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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프렌치 디스패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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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오랜만에 극장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프렌치 디스패치> 후기

 

 

마침 빨간날인 어린이날에 못 봤던 <에에올> 상영을 하길래 친구와 보고, <타르> 보러 간 오프날 <프렌치 디스패치>도 하길래 같이 봤다. 그래서 5월 초에 한 오랜만에 극장에서 프로그램 6작 중 무려 4작이나 봤네;;; 5월에 많이 봤고 6월은 바빠서 많이 못보겠다~ 했는데 그리스에 죠스에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난리라 아마 또 어떻게든 시간을 내 보긴 할 듯...

 

 

그래서 어린이날 에에올 보러 왔다. 이날 비가 막 와서 영자원 사진은 다른 날에 찍은 것 재사용. 아마 점심때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영화보고 밥 먹기로 했는데 4시부터 배가 고프길래 바로 옆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쿠폰 있던 애플파이와 상하이버거 하나 사서 나눠먹고 들어갔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맥도날드 파이는 파이보다 군만두에 가깝지 않나...몇년 전에 나왔던 라즈베리 파이인가가 가장 맛있었는데 다시 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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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들어와서 발권. 어린이날이라 사람이 많은가? 싶다가도 비가 많이 와서 좀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애매하게 많았다. 아무래도 유명한 작품이고, 개봉한지도 얼마 안 지나서 사람이 많은 것도 있을 듯. 

 

 

이번 자리는 I열 11번. 에에올이 좀 정신 사나운 영화라 더 앞에서 봤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공휴일이기도 했고 사람도 많아서인지 관크는 좀 있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다양한 연령대가 화기애애하게 웃긴 장면은 다들 웃어가며 보는 분위기였다. 대신 핸드폰 반딧불이는 좀 아주 심한 편이어서 거슬렸다. 아니 대체 왜 영화관에서 핸드폰을 키냐고요 그럴거면 나가시던가. 두시간 핸드폰 못 보면 죽냐.

 

 

양자경 주연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줄여서 <에에올>. 제목이 이게 뭐니. 요새 영화 제목들은 번역을 하는 게 아니라 음차를 한다. 곧 나올 아리애스터 신작 <보이즈어프레이드>도 보이즈/어프레이드 인가 했더니 보/이즈/어프레이드라고 해서 아니 영어 모르면 제목도 모르고 영화를 보라는거냐 싶더라. 그냥 보는 두렵다나 보는 무섭다 로 하면 되잖아. <에에올>도 확장판은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으로 번역했던데 진작에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으로 했으면 더 나았겠다.

 

영화는 프롤로그 / 에브리띵 / 에브리웨어 / 올 앳 원스 이렇게 파트로 나누었는데, 앞뒤로는 에블린과 가족들의 세금문제와 가족간 문제가 붉어지고 해결되는 가족영화적인 내용이고, 에브리띵과 에브리웨어 파트가 골때린다. 에브리씽 파트는 에블린이 다중우주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고 조부 투파키와 맞서 싸우는 내용, 에브리웨어는 에블린이 다중우주를 넘어다니면서 사고도 치고 수습도 하고 조부 투파키를 설득해서 베이글 블랙홀로 못 넘어가게 막는 내용이다. 다중우주를 넘나들때마다 캐릭터와 연출이 확확 바뀌어서 영화 여러 개를 보는 느낌. 가장 인상깊었던 건 1부인 에브리띵 파트의 마지막인데, 양자경이 죽길래 ??? 이렇게 주인공이 죽는다고? 설마 회귀물? 리셋인가? 했는데 양자경 주연의 영화가 끝나는 것으로 연출됐던 것이었다. 이렇게 막장이란 말은 못 들었는데? 하고 있었는데 페이크였네.

 

하여튼 뭐 포스터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보기전에는 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이 안 오는 영화다. 보고 나서는 조잡하진 않지만 전개와 전환이 너무 빨라서 정신없고. 엄마와 같이 보러 갔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우리엄마 취향은 아니고 부모님 나이대에서도 호불호가 꽤 갈릴 듯하다. 나야 오스카 스윕 이후에 본 거고 양자경 주연이라니까 한번 볼까~ 하고 본 건데 딱히 내 취향은 아니더라고. 미국식 개그와 이민자 가정에서 흔히 생기는 갈등, 모녀간의 애정 뭐 그런 소재인데 아... 진짜 딱 >미국영화<여서 뭔가 공감대 형성이 안 된다. 무난하게 재밌게 봤지만 딱히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단란한 가족이 TV를 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오 이 가정은 콩가루가정이겠군 하는 감이 빡 온다. 그리고 예감에 걸맞게 불량청소년 출신 레즈비언 딸과 이혼장을 준비한 남편으로 이어지지. 마지막에는 화해를 하니까 여기에 조이 여자친구까지 끼워서 화목한 가정이 될까?

 

 

세탁소 세금 문제로 국세청 오피스에 갔다가 갑자기 멀티버스 이용자가 되는 에블린. 아니 멀티버스 영화인 건 알았는데 이렇게요? 여기서요? 남편이요? 아 이 영화 장난아니게 또라이구나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고 그냥 봐야겠다 한 게 이 지점이었다.

 

 

조부 투바키의 정체가 안 나왔을 때도 뭐 딸이겠지 싶었고 역시나 딸인 조이가 빌런이었다. 이 장면이 아마 조부 투파키 얼굴이 나오는 첫 장면일텐데 캐릭터가 현실과 괴리된 느낌이 진하게 들어서 빌런느낌이 더 강했다. 타노스 첫등장보다 임팩트있던데.

 

 

조이 / 조부 투파키 역의 스테파니 슈. 다른 필모는 본 것 없는데 연기를 엄청나게 잘 한다. 저 중이병 빌런캐를 연기하는데 엄청나게 자연스러운 느낌? 맨 처음 올개닉 장면에서는 상영관 사람들이 다 터졌다. 개인적으로는 스테파니 슈가 오스카 조연상을 타야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신인이라서도 있고 다른 영화제처럼 제이미 리 커티스를 조연상 후보로 올린 곳이 많아서 상복은 별로 없었나보다. 에에올에서 제일 좋았던 게 스테파니 슈의 연기와 의상들. (그리고 미묘하게 내 고등학교 친구를 닮았다 ㅋㅋㅋㅋ)

 

 

분량이 그렇게 많진 않지만 임팩트가 미쳤던 해리 슘 주니어... 아니 스텝업때나 글리때나 지금이나 생긴게 똑같아 늙지를 않네... 극장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짤로 보니 처음 등장 씬에 라따구리(라카쿠니) 꼬리가 저렇게 대놓고 나와있었다. 왕화관에서 볼 때도 저 라쿤 인형이 엄청 로봇 티가 나면서 버벅거리는 느낌이었는데, 그 쌈마이 느낌이 너무 웃김. 이 씬 말고 라쿤이 잡혀가는 장면이 더 웃긴데 그쪽은 짤이 없네... 라쿤은 철창에 갇혀있고 양자경이 무등을 태워서 차를 쫓아가는 장면이 제일 웃겼다. 

 

 

이달의 세무조사관 상.. 처음 트로피가 나올때부터 약간 아... 성인용 개그가 나오겠구만 했는데 역시나였다. 예상 못한 건 저 처음에 습격한 체크무늬 남방이 점프할 때 쓸 줄 알았는데 예상외의 인물이 등장했다는 거? 이 장면이 극장 반응이 제일 좋았다. 이것도 그렇고 조부 투바키가 경비원들을 성인용품으로 패는 것도 그렇고 웃기긴 한데 미국식 성인 개그는 진짜 내 취향 아니다. 난 둘 다 점프 못 하고 맨손으로 투닥투닥 싸우는 장면이 좋더라.

 

 

핫도그 손인 사람들이 사는 우주.... 짤 찾는데 왜 이렇게 슬픈 짤만 있지? 발로 피아노 치는 장면이랑 핫도그 손의 유인원이 호모 에렉투스를 이기는 장면이 진짜 어이없었는데. 그런데 엄밀히 따지자면 소세지 손인 사람들 아닌가? 핫도그면 빵이 있어야하는데 빵이 없잖아. 이 우주에서는 에블린과 디어드리와 커플로 나오는데, 이 우주를 겪고 나서 조이를 이해하게 된걸까? 아니 그런데 왜 디어드리와 커플이지? 그냥 출연진을 늘릴 수가 없어서인가? 했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쯤에서 보면 디어드리와 에블린이 쿵짝이 잘 맞는 것 같긴 하더라. 

 

 

감동의 돌멩이 씬. 돌이 I'm gonna get you! 하면서 움직이는 장면과 조이를 뒤따라 망설이지 않고 절벽을 뛰어내리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영화 보기 전에는 이게 무슨 장면인고, 싶은데 영화를 보고나면 '그' 에블린의 모성애를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싶다. 뭐 이것도 선해해 줄 때의 이야기기는 하다만...

 

 

 

 

에블린과 조이가 점프하는 장면들이 근근이 나오는데, 특히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여러 우주를 넘나들어서 장면이 확확 전환되는 편집이 좋았다. 

 

 

영화 마지막에 조이와 에블린이 서로를 이해하는 감동적인 장면... 인데 조이의 저 대사가 심금을 울린다. 유교문화권 장녀를 울리는 대사야... 에블린은 그 this인 너도 사랑한다고! 

 

 

키 호이 콴이 연기한 웨이먼드 왕. 대책없이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인데, 뭐 결국에는 웨이먼드의 그 긍정적이고 선한 마음 덕을 보았으니 되었다. 국세청에 조사받으러 갔을 때 알파 웨이먼드가 점프를 위해 립밤을 씹어먹더니 갑자기 무공고수가 되어서 가드들을 다 쓰러트리는 장면이 웃겼고... 웨이먼드와 도망치지 않고 배우가 된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나오는 화양연화 풍 유니버스도 좋았다. 마지막은 나름 단란한 가정이 되었으니 해피엔딩인가? 아니 그런데 알파 웨이먼드와 알파 에블린은 결혼 안 했다면서 조이는 또 딸이야?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다른 유니버스 보면 웨이먼드와 결혼 한 유니버스도 안 한 유니버스도 있는데 조이는 어느 우주에 가도 에블린의 딸이라는 게 가능한가 싶다. 

 

 

조부 투바키가 베이글 위에 세상의 모든 것을 올려만든 블랙홀. 이거 볼 때마다 베이글이 먹고싶어서 그 다음날 바로 베이글 사 먹었다. 에브리띵 베이글은 없지만 이거라도...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더라.

 

이것 말고 인상적이었던 건 그 강아지 데리고 오는 세탁소 단골. 중간에 싸울 때도 강아지를 데리고 있어서 조마조마햇는데 역시나 개를 던진다. 그 장면을 꼭 넣었어야 했을까요? 이것 말고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만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재미있어 할 영화였다. 나도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재밌게 봤음. 양자경이 쿵푸하는 거 너무 좋았는데 무협영화 나온 거나 더 찾아봐야겠다.

 

 

에에올 보고 그 다음주에 <프렌치 디스패치>와 <타르>를 같이봤다. 웨스 앤더슨 영화는 딱히 찾아보질 않아서 이게 처음인데, <타르> 하는 날 한번 보자싶어서 예매를 했다. 

 

 

같은 날 영화 두 편 보는김에 H열 I열 비교를 해보자 싶어서 프디패는 H열에 앉았다. 역시 나는 H열이 취향이네. 혼자 올 때는 최대한 H열을 노려봐야겠다. 평일 퇴근 전 시간대는 고인물만 있어서 쾌적하게 볼 수 있긴 한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얇은 에코백은 휴대폰이 빛나는 걸 못 막아 준답니다. 핸드폰을 안 끄고 에코백에 넣어서 가방걸이에 걸어두면 옆사람이 괴로워요^^ 한번 그랬을 때 재깍 꺼 주셨다면 좋았을텐데^^

 

 

웨스 앤더슨 영화를 직접 본 건 <프렌치 디스패치>가 처음인데, 소문대로인 '웨스앤더슨영화'였다. 강박적일 정도로 대칭이 계속 나오고 비현실적인 컬러고, 내용은 별로인 그런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이 죽고, 그 편집장과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기사 4개를 편집장의 첨삭을 더해 보여준다. 첫번째는 앙뉘 탐방, 두번째는 모세 로젠탈러라는 화가의 작품, 세번째는 학생운동, 네번째는 경찰서장의 식당과 아들 납치 사건을 다루는 기사였다. 나는 두번째와 네번째 파트가 좋았고 세번째 파트가 제일 취향이 아니었다. 이건 취향따라 평이 많이 갈리는 듯? 파트별로 배우들이 확확 바뀌는데 유명 배우들이 아주 많이 나와서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도 다들 어디서 본 사람이다. 사실 틸다 스윈튼 나온대서 봤는데 틸다 스윈튼은 진짜 조금 나오고ㅋㅋㅋㅋ 레아 세이두에 감탄하며 나왔다.

 

어디서 본 평가지 웨스앤더슨 영화는 남자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여자는 도구 역할로 나온다고 하는 후기를 봤는데, 여성 인물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거의 다가 기능상의 필요로 등장한 느낌이었다. 그 기능만 할 수 있다면 허수아비로 바꿔도 상관없을 듯. 그래도 여자 없이 남자만 버글버글 나오는 영화보다는 낫긴 하다. 보는 재미는 있는데 다시 보지는 않을 것 같고, 약간 졸릴 때 배경으로 틀어두고 자면 딱 좋겠다 싶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오프닝 씬. 웨이터가 저 계단을 돌아돌아 올라가서 잡지사에 서빙까지 하는 씬인데 의외로 짤은 없더라? 하여튼 오프닝 씬을 보니 이 영화가 앞으로 얼마나 비현실적인 걸 보여줄지 감이 온다. 미감이 너무 비현실적인데 뭐 보기엔 좋으니까요.

 

 

잡지의 편집장, 아서 하워드 주니어와 웨이터. 코르크판에 잡지에 실릴 기사들이 쭉 붙어있다. 영화에 나오는 기자들(로벅 라이트 / 베렌슨 / 세저랙) 이름이 붙어있는 게 보인다. 옛날에는 실제로 저렇게 붙여놓고 잡지를 만들었을까?

 

 

첫 번째 섹션은 세저랙이 쓴 지역 소개. 앙뉘라는 작은 프랑스 소도시를 자전거를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마을 소개를 하는 기사다. 굉장히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보다보면 매주 몇명이 죽고 강에 시체가 떠다니고 뭐 이런 내용인 걸 보면 치안이 별로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기억에 남은 장면 두 개. 무난하게 보고 있었는데 조명이 꺼지니 갑자기 쥐떼가 등장하는 지하철 씬과, 지붕에다 고양이 밥을 주는 씬. 아니 쥐가 많아서 그런가 고양이는 또 왜 저렇게 많아. 밥을 주는 데 다가오지도 않고 얌전한 게 좀 웃기다.

 

 

두번째 기사는 베렌슨(틸다 스윈튼)이 과거 미술품 수집가인 클렘펫 밑에서 일할 때 만났던 화가, 모세 로젠탈러와 그의 작품에 대한 강의를 했던 기억을 되새기는 식으로 전개된다. 틸다 스윈튼은 화자일뿐이라 많이 나오진 않고, 모세 로젠탈러와 간수 시몬, 중개상 카다지오가 중심이 된다. 사실 틸다 스윈튼을 기대해서 <프렌치 디스패치>를 본 건데... 베렌슨이 자칭 범죄자와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질 않나 ppt에 자기 누드사진을 넣질 않나. 어떤 미친 여자가 대외 발표 ppt에 누드 사진을 넣나요. 쓸데없는 누드를 넣는것까지 이름 따라가서 프렌치냐.

 

 

사람을 죽이고 수감된 로젠탈러와 간수 시몬, 경범죄로 들어왔다가 로젠탈러의 그림을 보고 이를 탐내게 된 중개사 카다지오. 다들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인데 연기가 살벌해서 긴장감이 있다. 로젠탈러의 그림이 돈이 될 것 같으니 이걸 반출해서 돈 좀 벌어보려고 했더니 아니 얘가 그림을 안 그리네. 얼굴 한 번 보러 들어오는 것도 뇌물이 얼마나 드는데! 작업을 했대서 감옥에 갔더니 그림을 회벽에다가 그려놓지를 않나 그걸 보겠다고 뇌물을 뿌려가며 감옥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지를 않나. 결국 로젠탈러는 엄청난 로비로 감옥에서 나오고 감옥 벽을 통째로 뜯어서 컬렉션에 넣어버리는 것까지 종합적으로 현대미술과 인간이란.... 하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였다.

 

 

나는 레아 세이두의 무표정한 얼굴이 좋아. 시몬은 교도관으로 들어와서 로젠탈러의 뮤즈 역할을 하는데, (심지어 계약 전 대본에는 없었다던)아주 불필요해보이는 누드모델씬을 제외하고는 나오는 장면마다 마음에 든다. 어려운 가정과 입양보낸 아이를 뒤로하고 교도관이 되었는데 그것도 정말 일이라서 한 거고, 로젠탈러의 뮤즈이자 연인이라지만 글쎄? 교도관을 관두고 나와서 바로 입양보낸 아이를 되찾아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엔딩이라 좋더라.

 

 

세번째 기사는 루신다 크레멘츠라는 기자가 학생운동을 취재하고 쓴 기사인데, 너무 프랑스 영화 스타일이라서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대체 여자 기숙사에 남학생들이 못 들어가는 게 왜 학생운동을 하는 주제냐? 심지어 행정처와 체스 대결로 붙어서 졌잖아. 딱히 왜 리더인지 모르겠는 '젊고 잘생긴' 시위대장 제피렐리에 의견이 다른 건 알겠는데 그럼 토론을 하던지 나름 파벌도 있으면서 분칠하는 것만 강조하는 '어린 여자' 줄리엣이 시시건건 부딪히고 그 와중에 젊은 남자애와 자고 어린 여자애를 질투하는 '능력있는 노처녀'까지.. 그놈의 어린 여자 - 젊은 남자 - 중년 여자 삼각관계 구도를 만드는 건 왜 자꾸 하는거야 재밌나? 

 

 

이 영화에서 어쩌라고 싶지 않으면서 볼만했던 건 군대에서 자살한 미치미치 친구 나오는 씬과... 짤처럼 무대식으로 배경이 전환되는 장면 정도? 여기에 더해서 바리케이트 뒤에서 크레멘츠가 줄리엣에게 사과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 거라고 충고하는 장면이 좋았다. 그런데 엔딩이 '안테나 고치러 맨손으로 목공으로 만든 타워에 올라갔다가 타워가 부서져서' 죽은 학생운동 리더와 그를 우상시하는 학생들로 끝나서... 실제로 학생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무례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가 별로였음. 

 

 

네번째 기사는 좀 특이하게 로벅 라이트가 TV 스튜디오에서 이전에 작성했던 기억에 남은 기사를 암송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포토그래픽 메모리는 아니고 활자를 기대로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능력확인 차 시킨 거였는데,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에 초대받아 갔다가 경찰서장의 아들이 납치되어 구출하는 사건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 채도가 낮은 색상만 썼는데도 바닥에는 지그재그 무늬를, 벽에 걸린 커튼에는 세로주름을 많이 잡아두어서 현란한 느낌이 강하게 났던 스튜디오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뭐... 잡지사 내부에 있는 로벅 라이트의 방도 장난이 나이다. 이 장면은 굉장히 짧게 지나가긴 했지만 핑크색 벽지에 아레카야자와 꽃무늬 커튼 꽃무늬 소파... 전화기가 있는 테이블 다리도 현란하다. 스튜디오는 나름 게스트 맞춤형 인테리어였나.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에서 요리를 맡은 네스카피에. 아무리 봐도 한국인인거 같은데... 독립운동가 관상이신데... 했더니 정말 한국계 미국인이신 스티븐 박이라는 배우였다. 쇼맨십이 넘치는 요리 장면도 재밌지만 후반부에 본인과 납치범들이 먹을 음식에 독을 넣어서 납치범들을 잡는 데 활약을 한다.

 

 

경찰서에 칩입해 경찰서장의 아들을 납치하는 장면. 이 네번째 에피소드는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썼는데, 이 장면도 그렇지만 경찰차로 납치범이 탄 차를 쫓아가는 씬이 좋았다. 다만 이렇게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넣어서 연출을 잘 할 수 있었으면 그냥 시몬 누드씬 같은것도 애니메이션 처리 했어도 되지 않았겠냐? 물론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본에도 제대로 안 써놨던 누드씬을 나중에 감독이 그림으로 그려가며 추가하는 것보단 그냥 애니메이션 처리할 것이지. 

 

 

이건 그냥 시얼샤 로난이 예뻐서. 대부분 흑백으로 나오는데 이 장면이 큰 극장 스크린에 컬러로 나올 때 너무 예뻐서 놀랐다. 이 외의 장면은 납치된 애 감시하는 술집여자 역이라 뭐....연기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었겠다.

 

 

이렇게 에피소드 4개가 끝나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편집장이 남긴 유언을 공개한다(그런데 왜 시체가 여기에 있나요). 잡지는 폐간하고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고 뭐 그런 유언이 공개되고, 잠시 우울한 분위기가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편집장의 부고문을 쓸 때가 되니 금방 왁자지껄해진다. 편집장이 죽은 건 죽은거고 부고문은 이렇게 써야겠다 하는 경쟁적인 모습이 좋았는데, 그럼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이제 뭐 먹고 사냐 싶기도 해서 좀 아쉽다.

 

전반적으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별로인 영화는 아닌데, 연출과 미술이 다 좋은데 내용이 별로였다. 그냥 스토리 생각 없이 틀어놓고 구경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듯? 같은 감독 작품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비슷할 거 같은데 나중에 잠 안 오고 시간 여유 있을 때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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