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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영화, 공연 후기

<그리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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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그리스> 후기

 

 

영자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기획전이 올해도 6월부터 8월 초까지 두 달 정도 진행된다. 이번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한 영화 6편(KOFA 복원), 해외 복원작 9편(해외복원), 2022년에서 2023년 타계한 영화인들을 기리는 영화 14편(인 메모리엄), 무성영화 시기를 다룬 영화 4편(초기 영화로의 초대)에 3D 섹션까지 굉장히 많은 작품이 상영되는데, 상영기관이 길어서 KOFA 복원과 3D 섹션 상영일자는 나중에 나왔을 정도. 그 중에서 한번 보고싶었던 <잇>은 시간이 안 되어서 못 보고, 일단 <그리스>를 가장 먼저 보고왔다.

 

 

<그리스>는 <죠스> 본 날 같이 상영하길래 본 거긴 한데, 원래도 한 번 보고싶긴 했었다. 왜 발굴, 복원 그리고 초기영화로의 초대 프로그램에 <그리스>가 있나 했는데 주인공 올리비아 뉴튼 존이 2022년에 사망해서 인 메모리엄 섹션에 들어간 거더라. 예매할 때 <죠스> 예매하고 바로 들어갔더니 다행히 중블 자리가 몇 개 남아서 H열 연석을 두 개 잡았다. 아무래도 <죠스>가 끝나고 1시간 쯤 후에 바로 상영시작인데다 주말 저녁식사 시간과도 겹쳐서 조금 경쟁이 덜 치열하지않았나 싶다.

 

영자원 예매 관련 포스팅은 여기 -> 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 예매, 좌석변경, 예매취소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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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H열. 난 역시 여기가 제일 좋더라. 저녁을 맛있게 먹고 와서 졸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영화가 신나고 재밌고 졸릴만하면 노래가 나와서 끝까지 아주 재밌게 봤다. 친구는 지금까지 영자원에서 본 것 중 이 <그리스>랑 <헤어질 결심>이 제일 좋다고... 나도 둘 다 재밌게 보긴 했다만 그 두 영화 사이 공통점이 뭐니... 너의 취향을 알 수가 없다.

 

 

영화 <그리스>는 제목이 와닿지가 않는데, 솔직히 한국에서 그리스 하면 GREECE잖아요? 보통 지중해에 있는 그리스를 떠올리는데 이건 GREASE. 그러니까 한국말로 '구리스'다. 하지만 제목이 구리스면 간지가 안 나긴 하니까...뭐 하여튼 주인공들이 공고 다녀서 제목이 구리스인가? 했는데 머리에 포마드 바르고 가죽자켓에 오토바이를 몰고다니는 GREASER에서 나온 제목이라고 한다. 그럼 제목을 포마드로 하면 비슷한가...? 예전에는 한국에서 뮤지컬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안하는 듯.

 

 

호주에 살지만 방학동안 미국에 놀러온 샌디는 바닷가에서 다정한ㅋ 미국 남자애를 만나 해변 데이트를 하는데... 방학이 끝나면 호주로 돌아가야하는 샐리와 이름모를 남자애는 운명타령을 하면서 헤어진다. 하지만 그 다정했던 미국 남자애 대니는

 

 

짜잔~ 라이델 고등학교의 양아치였습니다. 가죽자켓 앞면은 멀쩡한데 등판에 "T" BIRDS 실화냐.... 아니 그런데 대니 주코가 너무 그 멕시코 출신 연예인 크리스티안인가?랑 닮아서 보는 내내 좀 웃겼다. 뭐 따지자면 크리스티안이 존 트라볼타를 닮은 거긴 한데.

 

 

대니의 절친 케니키와 다른 티버즈 멤버들, 핑크 레이디(...)들이 주요 인물들이다. 맨 왼쪽은 프렌치, 오른쪽은 리조. 위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하지만 딱 봐도 한가닥 하는 애들 느낌이다.

 

 

핑크레이디는 한 4명인가 5명인가인데 이렇게 귀여운(?) 분홍 자켓을 입고다닌다. 이 1978년 영화에서 느껴지는 귀여니의 향기... 배우들이 고등학생치고는 약간 연식이 있어보이긴 하는데 모든 등장인물이 다 그러니 그러려니 싶다.

 

 

그리고 샌디는 대니를 못 잊고 무려 호주에서 미국으로 전학을 오는데...! 그것도 마침 대니가 다니는 라이델 고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신학기 시작 될 때 온 거긴 하지만 어쨌든 처음 온 학교니 프렌치를 포함한 핑크 레이디들이 샌디에게 관심을 갖는데, Summer Nights라는 곡을 부르면서 샌디와 대니가 각각 방학동안 썸탄 내용을 친구들에게 말해준다. 유명한 곡이지만 이렇게 퍼포먼스까지 같이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실제 대화같은 연애썰을 노래로 한 거더라. 

 

그리고 이 뒤에 샌디와 대니는 만나지만...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고등학생 대니는 친구들 앞에서 그놈의 가오를 잡느라 해변에서와는 다르게 샌디에게 쌀쌀맞게 굴고, 그래도 샌디 생각은 나고? 아주 로맨스 소설이 따로 없다.

 

 

어쨌든 핑크레이디들과 친해진 샌디는 파자마 파티도 하러 가는데... 이 집은 프렌치네 집인가 리조네 집인가... 프렌치 집일 것 같긴 하다. 다른애들은 슬립잠옷 아니면 편한 파자마인데 샌디만 머리띠에 팔도 길이도 다 긴 하얀 잠옷 입고 있는 것도 귀엽고. 

 

 

샌디가 토하고 화장실 들어가있을 때 리조가 Look at Me, I'm Sandra Dee 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데, 이 넘버가 그리스에서 두번째로 취향인 곡이었다. 핑크레이디들이 딱 고등학생 여자애들이 친구집에서 노는 분위기여서 재밌었는데 샌디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리즈 너 나 놀리는거야? 하니까 눈치보면서 Some people are so touchy 하는 게 귀엽다 특히 터취~ 할 때.

 

 

핑크레이디 리더인 리조와 티버즈 2인자인 케니키는 케니키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는데... 진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뭐 이전부터도 썸은 탔겠지. 무려 7학년 때 산 25센트 짜리 보험증서라니 너 지금 몇살인데... 게다가 250원짜리 콘돔... 유통기한도 다 지났겠다. 

 

 

 

Greased Lightning인 줄 알았는데 제목은 Greased Lightnin'이더라? 뭐 같은거긴 한데 어쩐지 처음 치니까 공식 아닌 유튜브가 먼저 뜨더라. 어쨌든 알고있는 노래였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원래 차가 상상보다 더 후지고;; 열심히 고쳐서 저 차로 만든다는 소린가? 양아치인 줄 알았는데 수리 능력 괜찮은데? 했는데 노래 끝나니 일하러 가자 얘들아 하고 원래 낡은 차로 돌아오는 걸 보고 다들 웃었네.

 

 

샌디에게 잘보이려고하는건지 대니는 갱생을 해 보려고 하는데... 보니까 공고인 것 같은데 그냥 수리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갑자기 체육부에 찾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저 꼴로 갔다가 앞으로 담배도 줄이기로 하고 옷도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이종목저종목 뭘 잘하는지 테스트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야구도 망해 농구도 망해 레슬링도 망한다. 티버즈 무리랑 있는 걸 보면 팀플레이가 안되는 놈은 아닌데 양아치와 운동부 사이가 원래 안좋아서 그런가? 그냥 체격만 좋고 운동신경이 별로 없는 걸지도.

 

 

 

그래서 이번에 도전하는 건 육상.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서 장거리 달리기나 크로스컨트리 달리기를 시켜보시려는 이 선생님이 진짜 참교육자시다. 아니 무엇보다 표정이 너무 생동감이 있으심.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끝에 샌디와 대니는 동네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흔히 등장하는 동네 핫스팟이라 애들이란 애들은 여기 다 모인다. 그렇게 숨긴다고 너희가 숨겨지니...? 결국 티버즈와 핑크레이디 전원이 모이게 되었다. 마지막에 이놈은 이래서 도망가고 저놈은 저래서 도망가고 계산은 미용학교에 가서 돈 번다는 프렌치에게 넘어가는데...

 

 

사실 이렇게 귀엽고 착한 프렌치는 자퇴하고 들어간 미용학교를 이미 때려치운 상태였다. 아니 애가 귀엽게 생겨서 과격하네. 가디언엔젤이 있으면 좋겠다~ 하다가 카페에서 잠에 든 프렌치 꿈에 Beauty school dropout이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거 수호천사가 너무 현실적인 팩트폭력하는 것 아니요 너는 고등학교도 때려치고~ 미용학교도 때려치고~ 할 줄 아는건 없고~ 정신차려~~~ 하는 노래라니. 왜 내가 같이 맞는 것 같은 기분이지. 

 

 

 

어찌저찌해서 샌디와 대니는 같이 댄스대회에 왔는데... 친구 커플은 난리도 아니다. 리조는 옆학교 양아치를 데려오고 케니키는 춤으로 날린다는 대니 전여친을 데리고 오고;; 아니 그런데 다들 고등학생인데 배우들이 너무 성인이야.

 

 

 

그 외 다른 애들도 나름 다 파트너를 구해서 어찌저찌 왔더라. 사교댄스를 추면 심사관들이 돌아다니면서 너 탈락 나가라 뭐 이렇게 하는 방식인 것 같다. 필크레이디의 살짝 덤벙대는 친구와 프렌치도 귀엽고, 사회자랑 눈맞은 친구는 너 참 취향이 특이하구나...

 

 

친구들은 뭘 하든지 말든지 샌디와 대니는 사귀고 싸우고 사귀고 싸우고...좋을때다. 그 옆에서 리조와 케니키는 지금 비상인데;;; 얘네 고등학교 졸업반이라고 쳐도 19살인데 둘이 각잡고 사귄것도 아니고 서로 다른사람 만났다가 다시 지들끼리 만났다가 그와중에 혼전임신이면 진짜... 인생 최고의 시련이 눈앞에 떨어졌어요.

 

 

그건 그거고 소문 퍼지는 속도 한번 끝내준다. 건물 앞에서 너만 알고있어 임신한거같아 하자마자 차로 샤샤샥 가서 처음 말 한 애보다 소문이 빨리 도착하네. 짤은 세명인데 중간에 두명정도 더 있었던 것 같기도. 리조가 걸어가는 속도보다 소문이 빠르냐;;;

 

 

와 아까 그 차를 이렇게 고쳤다. 이정도면 그냥 너희끼리 카센터를 차리면 충분히 먹고살지 않겠니...? 물론 선생님의 도움이 있긴 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가게 낼 돈 모으면서 공부 좀 더 하면 충분할 거 같은데. 이 차로 한다는 게 경주라는 게 아깝다. 이 차는 케니키 차인데, 차를 다 고치고 나서 대니에게 내 옆에 타는 건 너라고 계속 생각해왔어...! 같은 대사를 하고 둘이 끌어안았다가 주위 눈치를 보고 머리 빗으면서 딴청하는 장면에서 다들 웃었다. 솔직하지 못하구만.

 

 

그리고 그때 리조는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쟤가 내가 말한 걔야 라는 말을 면전에서 듣고도 아무 말을 못한다. 평소 리조가 저런 말 들었으면 저 세 명을 가만히 뒀을리가 없을텐데. 같이 사고쳤어도 남자들은 손해보는게 없어요 너만 고생이지. 19살짜리가 저러고 노래하고있으니 영화지만 마음이 안좋다. 그러니까 노콘노섹은 꼭 지켜라 그게 미성년자면 특히 더...

 

 

 

리조가 다 죽어가든 말든 티버즈와 나머지 핑크레이디는 자동차 경주를 하러 가는데... 저기요 고등학생이라며... 아무리 옛날영화에 서양인인 걸 감안해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아니 것보다 미국은 고등학생 폭주족들이 저렇게 차로 경주하고 그러나..? 뭐 영화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원래는 케니키가 몰기로 한 거였는데 시합전에 오두방정 떨다가 다치고, 결국은 대니가 경주에 나서게 된다.

 

 

생각보다 경주가 본격적이고 빡세다. 보는 내내 다들 반응도 좋았고. 역시 이런 씬들은 영화관에서 보면 집에서 노트북이나 패드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확 다르다. 지 차 아니라고 차가 고장나든 말든 그냥 달리는구만 싶기도 한데, 아니 상대편 차는 글쎄 톱날을 달고 나왔더라고요. 차가 안 고장날 수가 없다. 저저저 그 고생해서 고쳐놓은 차가 박살난 거 봐라. 뭐 고장난 차는 다시 고치면 되고, 이겼으니 되었다. 이 뒤로 경주 구경을 왔던 샌디가 모종의 결심을 하고 프렌치에게 도움을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음 그 결심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실용적인 결심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비장한 표정 하지 마라 좀...

 

 

시간이 흘러 라이델 고등학교의 졸업식 날이 되었다. 짤은 그냥 교장님과 벨 치는 선생님이 귀여워서. 어휴 드디어 얘네들이 졸업하네 속이 다 시원하시겠다.

 

 

그 저기 미국은 고등학교 졸업식 때 놀이동산이 생기나요...? 학교에서 뛰쳐나오는 씬 바로 다음인데다 선생님에 애들 다 나오는 걸 보면 학교 부지인 것 같은데 무슨 바이킹 정도도 아니고 관람차에 온갖 놀이기구가 다 있네. 너무 신기해서 움짤도 쪄 왔다.

 

 

그리고 좋은 소식! 리조는 임신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도 조심하고 마음고생할 일 없이 거지같은 놈은 만나지 말고 잘 살자 리조야.

 

 

졸업식에 갑자기 멀쩡한 옷을 입고 나온 대니. 자세히는 안 나왔지만 학교 체육부에 코치 비슷하게 취직을 한 듯. 티버즈 애들이 배신자를 보듯이 보는데 얘들아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게 아니란다. 항상 다른 애들은 뭐해먹고 살지 항시 생각을 하고 있던가 다 먹고 살 방법이 있어요. 무리 우두머리만 따라간다 이런거 하면 인생 망해.이렇듯 대니는 샌디를 위해서라도 건실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먹고 꽤 노력한 것 같은데 문제는

 

 

샌디가 갑자기 대 변신을 하고 나타났다. 아니 애초에 포스터부터 스포일러이긴 한데 좀 충격적인 변신이긴 하다.

 

 

아니 저 부잣집 영애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프렌치가 미용에 자신이 없다고...? 당장 파마전문 미용실 열면 떼돈벌거같은데? 프렌치야 얼른  다시 기술을 배워서 미용실을 해라.

 

 

 

이 넘버에서 올리비아 뉴튼존이 너무 최고다. 세계에서 제일 미인이야... 그런데 노래도 잘함. 이 넘버를 보기 위해 그리스라는 인터넷 소설을 영화로 본 거다. 포스팅 쓰는 내내 한곡반복 걸어놓고 내내 들으면서 썼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그래서 뭐 You're the one that i want라는 넘버 내내 꽁냥거리는 커플 잘 보았습니다. 프렌치의 메이크오버로 양아치가 되어버린 샌디와 가디건 하나 벗었다고 갑자기 다시 양아치로 돌아온 대니까지 그래 너희 잘 어울린다... 교육적이진 않지만. 샌디가 대니에게 맞추겠다는 결심을 졸업식 때 실천해줘서 다행이다. 안 그랬다면 교장선생님 속병 걸렸겠네.

 

 

엔딩에서 영화관에서 볼 때 아니 차타고 가는건데 샌디는 뭘 저렇게 놀라나 했는데 이 바로 다음 장면에서 차가 날아간다(...) 고전소설에서 가끔 나오는 남주와 여주는 80세까지 해로하다가 한날한시에 하늘로 승천했다 같은 엔딩이네. 나름 해피엔딩인가? 

 

뭐 장면을 뜯어보면 이렇다는 거고... 영화 자체는 재미있게 봤다. 약간 공감성 수치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어서 그렇지.. 딱 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 일진물 보는 느낌이라 웃기고 재밌더라. 뮤지컬 넘버도 많아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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