나와서 좋았다. 역시 음식이 계속 단 맛인 건 별로다.
마지막은 장어 우엉말이. 우엉을 쪼개서 조린 것을 우나기로 말아서, 타레를 바른 것. 우엉을 쪼개 놓은 것이라 먹기 편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간이 슴슴하다. 덕분에 우엉 향이 살아있고 장어 소스도 우엉 맛보다는 약해서 우엉에 초점이 맞춰진다.
핫슨모리를 받자마자 주문해서 먹는 중간에 나온 이모 쇼츄 야마네코. 고구마로 만든 소주다. 저 잔에 8부로 따르고 700엔이라니 가격이 조금 사악하다. 도수는 조금 높은 편인데, 향이 달고 끝맛이 깔끔하다. 고구마 소주 중에서는 꽤 유명한 소주인데, 원료인 고구마가 당도가 높은 것이라 달달한 맛이 특징이란다. 무엇보다 단 맛이 빨리 가시고 끝맛이 깔끔한데 도수에 비해 쓴 맛이 적어서 좋았다.
그 다음은 創作の一品과 季節の京料理가 동시에 나왔다. 아마 왼쪽이 계절 쿄요리고 오른쪽이 창작요리였었다.
그리고 기념품으로 오카미상이 그린 그림 엽서를 준다. 이번 그림은 5월에 맞게 등나무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라고. 일본화와 서예를 주로 하는데, 한국에서 전시회도 열었었다고 한다. 이 그림 엽서는 계절에 따라서 다른 그림으로 바뀐다는데, 사계절에 한 번씩 오라는 어필인가.
창작 요리. 와사비를 올린 유바에 가츠오 베이스 다시. 다시는 굉장히 슴슴한 편이라 유바의 고소한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가츠오 향과 간만 약간 더하는 정도. 와사비를 좀 많이 얹어도 와사비 맛이 강해질 뿐 유바의 맛은 죽지 않아서 좋다. 놓여진대로 잘라 먹으면 쫀득하면서 결이 살아있게 씹히고, 한 겹씩 벗겨 먹으면 또 보들보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계절의 쿄요리는 엽서처럼 등나무를 형상화 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라색인데다가 위에 놓인 꽃까지. 뭐 5월이니까 딱 좋은 계절 소재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도 벤치마다 등나무가 있었는데 요즘은 꽤 보기 힘들다.
가장 아래 있는 보라색 오뎅. 설마 두부인가 했는데 오뎅이었다. 색이 보라색인 것에 비해 맛은 그냥 일반 오뎅이라 약간 아쉬웠지만, 가니쉬가 맛이 강한 편이었다. 옆에 세워진 무는 어떻게 익힌 건지 얇게 썰어 익힌 것인데도 사각한 식담이 살아있어서 오뎅의 심심한 느낌을 보완해준다. 위에 올라간 식용 꽃은 어떤 종인지는 모르겠지만 진한 꽃 향기가 나고, 꽃 아래 이파리를 표현한 파래 향이 바다 느낌을 내 준다. 다시와 오뎅은 특별히 맛이 강하지 않았는데, 꽃과 파래, 무의 맛을 강조한 접시였다.
유바와 오뎅 모두 아쉽게도 소주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아서 차를 열심히 마셨다. 차를 한잔 더 부탁하면서 얼음을 부탁했다. 한국에서처럼 찬 물이 그립더라. 이 날 최고온도가 32도인가 33도였는데도 펄펄 끓는 차가 나오니 원.
그리고 아까 음식이 처음 나올때부터 끓이던 湯豆腐유도후! 고체 연료가 은근 화력이 세서 보글보글 끓는 중이다. 더운 물에 순두부를 삶아서 고명을 올리고 양념에 찍어 먹는다. 위에 초록색 고명은 아까도 나왔던 나마후. 그냥 장식용이다. 두부 양은 한 100g정도 되는 듯 한데, 추가요금을 내면 더 먹을 수도 있다. 다만 쇼라이 코스만 되어도 양이 꽤 많은 편이라 굳이 리필까지 안해도 배부르다.
먹어도 되겠다 싶게 끓으면 뚜껑을 여러 주고 찍어먹을 다시와 고명을 가져다 준다. 간장 베이스 다시와 실파, 산초 시치미.
처음부터 준비해두었던 건지개로 적당히 잘라서 다시 그릇에 옮긴다. 이 위에 산초 시치미와 실파를 얹어서 먹는다. 간장 다시는 색이 진한데도 맛이 강하지 않다. 간장은 향만 날 정도고 가쓰오 맛이 약간, 신 맛 약간.
두부가 정말 보들보들한데, 맛은 모두부 못지않게 진하고 고소하다. 콩비린내도 하나도 안 나고. 다시 맛이 약간 강한가? 싶다가도 산초 시치미에서 산초향 살짝 올라와서 적당히 깔끔한 끝마무리가 된다. 나마후도 익힌 걸 다시에 찍어먹으니 핫슨모리에 있던 것보다 나았고, 다시마도 맛있었다. 육수용으로 넣은 것 같긴 한데, 뭐 먹어도 되는 거니까.
이제 코스를 마무리하는 식사. 밥과 揚げ出し豆腐아게다시도후, 香の物야채절임, ちりめん山椒치리멘산쇼. 여기에 따뜻한 호지챠가 같이 나왔다. 흰밥은 찹쌀은 아니지만 굉장히 찰지고 알이 살아있는 맛있는 밥이다. 다만 국..국은 없습니까. 국이 필요하다.
아게다시도후. 두부를 튀겨서 앙카케 소스를 뿌렸다. 가츠오 간장 베이스에 녹말을 풀어만든 앙카케 소스와 파, 가츠오부시 토핑. 두부를 바싹 튀긴게 아니라 연두부를 기름에 잠깐 지지듯이, 연두부에 기름 맛이 배일 정도로만 튀긴 것이었다. 소스도 많이 달지 않고 짭쪼름해서 연두부와 먹기 딱 좋을 정도다. 밥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렸다.
야채 절임 세 가지. 단호박과 배추, 시바즈케(가지). 배추절임이야 뭐 무난한 맛이고, 시바즈케는 두조각 나왔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생강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질척하지 않고 오독오독한 식감. 가지로 만든 절임이 이렇게 오독오독하다니 비결이 뭘까. 짜지 않으면서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세 가지 다 맛있지만, 이 중에 최고는 단호박이다. 단호박 절임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거 따로 팔았다면 사 갔을텐데 아쉽게도 팔지는 않더라. 적당히 새콤달콤하면서 은은한 신맛이 있고, 아삭아삭하다. 흰 밥에 한 조각 먹으면 꿀맛이다.
교토에서 밥을 먹는데 안 나오면 서운한 치리멘산쇼. 원래는 잔멸치에 산초와 양념를 넣고 졸인 것인데...이 녀석은 그냥 치리멘인지 굉장히 뽀송뽀송하다. 짠 맛이 약해서 밥에 듬뿍 얹어 먹어도 좋고,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부들부들 녹는다.
마지막은 디저트. 豆腐アイス두부 아이스크림에 黒蜜흑밀, 生八橋생 야츠하시. 두부 아이스크림은 콩물 맛이 진하게 나는데, 의외로 질감은 사각사각한 샤베트에 가깝다.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은 유지방에서 나오니까 그런 걸까. 꽤 단 맛이 강해서 소금 탄 콩물만 먹던 입장에서는 수제 베지밀같다는 인상이 강하다.
곁들여나온 흑설탕 시럽(흑밀)과 생 야츠하시. 흑설탕 시럽은 굉장히 묽은 타입인데, 두유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콩 맛을 눌러서 그냥 일반 아이스크림스러운 느낌을 준다. 교토의 유명한 화과자인 생 야츠하시가 같이 나오는데, 계피맛이 나는 찹쌀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야츠하시+흑밀+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 비싼 찰떡 아이스 맛이다. 기껏 좋은 걸 먹어두고 소감이 이렇다니.
디저트까지 다 먹고나니 식사시간이 꽤 길다. 11시 반에 시작해서 한시간쯤이면 되려나 싶었는데, 적어도 1시간 반, 천천히 먹으려면 2시간은 잡아야 넉넉하게 먹겠다. 나는 사진 찍으면서 열심히 먹었더니 1시간 반 조금 못 되게 걸렸다.
계산대는 따로 있지만, 빌지는 방으로 가져다준다. 쇼라이 코스가 4,600엔, 야마네코 소주 한 잔이 700엔. 2019년 8월은 소비세 인상 전이라 세금 8%를 붙여서 5,724엔이다. 따로 빼 두었던 6천엔으로 계산해야지.
이 좋은 경치를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지체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이번 여행에서 제일 사치스러웠고 제일 만족스러웠던 점심식사였다.
'2019 오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13. 청수사는 공사중, 마츠바라 거리와 후지나미 와라비모찌(feat. 교토 기념품 과자) (2) | 2020.05.09 |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12. 니죠성 가지마세요 (1) | 2020.04.29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11. 교토 버스 1일권, 아라시야마에서 니죠성 가기 (3) | 2020.04.27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09. 아라시야마 쇼라이안 찾아가기 (0) | 2020.04.11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08. 노노미야 신사와 아라시야마 (3) | 2020.04.10 |
오사카 3일차, 교토 당일치기 - 07. 아라시야마 기오우지 (3) | 202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