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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하노이

하노이 3일차 - 08. Maison Vie Restaurant, 마지막 식사는 프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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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가족여행 3일차 - 08. 하노이 마지막 식사는 프렌치, Maison Vie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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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3일차 - 07. 탕롱황성, 오마모리 스파Omamori Spa에서 최고의 마사지

하노이 가족여행 3일차 - 07. 탕롱황성 입장실패, 오마모리 스파Omamori Spa에서 대만족한 전신 마사지 이전 편은 여기 -> 하노이 3일차 - 06. 하노이 문묘 하노이 3일차 - 06. 하노이 문묘 하노이 가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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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가 끝나니 시간이 7시 반 쯤 되었다. 그랩을 불러 타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예약 포스팅은 여기 -> 여행 준비 - 05.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 하노이 전기차 투어(서호 전기차 투어, 올드쿼터 전기차 투어)

 

하노이 가족여행 준비 - 04.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 하노이 전기차 투어(서호 전기차 투어, 올드쿼

하노이 가족여행 준비 - 04.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 하노이 전기차 투어(서호 전기차 투어, 올드쿼터 전기차 투어) 이전 편은 여기 -> 베트남은 과거에 프랑스 식민지였어서 프랑스 영향을 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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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모리 스파가 약간 외진 곳에 있고, 레스토랑도 프렌치 쿼터 쪽에 있다보니 러시아워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가는 데 시간이 약간 걸렸다. 그랩으로 39,000동 나옴.

 

Maison Vie Restaurant

Address : 28 Tăng Bạt Hổ, Phạm Đình Hổ, Hai Bà Trưng, Hà Nội

Opening Hour : 10:00 – 22:00

Tel : +84 90 415 03 08

Web Site : http://www.maisonvie.vn/

Google Maps : https://maps.app.goo.gl/Nd8enWr7TEP1MsSE7

 

Maison Vie · Số 28 Phố P. Tăng Bạt Hổ, Phạm Đình Hổ, Hai Bà Trưng, Hà Nội, 베트남

★★★★☆ ·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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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약간 지나쳐서 내렸다. 실제로는 멋있는데 사진이 너무 안 받는다. 내 핸드폰이 유난히 야경에 약한 것도 있고, 흔들려서 더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좀 복장을 포멀하게 하고 가려고 했는데, 날이 워낙 춥고 바람이 불어서 포멀은 무슨, 있는 옷 다 껴입고 가느라 복장이 좀 그랬다. 계단을 올라가면 데스크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자리를 안내해 줌. 우리는 안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아마 복장이 좀 더 포멀하면 1층에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복장이 별로였으니 3층으로 보낸 거 같기도 하고. 올라가니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4-5테이블 정도가 있고, 나머지는 비어있었다. 우리는 문에서 좀 떨어진 창가자리를 배정받음.

 

 

테이블 세팅이 미리 되어있다. 냅킨과 빵 접시, 버터나이프, 포크,나이프 두 쌍과 수저. 손수건과 와인잔 / 물잔 등등. 교과서에 나오는 바로 그 그림대로 세팅되어 있다. 조그만 꽃 장식도 있고.

 

 

냅킨을 빼고 앉으면 이런 느낌. 코스 디쉬가 가운데에 온다. 앉아 있으면 담당 서버가 와서 인사를 하고, 메뉴판을 준다. 단품 메뉴인 A LA CARTE 메뉴판과 세트 메뉴판, 요청하면 주는 와인리스트. 

 

 

우리가 미리 봐 갔던 메뉴판은 이 세트 메뉴판. 12월이었는데도 아직 Autumn Taste라서 좀 이질감이 있기는 하다. 디너 세트가 4코스 기준으로 398,000동. 세금과 봉사료는 별도지만, 다 합쳐도 1인 2만원대다. 스타터 - 수프 - 메인 - 디저트의 4코스를 전부 먹으면 398,000동 / 스타터 - 메인 - 디저트는 368,000동 / 수프 - 메인 - 디저트는 328,000동 / 스타터 or 수프 - 메인인 경우는 308,000동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와 코스 메뉴판 중 마음에 든 것으로 개인별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여기는 A La Carte 메뉴를 넣어서 코스 구성을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과 동생은 디너세트 내에서 코스 구성을 하고, 나는 수프 - 메인 - 디저트만 세트로 선택 한 후 스타터는 단품으로 추가했다.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지만 최대한 안 겹치는 메뉴를 주문해서 다 조금씩 먹어보겠다는 취지에서.

 

 

디럭스 세트는 990,000동으로 약 한화 5만원인데. 프렌치 풀코스가 나온다. 애피타이저 - 스타터 - 생선 - (셔벗) - 육류 - 디저트의 5코스. 식사시간이 150분가량 걸린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시켜보고 싶긴 하지만 역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도 5만원에 풀코스라면 상당히 저렴한 구성. 베트남이어서 가능한 가격이다.

 

 

와인리스트도 받았는데(흔들려서 안 보인다;;), 보틀은 좀 많을 것 같고, 나와 동생은 글라스 와인을 한 잔씩 시키기로 했다. 글라스 와인은 한 잔에 대략 120,000동 전후였던 것 같다. 4명이 다 마신다면 하프 보틀도 괜찮을 것 같다. 하프보틀은 400,000 ~ 700,000동 사이였다. 

 

부모님 주문은 내가 해 드리고, 동생은 알아서 주문해 보라고 했다. 이런 것도 해 봐야 늘지. 사실 한국에서 프렌치 코스 주문할 일도, 영어로 코스 주문할 일도 없으니 해외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이다. 개인적으로는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닌 곳에서 영어로 오더하면 좀 틀려도 덜 민망한 것 같다.

 

나는 이왕이면 안 먹던걸 먹어보자는 주의라, 단품 메뉴에서 ‘LES 6 ESCARGOTS DE BOURGOGNE AU BEURRE AILLE(갈릭 버터를 곁들인 에스까르고 1/2더즌)’ 190,000동짜리를 애피타이저로 넣고 SOUP OF THE DAY인 감자수프, ROASTED DUCK BREAST, RED FRUIT SAUCE, VEGETABLES OF A DAY(과일소스와 야채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를 미디엄으로, 디저트로는 “BELLE HELENE” PEAR(서양배 조림)을 주문했다.

 

아빠는 안 드시는 게 많으니까 최대한 무난하고 육식 위주의 메뉴로 골랐다. SHRIMP SALAD WITH POMELOS(포멜로가 들어간 새우 샐러드) - SOUP OF THE DAY - GRILLED TOP BLADE STEAK, RED WINE SAUCE, GRILLED POTATOES (와인 소스와 구운 감자를 곁들인 부챗살 스테이크, 미디엄) - CHOCOLATE CROQUETTE, MINT SAUCE(민트 소스를 뿌린 초콜렛 크로켓).

 

엄마는 육류보다는 채소를 선호하셔서, MUSHROOM PIE(버섯 파이) - VEGETABLES BICOLOR SOUP(두 가지 컬러의 야채 수프) - GRILLED TOP BLADE STEAK, RED WINE SAUCE, GRILLED POTATOES (웰던) - DESSERT OF THE DAY인 판나코타를 주문해 드렸다.

 

동생은 SMOKED CHICKEN SALAD(스모크치킨 샐러드) - LENTIL SOUP WITH SLICED PORK SAUSAGE(돼지고기 소세지 슬라이스가 들어간 렌틸콩 수프) - GRILLED TOP BLADE STEAK, RED WINE SAUCE, GRILLED POTATOES(미디엄) - SWEET POTATOES CAKE(고구마 케이크)를 주문했다.

 

이렇게 4명이 와서 거의 다 다른 메뉴를 시키니 우리 테이블 담당이 매우 바빴다. 주문하는 나도 오래 말하고, 서버가 다시 확인할 때도 오래걸리고. 여기에 서버에게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칠레 와인을 추천하길래, 칠레 와인인 FRONTERA를 나는 화이트 와인인 Sauvignon Blanc으로, 동생은 레드 와인인 Cabernet Sauvignon으로 주문했다. 둘 다 한 잔에 130,000동. 6500원이니 한 번 쯤 기분 내는 식으로 시키는 거다.

 

마지막으로 주문 리스트 확인을 하고 물 필요하세요? 라고 묻기에 달라고 했다(그리고 이건 주문서에 추가되었지). La Vie 생수 500ml 한 병이었는데, 가격은 20,000동. 나는 서버가 따라주는 그 물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방심했다. 프렌치 식당에서 OO필요하세요? 는 빵 더 드릴까요 빼고는 다 별도 차지가 붙는 추가주문 여부를 묻는 질문이다. 물론 빵값 받는 곳도 있음. 약간 궁금한 건 내가 거기서 아뇨 괜찮아요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진짜 물 안 주나…? 뭐 천원이니 크게 비싼건 아니지만(하노이 물가로는 비쌈) 물값 받냐고 물어볼걸.

 

주문이 들어가고 나서 식전빵이 서빙되고, 그걸 먹으면서 코스를 기다린다. 물은 먼저 보틀채 서빙됐고, 안 쓰는 글라스는 치워줌. 

 

빵 사진이 없는 이유는 맛있어서다. 참깨를 토핑한 바게트와 하드롤 비슷한 작은빵이 나오는데, 따끈한 빵에 말랑한 가염버터를 발라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 동생은 중간중간 더 달래서 코스 내에 식전빵을 3번 먹음. 아 그거 한번 이상 리필하면 교양없어 보이니까 코스 먹으라구… 빵을 평소에 못 먹는것도 아니고 코스 먹으러 와서 왜 빵만 먹고있니. 나는 처음에 나온 한 개만 먹으면서 교양인 행세를 했다(…)

 

 

 

코스를 기다리는 사이 같은 구역에 있던 일본인 단체가 빠졌다. 한 층의 반 정도 되는 섹션에 우리 가족만 있어서 얼른 인테리어 사진을 찍었음. 이 레스토랑은 일본인들이 패키지 관광을 오면 마지막 일정 쯤 저녁식사로 오는 곳 같았다. 이 사람들은 단체라서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큰 와인병 한 개와 오늘의 메뉴로만 나오는 코스를 시켜서 먹고 간 듯. 

 

일본인들의 프렌치 사랑 덕인지 일본인 관광객에게 익숙해 보였는데, 아직 한국인은 별로 다녀가지 않았는지 한국말 하는 서버는 없었다. 대신 서버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데, 베트남에서 얘기해 본 모든 사람 중 영어를 제일 잘 했다.

 

 

빵 먹으며 한 5분쯤 기다렸더니 서빙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글라스로 시킨 와인. 내가 시킨 칠레산 쇼비뇽 블랑은 적당히 라이트하면서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아서 곁들이기 좋았다. 반면 동생이 시킨 카르비네 쇼비뇽은 바디감이 심한 편이라 와인 맛이 음식을 죽일 정도. 부모님도 화이트 와인이 훨씬 낫다고 하셨다. 다시 간다면 쇼비뇽 블랑으로 하프 보틀 시키는 걸로. 강력 추천! 별 5개.

 

3명치 주문을 내가 했고, 통역도 내가 하다 보니 이 자리의 메인은 나다. 이 말은 음식이 나부터 나온다는 뜻이지. 한국 식당가면 장유유서로 나오겠다마는, 여기서는 주문하는 사람(물론 계산도 하는 사람)을 제일 먼저 서빙해준다.

 

 

내가 시킨 LES 6 ESCARGOTS DE BOURGOGNE AU BEURRE AILLE.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코스를 먹는데 당연히 에스까르고를 시켜야지! 라는 마음으로 시켰다. 이건 코스에 없는 단품 메뉴로, 가격은 190,000동. 우리나라 돈으로 9,500원 정도인데, 디너코스에서 애피타이저를 빼면 7만동이 빠지고, 다 같이 먹을거니 에스까르고가 아니더라도 근사한 단품을 하나 시키는 것도 좋다! 껍질채 올리기 쉽도록 오목하게 파인 접시에 올려 나온다. 데친 에스까르고를 마늘과 허브가 들어간 버터에 버무려서 원래 고둥에 채워서 나온다. 이걸 빼서 먹으면 됨.

 

 

에스까르고는 이렇게 생긴 전용 집게와 포크가 따로 나오는데, 왼손으로 잘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돌려서 빼 먹으면 된다. 저 집게는 일반적으로 손에 힘을 주면 오므라드는 집게와 반대로, 손에 힘을 주면 벌어지고 손을 놓으면 오므라든다. 한 번 힘을 줘서 달팽이 고둥을 끼운 후 힘을 빼도 집게가 고정되는 방식. 은근 불편하지만 고둥처럼 동그란 모양에는 저 방식이 더 맞는 것 같다. 오목하게 파여있기도 하고.

 

맛은 부드러운 골뱅이를 마늘버터에 굴린 맛. 골뱅이도 달팽이도 소라과다보니 맛이 비슷하다. 솔직히 골뱅이가 더 쫄깃하고 맛있다. 간은 슴슴한 편이고 마늘이나 허브가 강하지 않아서 버터 맛이 강하다. 애피타이저로는 약간 무거운 선택이었다. 그나마 가족들이 한 개 씩 먹고, 나는 3개만 먹어서 다행. 2개째부터는 물리더라. 

 

 

엄마 몫의 MUSHROOM PIE. 파이라기보다는 키쉬에 가깝고, 저 옆의 샐러드가 좀 뜬금없이 놓여있다. 잘게 썬 양송이와 다진 브로콜리, 양파가 들었고, 계란물을 부어서 익힌 파이. 파이지 반죽이 계란과 잘 어울리고, 너무 무겁지 않아서 애피타이저로 딱인 메뉴였다. 샐러드는 상큼한 드레싱이어서 깔끔하고. 코스 애피타이저 중에서는 이게 제일 좋았다. 맛있어서 애피타이저인데도 조금 더 컸으면 싶을 정도.  

 

 

아빠 몫의 SHRIMP SALAD WITH POMELOS(포멜로가 들어간 새우 샐러드). 포멜로(자몽 비슷한 과일)이 큼지막하게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알이 떼어낸 후 드레싱 약간과 야채 믹스를 버무려서 나왔다. 꽤 큼직한 데친 새우가 3마리 들어가 있었음. 양이 넉넉한 편이고, 슬라이스 된 방울토마토가 좋았다. 양이 너무 넉넉한 것 같기도 하고. 무난한 선택이었음.

 

 

동생 몫의 SMOKED CHICKEN SALAD. 편으로 썬 훈제 닭가슴살과 토마토, 양상추가 메인이었다. 랜치 드레싱이 상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잘 어울렸음. 훈제된 가슴살은 연하고 보드라운데, 약하게 훈연 향이 나서 잘 어울렸다. 다만 본인은 닭가슴살이라서 불만인 듯 싶었다.

 

전채를 다 먹고 나면 수프는 금방 이어져 나온다. 그날의 SOUP OF THE DAY는 포테이토 수프여서 나와 아빠는 감자를, 엄마는 두가지 색의 채소수프를, 동생은 소세지 렌틸 수프를 시켰다. 그런데 동생이 주문한 소세지 렌틸 수프가 다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오늘의 수프나 호박 수프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동생도 감자 수프를 시켰다.

 

 

POTATO SOUP. 감자로 만든 수프에 크루통이 조금 올라가 있다. 음 그런데 지역이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종자가 달라서 그런지 맛이 별로였다. 내가 예상한 감자수프는 짭쪼름하면서 크리미한, 약간의 점도가 있는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달착지근하고 콩소메처럼 맑은 맛이었다. 당황스러운 맛이라고 할까.

 

 

엄마 몫의 VEGETABLES BICOLOR SOUP. 이날은 단호박 / 시금치 수프를 반씩 담고 생크림으로 위를 장식해서 나왔다. 단호박 수프는 평범했는데, 시금치 수프가 감동적인 맛이었다. 어떻게 만든 걸까. 우선 진한 색이 입맛을 돋구는데, 한 입 먹으면 처음에는 시금치의 향이 나다가 버터맛이 감도는 수프베이스가 부드러우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마무리되었다. 생크림과 섞인 부분은 더 마일드해지기도 하고! 정말 맛있었다. 나도 이거 시킬걸 하고 후회함.

 

여기까지 먹는 데 은근 시간이 걸린다. 중간중간 맛이 어떤지 이야기도 하고, 식당 인테리어 구경도 하고. 다 먹으면 서버가 접시를 가져가고, 다시 텀을 두고 서빙을 하니까. 메인은 나오는 데 조금 더 걸렸다.

 

 

GRILLED TOP BLADE STEAK, RED WINE SAUCE, GRILLED POTATOES. 사진이 조금 각이 안맞아서 맛없어 보이게 나왔네. 레드와인 소스와 구운 야채를 곁들인 미국산 부채살 스테이크. 감자와 브로콜리, 사탕무, 당근과 단호박 퓨레가 같이 나왔다. 저 노란 장식은 전분물로 만든 것. 별 맛이 나는 건 아니고 장식용이다. 아빠와 동생은 미디엄, 엄마는 웰던으로 시켜서, 엄마 몫의 스테이크에는 웰던이라고 쓰인 꽂이가 꽂혀 나왔다. 굽기 정도가 꽤 괜찮았다. 미디엄은 부드러우면서 촉촉하니 육향이 살아있었고, 웰던은 미디엄만큼 촉촉하지야 못하지만 질기지 않고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엄마도 맛있게 드셨다. 다만 데친 야채는 별로였다. 맛이 좀 빠진 느낌? 데치는 걸 잘 못하나 싶었다.

 

 

이건 내 몫의 ROASTED DUCK BREAST, RED FRUIT SAUCE, VEGETABLES OF A DAY.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사실 소고기 스테이크야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는거, 이왕이면 내가 하기 어려운 걸 먹자! 사탕무와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가 가니쉬로 나오고, 단호박 퓨레와 석류 맛이 나는 과일 소스, 오리 가슴살 밑은 매쉬드 포테이토. 미디엄으로 시켰는데, 반 갈라보니 촉촉하면서 야들야들하게 잘 구워졌다. 여기는 그릴드 메뉴를 잘 하는 곳인가 봐. 감동적인 오리 스테이크였다.

 

한번에 나오는 음식량이 많지는 않지만 천천히 조금씩 얘기하면서 먹다보면 생각보다 배가 많이 부르다. 하지만 디저트는 먹어야지.

 

 

아빠 몫의 CHOCOLATE CROQUETTE, MINT SAUCE. 저 땡큐가 너무 귀엽다. 촉촉하니 반숙으로 익은 초콜렛 베이스의 크로켓과 민트 소스, 민트 잎으로 장식되어 나왔다. 놓임새가 약간 아쉽지만 텁텁하지 않고 적당히 달아서 마무리로 좋았다.

 

 

이건 내  “BELLE HELENE” PEAR. 조린 서양배를 슬라이스해서 동그랗게 놓고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쿠키를 올렸다. 저 초코소스만 없었어도 훨씬 나았을텐데. 그 문방구에서 팔던 싸구려 초콜렛 펜 맛이 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부드럽다기보다는 사각거리는 질감이 살아있는 타입이어서, 몰캉한 서양배 조림과 어울렸다. 쿠키는 별로였고.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은 무난한 맛이었다.

 

 

엄마가 시킨 PANNA COTTA. 이탈리아식 디저트라 프렌치 식당에서 나오는 게 조금 의외지만, 맛은 있었다. 바닐라향이 좋았고, 옆에 놓인 노란색 과일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다만 저 위에 올려진 핑크색 크림은 NG. 결국 걷어내고 먹었다. 엄마가 시킨 메뉴는 다 성공적이었다.

 

 

동생의 SWEET POTATOES CAKE. 이거 진짜 ㅋㅋㅋㅋ 완전 망작이다. 어느 한 구석도 멀쩡한 곳이 없어. 베트남은 감자 / 고구마 조리법이 얼마나 다르길래 이정도인가 싶다. 설마 SWEET POTATO가 고구마가 아니고 달게 조리한 감자를 말하는 건가? 아니 그러기에는 색은 고구마 색이란 말이지. 아마 고구마를 쪄서 으꺤 후 전분을 섞어서 다시 찌면 저런 질감이 나올 것 같은데. 푸석푸석하면서 전분으로 묶인 그런 맛? 심지어 판나코타에 조금 올라간 것도 맛이 없어서 걷어내고 먹은 그 분홍색 크림으로 위를 다 덮어놔서 어디를 먹어도 맛이 없었다. 다들 한 입씩 먹어보고 그대로 남김. 

 

디저트가 끝날 무렵에 프랑스인 쉐프가 인사를 왔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그런 걸 물어봐서 그릴드 메뉴가 괜찮았고 맛있게 먹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앞에 왔던 일본인 관광객이나 우리보다 늦게 왔지만 먼저 나간 다른 커플 테이블에는 안 왔어서 서프라이즈를 받은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을껄 그랬다.

 

 

다 먹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서버가 계산서를 가져다 준다(일어나지 말고 기다려요). 시킨 메뉴와 가격, 세금과 봉사료를 전부 더한 가격. 우리는 에스까르고 190,000동, 디너 세트 3개가 각 398,000동, 애피타이저가 빠진 디너 세트 328,000동. 글라스 와인이 각 130,000동에 물이 20,000동 해서 총 2,300,760동이 나왔다. 한국 돈으로 12만원이 못 되는 금액. 

 

한국에서 4인 가족이 돼지갈비 먹고 밥과 찌개, 냉면 먹으면 이 정도, 혹은 그 이상 나오는데, 한명에 3만원정도로 와인을 곁들인 프렌치 4코스를 먹었으니 역시 물가가 싸긴 싸다. 요즘 한국 방송에 소개된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도 있지만, 워낙 사람들이 몰려서 먹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아 고른 레스토랑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디저트만 개선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디너4코스를 먹었지만 런치에는 3코스로 100,000동 정도 저렴한 런치코스도 있으니 하노이에서 좋은 경험을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다음에 하노이에 가면 다시 꼭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는 디저트를 알라카르테에서 고르거나 2시간 반 걸리는 풀코스를 먹는 걸로. 만약 우리와 같은 메뉴를 받는다면 버섯파이 - 채소수프 -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 판나코타가 제일 맛있는 조합일 것 같다.

 

현금으로 다 계산하려고 했는데 마사지에서 훨씬 비싼 것으로 4명 다 바꾸다 보니 현금이 약 2,150,000동 정도밖에 안 남아서(…) 있던 현금 중 고액권을 털어서 현금 2,100,000동 내고 나머지 200,760동은 카드로 계산했다. 겨우 만원 부족한 거였어. 이 때 마사지 60분짜리할걸 하고 후회 많이 했다. 

 

계산을 다 하고 가져다주는 영수증을 받으면, 택시 불러드릴까요? 라고 묻는데, 위에 썼다시피 현금이 한 50,000동밖에 없어서 비싼 택시 올까봐 거절했다. 그리고 약간 걸어 나와서 그랩을 잡아서 짐 맞겨 놓은 호텔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빠가 택시 안에서 바꿔 온 10달러짜리 10장을 주심(…) 아니 계산하면서 돈 모자랄때 주셨어야죠.

 

아무리 여행 마지막 날이라지만 바꿔온 돈을 거의 다 쓰다니. 남겨올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아침에 체크아웃 하면서 공항 가는 택시를 미리 예약해 놓은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 글 쓰면서 생각난건데 어차피 그랩은 카드 결제 되는데 그냥 불러달라고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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