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테라로사 커피 드립백 후기(온두라스 마리&모이 / 피지 섬머 / 브라질 엔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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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 본점까지 간 김에 원두를 사 올까 하다가, 집에 원두가 너무 많아서 드립백을 사 왔다. 원래는 낱개에 2,000원이지만, 10개를 구매하면 세트 할인이 되어서 15,000원. 총 3종류의 원두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2종류를 5개씩 박스에 담은 세트는 16,000원 3종류를 10개씩 담은 30개 39,000원이었다만, 딱히 선물할 게 아니라면 그냥 봉투에 담아주는 것이 저렴하다.
매장에서는 코스타리카 카를로스 원두를 마셔서 드립백으로 나온 세 종류는 다 안 마셔본 것들. 그래서 골고루 구매했다. 아무래도 브라질 엔리케가 맛이 무난한 편이니 안전하게 온두라스 마리&모이 3개, 피지 섬머 3개, 브라질 엔리케 4개로 골랐다.
이왕 사 왔으니 다음 날 얼른 내려서 마셔본다. 테라로사 드립백은 다른 브랜드보다 좀 더 밀폐가 잘 되어있는 느낌. 통기성이 있는 얇은 다시백 봉투에 원두가 들어있고, 윗면에 뜯는 곳이 따로 있다. 가로가 긴 타입이라 봉투에는 짧은 쪽이 아래로 가게 들어있으니 꺼내서 원두를 아래로 보내줘야 한다.
윗부분 두꺼운 종이를 뜯어내고 모서리를 약간 눌러 모양을 잡는다. 양 끝에는 고리 모양의 종이가 붙어 있어서 컵에 걸치기 쉬운데, 컵의 지름이 너무 크면 물을 부었을 때 종이가 버티질 못하고, 지름이 너무 작으면 컵 안으로 빠지게 된다. 대략 종이컵보다 약간 큰 정도, 유리 머그보다 약간 작은 정도의 컵을 고르되 높이가 충분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컵에 드립백을 걸면 아랫부분이 W자 모양으로 변하는데, 이 두 모서리에 원두 가루가 골고루 배치되게 좀 만져줘야 한다.
물 160ml를 끓여서 김을 조금 날린 후, 원두 가루가 젖을 정도로 약간만 물을 붓는다. 원두 전체가 물에 젖으면 10~15초 정도 뜸을 들인 후 나머지 물을 3번쯤 나눠 붓고 기다리면 끝. 물을 가늘고 길게 빼서 골고루 붓고, 넘치지 않게만 조정하면 된다. 설명서에는 160ml를 부으라고 되어있었지만, 그거보다 조금 더 붓는 정도는 괜찮았다. 너무 많이 부으면 물이 잘 안 내려가기는 한다.
160ml로 내리면 종이컵으로 한 잔 가득 정도가 나온다. 아마 한 120ml정도? 농도가 조금 진한 편이라 물을 조금 타서 마시거나 아니면 ㅇㅐ초에 180ml정도로 내리는 편이다.
온두라스 마리&모이는 사과잼, 말린 무화과, 카카오, 토피 풍미의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인 원두라고 하는데, 실제로 내리면 크리미한 질감이라기보다는 묵직한 느낌이다. 사과잼과 말린 무화과...보다는 초콜릿 풍미에 가깝고, 따뜻하게 우려서 한 잔 마시면 카페인이 도는 느낌이 확 올라온다. 효과는 좋지만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
피지섬머 블랜드는 여름 한정 블랜드인데, 달콤한 트로피컬 펀치, 자두, 복숭아 풍미에 청량한 목넘김이 특징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려보면 가벼운 목넘김에 새콤한 첫맛이 두드러진다. 뜨거운 채로 마시면 과일 풍미는 잘 모르겠고 산미가 강한데, 아이스로 먹으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조금 부드러워지더라. 이건 아이스가 확실히 맛있었다.
브라질 엔리케는 호두, 토피, 카카오와 오렌지 풍미의 산미가 느껴지는 원두라는데, 오렌지 풍미의 산미가 느껴진다기에는 산미가 약간 무난한 원두다. 너티한 향이 있긴 한데, 전체적인 발란스가 좋아서 한 가지 맛이 튀지는 않는다. 가장 무난한 맛이기도 하고, 친숙한 맛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이게 가장 마음에 드신다고 하시더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커피 맛에 가장 가까운 맛.
세 가지 다 여러모로 장점이 있는 원두다. 아이스로 가볍게 마시기에는 피지 섬머가 좋았고, 데일리로 마시기에는 브라질이 좋고. 주말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온두라스 마리&모이를 한 잔 마시고 바깥에 놀러 나가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뭐 이것도 다 코로나가 심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지만....
다음에 테라로사에 간다면 아마 브라질 몇 개와 바뀐 드립백을 사 올 듯. 개인적으로 어차피 믹스가 아니라면 그냥 핸드드립 내리고 말지 드립백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원두를 한두번씩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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