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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툼스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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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KOFA 더블 피쳐 : 서부의 컬트 히어로 <툼스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후기

 

 

 

이번 KOFA 더블 피쳐는 서부극. 서부개척시대 전설의 인물이 주인공인 네오 웨스턴 영화, 조지 코스마토스의 <툼스톤>과 앤드류 도미니크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두 편이다. 지난번 물랑루즈때는 한 편만 본 게 아쉬워서 이번에는 시간을 내서 두 편을 다 보고 왔는데, 좋긴 좋은데 힘들더라. 특히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너무 길어서 보기도 힘들고 끝나고 집에 오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고... 앞으로 오후 7시 상영작은 150분 안 넘는 걸로만 봐야겠다.

 

 

그래서 툼스톤과 비겁한 어쩌구(솔직히 이름이 너무 길다). 평일이라 예매가 쉬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나가서 깜짝 놀랐다. 그나마 나는 가운데 자리를 잡았으니 다행인데... 친구가 저녁 7시껀 같이 보자고 해서 추가로 예매하기가 너무 빡셌다. 그나마 취소표로 꽤 괜찮은 자리를 잡아놨는데, 툼스톤 끝나고 나오니 야근각이라고 해서 취소했다. 대신 화요일에 하는 툼스톤 같이 보자고 해서 일요일에 다시 예매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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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부터는 온라인 예매일자가 5일 후 상영작으로 바뀐다고 한다. 전좌석 운영, 1인 2매로 바꾸고 나서도 운영이 잘 되는지 5일 후 상영작까지 예매를 할 수 있다고. 예매 시간도 오전 11시로 바뀐다. 3월 28일 상영작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3월 29일부터 4월 1일 상영작이 3월 27일 월요일에 한번에 다 열리니 이 날 상영하는 걸 예매하기가 좀 빡세겠다. 이 때는 피해서 가든지 해야지.

 

 

그래서 두 번 본 조지 P. 코스마토스의 <툼스톤>. 지난번 물랑루즈 상영때는 프로그래머분이 나와서 영화를 처음보는 분이 부럽다는 말을 하고 내려가셨는데(...) 이번에는 영화나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다. '서부의 컬트 히어로'라는 제목은 두 영화 모두 당시에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물들을 다룬 영화여서라고 한다. 그래서 컬트적인 인기란 무엇인가 했는데 오타쿠가 많다는 뜻인가보다.

 

<툼스톤>은 보안관 와이엇 어프와 OK목장의 결투를 소재로 하는데, 이미 툼스톤 이전에도 5편의 영화가 등장했을 정도로 인기있는 소재라고 한다. 첫날에는 저녁에 하는 비겁한 로버트 포드~ 영화도 많이 봐 달라고 하셨는데 두 번째 상영에는 뭐 이 영화가 마지막이었으니까.... 대신 전날 오스카 시상식이 있어서 생각난건데 발 킬머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에 후보로 못 오른 걸 화내는 팬들이 있는데 보면 왜인지 알거다라는 말을 하셨다. 아예 대본을 들고 올라오셨는데 내용이 살짝 달라서 애드립도 섞여있는 듯. 

 

툼스톤에 발 킬머가 나와서 팬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많고 여초였고, 약간 덥긴 했지만 덕분인지 두번 다 상영 내내 아주 쾌적했다. 일단 옆에 남자가 앉으면 한 30% 확률로 냄새가 남. 이제 봄인데 안 씻냐 좀 밖에 나올거면 씻고 살아라 진짜 더러워 죽겠네.

 

 

<툼스톤>은 블루레이 상영이었는데 풀스크린이라 화면이 엄청나게 꽉 찼다. 스크린이 크고 마스킹이 따로 없으니 말 타는 장면들이 차원이 다르긴 하더라. 옛날 영화라 조금 오래된 느낌은 있지만 어색한 CG가 없어서 오히려 최신 영화들보다 보면서 거슬리지 않았다. 음향도 꽤 좋았긴 하지만 아무래도 1993년 작이라 최신 작품들처럼 빵빵한 느낌은 좀 덜 했긴 한데, 이건 같이 본 제시 제임스 암살 음향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렇게 느낀 것도 있을 듯.

 

서부영화는 집에서 TV틀어서 나와도 딱히 챙겨보는 장르는 아니고, 아빠가 좀 좋아하시니 지나가다가 조금씩 보는 정도니 아는 게 없다. 말 타고 총 쏘고 카우보이 나오고 황야를 달리는 뭐 그런 배경이라는 것?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말타고 총쏘고 침뱉는 장르였다(...) 말 달리고 흙먼지 날리니 침뱉는 거 이해는 되는데 진짜 시도때도 없이 온갖 등장인물들이 침을 뱉어대는 걸 큰 화면으로 보니 볼때마다 비위가 상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벽. 

 

그런데 예상보다 스토리가 좀 충격적이었다. 실화 배경이라 그런가? 각색이 많이 안 들어가고 실제와 꽤 비슷하다는데 무법시대긴 무법시대다. TOMBSTONE이래서 사람이 많이 죽어서 이런 제목인가 싶었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광산도시 이름이 '툼스톤'이었더라고. 짧게 요약하자면 은퇴한 보안관 와이엇 어프가 형제들과 함께 툼스톤으로 이사를 와서 카우보이들과 대치하다가 불륜하는 내용이고, 그 유명한 OK목장의 결투도 나온다.

 

툼스톤에 돈 벌러 온 와이엇 어프와 그 형제들은 도박장에서 돈을 꽤 버는데, 형인 버질이 툼스톤의 아이들을 외면하기 못하고 보안관 직을 수락하면서 본격적으로 카우보이들과 대치하게 된다. 여러 번 시비가 걸리다 어프 형제+닥 할러데이가 OK목장에서 무장을 한 카우보이들을 진압하는게 그 유명한 OK목장의 결투. OK목장의 결투가 클라이막스도 곧 영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이야기가 한참 이어지는데, 형인 버질은 외팔이가 되고 동생은 모건은 죽는다. 아니 원래 주인공 형제 중 부상자 나왔으면 사망자는 안 나와야지, 이건 상도덕에 어긋난다!

 

그리고 남은 어프 형제는 툼스톤을 떠나는데, 사실은 팔을 다친 버질 어프와 부인들만 떠나고 와이엇 어프와 그 친구들은 연방보안관이 되어 카우보이 소탕작전을 펼친다. 한창 카우보이 소탕작전이 진행되다 죠니 링고와 와이엇 어프의 1:1 대결로 승부를 보기로 하는데, 와이엇 어프를 속이고 대신 결투에 나선 닥 할러데이가 죠니 링고를 죽이면서 소탕작전은 끝. 이후 닥 할러데이는 폐병이 심해져 죽고, 와이엇 어프는 조세핀을 찾아가 둘이서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참고로 헤어진 부인은 아편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러니까 찰스가 왕 되고 카밀라가 기어코 queen consort된 것처럼 불륜이고 뭐시기고 결국에는 오래 사는 놈이 장땡이다. 먼저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등장인물도 많고 이름을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인물도 많이 헷갈리고 분명 뭔가 놓치고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싶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번역이 좀 별로인데, 블루레이 자막 그대로 상영한 것 같으니 자체 자막이 이상한 듯. 이전에 번역 장난 아니었던 탑건 급은 아닌데 그래도 뭔가 찝찝하게 이건 아닌 것 같은데...싶은 느낌? 영어실력을 동원해봐도 중간에 라틴어 대사라던가 중간중간 생략이 있고, 사투리라 잘 못 알아듣겠다. 처음 봤을 때는 뭐야 이상한데? 하고 넘어갔는데 두 번 보니 그래도 좀 알겠더라.

 

버슬을 속옷으로 번역했는데 이거 엉뽕 들어간 속치마잖아 그러니까 말 탈 때는 못 입지. 그럴거면 속치마라고 번역하는 게 나았을 것 같고... 닥 할러데이가 의사 진료 받을 때 아니 의사가 lung tissue라고 하는데 왜 번역은 간이야 영화 내내 폐병쟁이로 나오는데. 가장 이상했던 건 와이엇 어프가 컬리 빌을 죽인 다음 물가에서 닥 할러데이가 (와이엇 어프는) 복수하는 게 아니야 손익계산(he is reckoning)을 하는거지 라고 해서 아니 이 분위기에서 손익계산? 그런 캐릭터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나와서 영어사전을 검색해봤더니 the day of reckoning이 최후의 심판일이라 복수가 아닌 심판이라는 뜻인 듯. 영자막으로 보면 좀 이해가 잘 되려나? 맨 처음 컬리 빌이 멕시코 경비대원의 결혼식에 처들어 갔을 때 묵시록에 네 기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창백한 말을 타고 오는 죽음 뒤로 지옥이 따라온다' 정도만 알고 봐도 큰 문제는 없지만 (모든 서양 영화가 그렇듯)기독교적 배경지식이 있으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결론은 지옥을 뒤에 달고 오는 말 탄 죽음이 와이엇 어프라는거였음.

 

 

영화의 주인공인 어프 형제. 왼쪽부터 주인공 와이엇 어프(커트 러셀) / 형인 버질 어프 / 동생인 모건 어프. 영화 초반에 역까지 연방 보안관들이 찾아오는 것이나 이름만 말해도 다들 알아보는 걸 보면 와이엇 어프가 얼마나 대단한 보안관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인터넷도 없던 저 시절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아보다니.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다들 탐스러운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역시 주인공 수염이 제일 멋쟁이다. 진짜 프링글스랑 똑같은 수염이야. 어프 형제의 부인인 매티 / 앨리 / 루이자가 다 나오는데, 와이엇 어프의 부인인 매티 빼고 나머지 부인들은 비중이 거의 없는 편이긴 하다. 사실 루이자는 이름도 못 들어봤고 앨리랑 루이자 구분 못하겠음;; 대신 매티 비중이 꽤 높고 연기를 진짜 잘 한다.

 

 

닥 할러데이(발 킬머)와 그 여자친구인 케이트. 그런데 어프 형제와는 나이차가 좀 나 보인다. 일단 버질과 와이엇보다는 어리고, 모건이랑 비슷한 정도까지는 어떻게 우겨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실제로는 와이엇의 절친인 듯. 폐병이 있고 술을 많이 마시고 도박을 잘 하는데 총을 잘 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듯 하다. 작품 내에서 와이엇 어프 / 죠니 링고 / 닥 할러데이는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아보는 듯? 이름이 닥인줄 알았는데 치과의사라 닥이라고 한다. 그런데 치과의사 일은 전혀 안 하잖아 면허만 걸어두고 개점휴업인 상태인가... 직업은 도박사 내지는 총잡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이번 포스팅 움짤은 다 구글링해서 가져왔는데, 'Tombstone movie gif'로 검색하면 이미지는 거의 다 닥 할러데이다. 아니 주인공은 커트 러셀인데 발 킬머가 더 많이 나와. 다 좋은데 콧수염을 길렀으면 턱수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콧수염은 프링글스인데 턱수염이 서생원이라 볼때마다 아 저것만 없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트 역을 맡은 배우 Joanna Pacuła. 이름 어떻게 읽는거지 했는데 구글링해보니까 요안나 파추와라고 읽는다고 한다. 폴란드 배우라고. 아니 근데 너무 예쁘고 캐릭터도 좋았다. 아쉬운 건 어정쩡하게 퇴장했다는 것? 케이트가 너무 매력적이었는데 갑자기 극에서 사라진 게 좀 아쉽다. 닥 할러데이를 진단한 의사가 술과 도박 담배 끊고 케이트와 헤어지라는 말을 한 이후로 등장하지 않았으니 헤어진 것 같긴 한데... 아니 헤어졌으면 헤어졌다고 말을 하라고 저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인데! 예전부터 그렇게 계속 같이 다니던 사실상 와이프와 그렇게 헤어진다고? 뭐 당찬 캐릭터니까 그 이후로도 잘 살았겠다 싶긴 하지만.

 

 

카우보이 일당인 죠니 링고(마이클 빈)와 컬리 빌. 카우보이들에 몇 명 더 있긴 하지만 짜증나는 아이크와 파란 셔츠 입은 빌리?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컬리 빌이 최종보스인 줄 알았는데 죠니 링고가 최후의 빌런이더라고? 하긴 컬리 빌은 이름을 못 들어봤지만 죠니 링고는 이름을 들어봤으니. 컬리 빌이 리더긴 하지만 죠니 링고가 총 잘 쏘기로도 더 유명하고, 유식한 면모도 간간히 나온다. 죠니 링고는 총을 잘 쏜다고해서 오 총쏘는 장면이 많이 나오나 했는데 사실 활약은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더라. 마지막에도 닥 할러데이를 못 이겼고. 대신 제일 잘 생기셨습니다..

 

컬리 빌은 처음 나왔을 때는 뭐지 멍청한 두목 역할인가 싶었고 중간에 술먹고 마을에서 난동을 피울 때는 단순히 미친놈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죠니 링고가 술마시고 난동 피울 때 중재하는거나 어프 형제들이 마을을 떠날 때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는 걸 보면 그래도 리더 역할은 제대로 하는 지 중간중간 리더의 면모가 보인다. 나는 컬리 빌이 화이트 보안관을 쏜 게 실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의로 쏜 거라는 해석도 있더라? 뭐가 맞는지 모르겠네. 상관은 없지만 계속 입고 나오는 저 빨간 셔츠가 좀 탐난다.

 

카우보이가 빌런으로 나오긴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적당히 적응해서 살고있는 듯 하다. 아무리 총격전에 익숙해도 그렇지 뭔 총격전 날 때마다 구경을 나와;; OK목장때도 그렇고 급습때도 그렇고 보안관이 마을 치안을 위해서 총격전을 벌였는데 웅성웅성거리기만 하지 어프 형제들이 일하는 것에 딱히 감사해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외지인이 와서 마을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하는 느낌? 그냥 버질 어프가 보안관 안 하고 살았으면 오히려 잘 살았을 것 같다. 와이엇 어프 말처럼 그냥 돈이나 벌고 살았으면 세 형제 다 잘 살았다니까...

 

 

 

여주인공(?)인 조세핀 마커스(다나 델레이니). 사유리 닮아서 좀 내외하게 되더라고요? 나만 그런가? 유랑극단의 여배우인데, 주인공 와이엇 어프와 대놓고 불륜은 아니고 썸을 타는 사이인데 사귀기는 셰리프인 존 비핸과 사귄다. 주인공과 첫눈에 눈이 맞는 것 외에 딱히 눈에 띄는 장면은 없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와이엇 어프와 처음 통성명을 하고 말을 달리는 장면인데, 두 번째 볼 때 보니까 옆안장으로 말을 타는 것 같더라. 아니 무슨 그런 기마술을 옆안장으로 타면서 하세요;;;; 장거리는 마차 타고 다니던데 그 씬을 봐서는 이 영화에서 말 제일 잘 타시는 듯. 

 

그런데 불륜을 할거면 부인 눈치라도 보던지 너무 대놓고 연애질을 한다. 가장 어이없던 건 모건이 죽은 날. 아니 뭔데 동생 죽었다고 당신이 뛰어와;; 그 때 매티 표정 보면 동네 소문 짜하게 난 수준은 되는 것 같더라. 결말부분에서 매티는 아편중독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물론 초반부터 아편중독이라는 묘사는 나왔지만 매티의 아편 중독이 죽을 정도로 심해진 건 와이엇 어프가 마음이 둥둥 떠다니고 불륜한 티를 아주 팍팍 낸 탓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말도 안하고 말타고 들어와서는 룸서비스 타령을 하지를 않나 보안관 안하겠다더니 갑자기 배지 들고 돌아오고 유랑극단 배우와 눈맞은 게 뻔히 보이는데 당연히 아편을 더 먹겠지. 마지막에 와이엇 어프와 조세핀 마커스가 춤추는 장면을 보고도 꼴깝떤다는 생각만 드는 걸 보면 헤어질 결심도 그렇고 그냥 나는 불륜 소재가 아주아주 취향에 안 맞는가보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인 죠니 링고와 닥 할러데이가 기싸움 하는 씬. 죠니 링고는 총으로 손재주를 뽐내는데, 이때만 해도 긴장이 고조되다가 닥 할러데이가 컵으로 휘릭휘릭하니 분위기가 확 풀렸다. 죠니 링고는 나름 꼬와서 시비를 걸었는데 술도 많이 마신 상태로 저러니 그 앞에서 총 가지고 재롱피운 꼴이 되었다. 그렇게 죠니 링고를 한방에 우스갯거리로 만들 줄이야. 상영관 사람들도 다 같이 웃었다.

 

 

이 장면은 처음만 해도 녹턴 연주를 하면서 분위기를 엄청나게 잡았는데, 카우보이 중 하나인 빌리가 스티븐 뭐시기 포스터의 곡이냐고 묻자 프레드릭 퍼킹 쇼팽으로 대답한 게 웃겼다. 아니 빌리 너는 이게 스와니 강이냐 뭐 그런식으로 노래 제목을 말하면서 물어보는데 노래 제목은 아는데 음을 몰라?

 

 

그 바로 다음에 빌리를 포함한 카우보이들과 시비가 걸렸을 때 너 술 취해서 내가 둘로 보일텐데 총으로 쏘겠냐 뭐 그런 대사였던 것 같은데. 총이 두개니까 각각 쏘면 된다는 말을 하는데...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저기 총을 어떻게 돌리는거지? 지금 왼손 총은 뒤로 돌아가고 오른손 총은 앞으로 돌아가지않아요? 심지어 오른손에는 컵도 걸려있어;;;; 

 

 

이게 OK목장에 처들어가기 조금 전의 장면인데... 이 장면도 그렇고 처음 볼 때는 엄청 헷갈리는게 직위다. 우리나라는 다 경찰인데 미국 배경이라 Sheriff와 US Marshal이 둘 다 나와서 좀 헷갈린다. 처음에 역에 내렸을 때 마중나온 사람들은 연방보안관(US Marshal)이고, 툼스톤에 와서 만난 존 비핸은 소개할 때 Sheriff라고 했으니 지역에서 활동하는 보안관, 컬리 빌이 죽인 화이트 보안관은 Marshal이라고 했으니 연방보안관이다. 

 

버질과 모건은 툼스톤에서 방패 모양 뱃지를 달았고 건물도 셰리프 오피스였나? 그러니 일단은 셰리프고, 와이엇은 이 때부터 배지를 받는데 같은 셰리프 뱃지였다. 모건이 죽은 이후 역에서 별 뱃지를 단 걸 보여주면서 US Marshal이라고 했으니 연방보안관이 된 거고, 카우보이 소탕 때 존 비핸이 카우보이들에게 배지를 달아줬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건 지역 보안관(Sheriff)로 임명했다는 말인 듯. 엄밀히 말하자면 닥 할러데이는 민간인인데 공무(?)에 저렇게 껴도 되나? 이건 아직도 모르겠음. 지방경찰제가 얼마나 막장인지 잘 알겠다. 

 

 

OK목장의 결투를 다루는 모든 매체에서 심혈을 기울인다는(?) 네 명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 툼스톤에서는 맨 마지막 크레딧에 이 장면을 한번 더 보여주는데... 아니 모건을 죽이고 버질을 외팔이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마지막에 이 장면을 다시 보여주다니 너무한다.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닥 할러데이 옷이 저렇게 생긴 게 아니고 병자라 땀흘려서 옷 색이 변한거였다;;;

 

 

OK목장에 처들어가서 카우보이와 대치하는 장면인데... 저기요 이런 상황에서 왜 윙크를 하시는데요? 나는 샷건 들었다 이건가.

 

 

OK목장의 결투 이후 술에 취한 죠니 링고가 어프 형제에게 시비를 걸 때 등장하면서 I'm your huckleberry라고 하는데(뒤에서 한 번 더 나오기도 한다), 처음 볼 때는 대체 이건 무슨 뜻인가 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인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이 전에 나온 작품인가? 아니 것보다 허클베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건가 싶었는데 그냥 속담처럼 쓰는 말이라고 한다. ”I’m your huckleberry” means “I’m the one you want,” or “I’m your guy” or “I’m your gal” or “I’m the right match” or something along those lines 라는 걸 보면 내가 상대해주마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이 대사 말고 데이지 어쩌구 하는 대사도 많이 나왔는데 그건 힘들어서 못 찾아보겠다.

 

 

닥 할러데이는 이때 아 폐병이 심해져서 죽는구나 와이엇의 배지랑 같이 묻히겠군 싶었는데

 

 

짜잔 뻥이였습니다~! 허클베리 등장. 와이엇 어프 실력으로 조니 링고는 못 이긴다고 하길래 설마 둘 다 죽고 끝나나? 했는데 아니 갑자기 친구가 나와서 대리전을 해 주시네...

 

 

그리고 죠니 링고는 총은 뽑았는데 머리에 총을 맞아서 죽었다. 지금까지 전개치고는 죠니 링고가 너무 간단하게 죽어버려서 닥 할러데이가 총 잘 쏘는 건 알겠는데 죠니 링고가 그렇게 대단한 총잡이라는 느낌이 안 살더라. 이 다음에 결투하러 나온 와이엇 어프가 등장하는데 최후의 빌런을 닥 할러데이가 죽여버리는 바람에 와이엇 어프는 주인공인데 히로인 포지션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처음 툼스톤에 도착해서 도박장 양아치가 샷건을 들고 왔을 때도 그렇고 닥 할러데이가 와이엇 어프를 저렇게 열심히 도와주고 마지막에는 조세핀을 찾으러 가라는 충고까지 해 주는 걸 보면... 쟤네 친구라매 왜 한쪽에서만 저렇게 절절하냐 싶다. 약간 그 한국 알탕영화에서 남주인공 옆에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있긴 하지만 온갖 감정적 교류는 다른 남자조연과 하는 끈끈한 우정! 뭐 그런 분위기가 있다. 

 

좀 궁금한 건 1:1 결투는 그냥 눈치보다 먼저 쏴서 죽이는 게 이기는 건가? 둘이 간 보면서 돌다가 멈추고, 누가 하나 둘 셋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선빵 쏘는 사람이 이기는 그런 시스템...? 

 

 

이 영화에서 좀 신경쓰이던 건 말이다. 이거 20년 전 영화고, 배경은 1800년대 후반인데 카우보이가 타는 말이든 주인공이 타는 말이든 길 가는 아무 사람이 타는 말이든 말들이 너무 토실토실하고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것이 현대식으로 너무너무 관리가 잘 된 말이더라. 아무리 말을 잘 멕이고 잘 씻기더라도 저렇게 좋은 말이 나오니 말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는 엄청나게 튄다. 말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 너무 눈에 잘 띄더라고. 말이 주인공이야.

 

어쨌든 약간 뇌 비우고 총 쏘고 말 타는 걸 본다~ 하고 보기에는 재미있는 오락영화였다. 불륜이 뭐 그렇게 절절하다고 그렇게 세기의 사랑을 만들어주나 러브라인이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고(중요) 연출이 너무 늘어지지 않고 보고나서 아 재밌었다~ 하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침 뱉는 것만 빼고... 침 뱉는거 리얼하게 카메라로 잡아주지 말라고.

 

 

툼스톤이 오후 5시 40분에 끝나고 다음 상영은 오후 7시. 밥 먹고 화장실 갔다가 마실 거 구해서 들어오는 데 최대 1시간 15분이니 바삐 움직여서 서브웨이 하나 사 먹고 입장. 툼스톤 예매하고 예매했더니 H11번은 못 앉고 H12번에 앉았다. 이 자리도 좋지만 주시력이 오른쪽이라서인지 약간 쏠리는 느낌이라 다음번에는 그냥 10번 잡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시작 전에 나와서 설명해주시기를 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다른 제시 제임스를 의적처럼 다룬 영화와는 좀 다르다는 말을 하셨다. 그 외에는 잘 기억이 안 나네... 일단 제목이 길어서 감점이다. 아니 영자원 직원도 틀릴 정도로 이름이 길다니. 이번 영화는 35mm 필름으로 상영한다고 했는데 필름 영화가 굉장히 오랜만이긴 했다. 그런데 뭐 사실 저는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보다보면 화면에 노이즈가 보이는 게 필름이라서인가? 필름이라고 말하고 보니 화면이 좀 다른가 싶은거지 말 안하고 보면 잘 모르겠다. 대신 음향은 엄청나게 좋더라고. 초반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서 놀라울 정도였다. 바로 전에 봤던 툼스톤은 아무래도 2000년 이전의 영화라 더 사운드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긴 하겠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이야기. 영어 원제도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인데, 영어로 적으면 제시 제임스가 먼저 나오고 한국어로 적으면 로버트 포드가 먼저 나와서 느낌이 좀 다르다. 번역하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이 맞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아예 제목에서 로버트 포드를 뺐어도 됐을 것 같다는 느낌?

 

내용은 로버트 포드라는 젊은 애송이가 형 빽으로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제시 제임스 일당에 가담해서 이런저런 일을 같이 하다가, 앞으로 큰 일을 할 인재인 나를 못 알아봐주는 주변인에 급발진해서 형과 짜고 제시 제임스를 죽여버리는 내용이다. 물론 제시 제임스도 좋은 인물은 아니고 후반부로 갈수록 미쳐가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로버트 포드가 너무 인셀이라 보는 내내 어우... 내 속이 다 답답하다. 그나마 형은 죄책감에 자살하고 본인도 암살당했는데 본인이 원하던 관심을 못 받고 끝났다는 점이 조금 나았다. 그러니까 제시 제임스도 형 말을 들었으면 그렇게 안 죽었을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근데 일단 영화가... 노잼이야. 영상미나 음향은 좋은데 전개가 이렇게까지 길 필요가 있었을까 싶게 느리다. 특히 초반이 보기가 힘들 정도라 집에서 OTT로 봤으면 100% 중간에 껐다. 나가고 싶은데 너무 명당 가운데 자리라 못나갔을 정도. 강제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는 영화관의 장점을 절절하게 실감하게 되더라. 굳이 160분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좀 편집해서 한 130~140분 정도로 만들어주지. 올해 최저시급이 9,620원인데 160분동안 일을 했으면 돈이 2만 5천원이라는 계산을 하게 되더라.

 

 

주인공인 로버트 포드. 캐릭터가 진짜 찌질한 인셀 그 자체인데 연기를 잘해서 이 정도 영화에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인데 다른 데서 주연으로 본 적이 없다? 싶었다. 나와서 찾아보니 아 니가 그 애플렉 형제 중 동생이냐? 앞으로 뭐 찍을 생각하지말고 그냥 죽어라. 로버트 포드보다도 더한 새끼잖아?

 

 

진주인공(?)인 제시 제임스. 우리나라로 치면 임꺽정 같은 이미지인가? 영화에서는 제시 제임스의 인간적인 부분을 꽤 강조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제시 제임스의 잔혹한 면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암살로 생을 마감하긴 했지만 사실 경찰이 잡아서 사형시키는 게 맞는 결말이었을 텐데 암살당해버린 바람에 좀 더 우상화 된 것도 있겠다. 절대로 상종하고싶지 않은 캐릭터였음.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브래드 피트가 나온다 뿐이었는데, 크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었다. 딱히 이 역할이 브래드 피트가 아니었어도 비슷할 것 같고... 브래드 피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겠다 싶은 정도? 내가 생각하는 브래드 피트 이미지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인데 일단 그 영화는 이제 꽤 오래된 영화고, 그 세기의 커플도 브래드 피트의 가정폭력으로 끝났기때문에(...)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금발이 아닌 브래드 피트가 나와서 좀 낯설었다는 소리다.

 

 

로버트 포드 외 다른 제시 제임스 일당. 로버트 포드의 형이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 그리고 제시 제임스 사촌이랑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바람둥이 캐릭터는 굳이 그 정도의 서사가 필요했나요? 굳이 동료의 새엄마와 바람나는 것까지 구구절절하게 보여주지 말고 영화 시간을 줄여달라고요.

 

 

영화 초반에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서 형과 제시 제임스가 같이 기차를 터는 장면이 나오는데, 철로에 열심히 목재를 쌓더라. 그래서 아 그때는 기차가 그렇게 안 빠르니까 철로를 막아서 충돌사고를 내려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기차가 목재 쌓인 걸 보고 알아서 멈추는 거더라고? 좀 더 박력있게 도적질을 할 줄 알았는데 기차가 쪼르르륵 와서 서니 좀 실망했다.

 

 

목티 올려서 얼굴 가리길래 오 도둑질하러 가는구나 했는데 제시제임스 외 다른 놈들은 그냥 흰 천에 눈구멍 뚫어서 쓰고 다녀서 할로윈같더라. 아니 너무 대장만 차별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자연풍광을 넓게 잡아주는 씬은 좋았는데 도심지에서 찍은 건 좀 어색하다. 분명 길은 흙길인데 사람들이 지급과 별 다를 것 없어보이는 디자인의(이건 그렇다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만든 것 같은 직물을 입고 다니고, 건물 외부나 내부가 1881년이라기에는 너무 튼튼한 석조건물인데? 물론 나는 그 시대에 안 살아봤지만 사람들이 1800년대 후반에 대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을텐데 미국은 1800년대 후반에 그랬나...? 1차 세계대전이 1914년이니 그보다도 20년 전이고, 1차 산업혁명 끝난 지 50년 정도일텐데 생활상이 저렇다고? 하긴 미국은 잘 살았다니까 뭐... 그래도 툼스톤도 1800년대 후반 배경인데 너무 차이가 나니까 어색하더라.

 

 

제시 제임스와 그 형인 찰리 포드가 제시 제임스를 죽이기로 마음먹은 이후의 어느 식사자리인데 진짜 내가 더 토할거같았다. 저 숨막히는 분위기가 딱히 감수성이 풍부하지도 않은데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와서 거북하다. 차라리 죽인 다음에 연극하러 다니는 장면은 좀 공감성 수치가 오긴 했지만 그래도 버텨볼만했는데 이건 없던 ptsd도 생기겠다.

 

그래서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괜히 봤다. 영상미...는 좋고 음향도 좋고 연기도 잘 하는데 스토리와 연출이 나와 너무 안 맞는데 길기까지 해서 보는 동안 와 언제 끝나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앞으로는 그냥 130분 안쪽인 영화만 보던지 해야겠다 

 


 

두 편으로 나눌까... 하다가 그래도 프로그램이 더블피쳐인데 포스팅 하나에 넣는게 낫지 싶어서 쓰긴 했다만 영화 두 개 본 걸 합쳐서 글 쓰니까 너무 길어서 쓰기 힘들다. 이번 더블피쳐 :  서부의 컬트 히어로를 보고 가장 뼈져리게 느낀 건 앞으로 저녁 7시 상영작은 130분 넘는 작품은 보지 말자... 집가기 힘들다... 다행히 4월 프로그래머의 초이스로 더웨일 해주는데 그건 117분이네 아직 한달 반 정도 남았지만... 그런데 상영이 왜 평일 오후 2시 / 오후 4시에요 퇴근시간 이후로 한 작품 더 걸어주려고 하나... 일단 그 사이에 마음에 드는 영화있으면 다녀오고 아니면 궁금했던 더 웨일을 볼지 토요일에 해 주는 애프터썬을 볼지 고민해봐야겠다.

 

아 그리고 영자원 지하 1층에 충전기 좀 고쳐주면 좋겠다. 8칸인데 제대로 충전되고 문 닫히는 칸이 3개밖에 안 되네. 민원 넣으면 고쳐지려나 일단은 문의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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