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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그녀가 말했다>, <타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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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오랜만에 극장에서, <그녀가 말했다> <타르> 후기

 

 

보고 온 지는 조금 됐는데... 시간이 없어서 후기를 못 쓰고 있다가 지금에야 올린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5월 초~중순에 가정의 달 특집으로 했던 <오랜만에 극장에서>라는 프로그램 후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타르>, <그녀가 말했다>와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Mr. 폭스>, <개들의 섬>, <프렌치 디스패치> 해서 총 6작을 상영했는데 무려 그중에 4작을 봤다. <에에올>은 마침 딱 어린이날 상영이 있어서 친구와 봤고, <그녀가 말했다>는 캐리 멀리건이, <타르>는 케이트 블란쳇이, <프렌치 디스패치>는 틸다 스윈튼이 나오길래 예매해서 보고 왔다. 제가 이렇게 단순합니다. 원래는 본 순서대로 <그녀가 말했다><에에올> / <프렌치 디스패치><타르> 이렇게 묶어서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녀가 말했다>와 <타르>를 묶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후기를 쓴다.

 

 

이제 상암이 우리 동네 다 됐다.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더 자주 왔을 것 같은데... 뭐 하여튼 현수막이 바뀌었더라. 6월부터 <초기영화로의 초대> 프로그램을 한다는데 무려 그리스가 있더라고요..? 아 그럼 또 봐야지 근데 스필버그 셀렉션도 봐야하고.. 볼 거 많구만... 

 

 

<그녀가 말했다>는 친구와 같이 봤다. 목요일 오후 7시 상영인데 길이 엄청 막혀서 시간에 못 맞출까봐 열심히 뛰어왔던 기억이 나네. 마음은 급한데 이 날따라 티켓발권기는 왜 이렇게 안 눌러지는지 전화번호 누르는데 계속 안 눌러져서 짜증났다. 

 

시네마테크 KOFA 예매 관련 포스팅은 여기 -> 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 예매, 좌석변경, 예매취소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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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H열이 좋은데 친구가 I열이 좋다고 해서 I열로 잡았다. 그런데 뭐 그녀가 말했다는 그렇게 몰입하면 나만 불편한 영화라 이렇게 약간 떨어져서 보는 게 괜찮았을지도? 이 날 영화가 129분이니 그렇게 길지는 않았는데 실화 배경인만큼^^ 속 터지는 내용이 있어서인지 그냥 사람이 많아서인지 실내가 더웠다. 이제는 뭐 냉방해주겠지만... 

 

 

믿고 보는 캐리 멀리건과 조 카잔 주연의 <그녀가 말했다>는 뉴욕타임즈 기자 메건 투히와 조디 캔터가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추적, 보도한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맨 처음 메건 투히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성범죄를 보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조디 캔터의 할리우드 성범죄 취재에 동참해 기나긴 취재와 설득 끝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보도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보도는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으로도 이어지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취재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뉴욕타임즈 기자 원본은 이것(유료다) -> https://www.nytimes.com/2017/10/05/us/harvey-weinstein-harassment-allegations.html

 

Harvey Weinstein Paid Off Sexual Harassment Accusers for Decades (Published 2017)

An investigation by The New York Times found allegations stretching back to 1990 about Mr. Weinstein’s treatment of women in Hollywood.

www.nytimes.com

 

가장 큰 문제는 하비 와인스타인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면서 넣은 언론과 인터뷰를 금지하는 조항. 위자료 소송이 걸릴 테니 피해자들에게 인터뷰를 따내는 것도 어려웠고, 기자 개인에게나 회사에게도 압력이 들어오곤 했다. 영화에서도 말하지만 이런 성범죄가 묵인될 수 있는 시스템의 문제가 크니까. 미라맥스 임직원들이나 법원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와인스타인과 합의하지 않았던 피해자가 실명 인터뷰를 결심한 이후에야 기사가 나왔으니 합의하지 않은 피해자가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이만큼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웠겠다. 하비 와인스타인이 기사 소스가 기네스 펠트로냐고 묻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른 피해자들과는 모두 합의를 했으니 기네스 펠트로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런데 이 영화 브래드 피트가 프로듀서로 있는 플랜비 꺼더라? 너 예전에 기네스 펠트로랑 사귀고 난 후부터 안젤리나 졸리랑 결혼했을 때도 와인스타인이랑 작업 겁나 하지 않았냐? 심지어 기네스 펠트로 때는 하비 와인스타인한테 가서 따졌다고 하고 안젤리나 졸리는 와인스타인과 작업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도 지금까지 입 닦고 같이 일 잘하다가 마치 나는 몰랐던 척 이런 영화를 내는 게? 어떤지? 물론 영화야 잘 만들어졌습니다만 그렇다고 브래드 피트가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즈 기자들에게 감사하다 뭐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게 아닌지?

 

피해자 중 한 명이 말했던 I want my voice back이라는 대사와 영화 마지막쯔음에 조디 캔터가 전화를 받고 피해자가 기사화에 동의하자 She said yes!라고 하는 장면, 마지막 크레딧에 Ashley Judd - Herself로 나오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She said yes! 장면은 이래서 영화 원제가 She said인가 싶기도. 사실 이 대사는 영어화자가 아닌 내 입장에서야 주로 프로포즈 장면에서나 나오는 대사인데, 따져보면 결혼을 하겠다는 것보다 성범죄 고발을 실명으로 하는 게 더 어려운 결정이니까 보는 사람에서는 이쪽이 더 감격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물론 실명으로 성범죄 고발을 한 이후에도 얼마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이토 시오리나 서지현 검사나 김지은씨 케이스를 봐도 잘 알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와인스타인의 변호를 맡은 그 유명 페미니스트의 딸(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캐릭터가 엄청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가해자는 정중한 사람이고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다'고 굳게 믿으면서 피해자를 2차가해하는 주변인이야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여자라면 피해자를 공격하려는 측에서 고의적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당장 박원순 시장 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해달라고 하는 박모씨나 박재동 시인 성추행 사건에 나서는 원모씨나 뭐 그런 사람들이 이 경우겠지.

 

영화 보고 포스팅 쓰면서  영화 초반에 나왔던 트럼프의 성범죄 관련해서 피해자가 건 민사소송에서 500만 달러 배상 평결이 나왔길래 좋아했더니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시네마테크 협의회에서 성추행범인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를 다시 재임용하질 않나 공군에서 상관을 성희롱하지 않나... 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라 우리나라 걱정할 때였던 거에요 저긴 그래도 미국이었던 것을... 갈길이 멀다 진짜. 

 

 

영화의 주인공인 피해자들과 두 기자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이 뉴욕타임즈의 상급자들. 오른쪽 두 명이 취재의 주역인 메건 투히(캐리 멀리건)와 조디 캔터(조 카잔)고, 왼쪽이 그 상급자들이다. 일단 저 연령까지 밤늦게까지 기사 수정을 볼 정도로 현역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시니어들이 있다는 게 놀랍고, 하비 와인스타인의 회사와 컨택하거나 회의하는 장면들을 보면 현장 취재를 하는 기자들가이드를 주고 책임 여지가 있는 장면에도 적극적인 게 뭔가 이렇게 이상적인 상급자들이 나온다고? 싶었다. 솔직히 하비 와인스타인이라 이미 아는 사이라는 분은 꽤 의심했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두 기자와 패트리시아 클락슨, 피해자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특히 두 기자의 남편들)이 취재에 방해가 될까 걱정했는데 애가 둘이거나 갓난아이가 있는데도 굉장히 협조적이더라.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가정파탄의 조짐이 보였을 텐데... 내가 너무 각박하게 사는가 다들 협조적이었다. 전체적인 연출이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가 있어서 보기에도 편했다. 

 

 

화요일에 <프렌치 디스패치>와 <타르>를 다 봤다. 친구가 하도 H열은 목 아프다고 해서 어디 그 정도로 다른가 해서 같은 날 H열과 I열을 다 잡아서 보기로 했는데, <타르>는 I열. 그런데 1시간 반 영화 보고 1시간 15분 안에 화장실 가고 밥 먹고 다시 돌아와서 다시 2시간 반짜리 영화 보려니 힘들다. 그런데 이걸 앞으로도 또 할 것 같다는 게(...) 하지만 같은 날 재밌어 보이는 영화 두 편을 같이 해 주면 이왕 쉬는 날 상암 가는 김에 다 보는 거지 뭐. 프디패 보고 얼른 밥 먹고 입장 시작하자마자 들어와서 앉았는데, 일찍 들어오신 할머니 두 분 목청이 얼마나 좋으신지 해외여행 갈 거다 캐리어가 없다 내가 빌려주겠다 며느리 욕 민주당 욕 방송국 욕을 아주 열심히 하시더라. 그런 건 카페에서 하세요 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상영 중 관크는 별로 없었으니까 괜찮았다.

 

 

<타르>는 진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였다. 일단 오케스트라가 배경이다 보니 클래식 사운드가 압도적인데, 이건 OTT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가 없으니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지장있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왜냐면 스토리랄 게 없어서;;; <타르>가 걸려있을 때 보려고 했는데 상영관이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영화가 158분이나 되니 다들 100분을 넘어갈 때부턴 사람들이 이제 끝나나? 드디어 끝나나? 하는 들썩거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뭐 별 불만은 없다. 평일 오후 6시 시작이라 오프 아닌 날이라면 오기 힘들겠지만 대신 오후 9시 전에 끝나니 집에 오기는 편하더라. 

 

 

아 이 포스터 정말 맘에 안 드는데 그래도 국내판 포스터로 가져왔다. 기타 등등 글자 없이 TAR만 적힌 포스터가 예쁘던데. 오스카 작품상 / 여우주연상 / 촬영상 뭐 이런 건 알겠는데 이 영화에 각본상..? 2월 개봉한 영화인만큼 악명이 자자하다는 건 알고 봤는데 정말 악명이 자자할만한 스토리의 영화였다. 오직 남는 것이라고는 케이트 블란쳇의 얼굴과 연기력뿐인... 초중반까지 괜찮았다가 뒤에서 다 말아먹은 영화. 이 영화가 과연 158분일 이유가 있었을까요? 딱 봐도 여기서 영화가 끝나면 딱이겠다 싶은 지점이 있는데 그 뒤에 구질구질한 뒷부분을 꼭 붙여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이 영화에서 신기했던 건 크레딧이 영화 시작할 때 나온다는 것. 보통은 끝난 후에 한참 크레딧이 나오는데 영화 시작할 때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크레딧이 나오니 강제 시청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신기했다. 근데 좀 길긴 길더라고요... 영화 보기 전에 진이 빠진다.

 

 

그냥 2시간 반짜리 케이트 블란쳇 영상화보...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차력쑈... 케이트 블란쳇 버전의 <군도>다..... 이런 느낌으로 보면 괜찮다. 맞춤 셔츠를 입고 독일어를 하면서 지휘를 하는 케이트 블란쳇이 나와요! 연기 잘하고 너무 좋아하는 배우지만 당신의 작품취향은 저의 취향과 너무 달라요... 이 영화의 모든 설득력은 케이트 블란쳇에게서 나온다.

 

 

베를린 필의 첫 여성 수석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비서 프란체스카 - 현여친 샤론 - 현 내연녀(?) 올가. 케이트 블란쳇은 이제 레즈비언 똥차 역할 일인자가 되기로 했는지 이 세 명에 직접 등장하지 않은 크리스타까지 다 리디아 타르에게 착취당하는 캐릭터였다. 파트너인 베를린 필 바이올리니스트, 콘서트마스터 샤론과는 아이도 있고 잘 사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것도 베를린에 잘 적응하기 위한 계획적 접근이었고(...) 그나마 빠른 결심 퀵 이별을 한 게 다행인가? 나머지 셋은 프란체스카는 부지휘자를 시켜줄 것처럼 굴면서 몇 년간 부려먹다가 팽하고, 크리스타는 백그라운드 체크에서 계속 악담을 받아 자살하고, 그나마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올가만 해피엔딩이네. 프란체스카는 올가와 짜고 리디아 타르를 엿먹이면서 탈출했지만 다른 곳에서 과연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 리디아 타르 밑에 있던 것 뻔히 다 아는데 수업 장면 유출 누가 했는지 같은 업계에서야 다 알 거고 부지휘자 타이틀 달아본 적 없으니 앞으로 꽤 험난하긴 하겠다.

 

 

리디아가 올가 꼬시는 거 너무 웃겼다. 솔로 연주 몰아주기 작업실에서 연주하자고 꼬시기 작곡하는 거 보여주기 차로 데려다 주기... 특히 올가한테 첼로 솔로 몰아주는 게 너무 티 났다. 베를린 필의 단원들은 거의 종신직이고 지휘자 날리기가 더 쉽다는 게 영화 내내 나오는데 아무리 본인이 유명한 수석지휘자여도 첼로 솔로 꽂으면서 단원들에게 인망 있는 단원까지 쫓아내려고 하면 본인이 찍혀나갈 거라는 생각은 못했나? 여기에 차에 인형 놓고 간 거 돌려주겠다고 폐가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멍들었으면서 누구한테 습격당했고 그나마도 자기가 더 팼다고 변명하는 게 너무 하여자임. 그런데 이게 케이트 블란쳇이니까 웃긴다 하고 넘어가지 리디아 타르가 남자였다고 생각하면 그린듯한 직장 내 성범죄 빌드업;;; 내가 그전까지는 리디아가 올가와 불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완전히 가해자 시선이고 올가 입장에서는 회사 상사가 집적거리는 공포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차려;;; 물론 올가와 프란체스카가 리디아를 엿 먹이려고 짜고 접근한 거긴 한데 애초에 그렇게 접근한다고 넘어가면 안 되죠.

 

 

줄리어드 스쿨에 마스터 클래스 하러 가서 특강하는 장면인데(이 장면이 나중에 편집되어서 그렇게 쓰일 줄은 몰랐지만) 리디아 타르의 교수법이 바람직하지 않아서 그렇지 맥스한테 지적하는 말 자체는 맞는 말 하지 않나? 줄리어드 스쿨이면 대학 내지는 대학원인데 유명한 지휘자가 와서 특강하면서 바흐 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니 학사 1이 아예 해 본 적이 없으며 나는 바이고 팬젠더라 여성혐오적이고 백인 시스젠더 남성인 바흐의 음악은 안 한다고 하면 너... 뭐... 돼...? 그건 프로가 자기 프로그램 고를 때 하는 거지;;; 학생이 수업 들어와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아니 너의 신념은 알겠고 이해도 가는데 알고 안 하는 거랑 모르고 안 하는 거랑은 다르지. 바흐는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백인 남자지만 인종을 떠난 진정한 클래식 고전 웅앵웅 하는 거면 문제겠지만...? 나야 클래식에서는 소비자이니 바흐 안 들으면 그만인데 너는 클래식 전문가 할 거라며 바흐 곡을 아예 모르고 할 생각도 없으면 그게 가능한지? 뭐 사회과학대에서 공산주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마르크스와 유물론은 공부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다고 말한다고 생각하면 공대 가야지;;; 결국 리디아 타르한테 bitch라고 욕하고 수업 때려치우고 나가는데 과연 리디아 타르가 아니라 나중에 대타로 나온 남자 지휘자가 강사였어도 빗치라고 욕하고 튀었을지? 의문이 드네요?

 

영화 초반부에 뉴욕에서 새 책 인터뷰를 하면서 클래식계의 여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리디아 타르는 전형적인 명예남성이 할 만한 대답을 했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마에스트로가 여자라고 굳이 마에스트라라고 하지 않고 어쩌고(근데 우리나라는 마에스트라라고 하던데). 프란체스카가 그만두고 성추문 의혹이 터진 이후에 나온 반응들을 보면 과연 그럴까? 지휘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본인이나 다른 지휘자도 '소문을 잘 관리'한 거지 그런 적이 없었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는데, 그 사람들도 과연 같은 폭로에 리디아만큼 바로 팽당했을지(물론 이게 맞지만)? 리디아 대타로 온 그 남자 지휘자가 똑같은 추문이 돌아도 대중과 클래식계 동료들의 반응이 같을지는 뭐 대충 예상이 가지 않나.

 

 

타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베를린 필에서 쫓겨나 가상의 동남아 국가에서 오케스트라도 아닌 몬스터 헌터 게임의 스크린플레이 배경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게 되는 엔딩이다. 그나마도 문제 될 것 같으니 어디라고는 딱 찝지 않고 동남아 여러 나라를 섞어놓고(필리핀이라고는 하더라). 마사지한다고 성매매 업소 씬도 넣고? 그냥 미국 집으로 돌아가서 옛날 비디오 보면서 끝내면 딱 좋았겠구만 동남아 가서 지휘자 하는 걸 몰락의 상징으로 삼으면 거기 사는 사람들은 뭐가 되냐? 서양 영화 티를 그렇게 내고 싶은지. 영화 중간에도 계속 나오지만 리디아 타르는 페루에서 5년 정도 지내면서 전통음악 관련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그때도 이 비슷한 상황인 게 아닐까? 아마 그렇게 몇 년 있다가 다시 유럽 오케스트라로 돌아올 듯.

 

엔딩만 빼고는 잘 보긴 했는데... <타르>에서 리디아 타르에게 레즈비언 여성이라는 소수자성을 몰아준 이유를 잘 모르겠다. 헤테로 백인 남성 지휘자라면 지금까지 수없이 했던 일일 것 같은데... 물론 이 영화는 케이트 블란쳇이 다 한 영화고 여성 캐릭터가 많아서 보기 편하긴 했는다. 하지만 애초에 아직까지 베를린 필하모닉에는 여성 수석지휘자가 안 나왔고(객원 지휘자는 몇 명 있고, 2024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있는 김은선 지휘자님이 동양인 여성 최초로 객원지휘자로 지휘할 거라고 한다) 여성 단원을 받은 게 1982년인데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 악장이 단생했을 정도로 차별적인데 리디아 타르의 몰락에 여성 / 레즈비언 정체성이 기여한 게 없는가 하면 아닐 거니까 찝찝하다. 그리고 영화 관점이 리디아를 따라가다 보니 재능 있는 나르시스트 지휘자에 공감하게 되어서 다른 지휘자가 말러 연주를 하게 되어서 난입할 때 리디아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잖아;;; 어떤 점에서는 실패한 연출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좀 불친절한 영화인데, 후반부 동남아 장면과 리디아가 조깅하는 여러 장면, 이상한 무늬가 있는 책이나 악보 같은 것(페루 부족에 관련된 거라고는 하더라) 같은 건 없었어도 되지 않았나? 이런 느낌으로 90~120분이었다면 뭐 그렇구나 하겠는데 150분이 넘는 영화면서 이해도 안 되는 씬이나 불쾌한 씬들이 있으니까 이럴 거면 자르고 영화 길이나 좀 줄이지 싶은 마음이 든다. 대체 감독의 의도가 뭐야 이런 건 왜 넣었대... 싶어서 솔직히 돈 주고 봤으면 좀 돈과 시간이 아까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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